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엄청 신기한 감정이다.그 감정은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니까.귀여운 동물을 좋아하고, 창밖의 따스한 햇살을 좋아하고, 책으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것을 좋아하고... 그리고 단지 이 사람이라서 좋아한다.강하랑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진지하게 지승현을 쳐다보았다.“승현 씨, 승현 씨가 얘기한 것처럼, 제가 아까 한 말은 확실히 순수한 마음이 아니었어요. 그저 걸어오는 승현 씨를 보고 잠깐 마음이 설렜던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승현 씨가 자꾸만 저를 도와줘서, 혹은 승현 씨가 매너 있어서...
“네.”강하랑은 정희연 모녀를 무시하고 정희월 쪽으로 걸어갔다.물론 침대에 누워있는 정수환과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옆의 정하성과 송미현과도 인사를 나누었다.무시당한 정희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의미심장한 말투로 얘기했다.“어떤 사람들은 참 고귀한 척한다니까. 보고 싶은 것만 보나 봐. 예의가 없다고 하기에는 웃어른들한테 인사할 줄도 알지. 그렇다고 예의가 있다고 하기에는 인사를 반만 하는데, 도대체 어쩌면 좋겠니.”아예 대놓고 강하랑을 욕하는 것이었다.강하랑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정희월의 어깨를 주무르며 낮은
“단씨 가문이 돈이 많은 건 단씨 가문의 일이야. 네 언니가 얼마나 잘 지내던지, 재산을 나눠 갖는 것과 상관이 없어. 내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이게 맞는 말이지 않은가.정희월이 아무리 단씨 가문에서 잘 지낸다고 해도 그녀는 정수환의 친딸이었다.재산을 나눠줄 거라면 정하성, 정희월, 정희연에게 똑같이 나눠주어야 한다.정희월도 친딸이니까!잘 살고 있다고 재산을 주지 않는다니. 그럼 정하성과 정희연은 뭐 못 살고 있어서 재산을 나눠 갖는 것인가? 매주에 한 번씩 미용원에 들르는 정희연이 못살고 있
병실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정희연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정수환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저 이런 정희연이 익숙하다는 듯 담담하게 앉아있었다. 뭐,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매일같이 화를 내는 정희연을 상대하다가는 화병으로 죽을 것이다.정희연이 떠난 후, 사람들은 병실에 더 머무르지 않았다.정수환과 정하성은 원래도 몸이 안 좋은 정희월이 밖에 나와 돌아다니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정희월은 정하성 부부와 인사를 나눈 후, 도시락통을 가지고 떠났다.정하성 부부는 강하랑과 정희월이 떠나는
긴장한 송미현은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이런 사업은 잘 몰라서... 제게 물으셔도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하성 씨한테 물어보세요.”“괜찮다. 네 생각을 얘기해 봐.”정수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사업에 수완이 좋은 여자가 많았다. 부부가 앞으로 분가해서 사업을 한다면 서로 잘 도와줘야 할 것이다.전에 송미현에게 이런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집안일만으로도 힘든 송미현에게 정하성의 일까지 도우라고 하면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것이라고 생각했
정수환도 고민 중이었다.정희연이 자기한테 편애한다고 얘기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원래도 일한 자가 얻는 게 있는 법이다. 정희연이 가문을 위해서 한 것이 뭐가 있던가.정수환이 99%의 재산을 정하성에게 넘긴다고 해도 그건 정당한 일이다. 정희연은 반박할 말이 없다. 정수환은 그저 싸움이 싫었다. 집안싸움은 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단씨 가문에서 반대하면 늘솜가는 이대로 몰락할지도 모른다. 한남정은 늘솜가가 나온 후 생긴 한식집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포장마차처럼 운영하며 떠돌이들을 거두던 곳인데 후에는 갑자기
요리 콘테스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냥 접을 수밖에 없었다.물론 1위를 뽑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늘솜가의 홍보를 톡톡히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화재로 인해 홍보를 더 보충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식당들은 거의 자기의 목표를 다 달성한 셈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자신만만해하던, 요식업계의 가장 큰 대회에서 꿈을 펼쳐보려던 소년이다.요리를 완성했지만 그 요리에 대한 평가도 듣지 못했으니.오히려 준비를 제대로 못 한, 그저 홍보를 위해 나온 사람들은 기뻐했다.어차피 화재로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처참한 점
강하랑이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이덕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번에 재인이를 따라서 영호시에 온 주요 목적은 바로 사랑 양의 요리를 맛보는 것이었어. 또 다른 목적은 사랑 양 어머님의 병을 봐 드리는 거였지. 한주시에 있을 때는 달갑지 않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요리를 맛보기 위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거야. 그런데 사랑 양이 먼저 떠나버리니 내가 생각이 많아졌지.”강하랑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그저 요리를 먹기 위해서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은 것이라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