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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애매하게 하지마

고연우가 있으니 정민아는 정선아를 칼로 해칠 수 없다. 그녀는 식탁 앞에 서자마자 손을 억제당했다. 고연우는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

“정민아...”

비록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주소월이 바라던 자매간의 깊은 우애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주소월은 차갑게 빛나는 칼날을 보며 눈동자가 떨렸다.

“민아야...”

정민아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들을 냉정하고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오만한가요? 아니면 악독한가요?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시죠? 그럼 당신들은 이기적이지 않나요? 당신들이 바라는 겉만 번지르르한 화목을 위해 저와 정선아의 불화를 모른 척하셨죠.”

“정선아가 저에게 사과하라고 한 건 정선아가 지난번에 나에 대해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었죠. 네가 혹시...”

“언니...”

정선아는 언성을 높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정선아가 이전에 했던 일들을 말할까 봐 두려워서였다. 예전에는 엄마가 믿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지난번 사건 이후로 엄마는 정민아에 대한 죄책감이 한없이 커져 있었다.

그녀는 정민아를 바라보며 긴장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민아는 그런 정선아의 모습을 보며 어이없는 듯 코웃음을 쳤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제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남은 시간이 아주 많아.”

정민아는 겪었던 불공평과 당했던 모욕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선아의 가면을 하나씩 벗겨내어 그녀의 악독한 본성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려 했다.

정민아는 고개를 살짝 돌려 주소월을 바라보았다. 이 연이은 공격을 주소월이 견딜 수 있을지 모른다. 그녀는 아버지를 화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했는데 이어 어머니마저 병원에 보내는 불효를 저지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손에 힘을 풀고 칼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아주 쨍한 소리가 났다.

“다들 천천히 드세요. 저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고연우의 손을 억지로 떼어내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남겨져 있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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