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 엔터테인먼트 기지, 사무실 건물 회의실 안.정단정이 우울한 얼굴로 앉았다.“왜 그래요?”강책이 물었다.“경영진은 만들어졌지만 각 분야의 인력이 많이 부족해요. 배우, 가수, 작가, 감독 등등 너무 많아요.”“현재 우수한 인재들은 모두 백강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돼 있어서 저희는 발굴을 하지도 못하고 있어요. 지금 손에 쥔 사람들만 가지고 백강 엔터를 노리는 건 무리예요.”그러자 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당연한 거죠, 만약 이렇게 쉽게 백강 엔터를 무너뜨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백강 엔터가 1위 자리를 차지한 세월이 십수 년인데, 하루아침에 그들의 뛰어넘을 수 있겠어요?”“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합시다.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때가 되면 뒤집을 수 있어요.”“지금의 백강 엔터는 분명 강하지만, 내부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어요. 저희가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멸할 겁니다.”정단정은 의외라는 듯 강책을 바라보며 문외한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는 것도 많으며 다른 관리들처럼 급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랬다.기반을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강책, 당신을 다시 보게 됐네요.”“저희부터 잘 해야 되는 걸 깨달았어요. 때가 되면 백강 엔터를 완전히 무너뜨려야죠.”그러자 강책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대답했다.“생방송뿐만 아니라, 우리 기모 엔터는 모든 방면에서 백강 엔터를 꺾어야 합니다. 앞으로 강남시에서 엔터테인먼트는 우리가 주도하게 될 거예요!”정단정은 웃으며 사진 한 장을 강책에게 건네며 물었다.“이 여배우 어떠세요?”강책은 사진을 보았다.큰 가슴에 가는 허리, 하얀 피부를 가진 사진 속 배우는 전형적인 외모로 먹고사는 여배우였다.“팔로워 수가 당연히 많겠죠?”강책이 말했다.“당연하죠. 누흔열이라고 하는 배우인데, 영상부 VP항지성이 얼마 전 계약한 배우예요, 업계에서는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고요.”“연기는 어떤가요?”정단정은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뭐 그저 그래요, 히지만 저희
현재 강 씨 집안에는 강책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그는 공원 계단에 걸터앉아서 허공을 바라보았다.그는 주말 오후마다 아버지가 그와 동생을 데리고 이곳으로 와 간식을 사 먹고 하늘의 구름을 보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 시절은 단순하고 즐거웠다.지금 경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때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강책?”한 여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강책은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이 여자는 강책이 아주 잘 알고 있다, 40대의 중년 여성으로 이미 나이가 들었지만 그녀의 몸매는 아주 잘 유지되고 있었고, 피부 관리도 좋아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그녀의 이름은 임지란, 강책 아버지의 고교 동창으로 강한비를 수년 동안 짝사랑했다.강한비가 장가를 들고 아이를 낳은 뒤 임지란은 한동안 엄청난 우울에 빠져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그리고 강한비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임지란은 강한비를 위로하면서 강책과 강모 두 아이를 돌보아 주었다.오랜 세월 동안 임지란이 강책의 비어있던 엄마 자리를 메워 준 셈이다.후에 임지란은 용기를 내어 강한비에게 고백했지만, 결국은 거절당했다.강한비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했을뿐더러, 임지란을 지체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의 사랑을 거절했다.그 후 상심한 임지란은 강남을 떠나 타향으로 떠났고, 듣자니 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와 재회하게 되었다.강책은 반가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지란 아주머니, 돌아오신 거예요?”임지란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어제 막 귀국해서 여기 왔지.”강책은 임지란이 자신의 아버지 강한비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곳은 아버지가 실종되기 전 가장 즐겨 찾았던 곳이었고, 강책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이곳에 온 것이었고, 임지란이 이곳에 온 목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어제 막 귀국해서 오늘 이곳에 바로 왔다는 것은 몇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강책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백강 엔터테인먼트.강책이 온 힘을 다해 뛰어넘으려는 회사인데, 왜 하필 그곳이지?강책은 속으로 괴로워했지만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지란 아주머니, 어떻게 백가에 가게 되신 거예요?”“사실대로 말해줄게, 왜냐하면 백강이 우리 남편한테 아주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했거든, 귀국해서 영화 한 편을 찍게 해주겠다고 말이야. 나도 남편과 같이 귀국한 김에 백강에서 연기 지도를 맡았고.”“아주머니 남편분은 감독님이세요?”“맞아.”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후에 임지란과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는 그가 매우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생각을 하던 차에 갑자기 몇몇 남자들이 강책과 임지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비켜요, 여기 우리가 써야 하니까.”강책은 순간 넋이 나갔다.“여기는 공공장소인데 왜 우리가 비켜야 하죠?”“왜라니? 우리 기모 엔터테인면트가 여기서 영화를 찍어야 하고, 대스타 누흔열이 친히 현장에 오시는데 너희 같은 찌꺼기들이 빨리 안 비키면 어떡해? 억지로 쫓아내야지 갈 건가?”그러자 임지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기모 엔터 사람들은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지?”강책은 얼굴이 화끈거리며 곧바로 대답했다.“그게……사실 모든 기모 엔터 사람들이 일을 이런 식으로 하진 않아요.”“하, 너희 둘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지금 우리 기모 엔터를 모욕하는 건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어?”강책은 자기가 기르는 개에게 물리는 이 상황에 복잡한 심정이었고, 심히 어이가 없었다.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 엉덩이를 한 번 털고는 임지란과 자리를 이동했다.그는 도대체 어떤 영화를 찍는 건지 매우 보고 싶었고, 곧 모든 촬영 장소가 다 비워졌다.엑스트라와 카메라, 조명사, 음향감독 모두 준비가 완료되었고, 현장에 수십 명의 사람들 모두 여주인공인 누흔열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누흔열은 얼마 전 기모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한 배우로, 업계에서 약간의 유명세를 타
한 번이면 끝나는 간단한 장면을 10번 이상 촬영하니 스태프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강책도 매우 힘들었다. 이러니 누흔열의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다음 신은 아내와 내연녀와 찍는 장면입니다. 대역 배우 나와 주세요.”이번 신은 내연녀 역할을 맡은 누흔열이 본처에게 들켜 뺨을 맞는 장면이다. 하지만 당연히 누흔열은 뺨을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대역 배우를 썼다. 대역 배우는 기모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능요라는 여배우였다. “레디, 액션!!!”대역 배우가 연기할 때 누흔열은 무대 아래에 앉아 다리를 고고 차릴 마시고 스태프는 옆에서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공주님 같았다. 이제 막 연습생 생활을 마친 대역 배우였지만 능요의 연기력은 누흔열 보다 훨씬 훌륭했다.능요의 대사, 호흡, 몸짓 그리고 표정까지 너무 완벽해서 상대 배우가 무척 편했다.연기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상대 배우가 훌륭하면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능요의 열연에 상대 배우까지 몰입하여 한 번에 끝났다.특히 본처에게 뺨을 맞아 바닥에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더욱 훌륭했다.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억울해하며 우는 연기까지 한 번에 완벽하게 끝냈다.“컷!!!”감독이 ‘컷’을 외치자 박수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능요의 연기력과 오랜 촬영을 하며 참아왔던 감정이 쏟아져 나온 박수였다. 소곤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대역 배우인데 연기를 저렇게 잘하다니, 능요가 주연해야겠어.”“맞아. 다음번에 더 편하게 작품 할 수 있겠어. 내가 조명 조정 안 해도 어떻게 해야 잘 나오는 알고 있어. 정말 대단해.”“이게 바로 프로지!”“대스타라는 누흔열은 성형한 얼굴 믿고 남자들한테 꼬리치는 거 아냐? 아주 능력도 좋아.”누흔열은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마시던 차를 내려놓았다.그녀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무명 대역배우 주제에 주연 보다 잘 한다는 게 말이 돼?’누흔열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감독님, 방금 그 장면 별로인 것 같은
스태프들은 누흔열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실 처음 찍었을 때 이미 완벽해서 두 번이나 찍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넘어지는 게 리얼하지 않다는 트집을 잡아 세 번이나 촬영했다. 누가 봐도 누흔열이 고의로 능열을 괴롭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스태프들은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가 누흔열을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이 영화의 분량을 전부 누흔열에게 준 거지?’참을 수밖에 없었다.감독이 화를 억누르며 외쳤다. “다시 갑시다. 액션!!!”능요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 없이 계속 연기를 했다. 이번에도 방금 찍은 것과 별 차이 없었다. 하지만 능요는 넘어질 때 특히 신경 써서 진짜 넘어지는 것처럼 연기했다. 20대 여자가 보호 장비 없이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니 매우 아팠다.능요는 그 아픔의 생생함을 그대로 연기했다.사실 연기할 필요 없이 너무 아팠다.“컷!”감독은 미리 선수 처 누흔열에게 말했다. “능요씨 이번에 넘어지는 장면 정말 리얼했어요. 모든 장면이 너무 완벽했어요. 됐죠?”누흔열은 하하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느긋하게 말했다. “네, 능요씨는 괜찮은데 상대 배우 연기가 별로네요. 앙칼지고 독기가 전혀 없어서 다시 찍어야 할 것 같아요.”감독은 누흔열이 억지를 부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감독도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자, 다시 갑시다. 액션!!!”또다시 한차례, 한차례 끊임없이 똑같은 장면을 촬영했다. 누흔열은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다시요.”20번을 넘게 찍었는데 누흔열은 모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능요는 여러 번 넘어져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눈물이 났다. 옆에 있던 임지란은 계속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게 연기예요? 이건 그냥 살인이에요!”“이런 배우로 좋은 작품은 꿈도 꾸지 마세요.”“어휴, 기모 엔터테인먼트는 보는 눈도 없고 돈만 날렸네요.”이때, 누군가 나서서 누흔열을 가리키며 말했다. “NG가 났다니 연기가 별로라니 몇 번을 찍어도 마음에
“자, 그럼 한 번 해봅시다.”누흔열은 직접 본처 역할 맡아 능요의 뺨을 때렸다.‘찰싹!!!’능열의 뺨 맞는 소리는 촬영장 전체에 울러 퍼졌다.누흔열은 능요의 뺨을 세게 때렸다. 능요는 아직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뺨을 맞아 연기할 필요 없이 아주 리얼하게 바닥에 쓰러졌다.‘철퍼덕’ 하는 소리와 능요는 뼈가 부러질 듯 쓰러졌다.능요는 아프고 억울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스태프들은 능요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연기였다. 원래 뺨 때리는 장면은 때리는 척만 하기 때문에 배우는 어떤 상처도 입지 않는다. 하지만 누흔열은 하는 척이 아니라 정말로 능요의 뺨을 때렸다.연기가 아니라 정말 능요의 뺨을 때렸다.누가 봐도 누흔열이 본처 연기를 한다는 핑계로 능요에게 분풀이하는 것이었다. 누흔열은 능요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능요가 눈물을 흘리자 누흔열은 속이 후련했다.“좋네요, 이번에는 좀 리얼하게 넘어졌네, 눈물 연기도 좋고.” “이렇게 하면 돼요. 알겠죠?”능요는 아무 말 못 하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누흔열은 세트장에서 나와 마치 자신이 감독인 마냥 큰 목소리라 말했다. “배우들 준비해 주세요. 자, 레디 액션!!!”하지만 이번에도 누흔열의 맘에 들지 않았다. 누흔열처럼 모질게 정말 뺨을 때리는 배우는 없었을 것이다. 누흔열이 화가 나서 세트장으로 달려가 본처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말했다. “아침밥 안 먹었어요? 손에 힘이 하나도 없네요. 그렇게 때려서 되겠어요?”“제가 다시 한번 보여줄게요. 어떻게 때리는지 눈 크게 뜨고 잘 봐요.누흔열은 다시 능요의 뺨을 세게 때렸다.누흔열이 한 번으로 모자라 일부러 연기하는 척 뺨을 때려 사리사욕 채우는 것을 모두가 알았지만 감히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유일하게 말한 사람은 경호원에게 쫓겨났다. 여기서 누흔열이 여왕이다.능열은 절망하며 눈을 감았다.능요가 뺨을 맞으려는 순간 누군가 나타나 능요의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누흔열의 손목을 덥석 잡
“이 손 놓으라고!”“놓으라니까!”누흔열이 소리를 지르자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 달려왔다. 이때, 상처투성이가 된 능요가 강책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 손 놓으세요.”“네?”강책의 분노가 순식간에 의혹으로 바뀌었다. “누흔열이 방금 그렇게 모질게 굴었는데 나한테 이 손을 놓으라고요?”능열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를 위해서 그런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그냥 보잘것없는 대역배우일 뿐이에요.”“누흔열씨는 저랑 다르게 완전 대스타잖아요.”“만약에 누흔열씨 건드리면 촬영에 피해 가고 제작비도 오를 거예요. 그리고 이 영화에 누흔열씨 안 나오면 누가 봐요?”“누흔열씨 건드려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어요. 나중에 팬들이 알면 강 선생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능요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만하세요.”‘그만?’강책은 능요의 만류에 어쩔 수 없니 누흔열으 손목을 놓았다. 능요와 누흔열은 비교가 안됐다. 대역 배우는 아무리 힘들어도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대스타는 작품을 찍기만 하면 인기 검색어에 오른다. 대역 배우와 대스타는 상당히 다르다.강책은 쓴웃음을 지으며 누흔열의 손목을 놓았다.누흔열은 뒤로 물러서 손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무슨 손힘이 그렇게 세요? 아파 죽겠네 정말.”누흔열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세상 물정 모르네요. 나한테 밑 보이는 건 강남구 최고의 회사 기모 엔터테인먼트에 밑 보이는 거예요! 당신은 이제 끝났어요!” 강책은 누흔열 똑바로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처음에는 화가 났는데 지금은 당신이 안쓰럽네요. 기모 엔터테인먼트가 왜 주춤했는지 어떻게 이런 배우가 있는지 한번 잘 생각해 봐야겠네요.”“누흔열씨, 연기 실력이든 배우의 품격이든 당신은 여주인공 역할에 안 어울려요.”“당신보다 능요씨가 주연배우에 더 어울리죠.” 누흔열이 피식거렸다.“능요가? 주연배우?”“경력도 없고 인기도 없는 게 주연? 능요가 주연인 영화를 누가 봐요? 아무도 안 보는 영화를 어떤 플랫폼에서
항지성은 도착하자마자 화해공원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강책이 보이자 항지성은 황급히 달려갔다. 누흔열은 항지성이 자신을 보고 달려온 줄 알고 눈물 콧물 흘리며 말했다. “지성 오빠 왔어? 저 사람이 나한테 뭐라고 했어, 오빠가 좀 혼내줘.”항지성이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누가 너한테 뭐라고 해?”누흔열이 강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 방금 내 손목을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아파 죽겠어. 그리고 내 연기가 별로라고 여주인공이랑 안 어울린데. 지성 오빠, 나 살면서 이런 무시는 처음 당해봐. 오빠가 좀 혼내줘!”항지성의 얼굴이 굳어졌다.‘강책을 혼내달라고?’하하, 아무리 용기 있어도 절대 할 수 없다!항지성이 헛기침을 하며 누흔열에게 재차 물었다. “흔열아, 방금 한 말이 모두 사실이야?”“당연하지,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들었어, 못 믿겠으면 물어봐!”“저 사람이 능요가 나대신 여주인공 하라고 했다니까, 하하 진짜 웃겨죽겠어. 보잘것없는 신인 배우가 주연 맡은 영화를 누가 봐?”항지성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항지성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감독에게 말했다. “누흔열씨가 말이 정말 사실이에요?”감독은 항지성과 누흔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누흔열의 눈빛에 놀라 황급히 말했다. “네, 사실이에요.”“네, 알겠어요.” 항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누흔열이 울면서 말했다. “오빠가 잘해준다고 나 데려왔잖아. 근데 지금 다른 사람한테 무시나 당하고. 오빠가 알아서 처리해!”항지성이 강책에게 다가갔다.누흔열이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되나 두고 보자.’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항지성이 기모 엔터테인먼트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어 부하 직원이 많았기 때문에 그의 연예인을 건드리면 좋을 게 없었다. 특히 능요는 더욱 그랬다. 능열은 강책이 자신 때문에 항지성에게 보복당하면 그녀의 마음도 분명 편치 않을 것이다.능요가 항지성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지성 오빠, 그게 사실...”능요의 말이 끝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