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일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영감님, 저를 이용한 거였어요?”도영승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그게 뭐? 어차피 이런 게 처음도 아니고. 너를 감금한 것도 나고 너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도 나야. 넌 내 아들이고 아들은 아비를 이길 수 없는 법이야.”현장에 적막한 정적이 흘렀다.강책을 꺾은 도성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역시 장기판의 말일 뿐이었다.공 들여서 작업한 성월각도 결국 도영승의 수중으로 들어갔다.참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였다.담배가 다 타자 도영승은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오늘은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은 날이었다.기분이 좋아서 세상도 좀 더 다르게 보였다.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딜 가나 그의 신경을 긁는 사람이 있다.도성일이 차갑게 말했다.“영감님, 혹시 잊고 계시나 본데 성월각은 원래 주인이 있었어요. 영감님이 인수하고 싶어도 원래 주인의 동의를 거쳐야죠.”주인?도국영?도영승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성일아, 너 너무 급박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니? 지금 국영이 앞세워서 나를 압박하겠다고? 그래. 성월각은 도국영 명의로 설립되었지. 그런데 국영이 죽었잖아! 그것도 화재로 시체도 찾을 수 없었다고.”“네가 화재 사고를 당한 그 사건은 조작이었지만 국영이는 불에 타 죽은 게 맞잖아. 성일이 너 설마 저승으로 가서 도국영을 데려다가 심판대에 앉힐 생각이니? 물론 나도 귀신이 정말 있는지 보고 싶긴 해.”도영승은 죽은 손자에 대한 안타까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그는 광기를 감출 생각도 필요도 없어 보였다.도영승이 보기에 이제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도성일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영감님,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아서 말인데요. 성월각 주인은 국영이가 아닙니다.”뭐라고?도영성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보이다가 이내 여유로운 모습을 되찾고 말했다.“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도국영이 아니면 누군데? 성월
강예리는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서 경멸에 찬 눈빛으로 도영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영감님, 강 회장이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 궁금한 적 없어요? 영감님도 강 회장과 많이 상대해 봤잖아요. 그런데 매번 패배했죠. 그런데 도성일 씨는 그런 강 회장을 상대로 한 번도 지지 않았어요. 도성일 씨가 정말 강 회장보다 강하다고 믿었던 거예요?”도영승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승리의 기쁨이 너무 커서 그런 사소한 불안감은 무시했다.그리고 지금은 강책이 약해서 당한 게 아니라 실패를 연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성월각이 강책의 명의로 되어 있었으니.도성일은 성월각을 위해 수많은 일을 했고 그렇다는 건 강책을 위해 일했다는 뜻이었다.강책은 모리 하이테크와 번성각 전체를 성월각에 넘겼다. 어차피 그의 돈이었고 낡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새 지갑에 옮긴 것뿐이었다.이 과정에서 강책은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았다.게다가 도씨 가문의 대량의 자원도 성월각으로 흘러 들어갔다. 도영승은 자신이 강책을 짓밟았다고 생각하고 너무 많은 재산을 성월각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게 전부 강책과 도성일이 짜고 벌인 자작극이었던 것이다.지금의 성월각은 3대가문의 자원과 모리 하이테크의 자산을 흡수한 괴물이 되었고 그 괴물의 주인은 강책이었다.강책은 순식간에 도씨 가문 80퍼센트에 달하는 자원을 손에 넣었다.그러니 명의 상으로 도영승은 여전히 도씨 가문의 가주였지만 진짜 결정권은 이미 강책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었다.이 싸움의 진정한 패배자는 도영승이었다.“왜지?”“도성일, 너는 왜 날 배신했어? 난 네 아버지잖아. 그런데 나를 배신하고 네 아들을 죽인 살인자와 손을 잡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도영승의 비난에 도성일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영감님, 영감님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다 바보로 생각하세요? 영감님이 저를 감금에서 풀어준 그날, 당신이 저를 속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애초에 비열한 수단으로 저를 감금한 건 영감님이잖아요. 같은 수법에
오늘은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 도영승은 살면서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고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어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독을 타서 혼수상태로 빠뜨린 여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어현은 여느 때보다도 더 생기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도영승은 이를 악물고 어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 어떻게…. 다시 살아났니?”그 말을 할 때 그는 옆에 있는 집사를 힐끗 바라보았다.어현에게 독을 먹이는 임무를 수행한 사람은 집사였다.어현이 멀쩡하게 여기 나타난 건 집사의 임무 수행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설마 나를 몇십 년이나 보좌한 집사마저 나를 배신한 걸까?하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늙은 집사도 도영승과 똑같이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어현에게 약을 먹였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정신을 잃은 것도 확실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건강을 회복한 걸까?어현은 도영승에게 다가가서 차갑게 말했다.“내가 어떻게 이렇게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지 많이 궁금하신가 봐요? 그냥 솔직히 말할게요. 강 회장님 도움을 받고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강책?도영승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그의 집사가 어현에게 먹인 약은 의사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독한 약이었다. 경성에 강책을 제외하면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도성일이 입을 열었다.“감금에서 풀려나고 내 아내가 바보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영감님, 뭔가 잊고 계셨나 본데 집사람한테 사용한 독극물을 과거 다른 사람에게도 사용한 적 있잖아요! 제가 그 장면을 직접 봤고요.”도성일은 처음부터 어현에게 독극물을 먹인 범인이 도영승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도영승은 평생 나쁜 짓을 일삼다 보니 가끔 자신이 한 짓도 잊어버리기가 일쑤였다.도성일은 똑똑한 사람이었고 그걸 간파할 능력이 있었다.도영승은 차갑게 콧방
“개자식들, 날 상대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행동하다니! 아무리 나라도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군.”“하지만 그래서 뭐? 난 여전히 도씨 가문 가주고 내가 죽지 않는 한 너희들은 내 자리를 빼앗을 수 없어. 지금은 너희들이 우세해 보여도 언젠가는 다시 내가 빼앗아 올 거야!”도성일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영감님, 정말 충격을 받아 머리가 이상해졌나 보네요.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요. 당신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요.”“무슨 뜻이지?”“간단해요. 저는 영감님을 경찰서에 보낼 생각이거든요.”“무… 무슨 근거로?”“근거라….”그는 고개를 돌려 어현을 바라보았다.어현이 다가오며 말했다.“720617, 이건 국영이가 죽기 전에 나한테 거듭 강조했던 숫자죠.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사실 굳이 암기할 필요도 없어요. 성일 씨 생일이거든요. 이해가 안 되는 건 국영이가 왜 계속 그 숫자를 강조했느냐예요.”“게다가 국영이는 죽기 전에 나한테 이런 말을 했죠. 자기가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쥐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 증거가 이 숫자조합과 관련이 있다고 했어요.”“나중에 국영이 방에서 금고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 아이 침대 아래쪽 타일을 열어보니까 나오더라고요. 국영이는 어릴 때 좋아하는 장난감을 거기 보관하는 습관이 있었죠. 그리고 그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고 있었어요.”“720617이라는 번호를 입력했더니 금고가 열리더라고요. 그리고 그 안에서 내용물을 꺼냈죠. 영감님,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도영승은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어현은 계속해서 말했다.“USB였어요.”도영승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겁에 질려서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 USB에는 한 번에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증거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국영이 그것을 그렇게 애지중지 보관했을 리 없었다.강책이 손가락을 튕기자 비서인 정단이 곧바로 노트북을 가져왔다. 그녀는 파일을 열고 동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핸드폰으로 촬영된 동영상이라
아무도 도영승의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다. 집사는 화가 치밀었다. 그가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빨리 눈치챘더라면 오늘 이런 상황까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개자식들!”집사는 품에서 칼을 꺼내며 강책 일행을 향해 휘둘렀다.“너희는 도씨 가문의 후손이다. 그런데 너희끼리 손을 잡고 가주님 등에 칼을 꽂아? 너희한테는 양심도 없어?”양심?그 양심 때문에 결국 도영승을 쓰러뜨리기로 결심했다.도성일이 말했다.“저 영감은 나를 몇 년이나 감금했어. 저 영감의 양심은 어디 갔지? 도영승 저 영감이 내 아들을 죽일 때, 그때는 양심을 집에 두고 왔나? 저 영감이 내 집사람에게 독약을 먹을 때는 어떻고? 지금 나한테 양심을 논하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아?”악에 받친 집사가 욕설을 퍼부었다.“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그는 네 아버지야! 왕이 신하에게 죽음을 내리면 죽어야 하는 것이고 아비가 아들을 죽이려 했다면 그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라고!”도성일은 집사를 한껏 비웃었다.“이상한 논리 지껄이지 마. 나한텐 소용없으니까!”“배신자들!”집사는 칼을 휘둘렀다.“효도의 효자도 모르는 개자식들을 죽여버리겠어!”그의 비수가 향한 곳은 도성일이었다.하지만 다 늙은 집사에게 무슨 힘이 있을까?강책은 가볍게 손을 들어 그의 손목을 쳤고 칼은 멀리 날아가서 땅에 떨어졌다. 강책이 다시 집사의 등을 주먹으로 치자 집사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늙은 집사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도영승에게 충성을 다했다. 평생 가장 큰 소원이 도영승과 함께 안락하게 일생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소망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어르신, 죄송합니다. 제가 무능해서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늙은 집사처럼 우매한 충성을 고집하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집사는 미친 사람처럼 머리를 바닥에 계속해서 찧었고 결국 피를 흘리며 황천길에 올랐다.집사의 죽음은 도영승의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그는 긴 한숨을 내쉬고 말없이 의자에 앉아 심판의 도래를
부자는 묘비 앞에 서서 한참을 침묵하다가 강한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한호야, 네가 그렇게 바라던 소원을 네 조카가 드디어 이뤄냈어.”“이제 도씨 가문은 사라지고 강씨 가문만 우뚝 섰어.”“천국에서 이 모습을 보고 편히 잠들었으면 좋겠어. 엄마한테도 소식 전해줘. 당신을 버린 악당이 드디어 죄의 대가를 치렀다고.”말을 마친 끄는 꽃다발을 동생의 묘비 앞에 내려놓고 술을 따라 주변에 뿌렸다.그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오려고 그러는지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 끼어 있었다.“책아, 이제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강책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묘비 앞에 한 발 다가서며 말했다.“삼촌, 약속은 지켜드렸어요. 이제 안 좋았던 일은 잊고 시름 놓고 편히 쉬어요.”도영승이 과거 저지른 업보는 오랜 시간이 지나 드디어 강책의 손에 처리되었다.선한 사람에게는 복이 따르고 악한 자에게는 불행이 따르니, 정의는 사라지지 않는다.도영승이 아내를 버린 대가로 도씨 가문 전체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만약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는 조금 자제했을까?한편 도성의와 어현은 같이 아들의 묘비를 찾았다. 부부는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아들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도국영은 도영승의 곁에서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책을 지키려고 희생을 선택했다.도국영의 희생이 있었기에 도성일은 그 끔찍한 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강책과 연합하여 도영승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결국 승리의 대문을 가장 먼저 연 사람은 도국영이었다.안타깝게도 그는 결국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승리를 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도성일은 아들의 사진 앞에 꽃을 내려놓았다.“아들, 늦게 와서 미안해. 네가 줄곧 아빠를 찾고 있었던 거 알아. 사실 나는 찾지 말고 네 삶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하지만 내 목소리는 너에게 닿지 못했지. 나를 구하기 위해 넌 너를 희생했어. 난 자유를 얻는 대가로 내 아들을 먼
강책은 저녁 열한 시가 되어 강남구에 도착했다.고향의 정겨운 냄새를 맡으니 벌써 기분이 좋아지고 온몸에서 활력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강남구에 사는 그의 지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했다.10개월이나 떠나 있었는데 강남구에는 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강책은 택시를 불러 목적지를 말했다.명원 33번지, 조금 낡은 단독주택. 이곳은 그의 아내 정몽연이 살고 있는 강책이 매일 밤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집이었다.‘여보, 나 왔어!’대문 잎구로 다가간 강책이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가 오는 걸 봤나?’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마당에 들어서자 장인, 장모가 정몽연을 부축해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고 정봉상이 큰 캐리어를 차에 실은 뒤, 정몽연을 차에 올리고 있었다.출산이 임박한 것이다!놀란 강책은 얼른 달려가서 그들을 도왔다.“매제 왔어?”정봉상은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다. 둘째 오빠인 그는 강책이 집을 비운 동안 정몽연 일가를 보살피고 있었다.강책이 집을 비운 동안 그가 가장 역할을 해준 것이다.“네, 돌아왔어요.”강책은 짧게 대답하고는 차에 올라 아내의 손을 잡았다.정몽연이 따뜻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여보….”조금 전까지 극도로 불안해하던 정몽연은 남편을 보자 많이 안정된 상태였다.강책은 창 밖에 대고 소리쳤다.“형님, 빨리요! 빨리 병원으로 가요!”정봉상은 힘껏 액셀레이터를 밟으며 대학병원으로 출발했다. 강책은 출산 직전에 맞춰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기를 북돋아 주고 아이의 출생을 같이 지켜볼 수 있다니.하루라도 늦었으면 아이는 이미 태어났을 것이다.잠시 후, 차가 대학병원에 근처 도착하고 정봉산은 다급히 병원 안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이상환 상황이 발생했다. 병원 대문 앞에서 이상한 남자들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정봉산은 급브레이크를 밟고는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뭡니까?”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건장한 근육질의 남자가 다가오더니 냉랭하게
다른 사람의 애원에도 나쁜 사람들은 조금의 동정심도 없는 듯 남자를 발로 차버렸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내 애도 아니잖아?"이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그러나 사람들이 아무리 욕을 해도 그들은 비킬 생각조차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달려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쁜 놈들은 칼을 휘두르며 달려왔다.멋모르고 제일 먼저 달려 들어간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사람들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싸우지도 못했다.현장을 가만히 지켜보던 강책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그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사람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니었던가? 10개월 만에 강남구에 어디서 이렇게 많은 악당들이 나타났을까?그가 물었다. "저 남자는 누군가요? 왜 이렇게 무서울 게 없는 사람처럼 함부로 병원 앞을 가로막는 거죠?"정봉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네는 아직 모를지도 몰라. 저 남자가 바로 강남구의 새로운 실세가 되었어. 화상 그룹 회장의 아들 신태민. 실력도 있고 돈도 있으니까 사람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거야.""화상 그룹이 지금 강남구의 각 지역에 뻗어서 어디 보이지 않는 곳이 없어.""우리 강씨 가문도 지금 화상 그룹 없이는 힘들어. 화상 그룹은 큰 나무의 기둥이고 우리가 그 나무의 가지인 셈이야.""화상 그룹이 없으면 이제 안돼."그렇게 대단하다고?이건 마치 화상 그룹이 전체 강남 구역을 통제하는 것과 다른 점이 없다. 강책은 또 물었다."화상 그룹은 대체 어떻게 10개월 사이에 모든 강남구의 경제권을 손에 넣었을까요?"정봉상은 어깨를 으쓱거렸다."그건 나도 몰라. 내 능력으로는 아직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어. 그저 화상 그룹을 따라가는 거야.""오늘 신태민이 있으니 병원은 들어가지 못할 것 같네. 강책, 우리 다른 병원으로 갈까?"무엇 때문에?강책은 창밖을 쳐다보며 말했다."이 병원의 산부인과가 제일 좋고 의사도 제일 좋다는 말을 듣고 몽연이는 줄곧 이 병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