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그룹 회장 사무실 내부.강책의 계획을 전혀 모르는 신태윤은 여전히 기쁨에 들떠 있었다. 모든 게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는지 그는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신태윤은 느긋하게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비서는 최신 상황을 일일이 보고했다. 보고를 듣고 있던 신태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욕설을 내뱉었다.“반지석 이 무능한 자식!”세 갈래로 공격했는데 모두 실패로 돌아가다니 어이가 없었다.다른 건 다 그렇다고 쳐도 강책의 가족들마저 제거하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없었다.늙은 노인 두 명과 여자 한 명을 죽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게다가 행동에 나갔던 서른 명이 전부 전멸이라니 웃음만 나왔다.비서가 말했다.“들려온 정보에 따르면 반지석이 보낸 인원들은 강책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골목에서 제거되었다고 합니다.”신태윤은 욕설을 내뱉었다.“무능한 자식들!”반지석과 강책, 윤병철이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꼴을 보고 싶었는데 상황은 전혀 그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반지석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라니!축구 경기도 실력이 비등비등해야 재밌는 법이지 한 쪽에 실력이 거의 기울어진다면 재미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강책이 절망해서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신태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반지석 그놈은 할 줄 아는 게 없어. 도대체 어떻게 강남구에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거야?”“됐어. 재미는 없지만 난 손해 볼 거 없으니까. 이번 일로 반지석은 철저히 망가졌겠네. 앞으로 내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거야. 쓰레기 같은 자식! 내 계략에 속은 줄도 모르고 그렇게 날뛰다니! 역시 강남구의 자식들은 다 멍청이야.”그가 이런 말을 하는 사이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도대체 어떤 놈이 노크도 없이 대표 사무실에 난입하는 거지?욕을 하려던 신태윤은 문 앞에 선 상대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말없이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이건
반지석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신태윤을 노려보았다. 그가 중독된 것도, 인력을 전부 잃은 것도 전부 신태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뻔뻔한 놈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참을 수 없었다!반지석의 부하가 신태윤의 손을 끌어다가 탁자에 놓고 비수를 들었다.신태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물었다.“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반지석 씨, 진정해요. 난 화상그룹 부회장이에요. 날 다치게 하면 당신도 다친다고요!”“곧 죽을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해봐야 소용없어요.”반지석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부하에게 눈짓했고 그의 부하는 주저 없이 비수를 휘둘렀다. 신태윤의 한쪽 손가락이 절단되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고 신태윤은 숨 넘어갈 듯이 비명을 질렀다.그의 비서마저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처참한 모습이었다.반지석은 비수에 묻은 혈액을 천천히 닦으며 차갑게 말했다.“이건 그냥 경고예요. 이제 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주시겠어요?”신태윤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손발이 떨렸다. 그는 죽일 듯이 반지석을 노려보았지만 더 이상의 상대를 자극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반지석이 말했다.“난 해독약 때문에 왔어요.”신태윤이 말했다.“나한테는 해독약이 없어요! 아시잖아요. 내 물건은 윤병철에게 전부 빼앗겼어요. 회장님 쪽에서도 물량이 부족하다고 보내주지 않으니 정말 방법이 없다고요.”반지석이 말했다.“알죠. 하지만 회장님께서 해독약 때문에 아들을 버리지는 않을 거잖아요.”신태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도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그걸 몰라서 물어요? 간단하죠. 회장님께서 나에게 해독약을 주신다면 신 부회장도 무사할 거고 내 요청을 거부한다면 우리 다 같이 죽는 거죠.”그 말을 들은 신태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반지석이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반지석은 노트북을 꺼내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지금 회장님이랑 화상 통화를 할 겁니다. 내가 회장님이랑 직접 얘기해 보죠.”신태윤은 이를 갈며 고개를 돌렸
신태열 회장은 아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반지석을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신이 분노하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섬뜩한 표정이었다.나이 먹은 노인이라지만 여태 신태열 회장의 권위에 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만큼 위엄 있는 인물이었다.반지석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회장님, 아들이 둘뿐인데 한 명은 이미 감옥에 들어가고 남은 한 명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어요? 해독약만 주신다면 아들은 무사할 겁니다. 어때요?”신태열은 말없이 고민에 잠겼다.하지만 반지석은 기다릴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빨리 말해! 나한테는 시간이 얼마 없어! 여기서 당신이랑 노닥거릴 시간 없다고!”불손한 말투에 방에 있던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반지석은 너무 흥분한 탓에 손에 힘조절이 안 돼서 신태윤의 목에 작은 상처를 냈다. 피가 순식간에 흘러나왔다.신태윤은 절망한 목소리로 절규했다.“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그는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바로 아버지라고 불렀다.신태민은 언제 풀려날지 모르고 신태윤까지 죽는다면 신태열은 두 아들을 전부 잃게 되는 것이다.신태열은 두 아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죽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알겠네. 해독약을 주지.”신태열 회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하지만….”신태열은 반지석을 노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헬기로 보낼 거야.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자네는 옥상에서 헬기를 기다리면 돼.”“얼마나 걸립니까?”반지석이 물었다.“40분.”“좋습니다. 40분 기다리죠!”신태열은 말을 마친 뒤, 바로 등을 돌려 나가버렸다. 마치 평범한 사건을 처리한 것처럼 덤덤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이 노인처럼 멘탈이 강하고 침착한 사람도 흔치 않았다.신태희가 카메라에 다가오더니 반지석에게 말했다.“당신 대단한 사람이야. 우리 회장님을 이렇게까지 압박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인걸?”반지석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곧 죽을 목숨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신태희가 물
경찰서 사무실.강책은 윤병철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 속 반지석과 신태열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윤병철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총수님, 이 영상은 어떻게 촬영하고 있는 건가요? 반지석은 전혀 모르는 눈치인데요? 게다가 현장은 이미 봉쇄되었잖아요.”강책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놀라실 거 없어요. 이미 반지석 신변에 내 사람을 보냈거든요. 지금 반지석이 데리고 간 청소부 중에 내 사람이 있어요.”그렇다는 건 강책의 부하가 이미 반지석 대오에 쥐도 새도 모르게 합류했다는 얘기였다.그리고 반지석 옆에서 모든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게 무서웠다. 윤병철은 자신의 신변에도 강책의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그가 물었다.“총수님, 지금 상황이 우리한테 너무 유리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신태열이 반지석에게 해독약을 보내면 둘 사이의 모순도 해결되잖아요. 그러면 둘이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네요.”강책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 이런 때는 우리가 개입해야죠. 상대가 이렇게 순조롭게 협상을 달성하게 할 수는 없어요. 둘이 극적으로 화해하면 우리가 원하던 바를 못 이루니까요.”“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간단하죠. 싸우게 만들면 돼요!”반지석 일행은 화상그룹 본사 옥상에서 30분 정도 기다려 드디어 그들이 기다리던 헬기를 맞이하게 되었다.먼 상공에서 헬기 한 대가 이쪽으로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었다.반지석은 부하들을 지시해 벽 쪽으로 이동하게 하고 비수를 신태윤의 목에 들이댔다.헬기가 드디어 옥상에 착륙했다.문이 열리고 사다리가 내려지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헬기에서 내렸다. 남자들은 모두가 총을 들고 있었다.그들은 검슨색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를 중심으로 흩어졌다. 그 남자의 손에는 박스가 들려 있었는데 아마 그 안에 해독약이 들어 있을 것이다.반지석은 흥분에 온몸이 떨렸다. 드디어 원하던 것을 손에 넣게 된
총탄은 바로 선글라스남의 급소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사격기술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명백한 고의였다.강책은 상대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양측의 모순을 극대화시켜서 거래를 무산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작은 실수 하나에도 바로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총을 쏘았다는 건 굉장한 도발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선글라스남이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자 현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맞은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총을 꺼내 반지석 일행을 겨누었다.반지석은 이미 영혼이 나간 상태였다. 그는 자기 부하가 왜 갑자기 총을 쏘았는지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지금 유일하게 드는 생각은 빨리 달려가서 해독약부터 확보하고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울 리 없었다.상대는 주저없이 반지석의 부하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죽어 버려!”반지석은 필사적으로 달려가서 도망치려는 신태윤을 잡고 그의 목에 비수를 들이댔다.“다 멈춰!”신태윤이 잡히자 상대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등 뒤에서 또 총소리가 들렸다.이번에 선글라스남은 살아남지 못했다.약이 오를 대로 오른 화상그룹 인원들은 다시 총격전을 시작했다. 그러는 과정에 신태윤이 다쳤다.총탄이 오가는 와중에 반지석은 살아갈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그의 눈속에는 오로지 증오뿐이었다.“살아남을 기회도 안 주겠다는 거지? 그럼 다 같이 죽어!”그 말에 가장 놀란 사람은 신태윤이었다.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반지석을 바라보며 소리쳤다.“다들 진정해! 진정하라고! 총 내려, 대화로 풀어보자고!”대화로 해결할 문제였으면 애초에 총을 쏘지도 않았다.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반지석은 총을 맞고 죽은 부하와 총탄에 부서진 해독약 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삶의 희망이 철저히 부서진 순간이었다.그러니 대화로 풀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그는 비수를 높이 세우고 신태윤의 목을 힘껏 찔렀다.“나 혼자 죽을 수는 없지! 다 같이 저승 가는 거야!”비수는 단번
이로써 강남구 최대의 범죄집단이 일망타진되었다.웃기는 건 경찰이 나서서 그들을 전부 체포한 게 아니라 두 집단이 싸우면서 우두머리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반지석, 신태윤 두 거물은 결국 강책의 손에 놀아나서 나란히 목숨을 잃었다.그들은 아마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들이 강책의 장기말에 불과했으며 모든 모순과 싸움은 강책이 유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이 모든 게 강책의 뛰어난 계략 덕분이었다.이어지는 시간에 강남구는 대혼란 뒤의 복구에 들어갔다.신태민이 경찰에 잡혀가고 신태윤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리더를 잃은 화상그룹은 강산그룹과 정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공중분해되었다.화상그룹에 붙어서 다른 중소기업들의 피땀을 빨아먹던 기업들도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났다.화상과 손을 잡고 영원한 부귀영화를 꿈꾸던 이들은 전부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이렇게 강남구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깨끗이 사라졌다.강책은 강남구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았지만 정작 그는 모든 공로를 윤병철에게 돌렸다. 눈에 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이었다.게다가 그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연산시 화상그룹 본사.신태열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사실 그는 최전방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그의 딸 신태희가 굳은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왔다.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신태열이 물었다.“사고가 났어?”신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거래가 실패하고 큰오빠는 현장에서 즉사했어요. 반지석도 우리 애들이 쏜 총에 맞아 죽었고요. 그 뒤로 형사들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애들을 전부 체포했어요.”신태열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그는 줄곧 이게 단순 납치 사건이라고 생각했다.신태열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가 너무 경솔했군. 조금 더 알아보고 움직였어야 했는데. 반지석은 주인공이 아니었어. 반지석조차 누군가의 계략에 놀아난 거지. 강남구에 대단한 놈이 한 명 있구나.”“병력 한 명 쓰지 않고 태윤이와 반지석을 동시에
신태윤과 반지석이 모두 처리되고, 강남구 전체에 평화가 찾아왔다. 다른 대기업도 드디어 화상그룹의 손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실은 정부가 각 회사에게 큰 지지를 넣어줌으로써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이어서 강남구의 발전과 미래는 강책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총괄자의 자리에서 벗어났기에 나머지 모든 일은 윤병철에게 넘기면 된다. 지금 강책에게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자신의 딸 강이영의 몸 안에 들어있는 독을 제거하는 것이다. 서심란이라는 독을 빼내지 않은 이상, 평생을 따라다니며 그녀를 괴롭힐 것이다. 동시에 강책에게도 큰 죄책감으로 남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것이다. 명원 단지 33번지, 별장 안.강책 가족이 소파에 앉아 있다. 정몽연이 품에 아이를 안고 가족 모두가 근심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이의 상태는 멀쩡하지만 한달이 지나고 나면 약을 또 한번 더 복용해야했다. 식물인간의 몸에서 체취한 꽃으로도 다시 해독제를 만들 수 있지만, 아이의 몸 안에 있는 독을 완전히 빼낼 수는 없다. 완벽하게 독을 빼내기 위해서는 연산시로 가야만 했다. 이때, 정봉성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지금까지 들은 모든 정보들에 의하면 서심산은 해독제가 없어! 강책, 네가 연산시로 간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게다가 네가 지금 연산시를 가는 건 스스로 함정에 뛰어드는 거잖아. 거기는 화상그룹의 신태열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네 목숨이 날라갈 수도 있어.” 다른 가족도 같은 생각이였다. 하지만 강책은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듯했다. 그는 잠시 침묵하고는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서심산은 해독제가 없는 독입니다. 식물 인간을 통해 해독제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도 잠시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절대라는 건 없어요. 진짜 해독제가 없다고 해도, 제가 독소의 생산방식, 가공방법 그리고 식물인간과의 접붙이기만 알아내기만 하면 진짜 해독제를 제조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그게 바로 제가 연산시를 가려하는 이유입니다.”
가족들이 그의 말에 표정이 굳어졌다. 정몽연은 이해가 가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왜? 눈에 밟히면 좋을 게 뭐가 있다고? 오빠가 말한대로 잠복해서 들어간 뒤에 물건을 들고 몰래 빠져 나오는 게 더 좋잖아.” 강책은 고개를 저었다.“평범한 상대라면 그게 더 편해. 하지만 신태열은 달라, 신태열은 이미 그 방법까지 모두 꿰뚫고 있을 거야.” 정몽연과 정계산은 강책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서로만 멀뚱멀뚱 쳐다 볼 뿐이였다. 강책이 다시 말을 이었다.“간단해. 화상그룹은 연산시에서 큰 세력을 가지고 있어. 과장 안하고, 연산시 80%의 자원도 신태열의 손에 들어있어. 내가 어떤 방법으로 연산시에 들어가든 간에 무조건 첫번째로 발각 될 거야. 지금 시대는 옛날 시대가 아니야, 변장해서 무리 안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일 거고 지금의 첨단기술로면 소식이 순식간에 퍼져나갈거야.” 그는 잠시 멈칫하고는 다시 말했다.“몰래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발각 될거고, 신태열은 사람을 시켜 나를 공격하겠지.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어.” 정봉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부잣집에서 물건 훔친 도둑을 묻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지. 강책이 몰래 연산시에 들어가면 무조건 들킬거야. 강책의 말대로 신태열한테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고.” 정봉성은 말을 끝내고는 다시 강책을 향해 물었다.“근데 당당하게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네. 신태열의 시선도 주목시키는 동시에 연산시 모든 사람들의 눈에 띄도록 해야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바로 사람들의 시선 아래서 살인을 저지르는 겁니다.”만약 강책이 제일 눈에 띄는 자리에 있게 되면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그의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큰 세력의 화상그룹이라도 언론을 신경쓰게 될 수 밖에 없다. 이어서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며 그로인해 강책도 안전해진다. 정봉성은 엄지를 치켜 세웠다.“역시. 네 머리가 좋아. 하지만 신태열이랑 연산시의 모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이면 네가 원하는 정보를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