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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너 마음 약해졌어

신은지는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박태준의 손도 뿌리치지 않았다. 자신이 발버둥 쳤다가 남자가 허리 위에 느슨하게 두르고 있던 타월이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고작 스물다섯이었기에 남자의 나체를 보고 싶을 정도로 배고프진 않았다.

박태준은 신은지보다 키가 컸기에 고개를 숙이자마자 그의 턱에 매달려있던 물이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

5월의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아 두 사람 모두 얇은 옷을 입고 있어 물에 젖은 천이 피부에 달라붙어 축축했다.

신은지는 이런 느낌을 유독 싫어했다.

"진영웅이 너 지금 곧 죽으려고 하는데 자기는 시간이 없어서 나한테 와보라고 했어, 너 정말 집에서 죽어버릴까 봐 걱정된다고."

갑자기 일을 그만둔 아주머니가 생각난 신은지가 다시 덧붙였다.

"구천 떠도는 귀신처럼 이런 골짜기에서 혼자 사는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시체 썩어도 누구도 모르잖아."

잔뜩 화가 난 신은지를 본 박태준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키득거리며 웃었다.

"진 비서가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걱정되서 그런 거야?"

그 말을 들은 신은지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나."

박태준이 걱정되지 않았다면 마지막에 차를 돌려 이곳으로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는 속일 것이 못 되었다, 속일 수도 없었다.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을 내뱉는 신은지를 보니 박태준의 심장이 덜컥했다. 심지어 피가 모두 한곳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

"어머님 나이 드셔서 몸도 안 좋은데 자극 견디기 힘들잖아, 아주머니 갔으면 한 분 더 모셔 와."

신은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주머니께서 집에서 지내지 않아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들렀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신당동에는 경호원이 있지만 분부 없이 방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박태준이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하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방금 신은지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반짝였던 눈도 어두워졌다.

"은지야…"

부드러운 불빛 아래, 단둘이 머문 거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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