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이튿날 점심이 되어서야 정신 차렸다. 그것도 배가 하도 고파서 말이다. 다행히 이번에 깨어났을 때는 전처럼 몸이 무겁지 않았다. 특히 코끝에서 맴도는 시원한 향기 덕분에 몸과 마음이 다 시원했다.차가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어젯밤 일어난 일을 망각했을 것이다. 연바다를 발견한 순간 그녀는 배고픔도 잊은 채 베개에 기대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연바다도 당연히 강하랑이 깼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걸 보고는 역시나 말없이 원래 하던 일에 집중했다.방 안의 분위기는
연바다의 속셈은 보통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강하랑도 생각을 그만두고 가뿐한 몸으로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고 전복죽 한 입 떠먹었다.조금 식은 전복죽은 먹기 딱 좋았다. 향긋한 맛에 불쾌한 기분도 전부 가시는 느낌이었다. 맛있는 음식보다 사람 마음을 더 잘 달래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전복죽에 반한 강하랑은 연바다를 신경 쓸 새도 없었다. 그렇게 배를 절반쯤 채우고 새우를 먹으면서 무슨 일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집중한 연바다를 바라보며 물었다.“넌 밥 안 먹어?”연바다는 고개를 살짝
강하랑의 앞에 앉은 연바다는 말문이 막혔다. 기억을 잃은 그녀가 어떻게 집을 그리워할 수 있는지 의아했던 것이다.그녀의 기억은 5년 전에 멈춰 있다. 그러니 단씨 집안사람은 얼굴 몇 번 본 적 있는 낯선 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낯선 이는 두 번 만에 그가 한 달 가까이 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심지어 그녀는 번마다 낯선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집이 그립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연바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나쁜 일이라도 당한 것처럼 혼자 흐느끼는 그녀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그녀도 서러울 만은 했
진정석, 그는 명백한 배신자다. 그러니 연바다는 그를 계속 데리고 다닐 리가 없었다. 어젯밤 연바다를 위해 한 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도 마음은 약해지지 않았다. 어찌 됐든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연바다는 이미 여러 차례 강하랑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연바다를 만만하게 보기라도 했는지 여러 차례 경고를 무시했다. 이제는 단씨 집안사람과 연합해서 강하랑을 보내려고 할 정도였다.이런 사람을 어떻게 계속 곁에 두겠는가?그는 연바다에게 좋은 일이라고 착각하고 단씨 집안사람과 연락했다. 그러니
몸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멀미까지 했으니, 강하랑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었다.평범한 감기도 완전히 회복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그녀는 감기보다 더욱 심한 병을 앓았다. 어젯밤의 해프닝이 없었어도 그녀는 항구로 오는 길에 앓아누웠을 것이다.그녀는 차 문을 짚은 채 한참이나 토했다. 저녁에 조금 먹은 음식도 물론 전부 토해냈다.연바다뿐만 아니라, 그냥 행인이라고 해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슴 아프다고 해서 시간을 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운전기사는 부리나케
해수면에는 한참이나 여울이 일렁거렸다. 물소리를 듣고 근처에 있던 경호원들은 빠른 속도로 몰려오기 시작했다.남자는 수영할 줄 알면서도 당황했는지 한참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가 힘들게 다리 쪽으로 갔다고 해도 경호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발길질을 퍼부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발길질을 날린 연바다는 오만한 표정으로 버둥거리는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남자는 물속에서 손을 휘적거리면서 줄줄 새는 발음으로 연바다에게 말했다.“어떤 상황에서든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되는 법이에요. 이번은 내가 모르는 척 넘어줄 테니 당장 그만둬요! 복수도
거대한 파문이 일렁거렸다.캄캄한 밤이었던 터라 파도로 출렁거리고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는 마치 거대한 심연이 되어 사람을 삼켜버렸다.그리고 방금 바다로 뛰어든 강하랑도 빠르게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닷속으로 사라졌다.항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멍하니 서 있었다.특히 얼굴에 칼자국 흉터가 있고 바닥에 엎어져 있는 남자는 들려오는 물소리에 두 눈을 뜨게 되었다. 이어서 목격한 상황에 그도 순간 무슨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주위는 더욱 혼란스러웠다.출렁이는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그의 얼굴로 바닷물이 촤악 닿자 바닥에 엎어져
일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바다의 근처에 있던 흉터남도 저도 모르게 두어 걸음 물러났다.그는 속으로 다시 한번 연바다의 심기를 건드린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연씨 가문에서 곱게 자란 연바다가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니 말이다.처음에는 연씨 가문에서 곱게 자란 도련님이니 연씨 가문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무지렁이일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그의 이런 생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그는 줄곧 연바다의 고귀한 모습만 봐왔었다. 설령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연바다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