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아무리 알아봐도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 씨 아주머니는 지난번 남포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한 씨 아주머니는 허공에 사라지듯 소식이 끊겼다. 신은지가 고액 투자해 구한 탐정조차도 한 씨 아주머니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초조해진 신은지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버지한테 물어봤어?” 진유라는 신은지에게 물었다. “물어봤었지. 듣자마자 모른다고 하더라.” 신은지는 말했다. “그때는 증거가 없었지만 지금은 어머니 일기장이 있으니 절대 오리발 내밀지 못하실 거야. 꿍꿍이가 있는 사람한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버지는 지금 구치소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서 변호사 외에는 아무도 만날 수 없어.” 신은지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박태준 아니면 안 돼. 아마 박태준이 알았으면 지난번에 너희 아버지를 반쯤 죽였을 수도 있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너희 아버지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는 거야. 면회 갔을 때 네가 물어본 질문에 대답 하나도 안 했잖아.” “이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하자.”신은지는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신은지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박태준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강 씨 집안의 권력자인 강태민이 위험하다고 했으면 정말 위험한 것이다. “박태준이랑 화해한 거 아니야? 네 엄마가 박태준 엄마나 마찬가지 아니야?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진유라는 신은지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아직 계약 남자친구 기간이 안 끝났어. 서로 안 맞으면 헤어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최대한 엮이지 않는 게 좋아.” 신은지와 박태준은 3년 동안 부부로 지내왔다. 하지만 박태준은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거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박태준은 항상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표, 신은지는 차를 따라주는 직원이었다.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신은지가 밥을 전달해 주는 몇 분 밖에 안 됐다.때문에 박태준은 신은지에 대해
신지연은 진유라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본인 아니에요? 그쪽이랑 신은지는 한통속이잖아요. 천박한…” 이때, 진유라는 신지연의 말을 더 이상 듣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냅킨을 신지연의 입에 넣어버렸다. 진유라는 식당에서 나올 때 손을 닦고 있다가 허겁지겁 나오는 바람에 냅킨을 들고나왔다. 마침 버릴 곳이 없어서 찾고 있었는데 유용하게 잘 사용하게 되었다. 잠시 후, 진유라는 화장실에서 주저앉아서 무언가 열심히 줍고 있는 신은지를 보았다.“은지야, 화장실 바닥에 주저 앉아서 뭘 그렇게 열심히 찾고 있어?” 진유라가 말했다.“머리카락…”신은지는 본인이 예상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번 강이연이 신당동에 갔을 때 신지연에게 둘째 큰아버지와 친자 확인을 해보라고 권유했다.그때 당시 신지연은 자신이 마치 강 씨 집안 혈육이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신지연의 성격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난리를 피울 것이다. 하지만 머리카락 몇 가닥으로 본인임을 증명할 수 없다. 이때, 방금 전 자리를 떠났던 신지연이 다시 신은지 앞에 나타났다. 신지연은 신진하가 구치소에 들어간지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타나 신은지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신은지를 보자마자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며 난리를 피웠다.“뭐?” 진유라는 신은지에게 말했다. “신지연 머리카락 남았는지 봐줘.” 신은지는 진유라에게 말했다. “아직 있네!” 진유라는 신지연의 옷에서 머리카락을 한 움큼을 잡으며 말했다. “머리숱 많아서 부럽다!” 진유라는 본인 머리카락을 만지며 비교했다. “대머리도 아닌데 머리카락이 없을 리가 있어요? 뭐 하는 거예요? 신은지 도와주고 출세라도 할 작정이에요? 꿈 깨세요. 요즘은 석사 정도는 나와야지, 알아주지도 않는 학교 나와서는 아무 쓸모 없어요.”신은지는 신지연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신지연, 오자마자 내 머리끄덩이를 잡은 걸 보면 분명 또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했던 게 분명해.” 신은지의 생각이 맞다. 진유라는 신지연의
진영웅은 어두운 얼굴로 경찰서에서 나오는 박태준을 보고 당황했다. 잠시 후, 박태준은 먼저 나간 신은지가 차에 없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사모님은?”“방금 전화를 받자마자 택시 타고 가셨습니다.” 진영웅은 신은지가 떠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 붙잡고 뭐 했어?”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무슨 수로 써서라도 붙잡으려고 했는데 사모님이 따라오면 아프리카로 보낸다고 하셨어요.” 진영웅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누구 전화를 받고 간 거야?” 박태준은 별 기대 없이 물었다. 진영웅은 입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의 표정은 알고는 있지만 절대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입 꼭 다물고 뭐해? 빨리 말해.” “대표님께서 뒷조사하라고 하셨던 그 늙은이요. 사모님께서 ‘강 씨 둘째 큰아버지’라고 말씀하는 것만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거리가 멀어서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너는 말이 너무 많아.” 박태준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박태준은 본인과 재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는 신은지가 강태민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고 한 가지 확신했다.바로 신은지는 아버지의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신은지가 박태준과 사귀는 것은 젊어서 체력도 좋고,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주기 때문이다. 늙은 노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 진영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영웅은 그야말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어차피 신은지는 떠났으니 두 사람이 입씨름을 할 필요는 없다. 이때, 경찰서에서 나온 진유라는 입구에 서서 안 좋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태준과 진영웅을 마주쳤다. 진유라는 주변을 살펴본 후 물었다. “은지는요?”박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진유라 앞에서 애서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은지가 저랑 재혼하고 싶지 않다고 그랬습니까?”박태준의 말투는 쌀쌀맞았지만 예의를 갖췄다. 옆에 있던 진
신은지가 나가려고 입구에 도착했을 때 육지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육지한은 신은지를 힐끗 쳐다보고 곧장 강태민에게 향했다.“둘째 큰아버지, 신지연이 최근 변호사를 찾아간 것을 확인했어요. 만약 친자식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들인 양육비를 돌려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지연도 이미 자백했잖아요. 신지연이 신은지 씨 머리카락을 가져간 것도 다 신진하가 시킨 짓이에요. 신진하는 출소한 후에 사채업자들에게 빛 독촉을 받을까 봐 신은지 씨 피를 빨아먹으려고 한 거예요.” “……” 당황스러운 강태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신은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강태민 씨와 강이연을 오해한 것 같네요. 오늘은 늦었으니 다음에 제대로 사과하러 찾아뵐게요.” “별일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이 밝혀졌으니 됐어요.” 신은지가 떠난 후, 강태민은 방금 전 온화한 표정은 사라지고 어두워진 표정으로 육지한에게 말했다. “강이연이 요즘 누구랑 연락하는지 알아봐. 그리고 연락하는 사람들 신상 확인하고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박태준 대표님께서 합작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육지한은 말했다. 강 씨 집안이 남포에서 아무리 잘나가도 경인에서는 소용없다. 경인에서 또 다른 인맥을 쌓아야 한다.인맥을 가장 빨리 쌓을 수 있는 방법은 그 지역의 잘나가는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다. “거절했다고?” 강태민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 강태민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이 시각 재경 그룹. 박태준은 손에 서류를 들고 한 페이지만 계속해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조용한 사무실 안에는 오직 청소 아줌마가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소리마저 아주 조용했다.잠시 후, 청소를 끝낸 청소 아줌마는 빗자루를 챙겨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박태준은 청소 아줌마에게 물었다. “결혼 생활이 행복합니까?”청소
잠시 후, 통화음이 몇 번 울리지 않고 신은지는 전화를 바로 받자 박태준은 화가 가라앉았다.“식당 예약해놨어, 저녁밥 같이 먹자.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박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진영웅이 옆에 있었다면 분명히 어이없는 표정으로 박태준을 쳐다봤을 것이다. 방금 전에 누가 누구를 위로해 줘야 된다고 말했던 사람이 누구였을까? 진영웅은 박태준이 단단히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신은지에게 부드럽게 말하는 박태준은 방금 전 진영웅과 이야기할 때와 전혀 달랐다. “알겠어. 그냥 택시 타고 식당으로 갈 테니까 주소 보내줘.” 신은지는 슬픈 감정을 숨기고 애써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화가 풀린 박태준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박태준은 신은지가 그 늙은 노인네 편을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연애 경험이 부족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박태준은 늙은 노인네에게 밀린 것이다. 박태준의 머리 아픈 고민을 모르는 신은지는 경찰서 앞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연필로 몇 번 끄적이자 한 여자의 얼굴이 그려졌다. “아빠를 만나보고 싶은데 판결이 안 끝나서 변호사 외에는 만날 수 없다네…” “뭐?” 박태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태준은 그저 계약 남자친구에 불과했다. 신은지와 저녁 약속을 한 박태준은 기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런데 오자마자 신은지는 찬물을 끼얹었다.“그래서 저녁밥 같이 먹겠다고 한 이유가 부탁하려고 그런 거야?” “아니, 아버지 일은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신은지는 박태준이 이런 생각을 할 줄 몰랐다. 박태준은 신은지의 말투에 불길함을 느꼈다. 신은지가 또다시 계약 남자친구를 취소하자고 할까 봐 겁이 난 박태준은 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 은지야, 아버지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 그런데 네가 네 허락 없이는 손끝 하나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그거 좀 봐줄 수 없을까? 일주일… 아니, 한 달로 변경해 줘…” 신은지는 초조한 박태준의 모습에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 나
신은지는 뒤돌아서 말했다. “기회는 딱 한 번만 드릴 테니 말 잘하세요. 저도 몇 년 동안 조사한 게 꽤 있어요. 만약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면 신지연 때문에 생긴 상처들 병원 가서 검사할 거예요. 그렇다면 부녀가 법정에서 만나겠죠?”신은지는 신진하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바로 신지연이 신은지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있을 때 구경하던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신은지는 신지연에게 불쌍하게 머리끄덩이를 잡히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본 신진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신진하는 한편으로 신지연이 자신을 바보로 여기고 신은지에게 별장을 알려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은지가 수작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신진하는 거들먹거리는 신은지를 호되게 혼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에 누군가 나를 찾아와서 네 엄마한테 그림 복원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어. 나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알겠다고 했지.” 신진하는 상대방에게 사례금으로 5천만 원을 받았다는 것을 생략하고 말했다. 게다가 심은하가 거절하는데 강압적으로 협박을 해서 심은하가 어쩔 수 없어 받아들였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때 당시 신진하는 무명 화가가 그린 별 볼일 없는 그림을 5천만 원이나 주자 이게 웬 떡인가 했다. 하지만 그 후, 심은하는 그림을 복원하지 말라고 하는 장난전화를 받았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신진하는 사람을 시켜 뒷조사를 했었다. “그 그림은 군천에 있는 강 씨 집안에서 받은 그림이야. 강 씨 집안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림을 그려서 남편에게 줬다고 해. 그리고 부부는 한 평생 금슬이 아주 좋았다고 해. 부부가 자식을 10명을 낳은 걸 보면 얼마나 금슬이 좋은 지 알 수 있어. 그림이 망가지자 할아버지는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셨어. 하지만 그때 당시 할아버지 건강이 많아 안 좋으셨지. 자식은 재산 다툼을 하다가 서로 의절했고, 할아버지 기분을 풀어드리려고 그림을 복원해드렸다고 해.” 일부는 신진하가 직접 조사한 것이고
“내가 언제…” 신은지는 이런 사소한 것들은 이미 잊은 지 오래었다. 그런데 말하던 도중 무언가 생각났다. “아… 그건 아는 감독님이 새 드라마에 들어갈 배우를 찾아달라고 부탁해서 단톡방에 초대해 주려고 한 거잖아.” “그래.” 박태준은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그때 진화영 씨랑 선 봤잖아.” 신은지는 갑자기 번뜩 생각이 났다. “뭐? 누구?” 박태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화영은 너를 위해서 자기 아빠까지 포기했는데, 너는 같이 밥 먹은 사람 이름도 기억 못 하는 거야?” 신은지는 박태준을 힐끗 째려보며 말했다. “뜨거운 물을 네 손에 부으려고 했던 그 여자?” 박태준은 이제야 떠오른 듯 말했다. 이미 오래 지난 일이고, 진화영의 얼굴이 생각나지도 않았지만 박태준은 그때 당시와 똑같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 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영웅이 예약한 커플룸은 그야말로 귀티가 흘렀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썸 타는 달달한 분위기를 풍겼다. 신은지는 메뉴판을 펼쳤다. 메뉴판의 첫 장부터 하트 모양의 스테이크가 있었다. 스테이크의 이름 또한 하트 모양과 걸맞게 ‘일편단심’이었다.메뉴 이름들은 모두 평범하지 않았다. 마치 싱글은 밥 먹을 자격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은지는 스테이크와 디저트를 주문했고, 박태준도 신은지와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스테이크 2인분과 디저트 몇 개를 주문하니 벌써 50만 원이 넘었다. 그런데 이때, 박태준이 와인 한 병을 추가하자 백만 원이 훌쩍 넘었다. 신은지는 만족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나가는 종업원의 표정을 보았다. “박태준, 너 무식하게 돈만 많은 거야?” 신은지는 박태준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박태준에게 정신 차리라고 뺨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집에 있는 술은 장식용이야? 굳이 이런데 와서 바가지 당하면서 비싼 술을 마셔야겠어? 방금 종업원이 너 쳐다보는 눈빛 봤어? 아주 그냥 노다
한 달 동안 계속 보냈는데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그때 나유성은 그녀한테 마음이 없다고 생각해 보낸 편지를 버렸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러자 박태준은 꿋꿋이 서 있었고 정말 중요한 자리 빼고는 다 서게 되었다.신은지는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거지 그 어떤 답을 얻으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박태준이 이상하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박태준은 속으로 말할까 말하지 말까라고 고민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사실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지난번에 신은지한테 거짓말을 이미 한번 했다. 그때는 자기한테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지만 편지 이 일에 대해 더 숨기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박태준이 고민한 사이에 신은지는 서둘러 카드를 치워 박태준한테 넘겼다. “됐어. 어거 얼른 치워.”두 사람은 1층 창가에 앉아 있어서 그 카드들은 사람들 눈에 쉽게 띄기 마련이다. 신은지는 옆에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자기 네 쪽으로 쳐다 보는 걸 보게 되었다.그녀는 가게에서 나가 누구한테 당할 가봐 겁이 났다.“지금 뭐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리고 또 내가 다른 남자 좋아할 수도 있잖아. 그건 다 모르는 일이야.”신은지는 단순히 박태준을 놀리려고 말한 거였다. 능력 있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 본 여자는 눈이 높아 쉽게 다른 사람을 좋아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태준처럼 얼굴도 반반하고 재력도 있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단점이라고 하기에는 잠자리할 때 스킬이 부족하고 부드럽지 못한 것이었다. 근데 이건 여러 번 시도하면서 좋아지는 거지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헉.”신은지는 목을 가다듬고 쓸데없는 생각하고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사실 신은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중에 박태준처럼 이렇게 눈의 확 띄는 남자를 쉽게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박태준은 아무런 고민 없이 단정했다. “넌 다른 사람 좋아할 기회도 없어.”“왜?”“그렇게 되면 내가 마음 아파할 거니까.”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