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콘테스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냥 접을 수밖에 없었다.물론 1위를 뽑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늘솜가의 홍보를 톡톡히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화재로 인해 홍보를 더 보충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식당들은 거의 자기의 목표를 다 달성한 셈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자신만만해하던, 요식업계의 가장 큰 대회에서 꿈을 펼쳐보려던 소년이다.요리를 완성했지만 그 요리에 대한 평가도 듣지 못했으니.오히려 준비를 제대로 못 한, 그저 홍보를 위해 나온 사람들은 기뻐했다.어차피 화재로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처참한 점
강하랑이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이덕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번에 재인이를 따라서 영호시에 온 주요 목적은 바로 사랑 양의 요리를 맛보는 것이었어. 또 다른 목적은 사랑 양 어머님의 병을 봐 드리는 거였지. 한주시에 있을 때는 달갑지 않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요리를 맛보기 위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거야. 그런데 사랑 양이 먼저 떠나버리니 내가 생각이 많아졌지.”강하랑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그저 요리를 먹기 위해서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은 것이라니.아..
게다가 영호시에 온 후, 평소의 정희월을 보면 아픈 사람 같지 않았다.매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아이를 돌봐주었다. 그리고 가끔은 손목희를 도와서 주방일을 같이 하기도 했다.항상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감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요즘 정희월의 몸은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다.하지만 정희월의 낯빛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는 얼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약해 보였다.강하랑이 그렇게 애를 써서 이덕환을 모셔오려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살아있는 사람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애써 평정심
다른 일은 몰라도, 박재인은 이 일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박씨 가문은 한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고 제자로서 배운다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박재인의 아버지가 강하랑을 제자로 받고, 또 박재인에게 강하랑을 선배라고 부르라고 한 것은 강하랑이 박씨 가문의 솜씨를 이어받았다는 뜻이다. 어찌 동시에 두 명의 스승을 둔단 말인가!아무리 같은 업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박재인은 허락할 수 없었다.절대 허락할 수 없다! 그 동시에 박재인은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강하랑이 그녀의 어머니를 위해 이덕환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고 해도
노인네들은 한번 입을 뗐다 하면 끊임없이 계속 얘기를 이어갔다.게다가 전문적인 얘기를 할 때, 강하랑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마치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이 처음으로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귀로 흘릴 수는 없었다. 그저 알아듣지 못해도 알아들은 척,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역시나 박재인이 끼어들었다.“이덕환, 너 그 정도면 됐어. 우리 선배님은 네 제자가 될 생각이 없어! 내 선배님의 요리가 간절하지 않은가 봐? 이제는 감히 선배님을 가르치려고 드네?”이덕환은 말을 끊
“당신 누구야?!”강하랑 옆에 선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강하랑을 노려보면서 불친절한 말투로 물었다.“우리가 가해자 편을 든다고? 아가씨가 뭘 얼마나 안다고 그래? 아가씨야말로 피해자의 상대편을 드는 것을 보니까, 아가씨가 가해자가 아니야?!”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그러게 말이야. 생긴 것도 예쁘장한 게, 잘못을 가릴 줄 모르네.”“맞아! 저 사람이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한번 봐. 그런데도 저 사람을 의심해? 누가 자기를 저렇게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모함하려고 하겠어.”“내가 보니까 이
남자의 태도는 아까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강하랑의 손가락은 핸드폰 키패드에 머물렀다. 눈을 흘긴 그녀는 담담하게 남자를 훑어보더니 눈썹을 찡그렸다.강하랑은 눈치챌 수 있었다. 남자는 원래 심하게 다치지 않았는데 그저 돈을 뜯어내기 위해 아까 대성통곡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만약 강하랑이 경찰을 부른다면 아마 돈을 뜯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심해봤자 강하랑이 몇십만 원을 배상해주고 사과할 정도였다. 그러니 남자에게 있어서는 강하랑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편이 더욱 이득이었다.하지만...강하랑은 작게 웃더니 시선을 들어 MRC 그룹
현장과 라이브 방송의 사람들의 의견은 거의 같았다.라이브 방송의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최동근을 둘러싼 사람들도 목소리를 높여 얘기하기 시작했다.“경찰이라는 놈들이 뭐 하는 거야?! 저 사람이 얻어맞은 거 안 보여? 가해자를 잡아야지 피해자를 잡아가는 거야?!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이거야?!”“MRC 그룹 대표이사를 잡아가야지! 분명 때린 건 그쪽인데 왜 맞은 사람을 잡아가냐고!”“...”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찰들은 그 자리에서 굳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뒤따라
강하랑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비록 현지에 있었지만 서양의 유화가 색감이 진하고 화려한 것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거 같다. 사진으로도 이미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그래서 인터넷 영상을 따라 하나하나 연습하기 시작했다.첫눈이 내릴 때, 강하랑의 조금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 완성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다음 여행도 시작되었다.추위를 두려워하는 강하랑은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북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가서 전에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이 마을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강하랑은 초등학교에 머무는 동안, 다 함께 아껴 쓰고 절약하며 지내느라 한 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이 여행에서도 같은 습관을 유지했다.그녀는 이 생활의 정취가 짙은 이 작은 마을이, 생활 리듬이 느리면서도 물가가 수도권 도시를 능가할 정도로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정말 믿기 어려웠다.강하랑은 이곳에 한 달만 머물렀다.햇살이 따스한 날, 아파트의 작은 창가에 누워 맞은편 초등학교의 어린이날 예술 공연을 다 보고 나서야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 여행
강하랑은 설이 끝난 후 도망쳤다.그전에는 단이혁의 회사에서 잠시 일을 했다.솔직히 말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외모는 정말로 훌륭했다.예쁜 여자들은 하얀 피부에 다리가 길쭉하고, 잘생긴 남자들은 몸매가 엄청 좋았다.정말로 선택해야 한다면, 강하랑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것이다.자신의 플레이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몸매 좋은 남자들이 강하랑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예쁜 여동생들이 그녀를 볼 때마다 인사하면서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는 정말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그녀는 돈도 많고
이것은 그녀가 예전에 행복했을 때와 다름없는 미소였다.예전 같았으면, 단유혁은 한숨을 돌리고는 강하랑을 따라 산책하고, 사진 찍고, 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최근에는, 그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오빠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강하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기울이고, 차 문 앞에 기대어 말했다. "오빠, 나는 어떤 사람의 죽음 때문에 조금 슬펐던 건 인정하지만, 예쁘고 똑똑한 여동생이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죽고 살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줘, 알겠지?"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은 선행으
“하랑이는 추후 어떤 계획 있어?”단유혁은 질문을 피하며,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그는 강하랑의 시선을 따라 멀지 않은 해변을 바라보았다.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며 배구를 치는 아이들과 얇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인생은 곧 걸어가는 과정에서의 수행이기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평화로운 햇살 아래에서 뛰어놀고 즐기는 것이다.이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그는 시선을 거두어 다시 강하랑에
“하지만 너 이 며칠 동안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어.”단유혁은 정희월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차를 몰고 가며 강하랑을 한 번 흘겨본 후 농담처럼 말했다.별장에서의 어조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다.“아이구.” 강하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무리 말해도 난 과다 출혈로 다친 환자야.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이 말은 당연히 둘러대는 말이었다.연바다에게 끌려갔을 때, 그녀의 팔 부상은 완벽하게 처치되어 있었고 이후에도 상처가 부딪혀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병원과 별장에서
정희월이 원래 긴장을 풀었던 마음이 다시 조여졌다.그녀는 강하랑을 달래며 말했다. “하랑아, 너 왜 그런 걸 묻니? 그 장면은 보기 좋지 않아. 만약 집에서 지루하다면 오빠에게 데리고 나가서 놀거나 나와 함께 정원에 가서 꽃을 심자.”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정희월은 직접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스에서 온서애를 실어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연씨 가문의 온서애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산의 상황은 더 위험했을 것이다.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지
강하랑은 단시혁이 돌아온 후 바로 퇴원을 했다.병원 창밖의 풍경이 좋기는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은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공기에서도 그녀가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다.단시혁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동생의 기분이 좋지 않고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사가 몸에 큰 이상이 없고 입원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니 집에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강하랑을 데리고 서해시에 있는 단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이곳에는 사람이 많아 그녀를 돌보기가 편했다.게다가 곧 설날이 다가와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보내는
강하랑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귀에는 전자 기기의 소리가 들려왔다.공기 중에는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고 그녀는 한참을 안정시키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옆을 보았다.창밖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느리게 돌아가는 머리를 서서히 회전시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그녀가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죽었다.그가 케인에게 묻히는 것을 그녀는 지켜보았다.이후로는 더 이상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가고 강제로 감금시키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