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일, 몇 년 전에 실종되어 죽었다고 생각했던 도성일이 다시 돌아왔다. 도성일은 지하 감방에서 나오자마자 아내 어현을 만나러 집으로 향했다. “여보!”도성일은 감격에 겨워 아내에게 뛰어갔다. 도성일은 아내 또한 기뻐하며 자신에게 달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어현이 무표정으로 가만히 앉아만 있을 거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어현의 표정은 정상적인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도성일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옆에 있던 가정부에게 물었다. “아내 상태가 왜 저러죠?”가정부는 다급하게 말했다. “도련님이 자살해서 상심이 너무 큰 나머지 정신을 잃었어요!”즉, 어현이 바보가 됐다는 뜻이다. 도성일은 전혀 믿을 수 없었다. 아들을 잃는 것은 둘째치고 아내까지 잃다니...“여보!”도성일은 계속해서 어현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어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어현은 죽지는 않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어현은 이미 정신을 잃었다. 도성일은 어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강책, 네가 우리 집을 파멸시켰으니, 내가 반드시 이 원수를 갚아주겠어!”도성일은 가정부에게 말했다. “제가 말하는 것들 좀 챙겨줘요. 내가 직접 모리 하이테크에 가서 강책을 만나봐야겠어.”......그 시각 모리 하이테크 회의실, 강책과 조가 집안 그리고 강가 집안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조가 집안의 조해인과 기윤미, 강가 집안의 강예리와 문은진 모두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경성에서 높은 신분으로 권세가 대단한 사람들이다. 강책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젯밤 도가 집안 소식을 모두 들었을 겁니다. 도국영이 회사에서 불을 질러 자살을 했습니다. 화재로 회사 건물도 불타버렸죠.”모두들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쳐다봤다.네 사람 모두 도가 집안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국영이 강책을 위해서 자살했다는 말을 선뜻하지 못했다. 강책과 도국영을 형제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을 나눈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단의 입에서 ‘도성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모두 놀랐다. 심지어 강책 또한 말을 잇지 못했다. 도대체 도성일이 어떻게 온 거지?강책의 임무는 도성일을 찾아서 도영승에게서 탈출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도국영과 한 약속이다. 그런데 도성일이 직접 강책을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렇게 되면 강책이 도성일을 구하러 갈 필요가 없어졌으니 걱정거리가 하나 해결된 거 아닌가?이렇게 고마운 일이 있을까?강예리는 말했다. “아니, 도성일 씨는 몇 년 전에 화재 사고로 죽었잖아요. 도국영과 똑같이 불에 타 죽은 도성일이 갑자기 살아 돌아왔다고요?”모두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도성일이 지금까지 어딘가 갇혀 있다는 소문이 몇 년째 돌고 있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 그 누구도 사실로 여기지 않았다. 강예리는 정단에게 물었다. “정단 씨, 도성일이 확실해요?”정단은 말했다. “저는 도성일 씨가 누군지 모릅니다. 본인이 도성일이라고 기세등등하게 말했어요. 강 회장님, 어서 나가 보세요.”강책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알겠어. 도성일인지 아닌지는 나가서 확인해 봐야지.”강책은 도성일의 얼굴을 모른다. 하지만 도성일과 조해인 그리고 강예리는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다.그렇기 때문에 도성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저희도 나가보죠.”네 사람은 앉아 있지 못하고 1층 로비로 향했다. 1층 로비에 내려오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중 도국영과 닮았지만 키가 크고 수척한 늙은 남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 몇 년 동안 지하 감옥에 갇혀 지낸 도성일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네 사람은 도성일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게 도성일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조해인은 제일 먼저 도성일에게 다가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도성일? 너 살아 있었어?”도성일은 비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요 몇 년 동안 치료하며 지냈어.”조해인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말했다. “너 정말 참을성이 대단하구나. 사람들이 다 너
모두 도성일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말이지?이들은 방금 전까지 도국영의 복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성일이 어떻게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걸까? 약을 잘못 먹은 건가?”조해인이 제일 먼저 나서서 말했다. “도성일, 너는 네가 정말 잘났다고 생각해? 우리한테 관도 준비해 주고, 하하! 네 관이나 준비해! 죽고 나서 누울 자리도 없을지도 모르니까.”강책은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성일과 네 사람은 전우인데 왜 서로를 욕하고 있는 걸까?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강책은 도성일에게 말했다. “삼촌, 저희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나요?”도성일은 비웃으며 말했다. “삼촌? 나한테 친한 척하지 마! 강책, 너는 내 아들을 죽였어. 이 빚은 내가 확실히 갚아줄 테니 기다려.”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도성일은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오해다. 분명 오해가 있다! 도성일은 도영승에게 속은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도성일이 이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 강예리는 말했다. “성일아, 국영이가 죽은 건 강 회장님하고 아무 관련이 없어. 국영이는 도영승한테 살해당한 거야. 그러니까 도영승한테 가서 복수를 하는 게 맞지, 왜 강 회장님한테 이러는 거야?”도성일은 말했다. “그런 거짓말 좀 작작해! 우리 아버지가 국영이를 죽였다고? 왜? 무슨 이유로? 우리 아버지가 왜 친손자를 죽여? 게다가 당신들 지금 여기 모여서 뭐 하고 있었어? 도가 집안을 무너뜨릴 작전을 세우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러면서 나한테 큰소리를 쳐? 퉤!”강책과 네 사람은 모두 어이가 없었다. 네 사람이 생각하는 도성일은 절대 충동적이지 않고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다.어릴 때부터 도성일은 ‘엄친아’의 표본이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강예리와 조해인은 도성일과 비교조차 안 됐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도성일이 어린애처럼 행동을 하는 걸까?도성일의 행동은 유치하고 우스웠다. 아마 도성일은 아들을 잃고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 시각, 도가 집안 별장. 집사는 기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도영승에게 말했다. “회장님,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무슨 좋은 소식?”“도성일이 강책을 찾아가 결판을 냈다고 합니다!”도영승은 집사에게 물었다 “뭐? 어떻게? 사람들 데리고 가서 죽어도 팼다니?”집사는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도성일이 강책에 관을 선물하고, 조해인과 강예리한테도 욕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도성일이 이번에 정말 결판을 낼 작정인가 봅니다.”도영승은 집사에게 물었다. “강책 쪽에서 어현 문제는 눈치챘어?”집사는 솔직하게 말했다. “눈치 못 챘습니다. 저희가 일 처리를 깔끔하게 했기 때문에 절대 들킬 일이 없습니다.”“그래, 잘했다.”두 사람이 다음 계획을 상의하고 있을 때 도성일이 도착했다.빨리도 왔다!밖으로 나간 도성일은 마침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도영승과 마주쳤다. “성일아,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당신 도움이 필요해요.” 도성일은 아주 간결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뭘 도와주면 되니?”“과 의 제작자를 매수해 주세요. 얼마가 됐든 간에요!”도영승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제작자들 수준이 별로인데 쓸모가 있니?도영승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수준은 중요하지 않아요. 조가 집안에게 저희 도가 집안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겁니다.”도영승은 도성일에게 대답한 후 집사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나도 도와줄게. 집사야, 얼마가 됐든 간에 상대가 원하는 만큼 돈을 주고 과 제작자를 매수하도록 해.”“네, 알겠습니다.” 집사는 곧장 일을 처리하러 나갔다.도성일도 볼일이 끝나자 곧장 자리를 떠났다. 도성일은 역겨운 도영승과 잠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도영승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도성일의 뒷모습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 자식, 너 지금 득의양양하지? 내가 너한테 자유를 줬다는 걸 잊지 마! 네가 강책을 처리하면 너는 영원히 잠들 테니 하늘나라
도가 집안 별장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울러펴졌다. 도성일은 기쁨의 춤을 추며 말했다. “성일아, 저 정말 대단하구나. 바깥세상으로 나오자마자 강책을 짓밟다니! 조가 집안의 프로그램 제작자를 뺏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번성각을 없애려는 거였다니. 강책을 속수무책으로 만들다니, 실력이 대단하구나.”집사 또한 도성일에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전에 강책과 싸울 때마다 졌으니 이번에 도성일의 승리는 매우 의미 있다. 도성일의 승리로 최소한 강책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도영승은 술잔을 들어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성일아, 이것 좀 봐. 우리 부자가 한마음이 되면 반드시 강책을 이길 수 있을 거야.”도성일은 하하 웃으며 테이블 위에 있는 술잔을 밀어냈다. 도성일은 말했다. “강책에게 맞서는 것은 국영이의 복수를 위한 것이지 당신과 상관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착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새로 창립한 성월각은 도가 집안의 완전한 소유가 아니라 당신 친손자 명의로 창립하겠습니다. 동의해 주실 수 있나요?”친손자?도국영?도영승은 차갑게 웃었다. 이미 죽은 사람이 어떻게 위협할 수 있겠는가? 도성일은 그저 도국영의 죽음이 부끄럽지 않도록 체면을 세워주려는 생각일 것이다. 도영승은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국영이 이름으로 성월각을 창립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해.”도성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이 한 말에 후회하지 마세요.”“후회할 게 뭐가 있니? 국영이 이름으로 성월각을 창립하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주 자리를 달라고 해도 두말하지 않고 줄 거야.”도영승의 정의롭고 늠름한 모습을 보니 정말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도영승의 말을 절대 믿지 않는 도성일은 차가운 웃음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도영승은 매우 난감했다. 도영승이 아무리 겸손하게 말해도 도성일은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도영승에게 감히 냉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사람이 도영승에게 조금이라도 냉대하면
기세가 아주 대단하다. 즉, 도가 집안이 조가 집안과 강가 집안 그리고 새로운 세력 모리 하이테크를 모두 쓸어버리겠다는 말이다. 난이도는 말할 필요가 없다. 단상 아래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도성일이 술을 마셨는지 의심하기까지 했다. 도성일은 두 시간에 걸친 출범식이 끝난 뒤 사무실로 돌아와 새로운 임무를 안배했다. 지난번에 번성각의 직원들을 모두 빼돌렸고, 이번에는 아예 무너뜨릴 것이다!도성일은 강책에게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도성일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도전장’이라고 쓴 후에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강책에게 전달하라고 직원에게 명령했다.“강책, 기다려. 내가 너를 어떻게 궁지에 몰아넣는지 잘 지켜봐!”......그 시각, 모리 하이테크.강책은 사무실에서 번성각 일을 처리하기 바빴다. 이제 막 인수인계 한 관리팀이 모두 나가는 바람에 강책은 매우 괴로웠다. 새로운 관리팀 직원을 어떻게 뽑아야 하고,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는 모두 어려운 일이다.강책은 직원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이때, 정단이 도전장을 들고 와서 강책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강 회장님, 도성일이 편지 한 통을 보내왔습니다. 확인해 보세요.”강책은 편지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편지 내용은 아주 간략했다. ‘강책, 당신은 우리 아들을 불구덩이에서 죽게 만들었어. 내가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거야!’정단도 편지 내용을 보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도성일 정말 막무가내로 나오네요. 도국영은 분명 도영승이 죽인 건데 도대체 왜 회장님께 저러는 거예요?”강책은 웃으며 말했다. “도국영이 죽으면 가장 큰 수혜자는 나잖아, 그러니까 도성일이 나를 의심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이제 그만 나가 봐.”“아휴.”정단은 사무실에서 나왔다.정단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강책은 얼굴 표정이 확 바뀌며 서랍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강책은 편지 내용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성일은 성격상 이런 쓸
강책이 도성일에게 편지를 받은 시각, 도영승도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편지를 전달한 사람은 강책에게 전달하기 전에 몰래 편지 봉투를 뜯어서 사진을 찍어 도영승에게 전달했다. 문자를 받은 도영승은 눈살을 찌푸렸다. 도영승은 문자 내용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실 편지의 내용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편지지에 있다. 도성일은 문자를 삭제하며 말했다. “성일이가 강책에 대한 원한이 깊은 것 같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요. 도성일 씨가 이렇게 화내는 걸 처음 봐요. 강책에게 관이랑 도전장까지 보내면서 도발하네요. 번성각을 무너뜨리자마자 성월각을 설립하고 그다음 작전에 바로 돌입했네요. 도성일 씨는 강책을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작정이에요.”“그렇게 해야지.”도영승은 누군가 대신 일을 처리해 주고 본인은 발 뻗고 잘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게다가 도성일의 도영승의 손바닥 안에 있다. 심지어 도성일의 가정부 또한 도영승이 스파이로 심어두어서 도성일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도영승 손바닥 안에 있기 때문에 배신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도성일의 방, 핸드폰, 집 전화기에 모두 도청 장치를 설치해뒀다. 때문에 도영승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즉시 알 수 있다. 유일한 문제라면 어현이다.도영승은 집사에게 물었다 “어현은 회복 못하는 게 확실하지?” 집사는 말했다. “확실합니다. 저희가 쓴 독은 실패 없다는 것이 수차례 증명됐어요. 몇 년 동안 경성에 있는 백 명의 의사들 중에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의사는 한 명도 없었어요. 유일하게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강책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강책의 의술이 뛰어난 건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강책과 도성일은 지금 원수 지간인데, 강책이 어떻게 어현의 병을 봐주겠어요? 그러니까 아주 안전합니다.”도영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가장 좋지.”......오후 세 시.강책은 번성각으로 가서 새로운 관리팀을 안배하고 최근 문서를 처리
맞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강책은 손에 쥔 재무표를 보면서 형편없는 금액을 보며 분노와 절망을했다. 강책은 번성각을 인수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연이어 큰 타격을 입었다. 관리팀 직원들을 도영승에게 모두 빼앗긴 것도 모자라 50억을 들여 불량품을 구매했다. 번성각이 곤두박질치자 업계의 선두에서 단번에 5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큰 영향을 받았다. 이제 성월각이 리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로써 강책의 능력은 의심을 받게 되었다. 이때, 강가 집안 가주 강예리에게 전화가 왔다. “강 회장님, 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두 사람의 관계는 좋다고 해서 그냥 눈감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예리는 똑똑한 강책이 왜 이렇게 바보가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연이은 실패.번성각의 성공은 거의 눈앞에 다가왔었다. 번성각은 강가 집안이 수십 년을 노력해서 업계 최고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하지만 강책은 한 달도 안 되어 번성각을 5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했다. 하하, 정말 대단하다. 강예리에게 할 말이 없는 강책은 그저 한 마디만 했다. “내 잘못이니 내가 책임질게요.”“책임을 져요? 어떻게 책임 지실 건데요? 강 회장님이 알아서 하세요!”강예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강책은 창밖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내 생각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서 감당하기 힘들군. 도성일, 너 참 대단하다. 앞으로 나뿐만 아니라 강예리, 조해인까지 너한테 농락당하겠지?”......그 시각, 도가 집안 별장.도영승은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미친 듯이 기뻐했다. 모두 강책을 몰래 찍은 사진이다. 도영승은 지금까지 강책이 무너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전의 당당한 강책은 어디 갔을까?도영승은 사진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람은 패배하면 얼굴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좌절한 강책의 모습을 보면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집사는 말했다. “성일이의 실력이 아주 대단하네요. 며칠 안 되는 사이에 막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