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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아파 죽어야 마땅하다

고연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내 생각엔 네가 날 어떻게 죽일지 고민 중인 것 같아.”

“응. 사실 나도...쓰읍...”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에서 갑작스럽게 느껴진 통증에 무방비 상태였던 정민아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바로 고연우가 손을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있고 때문이었다.

손가락이 피부에 닿자 따가운 감각이 느껴졌다. 아마도 아까 채연에게 긁힌 상처 때문인 듯했다.

고연우는 손을 거두어들이며 자기 손가락 끝에 묻은 피를 보여주었다.

“다치지 않았는데도 물어대더니 이젠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기세구나.”

정민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연우씨는 밤에 잠잘 때 절대 눈을 감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발병이라도 하면 가장 먼저 당신을 물어버릴 테니까.”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작은 눈송이가 차 앞 유리에 떨어져 곧바로 물로 변했지만 점점 더 많은 눈이 쌓이면서 얇은 얼음층이 이루어졌다.

정씨 가문에서 신림동까지는 꽤 멀었고 눈 오는 날씨에 길이 미끄러워 차를 천천히 몰다 보니 한참을 몰았는데도 조금 밖에 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원래부터 말이 잘 통하지 않았고 차 안에는 음악도 켜지 않아 눈송이가 차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고요했다.

정민아는 앞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고 고연우는 지루했는지 갑자기 물었다.

“너의 친부모님은 너를 잘 대해주는 거야?”

“?”

정민아는 잠시 멍해졌다가 고연우가 묻는 것이 그녀의 양부모에 대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정씨 가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철진과 주소월이 자신의 친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그 두 사람을 친부모로 생각하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그녀는 눈을 살짝 감으며 마치 별것 아닌 일을 이야기하듯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는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너희 같은 부잣집 도련님과 아가씨들과는 다르게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좋고 나쁠 것도 없어.”

고연우는 침묵했다.

“...”

고연우는 사실 정민아가 잘 지내는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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