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혁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3분 정도요.”단시혁은 시간을 귀신같이 정확하게 맞췄다. 단이혁이 연바다에게서 온 새 문자를 확인하려는 순간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강하랑은 부스스 눈을 떴다.그러자 인상을 쓴 채 딱딱하던 단이혁의 표정은 드디어 풀렸고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강하랑이 눈을 뜬 것을 발견하고 그는 핸드폰을 확인할 새도 없이 곧바로 물었다.“사랑아, 너 괜찮아?”금방 정신을 차린 강하랑은 머리가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눈빛도 초점 없이 막연하기만 했다. 그래도 담담한 한약 냄새 덕분에 조금 정신
“사랑아!”강하랑이 완전히 멀어지기 전에 단이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강하랑이 남긴 쪽지를 확인하지도 않고 차에서 뛰어내렸다.강하랑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단이혁은 단시혁의 곁에 서서 불안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 너 혼자 보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이번은 지난번이랑 다르잖아.”강하랑과 단이혁은 동시에 지난번 호텔에서 일어난 일이 떠올라 입꼬리를 올렸다. 특히 강하랑은 약간 시름을 놓은 듯한 미소였다.불과 이틀 전에 일어난 일이니, 그녀는 당연히 잊지 않았다. 혹시라도 미련이 생길까 봐 머리 한
단이혁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자신이 자의로 연바다와 같은 방에 가만히 있을 날이 올 줄은 말이다.병실은 말하는 사람 한 명 없이 조용했다. 어두운 안색의 연바다는 소파에 앉아서 단시혁이 강하랑을 살펴보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단시혁이 몸을 일으킨 다음에야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어때요?”단시혁은 연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건 약을 사용한 본인이 가장 잘 알 것 같은데요, 연바다 씨.”연바다가 쓴 약은 단순한 수면제였다. 그래서 건강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강하랑은 이튿날 점심이 되어서야 정신 차렸다. 그것도 배가 하도 고파서 말이다. 다행히 이번에 깨어났을 때는 전처럼 몸이 무겁지 않았다. 특히 코끝에서 맴도는 시원한 향기 덕분에 몸과 마음이 다 시원했다.차가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어젯밤 일어난 일을 망각했을 것이다. 연바다를 발견한 순간 그녀는 배고픔도 잊은 채 베개에 기대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연바다도 당연히 강하랑이 깼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걸 보고는 역시나 말없이 원래 하던 일에 집중했다.방 안의 분위기는
연바다의 속셈은 보통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강하랑도 생각을 그만두고 가뿐한 몸으로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고 전복죽 한 입 떠먹었다.조금 식은 전복죽은 먹기 딱 좋았다. 향긋한 맛에 불쾌한 기분도 전부 가시는 느낌이었다. 맛있는 음식보다 사람 마음을 더 잘 달래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전복죽에 반한 강하랑은 연바다를 신경 쓸 새도 없었다. 그렇게 배를 절반쯤 채우고 새우를 먹으면서 무슨 일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집중한 연바다를 바라보며 물었다.“넌 밥 안 먹어?”연바다는 고개를 살짝
강하랑의 앞에 앉은 연바다는 말문이 막혔다. 기억을 잃은 그녀가 어떻게 집을 그리워할 수 있는지 의아했던 것이다.그녀의 기억은 5년 전에 멈춰 있다. 그러니 단씨 집안사람은 얼굴 몇 번 본 적 있는 낯선 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낯선 이는 두 번 만에 그가 한 달 가까이 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심지어 그녀는 번마다 낯선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집이 그립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연바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나쁜 일이라도 당한 것처럼 혼자 흐느끼는 그녀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그녀도 서러울 만은 했
진정석, 그는 명백한 배신자다. 그러니 연바다는 그를 계속 데리고 다닐 리가 없었다. 어젯밤 연바다를 위해 한 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도 마음은 약해지지 않았다. 어찌 됐든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연바다는 이미 여러 차례 강하랑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연바다를 만만하게 보기라도 했는지 여러 차례 경고를 무시했다. 이제는 단씨 집안사람과 연합해서 강하랑을 보내려고 할 정도였다.이런 사람을 어떻게 계속 곁에 두겠는가?그는 연바다에게 좋은 일이라고 착각하고 단씨 집안사람과 연락했다. 그러니
몸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멀미까지 했으니, 강하랑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었다.평범한 감기도 완전히 회복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그녀는 감기보다 더욱 심한 병을 앓았다. 어젯밤의 해프닝이 없었어도 그녀는 항구로 오는 길에 앓아누웠을 것이다.그녀는 차 문을 짚은 채 한참이나 토했다. 저녁에 조금 먹은 음식도 물론 전부 토해냈다.연바다뿐만 아니라, 그냥 행인이라고 해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슴 아프다고 해서 시간을 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운전기사는 부리나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