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대표님, 연봉 협상하고 싶습니다."대표 사무실, 남지훈이 초조하게 서 있다.한창 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김명덕이 고개를 들었다."지훈 씨,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의자에 앉은 김명덕이 묘한 표정으로 남지훈을 바라보았다.두 주먹을 꽉 잡은 남지훈이 입술을 깨물었다."대표님, 제가 이 회사에서 일한 지도 벌써 7,8년 정도 됐죠. 졸업하고 나서 인턴부터 지금까지 쭉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제 동기들은 승진이네 뭐네 승승장구 하고 있는데 저만 제자리네요. 대표님, 저희 집 사정 잘 아시잖아요. 저희 어머니... 암으로 수술하시고 항암치료까지 받으셔야 하는 상황입니다.”남지훈의 애절한 말에도 김명덕은 손을 저을 뿐이었다.“지훈 씨, 우리 공과 사는 구분합시다.”아무리 남일이라지만 너무나 가볍게 말하는 대표의 말투에 남지훈은 치미는 모욕감에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졸업하고 나서 이 회사에서 8년 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업계에서 나름 경력도 쌓고 실력도 인정받았다.하지만 서른을 앞둔 그에게 남은 건 그저 여자친구 한 명뿐이었다.그런데 내 것이라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이제 결혼을 해야 하지 않냐며 집 마련, 차 마련으로 부담을 주기 시작한다. 당연하지만 전부 다 돈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한달 월급 200만 원, J시에서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월급이다. 여자친구가 남지훈에게 요구하는 집과 차는 꿈도 꿀 수 없는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금액이었다.그래도 여자친구를 사랑했기에,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주고 싶었기에, 얼굴에 철판 한번 깔고 깽판이라도 치자는 심정으로 대표 사무실까지 찾아와 연봉 인상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지금 이대로 여자친구가 그를 떠난다면...사랑하는 여자를 잃는 아픔은 물론이요, 솔직히 현실적으로 이 정도 조건의 남자를 어떤 여자가 만나줄까, 평생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그리고 돈 들어갈 구멍은 여자친구뿐
병원, 남지훈이 천천히 눈을 떴다.낯익으면서도 낯선 환경에 그는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지훈 씨, 드디어 깨어났네요!"남지훈이 정신을 차린 걸 확인한 남자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남지훈의 직장 동료 이현수였다."어떻게 된 거예요?" 남지훈이 이현수를 멀뚱멀뚱하게 바라보았다.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지훈 씨, 죽다 살아난 거 알아요?. 대표님 사무실에서 감전돼서 쓰러졌잖아요.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서 다행이었어요.”그 말에 방금 전 발생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남지훈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김명덕을 죽이려 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김명덕과 주먹다짐을 한 꼴이 되다니.남지훈을 힐끗 바라보던 이현수가 말했다. "지훈 씨 깼으니까 전 회사로 돌아갈게요. 지훈 씨, 오늘 있었던 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이현수는 병원을 떠났다.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니. 알쏭달쏭한 말이었지만 그것에 대해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그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부모님... 아직 병원에 계실 텐데?’벌떡 일어난 남지훈이 부랴부랴 수술실로 달려갔다. 남지훈의 어머니와 누나 남가현이 수술실 앞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어머니! 누나!”수술 중이라는 불이 켜진 걸 본 남지훈이 부랴부랴 달려갔다.아들의 얼굴을 확인한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지훈아, 미안해... 부모가 돼선 너한테 폐만 끼치네.”“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버지는요?”남지훈의 질문에 눈물을 훔친 어머니가 대답했다.“의사 선생님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으니 믿어야지. 그런데 수술비는 어쩌면 좋겠니? 네 누나가 180만 원은 보탰는데...”이에 남지훈이 이를 악물었다.“어머니,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까 어머니랑 아버지는 몸만 잘 챙기세요! 누나, 급한 불이라도 꺼줘서 고마워.”빠듯한 살림살이에 180만원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돈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남지훈은 누나가 안쓰러웠다.잠시
남지훈은 대학교를 졸업할 때부터 스카이팰리스에서 사는 게 꿈이었다.하지만 회사 월급으로 스카이팰리스에서 사는 건 헛된 꿈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이 실현될 줄 몰랐다.소연은 그에게 저녁에는 반드시 스카이팰리스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계약한 3년이라는 시간만 버티면 그는 곧 두둑한 이혼 위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남지훈은 얼른 택시를 타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남은 병원비를 지불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던 짐 하나가 떨어져나간 기분이었다.'드디어 돈을 구했어!'수술실 입구에 도착한 그는 최선정과 남가현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지훈을 발견한 최선정과 남가현은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때마침 남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연락온 상대를 확인한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최선정에게 말했다. "어머니, 누나, 아버지 수술비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남가현이 말했다. "지훈아, 급한 일 같은데 전화부터 받아. 아버지는 아직 안 나오셨어."남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그의 휴대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남지훈은 귀찮은 듯 전화를 받았다. "왜?"이효진이 그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다.이효진은 남지훈의 날카로운 말투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말했다. "지훈 씨, 방금 쇼핑을 하다 엄청 마음에 드는 원피스 하나 발견했는데 35만 원밖에 안 하더라. 얼른 계좌 이체해 줘."그녀의 철없는 말을 들은 남지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김명덕한테 아양을 떨던 이효진이 뻔뻔하게 남지훈에게 연락해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돈 없어!"말을 마친 남지훈은 거칠게 휴대폰을 끊었다."효진이야?" 남가현이 물었다.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 사이의 문제에 대해 누나한테 떠들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