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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고집불통

정선아는 손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가방을 꽉 쥐면서 머뭇거렸다.

“연우 오빠, 이걸 내가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연우는 그녀를 지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럼, 말하지 마.”

평소 그는 정선아와 함께 자란 정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최민영과의 관계가 특별해서인지 항상 다른 사람을 대할 때보다는 더 신사적이었다.

그러나 정선아는 평소와 달리 갑자기 변한 그의 태도에 많이 당황했고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그가 극도로 혐오하는 정민아에 대한 일로 이런다는 것이다.

정선아는 싸늘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고 뒤따라갔다.

“연우 오빠, 그거 알아요? 언니가 우리 집에 입양되려고 친부모님을 지하실에 감금하고는 실종됐다고 거짓말을 했대요. 마을 사람들이 두 분을 찾았을 때는 이미 세상을 뜬 상황인 데다가 엄마 아빠가 측은한 마음에 입양을 빨리 결정하도록 일부러 괴롭힘을 당한 척에 자해 시도까지 했대요, 너무 무섭지 않아요? 지금 언니와 부모님과의 관계가 극에 치닫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해코지하는 건 아니겠죠?”

고연우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누가 그래?”

정선아가 우물쭈물하면서 답했다.

“그게... 며칠 전 대학교 동창이 집으로 놀러 왔다가 언니 사진을 보고 그러더라고요. 그 애 사촌 언니의 셋째 이모가 그 마을에 시집가서 그런 소문을 들었대요.”

사실 며칠 전, 정선아는 마당 입구에서 우연히 채연이가 정민아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는 것을 보고는 불안함에 밤잠을 설쳤고 정민아가 힘들게 쌓아온 자기의 이미지를 망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증거 있어?”

“동창이...”

정선아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허탈해 보였고 이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졌다.

“그... 그건 왜요?”

“증거도 없는 헛소문을 듣고 언니를 이렇게 모함하고 다녀도 돼?”

“연우 오빠도 언니를 미워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거랑은 별개야, 이건 인격 문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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