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고객에게 주는 친근함이 있었다. 소한은 샵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서 직원의 소개 아래, 항성 쥬얼리에 관해 여러가지를 들을 수 있었다. 제일 귀에 들어왔던 건 밀라노와 관련이 깊은 쥬얼리 샵이라는 것이였다. 하여 질량이 나쁜 쥬얼리는 만들지 않아 가격은 상당히 비쌌다. 소한은 눈으로 쓱-훑고는 제일 싼 쥬얼리가 380만원이나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거품을 물 뻔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둘러보았다. 진주목걸이, 크리스탈 목걸이, 마 노팔찌, 옥 귀걸이,다이아몬드 반지 등 모두 값비쌌지만 전부 다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다 써버린 상태이며, 또 강책에게 천만원 이상의 쥬얼리를 사달라고 부탁하기에는 너무 미안했기에 입을 함부로 열지 못했다. 그건 너무 사치스러웠다. 하지만 그녀가 이 샵에 들어온 이유는 그 VIP카드의 유효 여부였다. 이때, 서양의 억양이 들어간 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아름다우신 아가씨, 안녕하세요.” 소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금발의 파란색 눈동자를 가지고 키 180은 넘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 남자의 미소는 여자들이 모두 좋아할 법한 미소였다. 하지만 어렸을 때 부터 자신에게 작업을 거는 사람이 수두룩했기에 소한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오, 밤의 달 같으세요, 이렇게 이쁘시 다니, 제 마음이 다 녹네요. 제 이름은 카이지에요. 아가씨 이름은 어떻게 되실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저는 소한 이라고 합니다.” “소한, 아, 정말 아름다운 이름 이군요. 소한 아가씨께서 이 쥬얼리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선물 하나 해드려도 될까요?” 소한은 그의 행동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선물로 여자의 마음을 가지려는 그의 방식이 유치해 보였다. 그리고는 강책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고 머리를 기댔다.“죄송하지만, 저는 일행이 있어서요. 제가 마음에 드는 건 이 사람이 다 사줘요.”
외국에서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소한은 오히려 강책의 어깨를 더 꼭 잡고는 “2층이요? 이 사람이 데려다 줄거에요. 고마워요 알려줘서.” 라며 말을 했다. 응? 카이지가 내민 손 조차 민망해보였다. 그는 천천히 다시 손을 거두고는 코를 만지며 말했다.“소한 아가씨, 항성쥬얼리 2층에 관해 잘 모르셔서 그런 말씀 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라가시면 제가 말한 의미를 알게 되실 겁니다.” “그래요? 그럼 2층 가볼까요?”소한은 강책을 끌고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 경비원들이 그들을 막았다. 경비원 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2층은 일반 고객님들께는 오픈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항성쥬얼리의 인증을 받으신 고객님 들 만이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카이지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제가 말했죠? 이제 제 말의 의미를 아시겠습니까? 이런 덜 떨어진 분이랑 같이 가게 되면 2층에 올라 갈 자격도 없는 거에요.” 그는 말을 하는 도중에 평범한 VIP카드를 꺼내고는 “이게 바로 항성쥬얼리의 VIP카드에요. 이 카드만 있으면 2층 오실 수 있어요.”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한 번더 소한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소한 아가씨, 제 손만 잡으면 2층으로 올라 가실 수 있어요. 여기까지 와서 항성 쥬얼리샵 2층에도 못 올라갔다는 건 나중에 미련이 깊게 남으실 겁니다.” 이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강책이 VIP카드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VIP카드 한 장이면 된다는 말씀인가요?” 라고 물었다. 경비원은 “네,그렇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하는 경비원의 눈빛에도 강책을 무시하는 듯한 기색이 보였다. 항성쥬얼리샵의 VIP카드는 절대로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카드가 아니 였다. 유명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재력가인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카드였기에 그의 앞에 있는 ‘촌스러운’ 사람이 VIP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네가 스스로 가져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바보도 이런 바보는 처음 보네, 물건을 훔쳐놓고 제 발로 다시 기어 들어오다니.""여기, 빨리 저놈을 잡아!"경비원은 강책이 가지고 있는 카드가 분명 훔친 것이라고 단정했다.실제로, 경비원은 이러한 가능성 외에 강책이 지존 VIP 카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존카드를 가지고 있는 거물들을 경비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경비원들은 지존 이용자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들을 숙지하는 전용 강습을 들었었다.경비원은 몇 번이나 강습을 들었지만 단 한 번도 강책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카드는 오늘 아침 비행기에서 막 받은 것이기 때문에 경비원이 강책의 얼굴을 알 리가 없다.여러 추측 끝에, 경비원은 강책의 카드가 당연히 훔친 겅라고 단정 지었던 것이다.카이지도 한숨을 돌렸다.만약 정말 거물급 인물에게 죄를 물었다면 그는 살아있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만약 그가 도둑이라면 그는 고민이 사라진다.그가 웃으며 얘기했다."도둑이었다니, 이제야 왜 그렇게 촌스러운 냄새가 풍기는지 이해가 가는군."카이지가 소한을 보며 말했다."여기 아름다운 아가씨, 이제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하찮은지 깨달았습니까? 한 시라도 빨리 저 사람 곁을 떠나고 저에게 오십시오, 제 재력으로는......"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소한은 고개를 돌려 그를 무시했고, 카이지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곤 화가 났다.그는 단 한번도 이러한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고,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 했지만 되려 무시를 당하다니.“천한 년 같으니라고, 내가 너한테 예의를 차렸는데도 나를 이렇게 무시해?”“딱 보니 이 도독 놈 자식이랑 한 패로구먼. “카이지는 말을 하며 순간 눈에 보이는 게 전혀 없는 듯 손을 들어 소한의 얼굴로 향했다.이러한 악질적인 마음을 품고 있는 남자는 상대방이 거절을 하면 바로 본심을 드러
보잘것없어 보이는 강책이 이 정도 실력이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것은, 그 누구도 강책이 어떻게 카이지의 주먹을 막았는지 보지 못했고, 눈으로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그는 매우 빨랐다.카이지는 항성 쥬얼리의 중요한 고객이었고, 그의 미움을 샀다간 큰일이 날 것을 안 경비원은 다급히 다른 사람을 불러 강책을 상대하게 했다.“빨리, 저놈을 잡아!”“감히 항성 주얼리에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오늘 제대로 매운맛을 보여주지!”말을 마치자, 몽둥이를 들고 중무장을 한 경비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일 대 이십.그 누구도 강책을 곱게 보낼 생각이 없었다.이때, 한 노인을 둘러싼 무리가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그만.”노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들 동작을 멈추고 일제히 깍듯이 섰다.경비원은 노인을 보자 화들짝 놀라 온몸을 떨기 시작했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무슨 일이지?”노인이 물었다.“저 자가 저희 항성 주얼리의 지존 VIP 카드를 훔쳤고, 카이지 고객님에게 폭행을 가해 저 자를 잡으려던 참이었습니다.”“응? 카드 좀 줘보게.”경비원은 즉시 카드를 노인에게 주었고, 노인을 카드를 보더니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어버렸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강책 앞에 서서,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띤 채 말을 건넸다.“강 명의 님, 당신이군요.”강책은 그녀를 한 번 보더니, 눈앞의 노인이 아침에 비행기에서 마주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네, 안녕하세요.”강책과 노인이 잘 아는 사이인 듯 보이자 경비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원래는 노인 앞에서 잘 보이려 한바탕 연기를 펼칠 생각이었지만 완전히 망해버렸다.지금 이 판국에서는 바보도 강책이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책이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저는 그저 이 카드를 가지고 쇼핑을 할 생각이었는데, 도둑으로 몰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리고 카이지……”노인은 손사래를 치며 강책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더 이상
카이지는 넋이 나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무리 말해도 그는 돈이 꽤나 있는 사람이었고, 이곳에서 자주 쇼핑을 하는 단골 고객이기도 했다.하지만 노인은 촌스러운 저 남자를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다니, 강책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저러는 것일까?그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노인은 그에게 생각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그녀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 몇 명이 달려와 카이지를 강제로 매장 밖으로 내쫓았다.그녀는 미소를 띤 채 강책에게 말했다.“강 명의 님, 오늘 아침 일은 고맙다는 인사를 미처 하지 못했는데, 또 이번 일로 폐를 끼쳐 드리다니, 정말 죄송합니다.”“별말씀을요, 괜찮습니다.”강책이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노인은 손으로 2층을 가리키며 말했다.“마침 식사 시간이 되었으니, 제가 감사와 사죄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해도 될까요?”이렇게나 깍듯이 대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강책은 소한을 한 번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거절하지 않고 노인을 따라 2층으로 향했다.항성 주얼리의 2층은 VIP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고, 값비싼 주얼리 장식들이 즐비했다.곳곳에 진줏빛 보석들이 박혀 있으니, 고대에 가장 사치스러운 황궁도 이보단 못할 듯했고, 이곳에 있는 보석 한 알이면 집도 살 수 있을 것이다.소한은 눈이 뒤집어질 듯 보석들을 구경하며 만약 그녀가 이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어 보였다.강책은 헛기침을 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격식을 좀 차려.”소한은 입을 오므렸고, 기분이 언짢았다.노인은 그 장면을 목격하자 허허 웃으며 말했다.“여성들이 이러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죠, 제가 어렸을 때는 더했어요. 보석 하나 얻으려고 하루 종일 그놈하고 실랑이를 벌였으니.”“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몇십 년이 흘렀는데, 보석들은 점점 많아졌지만 정작 그놈은 더 이상 곁에 없네요.”“아……”노인은 눈물을 훔친 뒤 손을 가리켜 말했다.“아가씨, 여기 있
소한의 뺨은 마치 빨갛게 익은 사과처럼 붉어졌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그녀의 마음속에 강책에 대한 감정이 서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노인은 웃으며 사람을 불러 케이스를 열게 했고, 직접 에메랄드 목걸이를 꺼내며 말했다.“자, 어서 해봐요.”노인은 일부러 목걸이를 강책에게 쥐여주며 강책이 직접 소한에게 목걸이를 차게 했다.이 순간 소한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고, 눈을 감고 이 순간을 즐겼다.노인의 말이 맞았다, 앞으로의 일은 생각하지 말고, 같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지 말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앞에 있는 남자는 내 것이다.설령 내가 이 남자가 내 것인 척을 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강책은 직접 소한에게 목걸이를 걸어 주었고, 순간 소한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그것은 행복의 눈물이었다.“왜 울어?”“아, 아니야.”소한은 등을 돌려 눈물을 닦아냈고, 거울 앞에 서서 목걸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역시나, 매우 잘 어울렸다.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목걸이를 매만졌다.노인은 헛기침을 한 번 하며 말을 꺼냈다.“두 분, 이제 저녁때가 됐으니 저랑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노인의 인솔 아래, 무리들은 다시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3층은 내부 직원들만 올라갈 수 있는 곳으로, 외부인은 아예 못 올라가기 때문에 강책이 올라온 것은 이례적이다.3층에 들어선 순간, 기둥과 대들보를 채화로 장식하여 화려하고 웅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곳이 진정한 ‘황궁’이었다!끝으로 가자, 긴 테이블에 노인의 가족들 중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그중 충후한 생김새에 콧수염을 두른 남자가 다가와 노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비행기에서 일은……”노인은 그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눈짓을 준 후 강책에게 눈앞의 사내를 소개해 주었다.“강 명의 님, 여기는 제 큰아들, 기진입니다.”그러자 기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가와 말했다
특히나 그의 말 하는 목소리는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듯한 소리가 났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피를 저리게 했다.이 사람은 바로 노부인의 둘째 아들, 기양이었다.기양은 강책을 한 번 보고는 물었다.“네가 술을 잘 마신다고?”강책은 예의상 웃어 보였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그러자 기양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아? 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술고래라고. 내 앞에서 술이 세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어림도 없지!”소한은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며 이 사람은 어떻게 되어 먹었길래 오자마자 시비를 거는지, 마치 정신병자 같았다.그녀는 몇 마디 거들려 했지만 강책에게 가로막혔다.이런 사람은 논쟁을 해봤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뿐더러 자신은 손님이고, 기양은 주인이었기에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양과 사이가 나빠진다면 노부인의 체면에 해가 갈 것이었다.기진은 보다 못해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했다.“둘째야 여기서 이러지 말지, 강책 명의 님은 어머니의 생명의 은인이셔!”“생명의 은인? 하하.”기양은 기진을 보며 말했다.“이 일을 언급하지 않으면 괜찮은데, 한 번 언급을 하니 화가 들끓네.”“형님, 일을 어떻게 한 거요?”“어머니 약은 모두 형님 손을 거쳐서 온 건데, 어째서 형님 부주의로 어머니에게 안 맞는 약을 먹인 겁니까?”“어머니가 천운이었으니 망정이지, 일이 잘못되었더라면 형님은 우리 기 씨 가문의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됐을 겁니다!”기진은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확실히 노부인의 약은 모두 기진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었고, 약이 문제가 생기면 그는 자연스럽게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었다.기진과 기양은 평소에도 자산 문제로 많이 부딪혔으니 이 일을 계기로 기양은 더욱이 기진에게 죄를 물었다.대가족은 대가족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다.이렇게 거대한 집안과 이렇게 많은 돈이 있고, 노부인의 나이라면 언제라도 세상을 떠날 수 있었으니, 그때가 되면 자산을 어떻게 나눌지는 중대한 문제
이런 상황에서 체면을 차리는 사람이라면 마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더구나 기진은 체면을 대단히 차리는 사람이었다.“흥, 그냥 술 세잔일 뿐이잖아?”“마실게!”기진은 테이블로 향했고, 손을 뻗어 그릇을 들으려고 하는 순간 한 괴력의 손에 의해 제지당했고, 그는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도 벗어나지 못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강책이 자신을 막아선 것을 발견했다.“강 명의 님?”강책은 조용히 말했다.“기 선생님, 당신의 얼굴빛과 기운으로 봐서는 간이 그렇게 작은 병으로 치부하면 안 됩니다. 평소에는 잘 관리를 해서 괜찮지만 술을 마시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 납니다.”그의 말은 기진으로 하여금 매우 놀라게 했다.특히나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더욱 무섭게 다가왔다.그러자 기양은 비웃으며 말했다.“연기는 그만하시죠, 내가 모를 줄 알고?”“정말 일말의 성의도 없군, 이런 사람이 우리 가문을 물려받는다고? 절대 안 되지!”기진의 안색이 갈수록 나빠졌다.강책은 빙긋 웃으며 조급해 하지 말라는 뜻으로 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고,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말을 꺼냈다.“이 세 잔은 제가 기 선생님을 대신해서 마시도록 하죠, 기 선생님을 대신해서 속죄한 셈 칩시다.”“당신이?”기양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형님을 대신해서 속죄를 할 만큼 당신이 뭐라도 돼?”“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술고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럼 이렇게 하죠, 그쪽이 한 그릇을 마시면 저는 세 그릇을 마시겠습니다. 서로 끊이지 않고 계속 마시기로요.”“죄를 달게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 멈추시면 됩니다. 괜찮으신가요?”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넋이 나가 버렸다,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그것은 소주이지, 맹물이 아니었다!보통 사람은 세 그릇만 마셔도 뻗을 텐데, 이런 방법으로 마시겠다니?또한 기양은 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사람으로 소문난 사람이거늘. 비록 조금은 과장되긴 했지만 그가 주량이 좋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었고, 일곱 여덟 그릇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