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큰 침대 위에 하얀 이불이 덮여 신은지 위에 박태준이 올라와 있었다.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밀자 그녀의 몸이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입술에 강하게 키스했다.신은지는 목을 뒤로 젖히며 압박당하듯 그의 키스를 받았다. 이따금씩 그녀에게서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방은 어두웠지만 상대방의 얼굴은 또렷이 보였다. 신은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눈 밑은 물방울로 가득해 멍하고 흐릿했으며 눈꼬리는 붉은색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딱 봐도 괴롭힌 당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방 안의 공기가 뜨거워지자 신은지의 손가락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움츠러들었다.박태준의 눈길이 핑크빛으로 물든 그녀의 살결에 닿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안팎으로 열기가 달아올랐다.신은지의 손가락이 그의 목에 닿자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그의 목젖을 쓰다듬었다. 박태준은 더 빨리 키스했고, 손마디마디가 도드라진 손으로 신은지의 손을 잡고 하얀 침대 시트에 꽉 눌렀다. 박태준의 낮고 쉰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은지야..."그 순간, 신은지가 발로 그의 어깨를 밀었다. 마치 장난치듯이 약한 힘이었지만 그는 그녀의 몸에서 떨어졌다.강력한 무중력 상태가 느껴졌다——박태준이 눈을 떴다.머리 위로 순백색 천장이 보였고 몸 아래에는 어두운 색의 이불이 있었다. 방 안은 어두웠고 커튼 틈새로 조금의 빛만 비치고 있었다.신은지도 없었고 그 좋았던 장면도 없었다. 그는 신당동 빌라에 누워있었다. 꿈꾸고 있었던 것이었다.방금 일은 다 꿈이었다...꿈속의 일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깨어났을 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극도의 공허함이 느껴졌다.박태준은 멋진 눈썹을 찌푸리고 침대등을 켜고 이불을 들어 올려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웠다.움직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헛웃음을 지었다. “결혼 생활 3년 동안 이렇게 강한 적 없었으면서 옆에 사람이 없으니까 더 열심히 일하네.”그는 다시 이불을 억지로 덮더니 "
신은지의 텅 빈 머릿속에 누가 어떤 이미지를 쑤셔 넣은 것 같았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수화기 반대편에서는 박태준도 말을 하지 않아서 분위기가 그의 숨소리와 함께 점점 더 모호해졌다.신은지는 가까스로 진정된 그의 호흡이 다시 가라앉는 걸 느꼈다. 에로틱함과 섹시함이 가득했다. 그녀의 이마에 볼록한 정맥이 두근거렸다. "박태준, 좀 자제해 봐. 전화 걸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남자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참고 있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말을 마치기도 전에 신은지는 전화를 끊었다. 이 놈의 마음은 음란함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신은지는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이불을 끌어당겨 계속 자려고 했지만 눈을 감고 보니 박태준 때문에 졸음이 사라졌다.그녀는 불을 켜고 한동안 인스타 스토리를 보다가 어찌 된 일인지 육지한의 인스타를 클릭했다. 마지막 DM은 그녀가 강이연에 대해 물어본 것이었다. 육지한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스토리를 클릭했는데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그녀는 그가 그녀를 차단했는지 궁금해했다.그러나 신은지는 육지한에게 DM을 보내면서 확인하진 않았다. 육지한은 자신인 고용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가 어떤 부탁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부탁할 만큼 그렇게 뻔뻔하지 않았다. 그러나 육지한 때문에 신은지는 또 다른 일이 기억났다.A시의 차 안에서 그녀는 의문의 남자에게서 염주를 받아왔다.신은지는 침대 옆 탁자 서랍을 열고 작은 잎이 달린 붉은 백단향 구슬을 꺼내 두 손가락으로 쥐고 불빛에 비춰보았다.붉은 구슬 중앙에는 '부처'라는 글자가 아주 작게 금가루로 쓰여 있었다. 비록 글씨는 작았지만 또렷하고 날카로워 보기만 해도 맹렬한 기세를 느낄 수 있다. 마음까지 꿰뚫는 것을 보고 만든 사람의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외에는 특별한 점은 없었다.작은 잎 붉은 백단향 염주는 흔해서 여기저기서
조태오가 소리를 지르자 조사하러 온 지도자들이 임 관장을 바라보았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임 관장의 안색이 변하더니 경고하듯 그를 한 번 보고, 이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태오 씨, 제 사무실로 가서 기다리세요. 나중에 얘기하죠. 이분들께서는 조사 후에도 할 일이 있어요."조태오는 임 관장이 방금 자기가 신은지를 본 걸 알았을 것이라 단언했다.임 관장은 그저 그 여자를 감싸주고 싶었을 뿐이다.이렇게 감싸 주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를 추잡한 관계인 것 같았다.그들의 업무 분야에서는 항상 연장자들이 신입을 주도해 왔다. 신은지의 나이에 이런 직함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가 이렇게 중요한 복원 사업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가.그는 이번에는 업계의 룰을 훼손한 이 사람을 제거할 것이다."관장님, 저희 가족의 문제가 아니에요. 저희 가족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조태오는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올라왔다. "은지 씨가 진행한 복원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는 신은지를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녀처럼 어린 사람이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다 했잖아요. 보세요. 진짜 일이 터졌네요.” 등을 곧게 펴고 리더의 지시에 귀를 기울였던 신은지는 주위의 흐릿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조태오는 그녀가 아무렇지 않아 하자 놀랐다. 임 관장은 분노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 미친 녀석을 때려죽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됐습니다. 억지도 정도껏 하셔야죠. 높으신 분들 앞에서 함부로 말하다니 이만 나가 주세요.”"그냥 은지 씨를 감싸주고 싶은 거 아닌가요?" 조태오도 한 고집했다.임 관장이 다른 사람을 시켜 그를 내쫓으려 할 때, 옆에 있던 지도자가 말했다. “계속 말해보시죠. 당신네 이곳은 유일무이한 문화재의 보고예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죠.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당신네 평판을 손상시킬 것입니다." 지도자들이 모두 그렇게 말하자,
강이연의 신분과 성격을 알게 된 신은지는 비밀을 지켰다. 강이연이 자신 때문에 여기에 왔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너무 우연한 일은 대개 좋은 것이 아니었다.원래는 긴급 상황용으로만 사용하려 했는데 이렇게 빨리 쓸 날이 올 줄은 몰랐다."..."현장은 조용했다.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신은지를 바라봤다.스스로 감시하는 것이 정상인가?신은지는 들고 있던 노트북을 열었다. 비녀는 3일 전에 복원되어 원래 오늘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리더의 불시 조사로 인해 지연되었다.사흘 전 CCTV 영상을 클릭하니 수리한 비녀를 상자에 넣고 라벨을 붙이는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그 이후로 그녀는 임시로 지정된 작업장에서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왕관을 복원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녀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다.휴대폰 케이스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그녀의 움직임을 계속 따라다녔기 때문에 누가 비녀를 빼앗아 이렇게 만들고 다시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신은지가 영상에서 말했듯이 그녀는 혼자였고 누군가 다가오면 얼굴을 피했다.이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적어도 그녀가 남을 엿보는 변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신은지는 얼굴이 어두워진 조태오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태오 씨, 비녀가 이렇게 된 게 제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겠나요?"조태오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당신이 누군가에게 하라고 명령했는지, 혹은 이 바쁜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이 당신의 열쇠를 훔칠 수 있는지 누가 알겠어요?""아." 신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느릿느릿 말했다. "이 박물관에 저와 공모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 게다가 저한테만 열쇠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캐비닛 관리자와 임 관장 모두 여벌키를 가지고 있었다.조태오는 조롱하며 비웃었다. "그건 아닌데..."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자신이 신은지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모든 사람들이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봤다. 특히 임 관장은 그에게 나가라고 쏘아붙였다.만약
신은지는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박태준의 손도 뿌리치지 않았다. 자신이 발버둥 쳤다가 남자가 허리 위에 느슨하게 두르고 있던 타월이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제 고작 스물다섯이었기에 남자의 나체를 보고 싶을 정도로 배고프진 않았다.박태준은 신은지보다 키가 컸기에 고개를 숙이자마자 그의 턱에 매달려있던 물이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5월의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아 두 사람 모두 얇은 옷을 입고 있어 물에 젖은 천이 피부에 달라붙어 축축했다.신은지는 이런 느낌을 유독 싫어했다."진영웅이 너 지금 곧 죽으려고 하는데 자기는 시간이 없어서 나한테 와보라고 했어, 너 정말 집에서 죽어버릴까 봐 걱정된다고."갑자기 일을 그만둔 아주머니가 생각난 신은지가 다시 덧붙였다."구천 떠도는 귀신처럼 이런 골짜기에서 혼자 사는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시체 썩어도 누구도 모르잖아."잔뜩 화가 난 신은지를 본 박태준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키득거리며 웃었다."진 비서가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걱정되서 그런 거야?"그 말을 들은 신은지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나."박태준이 걱정되지 않았다면 마지막에 차를 돌려 이곳으로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는 속일 것이 못 되었다, 속일 수도 없었다.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을 내뱉는 신은지를 보니 박태준의 심장이 덜컥했다. 심지어 피가 모두 한곳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어머님 나이 드셔서 몸도 안 좋은데 자극 견디기 힘들잖아, 아주머니 갔으면 한 분 더 모셔 와."신은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주머니께서 집에서 지내지 않아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들렀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신당동에는 경호원이 있지만 분부 없이 방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그 말을 들은 박태준이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하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방금 신은지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반짝였던 눈도 어두워졌다."은지야…"부드러운 불빛 아래, 단둘이 머문 거실 안
"얌전히 있어, 약 발라줄게."박태준이 신은지를 소파로 데리고 가 말했다.신은지는 박태준이 그저 약을 발라주려는 핑계로 자신을 강제로 집안으로 들인 것이 조금 의외였다. "내가 안 된다는 거 너가 아는데 내가 너한테 뭘 하겠어?"신은지가 고개를 들자 박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옆에 있던 서랍에서 약상자를 꺼냈다."누가 괴롭혔어?"박태준이 면봉에 약을 묻혀 신은지의 상처에 발라주며 물었다.하지만 신은지는 자신이 괴롭힘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스스로 상대방이 자업자득하게 만들었다. 그랬기에 조태오에게 밀쳐져 손을 다쳤다고 해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했다고 해도 그녀는 별 반응이 없었다.하지만 박태준이 이렇게 물으니 그녀는 숨이 멎었다, 그리고 억제할 수 없는 억울함이 치고 올라왔다. 그녀는 그렇게 그의 눈과 콧대를 보며 멍때리다 갑자기 시선을 옮겼다."아니."떨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그녀가 억울함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녀는 완강하게 부인했다.그 목소리를 들은 박태준이 고개를 들더니 담담한 얼굴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내가 있잖아."곧 약을 다 바른 박태준이 약상자를 치우더니 일어서서 신은지를 내려다봤다."배고파?"신은지는 퇴근하자마자 이곳에 들른 것 같았다."아니."신은지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지만 배에서는 꼬르륵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 간단하게 먹은 그녀는 점심에 많이 먹으려고 했지만 그 일을 당한 바람에 입맛이 없어져 겨우 빵 하나를 먹었다."내가 밥해줄게."박태준이 신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신은지가 일어서며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녀 머리 위의 힘이 강해졌다. 덕분에 신은지는 다시 소파 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다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 나 아직 열나잖아, 환자 돌봐준다고 생각하고 내 기분 잡치는 말 하지 마."하지만 신은지 머리 위, 손의 온도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심지어 조금 차갑기도 했다."아니면 내가
박태준의 목소리에 금방 일어났을 때의 나른함이 담겨있었다.신은지는 그 목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고 방안의 익숙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몸을 일으킨 그녀가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바라봤지만 옷은 어제와 똑같았다. 그저 하룻밤 잔 덕분에 조금 쭈글쭈글할 뿐이었다."내가 왜…"중얼거리던 신은지는 어젯밤 소파에서 잠들었던 것이 생각났다."몇 시야? 왜 안 불렀어?"신은지가 이불을 치워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깨웠던 거야?"신은지가 잠시 멈칫하더니 의심 서린 눈길로 박태준을 바라봤다.곧이어 박태준도 일어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반신이 공기에 드러났다. 섹시하고 선명한 근육이 자리 잡은 몸이었다."내가 너 소파에서 침대까지 안고 왔는데도 너 안 깼잖아, 그런데 어떻게 깨울 수 있었겠어?"박태준이 말을 하다 탁자 위에 있던 시계를 힐끗 봤다."여덟 시네."밍기적거리다간 지각할 수도 있었기에 신은지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다급하게 드레스 룸으로 가 옷을 바꿔 입고 나왔다. 그 사이, 박태준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박물관 쪽에는 내가 대신 휴가 냈어."그 말을 들은 신은지가 휴대폰을 꺼내 통화기록을 확인해 보니 아침 6시에 관장님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있었다."누가 네 마음대로 나 대신 휴가 내라고 했어?"아침 6시에 남자가 신은지의 휴대폰으로 대신 휴가를 냈으니 다른 이들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은지의 체면을 어디에 두라는 건지."아침 차려줄 테니까 씻고 천천히 내려와, 이따 손님 오시기로 했어."이혼한 마당에 손님이 오든 말든 신은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신은지는 박태준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씩씩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다시 나왔을 때, 박태준은 이미 방 안에 없었다."박, 박 대표님, 무슨 일로 저 부르셨어요?"신은지가 방에서 나왔을 때, 아래층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앉아요."박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상대방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신은지는 그가 앉았는
“출국한 적도 있어?”신은지는 이 사실을 정말 몰랐다. 결혼 전에 그녀는 박태준과 친하지 않아서 1년쯤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상한 것이 없었다.남자는 젓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차갑게 대답했다.“응.”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지만 신은지는 이 외마디 대답에서 왠지 화가 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찔리는 듯 고개를 숙이고 찐만두를 입에 쑤셔 넣었다.어쨌든 대량 생산된 냉동식품이라 기대를 안 했는데, 입에 넣자마자 육즙이 넘치고 맛이 신선해 평소에 먹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포시즌호텔에서 어제 보내온 거야.”“...”‘어쩐지 다르더라니. 자본가의 사치는 아침 식사부터 시작되는구나.’그녀는 연거푸 두 개를 먹은 후에야 나지막이 말했다.“그때 우리는 서로 잘 몰랐어. 그러니까 네가 출국했던 것을 모르는 것도 정상이야. 너도 내 일을 모르잖아?”말을 하면 할수록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 신은지는 배짱도 생겨 고개를 들고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박태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꼬리가 있었다면 지금쯤 아마 득의양양하게 흔들었을 것이다.남자는 빙그레 웃었다.이 순간 그들이 막 결혼한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반짝이고 있다. 비웃거나 가시 돋친 말, 무관심과 거부 등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없었다.박태준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 견디기 힘들었고, 마음이 호수에 잠긴 듯 답답하고 눅눅했다.그는 손을 들어 신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학 시절에 있었던 몇 가지 일을 얘기했다. 모두가 다 아는 일이라면 모르겠는데, 하필이면 아주 일상적이지만 전혀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닌 그런 일들이었다.신은지는 의아해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건... 누가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일을 이렇게 잘 알겠는가?그녀는 아침을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향긋하고 육즙이 넘치는 찐만두도 맛이 없어졌다.“너 혹시 변태야? 사람을 보내 나를 조사했어?”박태준은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지더니 바보가 아니냐는 듯 코웃음을 쳤다.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