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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5화

한 쪽은 생명의 은인, 한 쪽은 가족이다. 사실, 정계산은 막무가내로 나오는 고씨 부자를 내쫓고 싶었지만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면 손 쉽게 그럴 수 없었다. 고지운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아들의 생각도 괜찮아 보이는데? 친구야,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하지만 자신의 딸이 사위와 사람들 앞에서 낯선 남자와 술을 마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때, 강책이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찻잔 옆에 있는 과도를 쥐고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눈빛과 몸짓에서 살벌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를 본 고씨 부자들은 깜짝 놀랐다. 정계산도 깜짝 놀라 “강책, 침착해.” 라고 소리치며 그를 말렸다. 강책은 2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아주 침착한 상태입니다. 아버지 친아들은 아니지만, 부친의 잘못은 곧 자식이 되물려 받는 다는 뜻이 있듯이 제가 받도록 하겠습니다.”

고지운은 다리를 꼬고는 “어떻게?” 라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강책은 세 손가락을 폈다.

“저희 아버지 때문에 칼에 한번 맞으셨다고 하셨죠? 이자까지 더해서 총 세 번. 저를 세 번 찌르시면 이제 두 분 사이에 원한은 남지 않은 겁니다.”

“좋아. 자네가 직접 찌르면 인정하겠네.”

옆에 있던 정몽연은 쥐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리고 바로 강책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

“여보, 지금 뭐하는 거야! 미쳤어? 죽을 수도 있다고!”

이어서 정봉성, 정계산, 소청도 일어나 강책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강책은 정몽연을 살포시 밀었다.

“걱정마, 내가 군인을 몇 년 동안 했는데, 칼 정도에는 죽지 않아.”

고지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상처는 가슴 팍 쪽에 있어. 잔머리 굴려서 종아리에 찌를 생각은 하지 말라고.”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책은 말을 끝내고 천천히 옷을 벗어 가슴팍을 보였다. 크게 숨을 내쉬고는 “하나.”라고 말한 뒤 빠르게 자신의 가슴 팍을 칼로 찔렀다.

“여보!”

“책아!”

“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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