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서 나온 연바다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태연한 모습으로 말했다.“하랑아, 기억 안 나? 이 상처 네가 그런 거잖아.”“...내가?”점점 확장되는 그녀의 눈을 보니 놀란 것이 분명했다.연바다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려고 했다.그는 욕실 문에 기대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다소 어두워진 눈빛을 하고 있었다.“응. 진짜 기억 안 나? 운학산에 있을 때 네가 호수에 빠졌었잖아. 내가 널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밀려오는 물살에 휩쓸려 바위에 찍혀버렸거든. 그래서 이렇게 흉터가 생긴 거야.”“그리고
연바다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베개에 머리를 묻은 채 소파에서 누워있는 강하랑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정말로 잠들어 버린 것인지 그가 걸어오고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하랑아?”연바다는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나른하게 소파에 누운 그녀는 머리를 베개에 파묻은 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연바다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몇십 분 전만 해도 여자는 그에게 피곤하면 쉬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본인이 먼저 자고 있었다.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여하간에 강하랑은 환자였으니
‘하랑이를 데리고 간 후에도 그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리게 할 수는 없어.'그렇게 생각한 연바다는 소파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했다.하지만 확인한 그 순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져 버렸다.연바다는 그 외에 별다른 티를 내지 않았다.그저 핸드폰 화면만 빤히 보다가 싸늘해진 얼굴로 핸드폰 화면을 끄곤 다시 누워버렸다.그러나 핸드폰은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화면에 빛이 들어왔다.연바다는 긴 팔을 뻗어 핸드폰을 엎어버렸다.아쉽게도 테이블은 유리 테이블이었기에 핸드폰 전원을 끄거나, 방해금지
시선이 마주치자 강하랑뿐만 아니라 단이혁마저도 멋쩍게 느껴졌다.다행히 강하랑을 난처하게 하지 않은 단이혁은 헛기침을 내뱉으려 시선을 돌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그는 당연하게 강하랑 앞으로 몸을 굽혔다.“우리 동생, 힘들면 오빠한테 업혀.”“...”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강하랑은 널찍한 단이혁의 어깨를 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그대로 업혔다.익숙하고도 낯선 이 기분에 가슴 한쪽이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원래는 조금 어색하였다. 하지만 단이
아마도 두 사람에게 뒤쫓아오라고 한 탓인지 단오혁과 단유혁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이혁이 형, 하랑이 상태를 좀 확인할게요.”정차한 후 단시혁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그의 본업은 비록 의료 기기 연구원이었지만 대부분 시간을 연구실이 아니면 병원에서 진료를 봐주고 있었기에 이 방면에서 지식이 빠삭했다.강하랑을 뒷좌석에 태울 때부터 단시혁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아무리 열을 내리기 위해 수액을 맞았다고 해도 수액의 부작용으로 이렇게까지 깊이 잠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약속 장소로 오는 길은 울퉁불퉁하였다. 하지만 흔들리는
단이혁의 안색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가 답장하기도 전에 또 하나의 음성 메시지가 왔다. 연바다의 여유로운 목소리에는 싸늘한 냉기가 담겨 있었다.“하랑이는 아직 안 깼죠? 하랑이가 단 대표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는 익히 알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하랑이를 다시 데려다준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줄게요. 단 대표의 동생들도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어요.”그 말인즉슨 강하랑을 병원에 돌려놓지 않는다면 단오혁과 단유혁이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뜻이었다.단이혁은 속에서 불이 활활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내가 어떻게 당신
단시혁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3분 정도요.”단시혁은 시간을 귀신같이 정확하게 맞췄다. 단이혁이 연바다에게서 온 새 문자를 확인하려는 순간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강하랑은 부스스 눈을 떴다.그러자 인상을 쓴 채 딱딱하던 단이혁의 표정은 드디어 풀렸고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강하랑이 눈을 뜬 것을 발견하고 그는 핸드폰을 확인할 새도 없이 곧바로 물었다.“사랑아, 너 괜찮아?”금방 정신을 차린 강하랑은 머리가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눈빛도 초점 없이 막연하기만 했다. 그래도 담담한 한약 냄새 덕분에 조금 정신
“사랑아!”강하랑이 완전히 멀어지기 전에 단이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강하랑이 남긴 쪽지를 확인하지도 않고 차에서 뛰어내렸다.강하랑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단이혁은 단시혁의 곁에 서서 불안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 너 혼자 보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이번은 지난번이랑 다르잖아.”강하랑과 단이혁은 동시에 지난번 호텔에서 일어난 일이 떠올라 입꼬리를 올렸다. 특히 강하랑은 약간 시름을 놓은 듯한 미소였다.불과 이틀 전에 일어난 일이니, 그녀는 당연히 잊지 않았다. 혹시라도 미련이 생길까 봐 머리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