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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43화

아무도 도영승의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다. 집사는 화가 치밀었다. 그가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빨리 눈치챘더라면 오늘 이런 상황까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개자식들!”

집사는 품에서 칼을 꺼내며 강책 일행을 향해 휘둘렀다.

“너희는 도씨 가문의 후손이다. 그런데 너희끼리 손을 잡고 가주님 등에 칼을 꽂아? 너희한테는 양심도 없어?”

양심?

그 양심 때문에 결국 도영승을 쓰러뜨리기로 결심했다.

도성일이 말했다.

“저 영감은 나를 몇 년이나 감금했어. 저 영감의 양심은 어디 갔지? 도영승 저 영감이 내 아들을 죽일 때, 그때는 양심을 집에 두고 왔나? 저 영감이 내 집사람에게 독약을 먹을 때는 어떻고? 지금 나한테 양심을 논하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아?”

악에 받친 집사가 욕설을 퍼부었다.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그는 네 아버지야! 왕이 신하에게 죽음을 내리면 죽어야 하는 것이고 아비가 아들을 죽이려 했다면 그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라고!”

도성일은 집사를 한껏 비웃었다.

“이상한 논리 지껄이지 마. 나한텐 소용없으니까!”

“배신자들!”

집사는 칼을 휘둘렀다.

“효도의 효자도 모르는 개자식들을 죽여버리겠어!”

그의 비수가 향한 곳은 도성일이었다.

하지만 다 늙은 집사에게 무슨 힘이 있을까?

강책은 가볍게 손을 들어 그의 손목을 쳤고 칼은 멀리 날아가서 땅에 떨어졌다. 강책이 다시 집사의 등을 주먹으로 치자 집사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늙은 집사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도영승에게 충성을 다했다. 평생 가장 큰 소원이 도영승과 함께 안락하게 일생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소망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제가 무능해서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늙은 집사처럼 우매한 충성을 고집하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집사는 미친 사람처럼 머리를 바닥에 계속해서 찧었고 결국 피를 흘리며 황천길에 올랐다.

집사의 죽음은 도영승의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고 말없이 의자에 앉아 심판의 도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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