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측의 관심 속에서 남지훈은 부득이 유씨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은 직접 서울 공항에서 대승 그룹의 임원들과 윤범 윤호를 픽업하고 J 도시로 모셨다.창문 앞에 서서 J 도시를 내려다보는 남지훈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다."현수 씨, 담배 한 대주세요."남지훈은 이현수의 뒤에 서 있었다."지훈 씨."이현수가 말했다."이 물건은 쉽게 건드리지 마세요. 중독되면 끊기 힘들어요.""괜찮아요."남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현수는 한숨을 쉬며 담배와 라이터를 남지훈에게 주었다.불을 붙이고 담배를 한 모금 빨자 남지훈은 격렬한 기침을 연이어했다.남지훈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예전만 해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꼴 보기 싫었는데, 이제는 알겠어요.""지훈 씨."이현수가 말했다."일에 진전이 있잖아요. 소연 씨도 곧 돌아올 거예요."남지훈은 담배 한 모금을 끝까지 빨아들이고 길게 내뱉으며 말했다."그랬으면 좋겠네요."스카이팰리스로 돌아온 남지훈은 음식을 만들었다.식당에 앉아있는 남지훈은 적응하지 못하고 반대편을 바라보았는데 텅 비어 있는 자리를 보고 남지훈은 입맛마저 잃었다.남지훈이 집에 혼자 뿐인 것을 알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현수와 남가현은 두 아이를 데리고 스카이팰리스로 찾아왔다.그들뿐만 아니라 송태수, 소박환 등 모두가 모였다.집은 이제야 좀 시끌벅적해졌다.모두 앉아있었고, 남지훈은 그제야 술을 몇 모금 마셨고, 음식을 몇 점 먹었다.밤이 되자 일행은 떠났고 집안은 또다시 조용해졌다.남지훈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교섭팀과 대승 그룹 모두가 실패하면 어쩌지?이것은 남지훈이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였다.변경 지역에 있을 때, 백지는 사람을 이끌고 옛 협곡에 가기 전 모래판으로 수많은 가능성을 추론했던 것이 생각났다.모든 가능성에 근거하여 해당 방안을 제안했다.남지훈은 백지의 이 한 수를 배운 셈이다.남지훈 또한 모든 가능성과 해결책을 가정하고 있었다.이렇게 많은 생각을
임원이 말했다.“학대는 없었습니다. 검거된 후로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었습니다. 그런데 견디기 힘들었던 점은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과 외부와의 통신을 차단한 것입니다.""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있어서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남지훈은 한 시름 놓였다.만인왕은 임원들을 응원하고 격려했고, 한 끼 식사를 두 시간 남짓이 하고서야 헤어졌다.이번 일로 만인왕은 임원들에게 먼저 며칠간 휴식을 한 후 다시 출근하라고 했다.식당에서 나온 남지훈은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남지훈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윤범이 말했다."도련님, 왜 담배를 피우세요? 담배는 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물건이에요.""괜찮아."남지훈이 말했다."윤범아, 요 며칠 네 도움이 필요해.""도련님, 말씀하세요."남지훈이 말했다."국제선으로 직항하는 개인 비행기를 사 줘."이런 방면에서 남지훈은 알아낼 방법이 없으므로 윤범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윤범도 그제야 도련님 같은 신분인 사람이 개인 비행기조차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소연이 없으니, 드디어 남지훈도 즐기기를 시작한 건가?’이날 밤, 남지훈은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소연과의 연락이 끊기고 그쪽의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남지훈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다음날, 남지훈은 커다란 다크서클을 하고 출근했다."지훈 씨."이현수는 남지훈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안 먹고 안 마신다고 해서 일은 해결되지 않아요. 신선도 오래 살려면 먹고 자고 하던 데요.""소연 씨 일은 우리 모두가 신경쓰고 있잖아요, 우리도 걱정하고 있어요."남지훈은 담배 한 대를 붙이며 말했다.“소연이가 혼자 그쪽에서 외롭게 지내는 모습을 생각하면 잠들 수가 없어요, 아마 현수 씨였어도 잠들지 못했을 거예요."이현수는 한숨을 쉬었다.비서도 옆에서 한마디 했다."남 부대표님, 소 대표님이 출장을 떠나기 전에, 남 부대표님에게 국내에서 잘 먹고 잘 지내라고 하셨잖아요, 소 대표님 괜찮을 거예
두 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남지훈은 평소 회사 업무가 많지 않았고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있을 때만 남지훈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오후 퇴근 후 남지훈은 먼저 전천행에게 전화를 걸어 출국하려는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때마침 전천행도 새로운 소식을 입수하고 남지훈에게 전했다.“그 사람들 아직 지훈 씨 정체를 모르니 별로 문제 될 건 없어요. 그러니까 미루지 말고 얼른 다녀와요!”남지훈은 전천행의 전화를 끊고 유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 혹시 이수 오빠한테 소연이랑 만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거기 좀 가보려고요.”유지아가 흔쾌히 승낙했다.그녀는 아들과 며느리가 떨어져 지내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재용도 역시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고 밤중에 남지훈에게 연락해 남지훈을 먼저 그곳으로 넘어오게 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남지훈은 곧장 서울로 날아갔다. 비행기에서 그는 겨우 2시간 정도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항공권은 이미 오래전에 예약되어 있었고 여권도 이미 발급해 놓은 상태였다. 결국 남지훈은 유지아를 만날 겨를도 없이 바로 서울을 빠져나갔다.피닉스 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천천히 착륙했다.장시간의 긴 비행 끝에 남지훈은 마침내 도착했다.비행기에서 잠을 푹 잔 남지훈은 눈 뜨자마자 이미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유재용은 운전기사를 데리고 픽업을 나왔다. 유씨 그룹은 P 시티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었고 이곳은 유씨 가문의 해외 본거지이기도 했다.차에 올라탄 후 유재용이 입을 열었다.“고모의 지시에 따라 암시장에서 배관 수리공이라는 신분을 가진 새 여권을 만들었어. 여기 오래 머물고 싶다면 다른 신분도 만들어 줄 수 있거든. 심지어 별장 경비원도 가능해!”남지훈은 그 말에 흠칫 놀란 모습이었다.유재용은 P 시티에서 능력이 꽤나 큰 모양이었다.“형, 고마워!”남지훈이 말했다.“가족끼리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이어서 유재용이 말했다.“시차 적응하고 갈까, 아니면 일단 그냥 넘어갈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남지훈의 심장도 점점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캡틴이 그를 2층으로 안내한 뒤 말했다.“감시와 감청은 2시간 동안 임시 폐쇄하겠다!”그렇게 말한 후 그는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남지훈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이 사람, 한국어까지 유창하게 하네?’돌아서서 남지훈은 동요하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그리고 소연도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나지막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 어디 도망 안 가요. 저를 꼭 이렇게까지 시시각각 감시해야겠어요?”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의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남지훈은 코끝이 시큰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런 날은 분명 힘들었을 거야. 큰 J 도시 소씨 가문의 공주님이 이런 수모를 겪어나 봤겠어?’남지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때 비로소 그는 소연을 대면하면 첫 마디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조차 못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여… 여보!”소연이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지난 며칠 동안 오로지 꿈속에서만 어루만질 수 있었던 그 사람이 바로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에 휩싸였다.“지…”“지훈아, 여기 왜 왔어?”그녀는 떨리는 음성과 기쁨을 억누르고 겨우 말을 꺼냈다.남지훈은 손에 든 공구함도 내팽개친 채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하지만 소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삭였다.“여기 사방에 CCTV가 널려있어. 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남지훈의 품 안에 거칠게 확 감싸졌다.“지훈아…”소연의 앵두 같은 입술이 막 벌어진 순간 남지훈은 다짜고짜 그녀의 입술을 확 덮쳤다.그녀는 남지훈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 녀석의 황소 같은 힘을 이기지 못했다.남지훈은 격렬하게 음미하다가 마지못해 소연을 놓아주었다.“야, 이 자식…”소연은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버럭 짜증을 부렸다.“여기 사방이 다 CCTV라고! 만약 그 사람들한테 들키면 너까지 못 나가!”그녀는 남지훈이란 녀석, 배짱이 너무 크다고 꾸짖었다.온
그녀는 자신을 구속한 사람들 앞에서도, 국내에서 입국한 협상단 앞에서도, 대승 그룹 임원진 앞에서도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그녀는 처음 구속되었을 때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임원들을 오히려 위로까지 했다.하지만 남지훈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밤낮으로 남지훈을 향했던 그리움이 이 순간 눈물이 되어 터져버렸다.소연의 울음소리에 남지훈의 가슴은 더욱 미어지는 것 같았다.심지어 소연과 자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소연은 만인왕이 대체할 수 있다 치고 그는?전부도 이런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남지훈은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소연은 그동안의 불만과 남지훈에 대한 그리움을 한없이 토해내며 펑펑 울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남지훈의 품에서 벗어났다.남지훈은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얼른 닦아주었다.“우리도 지금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 네가 끝까지 잘 참고 버텨줬으면 좋겠어. 내가 꼭 데리러 올게. 내가 데리러 올 때까지 절대 살 빠지지 말고!”소연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이 세상에는 남지훈을 괴롭힐 만한 문제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이 망가졌을 때도 남지훈은 의술을 배워서 그녀를 치료해 주었다.소연이가 남지훈을 바라보며 얼굴을 약간 붉히며 속삭였다."여…. 여보…. 나…. 배고파.""내가 맛있는 거 구해 올게.”남지훈이 말하면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소연이가 뒤에서 확 끌어당기며 그를 세게 밀어붙였다."예전에는 네가 매번 리드했지만, 오늘은... 내가 리더야!”....한 시간 반 후.소연이가 남지훈의 옷가지를 주섬주섬 정리해 주며 말했다. "나 괜찮아. 마침 무예 연습도 많이 할 수 있잖아. 또 알아? 내가 이러다 무술 종사가 될지? 그리고 너, 돌아가서 다른 여자들한테 얼씬도 하지 마라! 옛날 노래 중에 ‘길가에 핀 들꽃은 따지 말라’라는 가사가 있거든? 괜히 내가 돌아갔을 때 네가 바람을 피우고 다녔다는 둥, 그런 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면… 죽을 줄
남지훈은 곧 사무실에서 협상단과 만났다.이 사무실 또한 임시로 마련된 것으로 대승 그룹 경영진의 구속문제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데 사용되었다.협상단장 이름은 한동진이었다.그는 남지훈이 도착하기 전 이미 국내로부터 연락을 받은 상태였고 전화로 이미 남지훈의 신분을 자세히 설명했다.남지훈을 보자마자 그의 눈에서 존경심의 눈빛이 번쩍였다.만약 남지훈이 단순한 대승 그룹의 부대표였다면 이런 전화를 굳이 그에게 걸 필요가 전혀 없었다.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바쁜 상황에서 남지훈은 한동진에게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승 그룹의 문제를 위해 그들도 정말 수고가 많았다.한동진은 서둘러 차를 따르며 남지훈을 앉으라고 권했다.“선생님, 일이 좀 까다롭게 됐네요. 저도 이런 일 많이 처리해 봤지만, 소 대표님처럼 이렇게 까다로운 일은 처음입니다. 그 사람들 목적이 매우 분명해요. 대승 그룹을 빌미로 소 대표님을 여기에 구속하고 싶은 거죠.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우리는 배후 인물을 찾지 못했고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는 아직 실질적인 진전이 없습니다. 원래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장비 점검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지금 보면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장비에 이상이 없다면 또 다른 핑계로 소 대표님을 구속할 게 뻔합니다.”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상대방의 전반적인 후속 조치를 예상할 수 있었다.한동진이 말했다.“우리는 장기전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고 동시에 국내에서도 다른 방면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 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남지훈이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돌아가면 저도 제 입장에서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소 대표님을 구할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한동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갑자기 뭐가 생각이 난 듯 말을 덧붙였다.“아, 그리고 어제 저를 찾아온 사람이 있는데 대승 그룹과 얘기를 한 번 나누고 싶다고 하더군요.”남지훈은 대승 그룹의 부대표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룹
게다가 그는 한의사이기 때문에 국내 한의학계에서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스티브는 남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가 알기로는 남지훈은 대승 그룹의 부대표이자 기술 총책임자에 불과했다.꽤 매력적이긴 했지만, 소연만큼 쓸모가 있을 건 같지는 않았다.대승 그룹이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유능한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스티브가 씩 웃으며 말했다.“남 선생님은 정말 꾀가 많군요. 제가 봤던 당신 나라 사람 중의 최고인 것 같네요. 소 대표님을 석방할지 여부는 당신, 성의에 달렸겠죠.”“무슨 성의요?”남지훈이 나지막이 말했다.“당신이 혼자 힘으로 대승 그룹을 설립할 수 있었던 건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겠죠. 우리가 당신 직원들을 구속하는 이유도 이미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죠. 공명정대한 사람은 뒷말이 없다고, 저도 분명히 말할게요. 소 대표님을 돌려보낼 수는 있지만 대승 그룹의 지분 51%를 우리에게 팔겠다고 약속하세요. 동시에 두 창업자는 대승 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고요. 지분을 넘기면 소 대표님도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남지훈은 이제야 깨달았다.이것이 바로 상대방의 목적이라는 것을…지분의 51% 있으면 이 사람들이 대승 그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된다.그때는 그들의 말 한마디로 대승 그룹은 그 자리에서 파산할 수도 있었다.그러면 국내 산업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야말로 완전히 파멸되는 셈이었다.남지훈은 당연히 그런 무리한 요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스티브가 말을 덧붙였다.“대승 그룹은 개인 회사일뿐입니다. 당신과 다른 창업자의 말 한마디면 끝날 일 아닙니까? 게다가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승 그룹이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당신들이 투자한 금액은 4,000억 원도 채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방금 말씀드린 지분 51%를 인수하는 대가로 100억 달러를 더 붙여서 인수할 수도 있어요. 그것도 달러로! 그 100억 달러 외에도 당신들은
”어머니, 연이는 아주 잘 지내요. 매일 잘 먹고 잘 자고, 지금 사는 곳도 제법 커요. 심심할 때 무예 연습도 좀 하고 그러면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아요. 주변 환경도 청산녹수가 좋아서 상당히 쾌적하고요. 귀국 시기는 아직 확정된 건 없는데, 협상단도 지금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고 그 사람들과도 이미 만나고 왔어요.”이 말을 들은 유지아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우리 아이 불쌍해서 어떡해? 타국에서 홀로 갇혀 있다니, 생각만 해도 이 시어미 마음이 너무 아프다!”눈물을 훔치고 나서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다행히도 거기 우리 가족이 있으니까 좋네. 이따가 내가 재용이한테 연락해서 더욱 힘써 달라고 부탁해야겠어. 차라리 우리 사람 몇 명을 그쪽에 들여보내서 보살피는 게 좋을 것 같아.”유지아는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서울에서 유지아와 이틀 정도 더 지내다 남지훈은 J 도시로 돌아왔다.J 도시로 돌아온 남지훈은 가장 먼저 소씨 가문을 찾아서 소박환과 주옥금 등에게 소연의 사정을 알렸다.전화로 말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남지훈은 소씨 가문에 와서 직접 얘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옥금은 콧물과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울기 시작했다.그녀는 목이 턱 메어왔다.“어릴 때부터 연이를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고생 한 번 못 해봤는데, 다 커서 이런 고생을 한다니, 우리 불쌍한 아이, 어쩜 좋아?”소박환도 탄식했다.“우리 연이 아직 멀쩡한데 울긴 왜 울어요. 당신 울음소리 때문에 더 기분이 별로예요.”“당신 지금 기분이 좋을 때예요? 당신은 하루 세 끼 허구한 날 술만 마시면서 맘이야 제일 편하겠죠. 우리 아이가 밖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말이죠. 이 양반, 봐주니까 점점 기어오른다?”주옥금이 소박환을 한바탕 꾸짖었다.소박환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내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뭐, 어쩌라는 거요? 당신 따라 나도 질질 짜면 이 집안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