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가 나가려고 입구에 도착했을 때 육지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육지한은 신은지를 힐끗 쳐다보고 곧장 강태민에게 향했다.“둘째 큰아버지, 신지연이 최근 변호사를 찾아간 것을 확인했어요. 만약 친자식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들인 양육비를 돌려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지연도 이미 자백했잖아요. 신지연이 신은지 씨 머리카락을 가져간 것도 다 신진하가 시킨 짓이에요. 신진하는 출소한 후에 사채업자들에게 빛 독촉을 받을까 봐 신은지 씨 피를 빨아먹으려고 한 거예요.” “……” 당황스러운 강태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신은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강태민 씨와 강이연을 오해한 것 같네요. 오늘은 늦었으니 다음에 제대로 사과하러 찾아뵐게요.” “별일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이 밝혀졌으니 됐어요.” 신은지가 떠난 후, 강태민은 방금 전 온화한 표정은 사라지고 어두워진 표정으로 육지한에게 말했다. “강이연이 요즘 누구랑 연락하는지 알아봐. 그리고 연락하는 사람들 신상 확인하고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박태준 대표님께서 합작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육지한은 말했다. 강 씨 집안이 남포에서 아무리 잘나가도 경인에서는 소용없다. 경인에서 또 다른 인맥을 쌓아야 한다.인맥을 가장 빨리 쌓을 수 있는 방법은 그 지역의 잘나가는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다. “거절했다고?” 강태민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 강태민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이 시각 재경 그룹. 박태준은 손에 서류를 들고 한 페이지만 계속해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조용한 사무실 안에는 오직 청소 아줌마가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소리마저 아주 조용했다.잠시 후, 청소를 끝낸 청소 아줌마는 빗자루를 챙겨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박태준은 청소 아줌마에게 물었다. “결혼 생활이 행복합니까?”청소
잠시 후, 통화음이 몇 번 울리지 않고 신은지는 전화를 바로 받자 박태준은 화가 가라앉았다.“식당 예약해놨어, 저녁밥 같이 먹자.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박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진영웅이 옆에 있었다면 분명히 어이없는 표정으로 박태준을 쳐다봤을 것이다. 방금 전에 누가 누구를 위로해 줘야 된다고 말했던 사람이 누구였을까? 진영웅은 박태준이 단단히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신은지에게 부드럽게 말하는 박태준은 방금 전 진영웅과 이야기할 때와 전혀 달랐다. “알겠어. 그냥 택시 타고 식당으로 갈 테니까 주소 보내줘.” 신은지는 슬픈 감정을 숨기고 애써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화가 풀린 박태준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박태준은 신은지가 그 늙은 노인네 편을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연애 경험이 부족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박태준은 늙은 노인네에게 밀린 것이다. 박태준의 머리 아픈 고민을 모르는 신은지는 경찰서 앞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연필로 몇 번 끄적이자 한 여자의 얼굴이 그려졌다. “아빠를 만나보고 싶은데 판결이 안 끝나서 변호사 외에는 만날 수 없다네…” “뭐?” 박태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태준은 그저 계약 남자친구에 불과했다. 신은지와 저녁 약속을 한 박태준은 기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런데 오자마자 신은지는 찬물을 끼얹었다.“그래서 저녁밥 같이 먹겠다고 한 이유가 부탁하려고 그런 거야?” “아니, 아버지 일은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신은지는 박태준이 이런 생각을 할 줄 몰랐다. 박태준은 신은지의 말투에 불길함을 느꼈다. 신은지가 또다시 계약 남자친구를 취소하자고 할까 봐 겁이 난 박태준은 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 은지야, 아버지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 그런데 네가 네 허락 없이는 손끝 하나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그거 좀 봐줄 수 없을까? 일주일… 아니, 한 달로 변경해 줘…” 신은지는 초조한 박태준의 모습에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 나
신은지는 뒤돌아서 말했다. “기회는 딱 한 번만 드릴 테니 말 잘하세요. 저도 몇 년 동안 조사한 게 꽤 있어요. 만약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면 신지연 때문에 생긴 상처들 병원 가서 검사할 거예요. 그렇다면 부녀가 법정에서 만나겠죠?”신은지는 신진하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바로 신지연이 신은지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있을 때 구경하던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신은지는 신지연에게 불쌍하게 머리끄덩이를 잡히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본 신진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신진하는 한편으로 신지연이 자신을 바보로 여기고 신은지에게 별장을 알려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은지가 수작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신진하는 거들먹거리는 신은지를 호되게 혼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에 누군가 나를 찾아와서 네 엄마한테 그림 복원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어. 나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알겠다고 했지.” 신진하는 상대방에게 사례금으로 5천만 원을 받았다는 것을 생략하고 말했다. 게다가 심은하가 거절하는데 강압적으로 협박을 해서 심은하가 어쩔 수 없어 받아들였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때 당시 신진하는 무명 화가가 그린 별 볼일 없는 그림을 5천만 원이나 주자 이게 웬 떡인가 했다. 하지만 그 후, 심은하는 그림을 복원하지 말라고 하는 장난전화를 받았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신진하는 사람을 시켜 뒷조사를 했었다. “그 그림은 군천에 있는 강 씨 집안에서 받은 그림이야. 강 씨 집안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림을 그려서 남편에게 줬다고 해. 그리고 부부는 한 평생 금슬이 아주 좋았다고 해. 부부가 자식을 10명을 낳은 걸 보면 얼마나 금슬이 좋은 지 알 수 있어. 그림이 망가지자 할아버지는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셨어. 하지만 그때 당시 할아버지 건강이 많아 안 좋으셨지. 자식은 재산 다툼을 하다가 서로 의절했고, 할아버지 기분을 풀어드리려고 그림을 복원해드렸다고 해.” 일부는 신진하가 직접 조사한 것이고
“내가 언제…” 신은지는 이런 사소한 것들은 이미 잊은 지 오래었다. 그런데 말하던 도중 무언가 생각났다. “아… 그건 아는 감독님이 새 드라마에 들어갈 배우를 찾아달라고 부탁해서 단톡방에 초대해 주려고 한 거잖아.” “그래.” 박태준은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그때 진화영 씨랑 선 봤잖아.” 신은지는 갑자기 번뜩 생각이 났다. “뭐? 누구?” 박태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화영은 너를 위해서 자기 아빠까지 포기했는데, 너는 같이 밥 먹은 사람 이름도 기억 못 하는 거야?” 신은지는 박태준을 힐끗 째려보며 말했다. “뜨거운 물을 네 손에 부으려고 했던 그 여자?” 박태준은 이제야 떠오른 듯 말했다. 이미 오래 지난 일이고, 진화영의 얼굴이 생각나지도 않았지만 박태준은 그때 당시와 똑같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 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영웅이 예약한 커플룸은 그야말로 귀티가 흘렀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썸 타는 달달한 분위기를 풍겼다. 신은지는 메뉴판을 펼쳤다. 메뉴판의 첫 장부터 하트 모양의 스테이크가 있었다. 스테이크의 이름 또한 하트 모양과 걸맞게 ‘일편단심’이었다.메뉴 이름들은 모두 평범하지 않았다. 마치 싱글은 밥 먹을 자격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은지는 스테이크와 디저트를 주문했고, 박태준도 신은지와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스테이크 2인분과 디저트 몇 개를 주문하니 벌써 50만 원이 넘었다. 그런데 이때, 박태준이 와인 한 병을 추가하자 백만 원이 훌쩍 넘었다. 신은지는 만족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나가는 종업원의 표정을 보았다. “박태준, 너 무식하게 돈만 많은 거야?” 신은지는 박태준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박태준에게 정신 차리라고 뺨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집에 있는 술은 장식용이야? 굳이 이런데 와서 바가지 당하면서 비싼 술을 마셔야겠어? 방금 종업원이 너 쳐다보는 눈빛 봤어? 아주 그냥 노다
한 달 동안 계속 보냈는데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그때 나유성은 그녀한테 마음이 없다고 생각해 보낸 편지를 버렸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러자 박태준은 꿋꿋이 서 있었고 정말 중요한 자리 빼고는 다 서게 되었다.신은지는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거지 그 어떤 답을 얻으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박태준이 이상하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박태준은 속으로 말할까 말하지 말까라고 고민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사실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지난번에 신은지한테 거짓말을 이미 한번 했다. 그때는 자기한테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지만 편지 이 일에 대해 더 숨기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박태준이 고민한 사이에 신은지는 서둘러 카드를 치워 박태준한테 넘겼다. “됐어. 어거 얼른 치워.”두 사람은 1층 창가에 앉아 있어서 그 카드들은 사람들 눈에 쉽게 띄기 마련이다. 신은지는 옆에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자기 네 쪽으로 쳐다 보는 걸 보게 되었다.그녀는 가게에서 나가 누구한테 당할 가봐 겁이 났다.“지금 뭐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리고 또 내가 다른 남자 좋아할 수도 있잖아. 그건 다 모르는 일이야.”신은지는 단순히 박태준을 놀리려고 말한 거였다. 능력 있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 본 여자는 눈이 높아 쉽게 다른 사람을 좋아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태준처럼 얼굴도 반반하고 재력도 있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단점이라고 하기에는 잠자리할 때 스킬이 부족하고 부드럽지 못한 것이었다. 근데 이건 여러 번 시도하면서 좋아지는 거지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헉.”신은지는 목을 가다듬고 쓸데없는 생각하고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사실 신은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중에 박태준처럼 이렇게 눈의 확 띄는 남자를 쉽게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박태준은 아무런 고민 없이 단정했다. “넌 다른 사람 좋아할 기회도 없어.”“왜?”“그렇게 되면 내가 마음 아파할 거니까.”신은
박태준은 고개를 숙이고 신은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얼굴에 불어오는 그의 뜨거운 숨결에 신은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남자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그리고…….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박태준은 그대로 몸을 일으키고 신은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일찍 자.”“…….”몸은 이미 뜨거워졌고 느낌도 왔는데 신은지가 상상했던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그렇다고 정색하면, 내가 너무 허기져 보이잖아.’그래서 신은지는 이불을 한방에 차버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엉뚱한 일로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자긴 뭘 자!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몸에 먼지가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그대로 침대에 내려놓을 수가 있어? 얼마나 더러운지 알아?”말을 마친 그녀는 박태준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빠른 걸음으로 욕실에 들어갔다.박태준이 차에서부터 안고 온 탓에 신은지는 아직 외출 신발을 신고 있었다.슬리퍼를 갈아신기 불편해서 신발을 벗고 그냥 맨발로 걸어갔다.신은지가 샤워를 마치하고 나왔을 땐, 박태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슬리퍼만 욕실 밖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신은지는 잠이 오지 않았다. 술을 마셔서 속이 불편한 그녀는 일 층에 내려가 우유 한잔 데워서 마시기로 했다.‘박태준 그 녀석, 꽃다발을 받은 후부터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 보니, 나한테 알려주고 싶지 않은 건가?’신은지는 이렇게 생각하며 우유를 한 잔 더 데웠다.방금 내려올 때, 서재 문틈 사이에서 새어나온 불빛을 봤다. 그래서 신은지는 우유를 들고 서재로 걸어갔다.그녀가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서재에서 탄내가 나는 걸 맡았다.‘설마 자살하려는 건 아니겠지?’신은지는 노크할 새도 없이 손잡이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그러자 책상 위에 놓인 향로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향로 안에 던지려던 박태준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문 쪽을 쳐다보았다.이때 마침 박태준이 들고 있는
그와 동시에 다급한 목소리가 신은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장경준, 당신 아들이 납치됐습니다. 납치범이 장경준 씨랑 통화하고 싶답니다. 10초 밖에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당신 아들을 죽이겠다고 했으니까, 얼른 받으세요.”수화기를 뺏으려던 신은지의 손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그리고 자기가 장경준 입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란 걸 깨달았다.장경준의 아내와 아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해도 장경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장경준은 일그러진 얼굴로 유리창에 덮쳐들며 횡설수설했다.“나 장경준이에요. 알았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제 아들 놔주세요. 제발.”그는 이렇게 말하며 연신 머리로 유리를 박았다.“제발. 제가 이렇게 빌게요.”교도관은 장경준의 자해 행동을 미처 막지 못했다. 너무 세게 박은 이마에서 피가 났다.신은지는 유리를 따라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넋을 잃었다.면회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의 손발은 아주 차가웠다.너무 기뻐서 울먹거리는 장경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감사합니다. 감사해요.”교도소에서 나오자, 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비췄다. 하지만 신은지는 따뜻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그저 춥기만 했다.마음에서 전해져 나온 한기에 그녀의 두뇌마저 얼어버리고 말았다.신은지는 차에 탔다.교도소의 주차장은 뻥 뚫려 있어서 그늘진 곳이 전혀 없었다.뜨거운 햇볕 아래 오래 달궈진 차 안은 후끈했다.그러나 신은지는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에어컨도 켜지 않고 그냥 앉아있었다.그러다 몸이 견디지 못하고 생리적인 항의를 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얼른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최대한 시원하게 틀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신은지의 핸드폰이 울렸다.진유라한테 걸려 온 영상통화였다.신은지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뭐해?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진유라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콘서트 티켓 두 장 샀어. 너랑 나, 둘이 가면 딱 맞겠다. 드디어 나한테도 이런 기회가
공기 중에 가죽이 타는 악취가 진동했다. 창가 자리의 가장자리는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식되며 거품이 끓어올랐고 좌석 등받이에도 황산이 튄 곳이 모두 부식되었다. 만약 곽동건이 급 브레이크를 밟아 신은지를 향해 가던 황산의 방향을 틀지 않았다면,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은 그녀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신은지는 진유라와 함께 반대편 차문 쪽에 바짝 붙어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팔뚝에 화상을 입었다. 곽동건이 막 소리치는 것을 들은 신은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창문을 닫았지만, 반응 속도가 늦어 창문을 닫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러나 신은지가 늦게 반응한 찰나의 순간은 이미 잘 준비되어 있는 상대방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신은지가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지만 부상은 이미 피할 수 없었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 진유라가 신은지를 잡아당겼기에 진유라의 손에도 황산이 튀었다. 그 차는 이미 유유히 그들을 지나갔다. 바람에 휩쓸린 낙엽 몇 개와 피할 수 없는 독설만이 남았다. ”똑바로 봐요, 이건 경고일 뿐이에요.” 곽동건은 차를 세우고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신은지에게 던졌다. ”상처에 묻은 황산을 깨끗이 닦아요.” 곽동건은 진유라의 팔뚝에 선홍 빛 화상을 힐긋 쳐다보며 말했다. "살갗이 벗겨지지 않도록 조심해요. 차 안에 물이 있어요?” "트렁크에 있어요.” 진유라는 이미 고통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진유라의 두 눈은 토끼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엉엉 울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이성적으로 고통을 참고 있었다. 그녀는 다 큰 어른이 고통스러워 우는 것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흉터가 남을까?” 신은지 진유라의 상처에 남아있는 황산을 닦아내는데 집중하며 말했다. "아니, 내가 제일 잘하는 피부과를 찾아서 가장 비싼 약을 사용해서라도 상처 안 남게 해 줄게.”곽동건의 셔츠 원단은 부드럽고 흡수력이 높아 피부에 2차 손상을 주지 않고 황산을 닦을 수 있었다. 진유라는 너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