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누구야?!”강하랑 옆에 선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강하랑을 노려보면서 불친절한 말투로 물었다.“우리가 가해자 편을 든다고? 아가씨가 뭘 얼마나 안다고 그래? 아가씨야말로 피해자의 상대편을 드는 것을 보니까, 아가씨가 가해자가 아니야?!”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그러게 말이야. 생긴 것도 예쁘장한 게, 잘못을 가릴 줄 모르네.”“맞아! 저 사람이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한번 봐. 그런데도 저 사람을 의심해? 누가 자기를 저렇게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모함하려고 하겠어.”“내가 보니까 이
남자의 태도는 아까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강하랑의 손가락은 핸드폰 키패드에 머물렀다. 눈을 흘긴 그녀는 담담하게 남자를 훑어보더니 눈썹을 찡그렸다.강하랑은 눈치챌 수 있었다. 남자는 원래 심하게 다치지 않았는데 그저 돈을 뜯어내기 위해 아까 대성통곡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만약 강하랑이 경찰을 부른다면 아마 돈을 뜯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심해봤자 강하랑이 몇십만 원을 배상해주고 사과할 정도였다. 그러니 남자에게 있어서는 강하랑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편이 더욱 이득이었다.하지만...강하랑은 작게 웃더니 시선을 들어 MRC 그룹
현장과 라이브 방송의 사람들의 의견은 거의 같았다.라이브 방송의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최동근을 둘러싼 사람들도 목소리를 높여 얘기하기 시작했다.“경찰이라는 놈들이 뭐 하는 거야?! 저 사람이 얻어맞은 거 안 보여? 가해자를 잡아야지 피해자를 잡아가는 거야?!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이거야?!”“MRC 그룹 대표이사를 잡아가야지! 분명 때린 건 그쪽인데 왜 맞은 사람을 잡아가냐고!”“...”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찰들은 그 자리에서 굳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뒤따라
“단이혁과 홍우는 위에 있어. 먼저 올라가고 여기의 일은 나한테 맡겨. 무서우면 내가 이혁이한테 얘기해서 널 데리고 가라고 할게.”그렇게 말하고 나서 강하랑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밖의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 강하랑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강하랑이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이런 상황을 겪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 무서울 게 없었다.하지만 단원혁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강하랑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기로 했다.강하랑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모습을 감추자, 단원혁은 그제야 MRC 그룹을 나섰다.그룹의 대문 앞은 사
그래도 가장 앞에 선 사람들은 여전히 흉흉한 기세로 단원혁을 노려보았다.다행히 경찰들이 사람들을 막아 나서고 기자들의 기계들이 단원혁의 앞을 막고 있어서 아수라장을 막을 수는 있었다.단원혁은 눈앞의 현장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사람을 때린 것은 제 잘못이긴 하지만 상대가 먼저 주먹을 날렸으니 내가 되돌려준 건 범죄가 아닙니다. 게다가...”단원혁이 예리한 시선으로 최동근을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저는 최동근 씨의 얼굴을 때린 적이 없습니다.”그 말인 즉, 최동근의 상처들이 다 단원혁 때문에 생긴 건 아
단원혁의 담담한 목소리에 현장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이글거리는 눈빛들이 단원혁을 쳐다보았다. 뒤에 서 있던 서채은마저 멈춰선 채 붉어진 눈시울로 단원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MRC 대표이사 사무실에서도 컴퓨터 화면을 통해 단원혁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라이브 방송의 댓글들이 빠르게 올라왔다.「뜸 좀 그만 들여! 다들 오래 기다렸다는 걸 알면서 왜 저래? 또 시간 끄는 거 아니야? 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뭘 보여주려는 건지나 봐야겠네. 서채은의 신상도 이미 다 털린 마당에
“이거지, 사랑아!”MRC 대표이사 사무실의 소파에 앉아있던 단이혁이 갑자기 소리 질렀다.단원혁이 이 동영상을 복사해서 가져갔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이 사실을 밝히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시원함이었다.단이혁은 강하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얘기했다.“어때, 오빠가 가르쳐준 거 다 쓸모 있지? 저런 더러운 쓰레기를 만나면 바로 때려버려!”“오빠, 자꾸만 이러면 다음에 얻어맞는 건 오빠가 될 거야.”강하랑은 자기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단이혁을 슬쩍 바라볼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 단이혁은 강하랑이
그 소식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일인칭으로 쓴 글이었는데 디테일이 부족했고 또 다른 사람한테서 들은 것이라고 미리 얘기해 두었다. 글쓴이는 자기도 집안의 어른한테서 들은 것이라고 얘기했다. 최동근이 젋을 때, 농촌의 양아치들이랑 같이 다니면서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매일 다른 사람들의 돈을 뜯었고 다른 사람들 장사하는 곳에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그러다 최동근이 잠깐 보이지 않았던 기간이 있었다. 그저 집 주변만 어슬렁거릴 뿐, 다른 사고를 치지는 않았지만 또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농촌의 사람들은 다 최동
강하랑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비록 현지에 있었지만 서양의 유화가 색감이 진하고 화려한 것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거 같다. 사진으로도 이미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그래서 인터넷 영상을 따라 하나하나 연습하기 시작했다.첫눈이 내릴 때, 강하랑의 조금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 완성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다음 여행도 시작되었다.추위를 두려워하는 강하랑은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북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가서 전에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이 마을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강하랑은 초등학교에 머무는 동안, 다 함께 아껴 쓰고 절약하며 지내느라 한 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이 여행에서도 같은 습관을 유지했다.그녀는 이 생활의 정취가 짙은 이 작은 마을이, 생활 리듬이 느리면서도 물가가 수도권 도시를 능가할 정도로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정말 믿기 어려웠다.강하랑은 이곳에 한 달만 머물렀다.햇살이 따스한 날, 아파트의 작은 창가에 누워 맞은편 초등학교의 어린이날 예술 공연을 다 보고 나서야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 여행
강하랑은 설이 끝난 후 도망쳤다.그전에는 단이혁의 회사에서 잠시 일을 했다.솔직히 말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외모는 정말로 훌륭했다.예쁜 여자들은 하얀 피부에 다리가 길쭉하고, 잘생긴 남자들은 몸매가 엄청 좋았다.정말로 선택해야 한다면, 강하랑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것이다.자신의 플레이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몸매 좋은 남자들이 강하랑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예쁜 여동생들이 그녀를 볼 때마다 인사하면서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는 정말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그녀는 돈도 많고
이것은 그녀가 예전에 행복했을 때와 다름없는 미소였다.예전 같았으면, 단유혁은 한숨을 돌리고는 강하랑을 따라 산책하고, 사진 찍고, 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최근에는, 그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오빠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강하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기울이고, 차 문 앞에 기대어 말했다. "오빠, 나는 어떤 사람의 죽음 때문에 조금 슬펐던 건 인정하지만, 예쁘고 똑똑한 여동생이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죽고 살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줘, 알겠지?"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은 선행으
“하랑이는 추후 어떤 계획 있어?”단유혁은 질문을 피하며,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그는 강하랑의 시선을 따라 멀지 않은 해변을 바라보았다.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며 배구를 치는 아이들과 얇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인생은 곧 걸어가는 과정에서의 수행이기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평화로운 햇살 아래에서 뛰어놀고 즐기는 것이다.이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그는 시선을 거두어 다시 강하랑에
“하지만 너 이 며칠 동안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어.”단유혁은 정희월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차를 몰고 가며 강하랑을 한 번 흘겨본 후 농담처럼 말했다.별장에서의 어조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다.“아이구.” 강하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무리 말해도 난 과다 출혈로 다친 환자야.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이 말은 당연히 둘러대는 말이었다.연바다에게 끌려갔을 때, 그녀의 팔 부상은 완벽하게 처치되어 있었고 이후에도 상처가 부딪혀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병원과 별장에서
정희월이 원래 긴장을 풀었던 마음이 다시 조여졌다.그녀는 강하랑을 달래며 말했다. “하랑아, 너 왜 그런 걸 묻니? 그 장면은 보기 좋지 않아. 만약 집에서 지루하다면 오빠에게 데리고 나가서 놀거나 나와 함께 정원에 가서 꽃을 심자.”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정희월은 직접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스에서 온서애를 실어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연씨 가문의 온서애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산의 상황은 더 위험했을 것이다.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지
강하랑은 단시혁이 돌아온 후 바로 퇴원을 했다.병원 창밖의 풍경이 좋기는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은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공기에서도 그녀가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다.단시혁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동생의 기분이 좋지 않고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사가 몸에 큰 이상이 없고 입원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니 집에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강하랑을 데리고 서해시에 있는 단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이곳에는 사람이 많아 그녀를 돌보기가 편했다.게다가 곧 설날이 다가와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보내는
강하랑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귀에는 전자 기기의 소리가 들려왔다.공기 중에는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고 그녀는 한참을 안정시키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옆을 보았다.창밖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느리게 돌아가는 머리를 서서히 회전시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그녀가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죽었다.그가 케인에게 묻히는 것을 그녀는 지켜보았다.이후로는 더 이상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가고 강제로 감금시키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