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가 끝난 뒤, 사자자리는 다가가서 이윤명의 무릎을 힘껏 짓밟았고 이윤명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사자자리는 이윤명의 핸드폰을 꺼내 현장 사진을 찍어 반지석에게 전송한 후,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반지석이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로 분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 누구야? 강책이야?”사자자리는 거친 말투로 말했다.“내가 누군지는 당신이 알 필요 없어. 그냥 당신 사람들이 너무 무능하다는 말만 전하려고 전화했어. 조금 전에 보낸 사진 봤지? 서른 명 전멸이야. 반지석 씨, 싸움 좀 하는 사람 보냈으면 좋겠어. 이런 애들과 싸워도 성취감이 없잖아.”말을 마친 그는 바로 핸드폰을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아서 뭉개 버렸다.반지석은 적군에게서 연락이 와서 괜찮은 사람 좀 보내라는 황당한 상황에 자존심이 상했다. 적나라한 무시였다.이런 요구는 반지석도 처음 들어보는 요구였다.그는 거의 전투력이 없는 강책의 가족들이 이윤명이 보낸 엘리트들을 전부 쓰러뜨렸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물론 강책 가족들이 아니라 강책이 보낸 엘리트 군단이라는 걸 그는 알지 못했다.의자에 앉은 반지석은 홧김에 책상을 힘껏 내려쳤다. 인원을 더 파견하고 싶지만 그럴 인력도 없었다.거의 모든 인력이 경찰서를 공격했는데 전멸했고 회사에 남은 사람도 몇 없었다.있다고 해도 전투 경험이 전무한 사무직뿐이었다.그 사람들을 어떻게 전장에 내보낼 수 있겠는가.평생 지도자로 군림하며 살던 반지석은 처음으로 절망감을 느꼈다.잠시 후, 더 비참한 소식이 들려왔다. 강남구 일대에서 난동을 부리던 원진욱이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소식이었다.모든 병력이 진압되었다.반지석은 그제야 정부의 무서움을 사무치게 깨달았다.그는 세 갈래로 나누어서 공격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가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3곳 모두 실패했다.전장에 내보낸 세 명의 행동대장들도 전부 죽었다.반지석은 절망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머리속은 이미 백지장이 되어
반지석은 이미 산다는 것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사실 그는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정부에 잡히거나 독이 재발해서 죽는 것.거대한 절망 앞에 그는 이미 시체가 된 것처럼 반항할 힘도 없었다.그런데 이때, 강책이 살아갈 기회를 준다고 말한 것이다.재밌는 상황이었다.사람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누군가가 창문 한쪽이라도 열어주면 아무리 미약한 빛이라도 그 빛을 보고 정신을 차리기 마련이다.죽음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은 없다.죽는다는 건 살아갈 희망이 아예 없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살아갈 희망이 있는데 삶을 포기할 사람은 없다.반지석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몸에는 검은 반점들이 점점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뭘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그 말 진심입니까?”강책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진심이죠. 지금 상황에 이런 거로 농담할 사람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길을 제시할 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반지석 씨한테 달렸죠.”반지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그래서 그 방법이라는 게 뭡니까?”강책이 말했다.“사실 간단해요. 반지석 씨가 살아갈 방법은 결국 해독약을 손에 넣는 것뿐입니다. 반지석 씨가 식물인간을 빼앗으려 했던 목적도 살기 위해서잖아요. 하지만 식물인간은 숫자가 제한되어 있어요. 그 사람들을 데려간다고 몇 번이나 더 사용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약을 배합할 줄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제 제안은 다른 사람에게서 해독약을 얻는 게 더 확실하다는 겁니다.”“그게 누굽니까?”“신태윤이죠. 독을 개발한 사람이니 그 사람에게 있는 해독약이 가장 확실하지 않겠어요?”반지석은 웃음이 나왔다.“신태윤에게 해독약이 있었으면 내가 이런 미친 짓을 벌였겠어요? 당신들이 신태윤에게서 해독약을 모두 빼앗았잖아요!”“압니다.”강책은 계속해서 말했다.“지금 신태윤에게는 해독약이 없어요. 하지만 그의 아버지인 신태열 회장에게는 해독약이 있지요.”“신 회장이 그걸 내놓겠어요?”“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주
한편, 경찰서.전화를 끊은 강책은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윤병철은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는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총수님, 정말 악랄한 방법이 맞네요. 하지만 이게 제일 효과적이겠죠. 신태윤이 써먹은 방법을 그대로 돌려주는 거죠! 이제 우린 아무것도 안 하고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고 있으면 되겠네요.”강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구경만 하면 안 되고 우리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그래요? 우리가 뭘 하면 될까요?”강책이 말했다.“만약 반지석이 신태윤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으로 당하면 반지석은 죽게 될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하려는 일에 별로 도움이 못돼요. 우리가 원하는 그림은 그들이 서로 물고 뜯다가 같이 죽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쌍방의 실력 차이가 심하네요. 이대로 가면 반지석이 질 겁니다. 그러니 뒤에서 반지석을 도와서 확실하게 신태윤을 제거해야 해요. 신태윤이 죽어야 강남구의 화상그룹은 철저히 무너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윤병철은 약간 두려운 표정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아주 뛰어난 지략이었지만 그의 냉철함이 두려웠다.윤병철은 자신의 앞에 있는 게 사람이 아니라 냉혹하고 차가운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평생 적으로 두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인물이었다.강책이 수라군신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데는 이유가 있었다. 윤병철은 지금에 와서야 강책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았다.그가 말했다.“총수님,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강책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문자를 전송하며 말했다.“준비는 이미 끝났으니 연극이나 구경하죠.”이미 준비가 끝났다?그렇다는 건 강책은 처음부터 반지석이 신태윤을 공격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실패할 것을 대비해 미리 대비책까지 세워두었다는 뜻이다.모든 게 강책이 그린 그림대로 흘러가고 있었다.똑똑해서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만약 강책이 적이었다면… 윤병철은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문자를 다 작성한 강책은 물병자리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화상그룹 회장 사무실 내부.강책의 계획을 전혀 모르는 신태윤은 여전히 기쁨에 들떠 있었다. 모든 게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는지 그는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신태윤은 느긋하게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비서는 최신 상황을 일일이 보고했다. 보고를 듣고 있던 신태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욕설을 내뱉었다.“반지석 이 무능한 자식!”세 갈래로 공격했는데 모두 실패로 돌아가다니 어이가 없었다.다른 건 다 그렇다고 쳐도 강책의 가족들마저 제거하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없었다.늙은 노인 두 명과 여자 한 명을 죽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게다가 행동에 나갔던 서른 명이 전부 전멸이라니 웃음만 나왔다.비서가 말했다.“들려온 정보에 따르면 반지석이 보낸 인원들은 강책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골목에서 제거되었다고 합니다.”신태윤은 욕설을 내뱉었다.“무능한 자식들!”반지석과 강책, 윤병철이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꼴을 보고 싶었는데 상황은 전혀 그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반지석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라니!축구 경기도 실력이 비등비등해야 재밌는 법이지 한 쪽에 실력이 거의 기울어진다면 재미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강책이 절망해서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신태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반지석 그놈은 할 줄 아는 게 없어. 도대체 어떻게 강남구에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거야?”“됐어. 재미는 없지만 난 손해 볼 거 없으니까. 이번 일로 반지석은 철저히 망가졌겠네. 앞으로 내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거야. 쓰레기 같은 자식! 내 계략에 속은 줄도 모르고 그렇게 날뛰다니! 역시 강남구의 자식들은 다 멍청이야.”그가 이런 말을 하는 사이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도대체 어떤 놈이 노크도 없이 대표 사무실에 난입하는 거지?욕을 하려던 신태윤은 문 앞에 선 상대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말없이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이건
반지석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신태윤을 노려보았다. 그가 중독된 것도, 인력을 전부 잃은 것도 전부 신태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뻔뻔한 놈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참을 수 없었다!반지석의 부하가 신태윤의 손을 끌어다가 탁자에 놓고 비수를 들었다.신태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물었다.“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반지석 씨, 진정해요. 난 화상그룹 부회장이에요. 날 다치게 하면 당신도 다친다고요!”“곧 죽을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해봐야 소용없어요.”반지석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부하에게 눈짓했고 그의 부하는 주저 없이 비수를 휘둘렀다. 신태윤의 한쪽 손가락이 절단되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고 신태윤은 숨 넘어갈 듯이 비명을 질렀다.그의 비서마저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처참한 모습이었다.반지석은 비수에 묻은 혈액을 천천히 닦으며 차갑게 말했다.“이건 그냥 경고예요. 이제 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주시겠어요?”신태윤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손발이 떨렸다. 그는 죽일 듯이 반지석을 노려보았지만 더 이상의 상대를 자극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반지석이 말했다.“난 해독약 때문에 왔어요.”신태윤이 말했다.“나한테는 해독약이 없어요! 아시잖아요. 내 물건은 윤병철에게 전부 빼앗겼어요. 회장님 쪽에서도 물량이 부족하다고 보내주지 않으니 정말 방법이 없다고요.”반지석이 말했다.“알죠. 하지만 회장님께서 해독약 때문에 아들을 버리지는 않을 거잖아요.”신태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도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그걸 몰라서 물어요? 간단하죠. 회장님께서 나에게 해독약을 주신다면 신 부회장도 무사할 거고 내 요청을 거부한다면 우리 다 같이 죽는 거죠.”그 말을 들은 신태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반지석이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반지석은 노트북을 꺼내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지금 회장님이랑 화상 통화를 할 겁니다. 내가 회장님이랑 직접 얘기해 보죠.”신태윤은 이를 갈며 고개를 돌렸
신태열 회장은 아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반지석을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신이 분노하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섬뜩한 표정이었다.나이 먹은 노인이라지만 여태 신태열 회장의 권위에 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만큼 위엄 있는 인물이었다.반지석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회장님, 아들이 둘뿐인데 한 명은 이미 감옥에 들어가고 남은 한 명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어요? 해독약만 주신다면 아들은 무사할 겁니다. 어때요?”신태열은 말없이 고민에 잠겼다.하지만 반지석은 기다릴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빨리 말해! 나한테는 시간이 얼마 없어! 여기서 당신이랑 노닥거릴 시간 없다고!”불손한 말투에 방에 있던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반지석은 너무 흥분한 탓에 손에 힘조절이 안 돼서 신태윤의 목에 작은 상처를 냈다. 피가 순식간에 흘러나왔다.신태윤은 절망한 목소리로 절규했다.“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그는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바로 아버지라고 불렀다.신태민은 언제 풀려날지 모르고 신태윤까지 죽는다면 신태열은 두 아들을 전부 잃게 되는 것이다.신태열은 두 아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죽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알겠네. 해독약을 주지.”신태열 회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하지만….”신태열은 반지석을 노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헬기로 보낼 거야.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자네는 옥상에서 헬기를 기다리면 돼.”“얼마나 걸립니까?”반지석이 물었다.“40분.”“좋습니다. 40분 기다리죠!”신태열은 말을 마친 뒤, 바로 등을 돌려 나가버렸다. 마치 평범한 사건을 처리한 것처럼 덤덤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이 노인처럼 멘탈이 강하고 침착한 사람도 흔치 않았다.신태희가 카메라에 다가오더니 반지석에게 말했다.“당신 대단한 사람이야. 우리 회장님을 이렇게까지 압박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인걸?”반지석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곧 죽을 목숨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신태희가 물
경찰서 사무실.강책은 윤병철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 속 반지석과 신태열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윤병철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총수님, 이 영상은 어떻게 촬영하고 있는 건가요? 반지석은 전혀 모르는 눈치인데요? 게다가 현장은 이미 봉쇄되었잖아요.”강책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놀라실 거 없어요. 이미 반지석 신변에 내 사람을 보냈거든요. 지금 반지석이 데리고 간 청소부 중에 내 사람이 있어요.”그렇다는 건 강책의 부하가 이미 반지석 대오에 쥐도 새도 모르게 합류했다는 얘기였다.그리고 반지석 옆에서 모든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게 무서웠다. 윤병철은 자신의 신변에도 강책의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그가 물었다.“총수님, 지금 상황이 우리한테 너무 유리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신태열이 반지석에게 해독약을 보내면 둘 사이의 모순도 해결되잖아요. 그러면 둘이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네요.”강책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 이런 때는 우리가 개입해야죠. 상대가 이렇게 순조롭게 협상을 달성하게 할 수는 없어요. 둘이 극적으로 화해하면 우리가 원하던 바를 못 이루니까요.”“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간단하죠. 싸우게 만들면 돼요!”반지석 일행은 화상그룹 본사 옥상에서 30분 정도 기다려 드디어 그들이 기다리던 헬기를 맞이하게 되었다.먼 상공에서 헬기 한 대가 이쪽으로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었다.반지석은 부하들을 지시해 벽 쪽으로 이동하게 하고 비수를 신태윤의 목에 들이댔다.헬기가 드디어 옥상에 착륙했다.문이 열리고 사다리가 내려지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헬기에서 내렸다. 남자들은 모두가 총을 들고 있었다.그들은 검슨색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를 중심으로 흩어졌다. 그 남자의 손에는 박스가 들려 있었는데 아마 그 안에 해독약이 들어 있을 것이다.반지석은 흥분에 온몸이 떨렸다. 드디어 원하던 것을 손에 넣게 된
총탄은 바로 선글라스남의 급소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사격기술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명백한 고의였다.강책은 상대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양측의 모순을 극대화시켜서 거래를 무산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작은 실수 하나에도 바로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총을 쏘았다는 건 굉장한 도발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선글라스남이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자 현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맞은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총을 꺼내 반지석 일행을 겨누었다.반지석은 이미 영혼이 나간 상태였다. 그는 자기 부하가 왜 갑자기 총을 쏘았는지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지금 유일하게 드는 생각은 빨리 달려가서 해독약부터 확보하고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울 리 없었다.상대는 주저없이 반지석의 부하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죽어 버려!”반지석은 필사적으로 달려가서 도망치려는 신태윤을 잡고 그의 목에 비수를 들이댔다.“다 멈춰!”신태윤이 잡히자 상대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등 뒤에서 또 총소리가 들렸다.이번에 선글라스남은 살아남지 못했다.약이 오를 대로 오른 화상그룹 인원들은 다시 총격전을 시작했다. 그러는 과정에 신태윤이 다쳤다.총탄이 오가는 와중에 반지석은 살아갈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그의 눈속에는 오로지 증오뿐이었다.“살아남을 기회도 안 주겠다는 거지? 그럼 다 같이 죽어!”그 말에 가장 놀란 사람은 신태윤이었다.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반지석을 바라보며 소리쳤다.“다들 진정해! 진정하라고! 총 내려, 대화로 풀어보자고!”대화로 해결할 문제였으면 애초에 총을 쏘지도 않았다.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반지석은 총을 맞고 죽은 부하와 총탄에 부서진 해독약 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삶의 희망이 철저히 부서진 순간이었다.그러니 대화로 풀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그는 비수를 높이 세우고 신태윤의 목을 힘껏 찔렀다.“나 혼자 죽을 수는 없지! 다 같이 저승 가는 거야!”비수는 단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