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대표님, 연봉 협상하고 싶습니다."대표 사무실, 남지훈이 초조하게 서 있다.한창 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김명덕이 고개를 들었다."지훈 씨,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의자에 앉은 김명덕이 묘한 표정으로 남지훈을 바라보았다.두 주먹을 꽉 잡은 남지훈이 입술을 깨물었다."대표님, 제가 이 회사에서 일한 지도 벌써 7,8년 정도 됐죠. 졸업하고 나서 인턴부터 지금까지 쭉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제 동기들은 승진이네 뭐네 승승장구 하고 있는데 저만 제자리네요. 대표님, 저희 집 사정 잘 아시잖아요. 저희 어머니... 암으로 수술하시고 항암치료까지 받으셔야 하는 상황입니다.”남지훈의 애절한 말에도 김명덕은 손을 저을 뿐이었다.“지훈 씨, 우리 공과 사는 구분합시다.”아무리 남일이라지만 너무나 가볍게 말하는 대표의 말투에 남지훈은 치미는 모욕감에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졸업하고 나서 이 회사에서 8년 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업계에서 나름 경력도 쌓고 실력도 인정받았다.하지만 서른을 앞둔 그에게 남은 건 그저 여자친구 한 명뿐이었다.그런데 내 것이라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이제 결혼을 해야 하지 않냐며 집 마련, 차 마련으로 부담을 주기 시작한다. 당연하지만 전부 다 돈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한달 월급 200만 원, J시에서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월급이다. 여자친구가 남지훈에게 요구하는 집과 차는 꿈도 꿀 수 없는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금액이었다.그래도 여자친구를 사랑했기에,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주고 싶었기에, 얼굴에 철판 한번 깔고 깽판이라도 치자는 심정으로 대표 사무실까지 찾아와 연봉 인상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지금 이대로 여자친구가 그를 떠난다면...사랑하는 여자를 잃는 아픔은 물론이요, 솔직히 현실적으로 이 정도 조건의 남자를 어떤 여자가 만나줄까, 평생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그리고 돈 들어갈 구멍은 여자친구뿐
병원, 남지훈이 천천히 눈을 떴다.낯익으면서도 낯선 환경에 그는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지훈 씨, 드디어 깨어났네요!"남지훈이 정신을 차린 걸 확인한 남자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남지훈의 직장 동료 이현수였다."어떻게 된 거예요?" 남지훈이 이현수를 멀뚱멀뚱하게 바라보았다.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지훈 씨, 죽다 살아난 거 알아요?. 대표님 사무실에서 감전돼서 쓰러졌잖아요.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서 다행이었어요.”그 말에 방금 전 발생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남지훈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김명덕을 죽이려 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김명덕과 주먹다짐을 한 꼴이 되다니.남지훈을 힐끗 바라보던 이현수가 말했다. "지훈 씨 깼으니까 전 회사로 돌아갈게요. 지훈 씨, 오늘 있었던 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이현수는 병원을 떠났다.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니. 알쏭달쏭한 말이었지만 그것에 대해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그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부모님... 아직 병원에 계실 텐데?’벌떡 일어난 남지훈이 부랴부랴 수술실로 달려갔다. 남지훈의 어머니와 누나 남가현이 수술실 앞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어머니! 누나!”수술 중이라는 불이 켜진 걸 본 남지훈이 부랴부랴 달려갔다.아들의 얼굴을 확인한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지훈아, 미안해... 부모가 돼선 너한테 폐만 끼치네.”“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버지는요?”남지훈의 질문에 눈물을 훔친 어머니가 대답했다.“의사 선생님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으니 믿어야지. 그런데 수술비는 어쩌면 좋겠니? 네 누나가 180만 원은 보탰는데...”이에 남지훈이 이를 악물었다.“어머니,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까 어머니랑 아버지는 몸만 잘 챙기세요! 누나, 급한 불이라도 꺼줘서 고마워.”빠듯한 살림살이에 180만원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돈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남지훈은 누나가 안쓰러웠다.잠시
남지훈은 대학교를 졸업할 때부터 스카이팰리스에서 사는 게 꿈이었다.하지만 회사 월급으로 스카이팰리스에서 사는 건 헛된 꿈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이 실현될 줄 몰랐다.소연은 그에게 저녁에는 반드시 스카이팰리스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계약한 3년이라는 시간만 버티면 그는 곧 두둑한 이혼 위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남지훈은 얼른 택시를 타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남은 병원비를 지불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던 짐 하나가 떨어져나간 기분이었다.'드디어 돈을 구했어!'수술실 입구에 도착한 그는 최선정과 남가현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지훈을 발견한 최선정과 남가현은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때마침 남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연락온 상대를 확인한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최선정에게 말했다. "어머니, 누나, 아버지 수술비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남가현이 말했다. "지훈아, 급한 일 같은데 전화부터 받아. 아버지는 아직 안 나오셨어."남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그의 휴대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남지훈은 귀찮은 듯 전화를 받았다. "왜?"이효진이 그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다.이효진은 남지훈의 날카로운 말투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말했다. "지훈 씨, 방금 쇼핑을 하다 엄청 마음에 드는 원피스 하나 발견했는데 35만 원밖에 안 하더라. 얼른 계좌 이체해 줘."그녀의 철없는 말을 들은 남지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김명덕한테 아양을 떨던 이효진이 뻔뻔하게 남지훈에게 연락해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돈 없어!"말을 마친 남지훈은 거칠게 휴대폰을 끊었다."효진이야?" 남가현이 물었다.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 사이의 문제에 대해 누나한테 떠들고 싶지
병원.남용걸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최선정은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있었다.남지훈과 남가현이 번갈아가며 위로를 한 덕분에 최선정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수술은 무사히 끝났다.중환자실은 면회 시간이 아니면 보호자가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중환자실 입구에서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바로 이때!"남지훈, 이 개자식아!"병원 내부로 누군가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청춘 돌려내! 내 청춘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라고!"의자에 앉아있던 남지훈은 이 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이런 짓을 할만한 사람은 이효진 말고 없었다.그는 급히 창문으로 다가가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 이효진은 손에 확성기를 들고 붉은 현수막 아래에 서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현수막에는 남지훈을 모욕하는 글로 가득했다."너랑 같이 먹고 자고 네 뒷바라지까지 다 한 나를! 이렇게 매정하게 버리다니! 쓰레기 같은 자식아! 당장 나와!"이효진은 확성기를 들고 계속해서 소리쳤다.병원 전체는 그녀의 목소리로 가득했다.수많은 사람들이 남지훈이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증을 품었다.사람들은 가녀린 여자를 이 지경으로 만든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경호원들 조차 제지시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들이 그녀의 주위에 몰리기 시작했다.심지어 사태를 제지해야 할 몇 명의 경호원들은 이 광경을 흥미롭게 구경만 하고 있었다.병원 위층.남가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여자로서 이효진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자신의 남동생이 이효진에게 매정하게 굴지 않았더라면 결코 이런 사단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게다가 병원에서 이런 소란을 벌이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남지훈에게 화살이 향할지도 몰랐다.남가현은 남지훈을 바라보았다."누나."남지훈은 결국 숨김없이 이효진과 김명덕 사이에 발생했던 일들을 자신의 누나에게 설명했다.그의 말을 듣고 있던 남가현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어쩐지, 지훈이가 아까 효진이한테 왜 그
'소연이잖아!'남지훈 멍하니 소연을 바라봤다.그는 갑작스런운 소연의 등장에 어리둥절했다. 더군다나 소연이가 이효진의 뺨을 때리는 돌발 행동을 할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그녀의 돌발 행동에 놀라긴 했지만 남지훈은 내심 통쾌했다.갑작스레 뺨을 맞은 이효진은 어안이 벙벙했다.소연의 가녀린 몸에서 나온 힘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래했다.뺨 한 대를 맞은 이효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감히 날 때려?"이효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을 들어 뺨을 되돌려 주려 했다.하지만 손을 휘둘기 전에 남지훈에게 손목을 잡혀버렸다.남지훈은 이효진을 뒤로 살짝 밀쳤고 중심을 잡지 못한 이효진은 뒤로 휘청거렸다.소연은 남지훈의 행동을 말없이 바라보았다."지훈 씨!"자신을 밀친 사람이 남지훈이라는 사실에 이효진은 더욱 분노했다. "지금 나한테 손 댄 거야?"그녀는 남지훈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 때문에 자신에게 손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왜 안되는데?"남지훈은 차갑게 쏘아 붙었다.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마. 한 번만 더 선을 넘었다간 네가 벌인 추악한 짓들 당장 다 까발릴 테니까! 네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들을지 나도 기대되거든!"소연의 행동은 남지훈에게 용기를 주었다. 덕분에 남지훈은 수월하게 주도권을 잡았다.이효진은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 사람들의 동정을 한몸에 받았다.주도권을 빼앗긴 싸움에서 소연의 도움으로 남지훈은 다시 주도권을 되찾게 되었다.그는 더 이상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남지훈의 단호한 경고에 이효진은 주춤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셈이다.남지훈이 단호하게 나오자 이효진도 더 이상 막무가내로 굴 수 없었다.사람들이 혹시나 남지훈의 말에 동요한다면 이효진이 불리해질게 뻔했기 때문이다.이효진은 눈을 치켜뜨고 분노에 찬 눈으로 남지훈을 노려봤다. "착각하지 마! 내가 이렇게 물러날 줄 알아? 두고 봐!"이효진은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소연의 운전기사는 몰려있던 사람들을 해산시켰다."구경
늑대 프로필 사진을 한 남자가 소한용에게 답장을 했다. "한용아, 매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른 말해!"소한용은 다시 망원경을 들고 집안을 응시했다.남지훈이 앉아있는 소연을 힐끗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남지훈은 소연이랑 대화할 마땅한 대화거리를 찾지 못했다.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병원에 가족이 입원했다면서, 병실을 안 지키고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비록 계약서에는 밤 9시까지 돌아와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긴 하지만 특수한 일은 예외니까 이렇게 일찍 안 돌아와도 돼. 병원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일이잖아.""어머니가 병원에 계셔서 온 거야."남지훈이 말했다.그는 건물과 집안의 화려한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J 도시에 수년간 생활했던지라 남지흔은 스카이팰리스가 부자동네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소연의 집은 아주 컸다. 200평 정도가 되어 보였다.여기서 집 한 채를 사기 위해선 적어도 10억이 필요했다.남지훈은 그제야 왜 그녀가 이효진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그녀를 떠어내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상상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남지훈의 대답을 들은 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만히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소연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남지훈과 소연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소연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한 방을 쓸 수 없잖아."그녀는 방 문 하나를 가리켰다. "여긴 안방, 내가 지낼 곳이야. 가까이 오지 마. 접근 금지야. 그리고 서재도 들어가선 안 돼."소연은 몸을 돌려 반대편 문을 가리켰다. "저기가 바로 네 방이야. 물론 네 허락 없이는 나도 접근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나도 그럴 생각 없어.""그래. 평소에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놀러 올 거면 미리 알려 줘. 그럼 그날은 내가 밖에서 잘게. 그리고 당분간은 너희 부모님은 여기서 함께 살 수 없어. 3년 뒤에 우리가 이혼하면 그때 이 집은 네 명의로 해줄 거야. 그 뒤엔 네 마음대로 하면 돼."말을 마친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