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도성일은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도성일은 아내의 이마를 쓰다음드며 마음 아파했다. 그와 동시에 아내가 이대로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보, 나왔어. 내가 누구인지 알겠어? 여보...”도성일이 슬퍼하고 있을 때, 가정부가 들어와 말했다. “의사 선생님 도착하셨습니다.”“들어오라고 해.”“네, 알겠습니다.”잠시 후, 의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80세 정도 되어 보이는 백발의 늙은 의사였다. 의사가 입을 열 때마다 지독한 입 냄새가 났다. 이 사람, 정말 의사 맞나?가정부들은 늙은 의사와 부딪히기 싫어 피했다. 의사는 도성일에게 다가가 노쇠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 선생님, 제가 화신입니다.”도성일은 어리둥절했다.화신?도성일이 부른 의사의 이름은 화신이 아니다. 잠깐, 화신? 불? 편지?도성일은 두 눈을 반짝이며 의사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매우 익숙했다. 도성일은 속으로 기뻐하며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 “화 선생님,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도성일은 화신에게 아내의 진찰을 맡겼다. 화신은 어현의 맥박을 짚으며 진찰을 시작했다. 이때, 도성일은 가정부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방 안에는 세 사람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 안에 있는 CCTV는 이들의 행동을 모두 감시하고 있었다.20분 정도 후, 화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뇌하며 말했다. “아, 안 되겠습니다. 사모님 병세가 너무 심합니다. 그리고 노쇠해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그래요?” 도성일은 매우 실망했다. 화신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렇게 끝이 났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도성일이 아내의 몸을 확인하자 뜻밖에도 몸 곳곳에 음침이 꽂혀있었다. 일반 은침보다 더 가느다란 은침으로 카메라 렌즈로도 볼 수 없었다. 도성일은 침대 옆의 커튼을 닫았다. 그리고 애잔한 표정을 하고 방에서 나왔다. ......그 시각, 모리 하이테크.
강책은 완성된 처방을 프린터로 출력한 뒤, 양자리를 시켜 늘 푸른 약국으로 보내 약을 배합하도록 지시했다.그리고 해독약을 그 남자에게 전달했다.모든 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처리되었다.강책이 이 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경성의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도씨 가문은 맹렬한 공세로 다른 가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번성각을 초토화시킨 뒤에도 도성일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조씨 가문과 강씨 가문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고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강씨 가문, 조씨 가문, 모리 하이테크를 핵심으로 한 연맹은 겉보기에 강대해 보이던 이 연맹이 속절없이 무너졌다.도성일은 계속해서 그들을 압박했고 연맹은 해체의 위기에 놓였다.도씨 가문의 세력은 점점 더 많은 아지트를 먹어치우면서 확대되었고 그렇게 도씨 가문은 전대미문의 절정기에 오르게 되었다.이대로 가다가는 도씨 가문이 경성 전체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도씨 가문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가도 폭등했다.상황은 점점 도씨 가문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사실상 전투력을 상실한 강예리, 조해인은 더 이상 주동적으로 도씨 가문에 반기를 들지 않고 몸을 사리고 있었다.이제 도성일과 맞서 싸우는 사람은 강책이 유일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성일은 강책의 모든 행보를 훤히 꿰뚫어 보는 것처럼 매번 강책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강책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은 양자리, 물병에게도 처음이었다.강책은 크게 패배했다.번성각의 패전은 시작일 뿐이었고 강책은 모든 싸움에서 패배했다. 모리 하이테크의 90퍼센트에 달하는 지분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공중분해 되었다.도성일은 절묘한 대책을 앞세워 강책을 압박했다.모든 주식과 돈이 성월각으로 흘러 들어갔고 도영승 손자의 명의로 된 계좌에 입금되었다. 그들은 강책을 상대하기 위해 대량의 주식을 성월각에 투자했다.바꿔서 말하면 지금 경성은 겉보기에 도씨 가문이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실상 실세는 성월각이었다. 물론 성월각
다음 날 오후 한 시.경성은 한 차례 대규모의 물갈이를 맞았다. 모리 하이테크는 유동자금이 거덜난 관계로 회장 강책이 파산 신청을 했다는 기사가 일면을 장식했다.오늘 부로 모리 하이테크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강책은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경성을 왈칵 뒤집어 놓으며 회사를 급 성장시켰지만 결국 도성일이 설계한 함정에 속아 패배자가 되었다.모리 하이테크.강책은 2층 창가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슬픔, 아쉬움, 이런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극도의 슬픔을 경험하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고 했던가.그리고 이때, 불청객이 도착했다. 도영승이었다.그는 집사를 대동하고 패배자인 강책을 만나러 모리 하이테크를 찾아왔다. 2층에 도착한 도영승은 담배를 입에 물고 강책에게 다가가며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이게 누구야? 천하에 널리 이름을 알린 전신 강책 아니야?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어? 안타깝네.”양자리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강책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거죠. 지금 그 웃음이 끝까지 갈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언젠가는 당신도 쓴 패배를 떠안고 눈물을 흘리게 될 겁니다.”“그래?”도영승이 어깨를 으쓱하며 비아냥거렸다.“그럼 나 좀 울게 해줘. 내 눈물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더라고. 그런데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지. 강책, 너도 마찬가지야!”강책은 창 밖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모리 하이테크는 패배했죠. 하지만 강씨 가문과 조씨 가문은 아직 건재합니다. 도영승 당신은 완전히 이긴 게 아니고 나에게는 재기할 기회가 있어요.”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도성일이 이쪽으로 다가왔다.그는 강책을 노려보며 비웃었다.“아직도 재기를 꿈꾸고 있었어? 강책, 넌 이제 끝장이야!”강책이 고개를 돌리자 도성일 옆에 서 있는 강예리, 조해인이 보였다.원래 아군이었던 그들이 왜 갑자기 도
이때, 조용하던 도성일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도영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영감님, 말은 똑바로 하죠. 강책은 내 손에 패배했습니다. 성월각은 제가 키웠어요. 성월각은 원래 영감님 손자의 명의로 설립되었잖아요. 그러니 제가 성월각의 주인이 되는 게 맞죠!”‘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도영승은 그가 이렇게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그는 집사와 눈빛을 교환하고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머리는 좋은데 너무 순진하군.’“성일아, 넌 왜 성월각 주인이 당연히 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영승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도성일을 바라보았다. 마치 멍청이를 비아냥거리는 듯한 눈빛이었다.도성일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그가 말했다.“성월각은 제가 손수 키워냈습니다. 모리 하이테크도 제가 제거했고요. 그런데 그게 무슨….”도영승은 손을 휘휘 저으며 그의 말을 잘랐다.“됐다. 그만 얘기해. 그런 말이 지금 상황에 무슨 도움이 되니? 성일아, 넌 네 아들 국영이의 복수를 하기 위해 시작한 일 아니더냐? 재물이나 공훈 같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을 따져서 뭐 해? 원래 그런 건 때가 되면 알아서 찾아오는 법이야.”도성일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도영승이 자리를 내줄 의사가 없다는 건 알아챌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도씨 가문 80퍼센트의 자산은 성월각에 속해 있다. 성월각을 가진 자가 진짜 도씨 가문의 주인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도성일이 만약 도성일에게 성월각을 맡긴다면 그는 결국 허울뿐인 가주가 될 것이고 언제든 제거당할 수 있었다.그만큼 승리의 열매를 상징하는 성월각은 먹음직스러웠다.아무도 쉽게 포기하지 못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도성일이 발끈하며 말했다.“영감님, 전에는 저한테 가주의 자리를 물려준다고 공공연히 말씀하고 다녔잖아요. 나이가 들어서 이제 그런 자리가 부담된다면서요. 그런데 지금 성월각을 혼자 독식하겠다는 말씀이세요? 성월각을 지금의 괴물로 키운 건 저예요!”도영승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도성일에게 말했
도성일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영감님, 저를 이용한 거였어요?”도영승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그게 뭐? 어차피 이런 게 처음도 아니고. 너를 감금한 것도 나고 너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도 나야. 넌 내 아들이고 아들은 아비를 이길 수 없는 법이야.”현장에 적막한 정적이 흘렀다.강책을 꺾은 도성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역시 장기판의 말일 뿐이었다.공 들여서 작업한 성월각도 결국 도영승의 수중으로 들어갔다.참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였다.담배가 다 타자 도영승은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오늘은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은 날이었다.기분이 좋아서 세상도 좀 더 다르게 보였다.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딜 가나 그의 신경을 긁는 사람이 있다.도성일이 차갑게 말했다.“영감님, 혹시 잊고 계시나 본데 성월각은 원래 주인이 있었어요. 영감님이 인수하고 싶어도 원래 주인의 동의를 거쳐야죠.”주인?도국영?도영승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성일아, 너 너무 급박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니? 지금 국영이 앞세워서 나를 압박하겠다고? 그래. 성월각은 도국영 명의로 설립되었지. 그런데 국영이 죽었잖아! 그것도 화재로 시체도 찾을 수 없었다고.”“네가 화재 사고를 당한 그 사건은 조작이었지만 국영이는 불에 타 죽은 게 맞잖아. 성일이 너 설마 저승으로 가서 도국영을 데려다가 심판대에 앉힐 생각이니? 물론 나도 귀신이 정말 있는지 보고 싶긴 해.”도영승은 죽은 손자에 대한 안타까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그는 광기를 감출 생각도 필요도 없어 보였다.도영승이 보기에 이제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도성일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영감님,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아서 말인데요. 성월각 주인은 국영이가 아닙니다.”뭐라고?도영성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보이다가 이내 여유로운 모습을 되찾고 말했다.“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도국영이 아니면 누군데? 성월
강예리는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서 경멸에 찬 눈빛으로 도영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영감님, 강 회장이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 궁금한 적 없어요? 영감님도 강 회장과 많이 상대해 봤잖아요. 그런데 매번 패배했죠. 그런데 도성일 씨는 그런 강 회장을 상대로 한 번도 지지 않았어요. 도성일 씨가 정말 강 회장보다 강하다고 믿었던 거예요?”도영승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승리의 기쁨이 너무 커서 그런 사소한 불안감은 무시했다.그리고 지금은 강책이 약해서 당한 게 아니라 실패를 연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성월각이 강책의 명의로 되어 있었으니.도성일은 성월각을 위해 수많은 일을 했고 그렇다는 건 강책을 위해 일했다는 뜻이었다.강책은 모리 하이테크와 번성각 전체를 성월각에 넘겼다. 어차피 그의 돈이었고 낡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새 지갑에 옮긴 것뿐이었다.이 과정에서 강책은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았다.게다가 도씨 가문의 대량의 자원도 성월각으로 흘러 들어갔다. 도영승은 자신이 강책을 짓밟았다고 생각하고 너무 많은 재산을 성월각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게 전부 강책과 도성일이 짜고 벌인 자작극이었던 것이다.지금의 성월각은 3대가문의 자원과 모리 하이테크의 자산을 흡수한 괴물이 되었고 그 괴물의 주인은 강책이었다.강책은 순식간에 도씨 가문 80퍼센트에 달하는 자원을 손에 넣었다.그러니 명의 상으로 도영승은 여전히 도씨 가문의 가주였지만 진짜 결정권은 이미 강책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었다.이 싸움의 진정한 패배자는 도영승이었다.“왜지?”“도성일, 너는 왜 날 배신했어? 난 네 아버지잖아. 그런데 나를 배신하고 네 아들을 죽인 살인자와 손을 잡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도영승의 비난에 도성일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영감님, 영감님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다 바보로 생각하세요? 영감님이 저를 감금에서 풀어준 그날, 당신이 저를 속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애초에 비열한 수단으로 저를 감금한 건 영감님이잖아요. 같은 수법에
오늘은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 도영승은 살면서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고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어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독을 타서 혼수상태로 빠뜨린 여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어현은 여느 때보다도 더 생기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도영승은 이를 악물고 어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 어떻게…. 다시 살아났니?”그 말을 할 때 그는 옆에 있는 집사를 힐끗 바라보았다.어현에게 독을 먹이는 임무를 수행한 사람은 집사였다.어현이 멀쩡하게 여기 나타난 건 집사의 임무 수행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설마 나를 몇십 년이나 보좌한 집사마저 나를 배신한 걸까?하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늙은 집사도 도영승과 똑같이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어현에게 약을 먹였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정신을 잃은 것도 확실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건강을 회복한 걸까?어현은 도영승에게 다가가서 차갑게 말했다.“내가 어떻게 이렇게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지 많이 궁금하신가 봐요? 그냥 솔직히 말할게요. 강 회장님 도움을 받고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강책?도영승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그의 집사가 어현에게 먹인 약은 의사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독한 약이었다. 경성에 강책을 제외하면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도성일이 입을 열었다.“감금에서 풀려나고 내 아내가 바보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영감님, 뭔가 잊고 계셨나 본데 집사람한테 사용한 독극물을 과거 다른 사람에게도 사용한 적 있잖아요! 제가 그 장면을 직접 봤고요.”도성일은 처음부터 어현에게 독극물을 먹인 범인이 도영승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도영승은 평생 나쁜 짓을 일삼다 보니 가끔 자신이 한 짓도 잊어버리기가 일쑤였다.도성일은 똑똑한 사람이었고 그걸 간파할 능력이 있었다.도영승은 차갑게 콧방
“개자식들, 날 상대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행동하다니! 아무리 나라도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군.”“하지만 그래서 뭐? 난 여전히 도씨 가문 가주고 내가 죽지 않는 한 너희들은 내 자리를 빼앗을 수 없어. 지금은 너희들이 우세해 보여도 언젠가는 다시 내가 빼앗아 올 거야!”도성일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영감님, 정말 충격을 받아 머리가 이상해졌나 보네요.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요. 당신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요.”“무슨 뜻이지?”“간단해요. 저는 영감님을 경찰서에 보낼 생각이거든요.”“무… 무슨 근거로?”“근거라….”그는 고개를 돌려 어현을 바라보았다.어현이 다가오며 말했다.“720617, 이건 국영이가 죽기 전에 나한테 거듭 강조했던 숫자죠.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사실 굳이 암기할 필요도 없어요. 성일 씨 생일이거든요. 이해가 안 되는 건 국영이가 왜 계속 그 숫자를 강조했느냐예요.”“게다가 국영이는 죽기 전에 나한테 이런 말을 했죠. 자기가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쥐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 증거가 이 숫자조합과 관련이 있다고 했어요.”“나중에 국영이 방에서 금고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 아이 침대 아래쪽 타일을 열어보니까 나오더라고요. 국영이는 어릴 때 좋아하는 장난감을 거기 보관하는 습관이 있었죠. 그리고 그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고 있었어요.”“720617이라는 번호를 입력했더니 금고가 열리더라고요. 그리고 그 안에서 내용물을 꺼냈죠. 영감님,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도영승은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어현은 계속해서 말했다.“USB였어요.”도영승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겁에 질려서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 USB에는 한 번에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증거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국영이 그것을 그렇게 애지중지 보관했을 리 없었다.강책이 손가락을 튕기자 비서인 정단이 곧바로 노트북을 가져왔다. 그녀는 파일을 열고 동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핸드폰으로 촬영된 동영상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