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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늑대 프로필 사진을 한 남자가 소한용에게 답장을 했다.

"한용아, 매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른 말해!"

소한용은 다시 망원경을 들고 집안을 응시했다.

남지훈이 앉아있는 소연을 힐끗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남지훈은 소연이랑 대화할 마땅한 대화거리를 찾지 못했다.

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병원에 가족이 입원했다면서, 병실을 안 지키고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비록 계약서에는 밤 9시까지 돌아와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긴 하지만 특수한 일은 예외니까 이렇게 일찍 안 돌아와도 돼. 병원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일이잖아."

"어머니가 병원에 계셔서 온 거야."

남지훈이 말했다.

그는 건물과 집안의 화려한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J 도시에 수년간 생활했던지라 남지흔은 스카이팰리스가 부자동네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소연의 집은 아주 컸다.

200평 정도가 되어 보였다.

여기서 집 한 채를 사기 위해선 적어도 10억이 필요했다.

남지훈은 그제야 왜 그녀가 이효진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그녀를 떠어내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상상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지훈의 대답을 들은 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소연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

남지훈과 소연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소연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한 방을 쓸 수 없잖아."

그녀는 방 문 하나를 가리켰다.

"여긴 안방, 내가 지낼 곳이야. 가까이 오지 마. 접근 금지야. 그리고 서재도 들어가선 안 돼."

소연은 몸을 돌려 반대편 문을 가리켰다.

"저기가 바로 네 방이야. 물론 네 허락 없이는 나도 접근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도 그럴 생각 없어."

"그래. 평소에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놀러 올 거면 미리 알려 줘. 그럼 그날은 내가 밖에서 잘게. 그리고 당분간은 너희 부모님은 여기서 함께 살 수 없어. 3년 뒤에 우리가 이혼하면 그때 이 집은 네 명의로 해줄 거야. 그 뒤엔 네 마음대로 하면 돼."

말을 마친 그녀는 남지훈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가 서있는 집이 나중엔 진짜 그의 집으로 된다는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소연도 궁금했다.

남지훈은 정작 차분한 얼굴로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남지훈의 덤덤한 반응에 소연도 잠시 당황했다.

"그럼 가서 씻고 쉬어. 오늘 하루 피곤했을 텐데 일찍 자."

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로 다가갔다. 소파 위에 놓인 책을 발견한 남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부의 관계"

'읽으라고 놔둔 건가?'

그는 소파에 앉아 책을 천천히 펼쳤다. 첫 장을 열어보기도 전에 소연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욕실에서 들린 소연의 비명소리였다.

쿵!

곧이어 넘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남지훈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 문 앞으로 달려갔다.

"소... 소연아, 괜찮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설마 욕실에서 넘어진 건가?'

마음이 급해난 남지훈은 문 손잡이를 돌렸지만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바로 그때, 소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 들어 오지 마!"

쏴아-

곧이어 물을 트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지훈은 소연이 가볍게 넘어진 거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 있으면 불러!"

남지훈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

몇 걸음을 옮기지 않았을 무렵, 소연이 급히 외쳤다.

"남... 남지훈, 잠깐만!"

"왜 그래?"

"잠깐만 기다려 봐!"

소연이 다급히 소리쳤다.

"나... 일어날 수 없어서 그러는데, 문 좀 열어볼래? 힘껏 밀면 되거든."

남지훈은 문을 열기 위해 안으로 몇 번 밀었으나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욕실 안에서 아무것도 못한 채 넘어졌을 소연이 걱정되어 뒤로 몇 걸음 물러나 문으로 돌진했다. 그러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남지훈은 욕실 안의 상황을 보고 멍해졌다. 욕실 바닥에 앉아 있는 소연의 몸에는 샤워가운만 덩그러니 걸쳐있었다.

그녀의 뽀얀 피부를 본 남지훈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침을 꿀꺽 삼킨 남지훈이 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된 거야?"

"발을... 발을 삐끗해서 넘어졌어."

남지훈은 소연의 발목이 빨갛게 부어오른 걸 그제야 발견했다.

'여기서 어쩌다 넘어진 거야?'

"손 줘!"

소연이 소리쳤다.

남지훈은 얼떨결에 자신의 손을 뻗었다.

소연은 남지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갑자기 느껴진 감촉에 남지훈의 심장이 떨렸다. 온 몸에 전류가 찌릿찌릿 흐르는 것 같았다.

남지훈은 몸이 굳어버렸다.

'왜 이러는 거지?'

"후!"

소연의 숨소리에 남지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왜 그래?"

남지훈이 물었다.

"다른 한쪽 발도 삐끗한 것 같은데... 일어날 수 없어."

소연이 허망하게 말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긴 거야? 어떻게 욕실에서 넘어질 수 있지? 지훈이가 내가 일부러 넘어진 거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진짜 골치 아프네.'

남지훈은 한참 어리둥절해하더니 다시 물었다.

"어떡해?"

그는 소연을 안아서 방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그러면 소연이 기분 나빠할 것 같아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었다.

'손만 잡았는데도 이렇게 심장이 떨린데, 안기까지 하면 난 죽어버릴 거야.’

안절부절못하는 남지훈을 소연이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네 여자친구가 이렇게 넘어졌으면 넌 어떻게 할 건데?"

남지훈이 말했다.

"당연히 업었겠지. 근데 너 지금 상황을 봐선 안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

소연은 얼굴을 붉히며 혼자 일어나기 위해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눈 감고 … 좀 안아줘"

소연이 말했다.

남지훈은 결국 그녀의 지시대로 행동했다.

"눈 절대 뜨지 마. 훔쳐보면 내일 당장 이혼할 거야!"

달콤한 향기가 남지훈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곧 가녀린 팔이 남지훈의 목을 감싸 안았다.

"됐어. 방으로 옮겨 줘. 손 조심하고! 만지기만 해 봐!"

남지훈은 자신을 변태 취급하는 소연이 어이가 없었다.

소연을 안아든 남지훈이 이를 깨물며 말했다.

"너... 너 왜 이렇게 무거워?"

소연의 화를 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겁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건가?'

남지훈은 천천히 감았던 두 눈을 떴다.

"당장 눈 감아!"

소연의 앙칼진 목소리에 남지훈은 다시 눈을 감았다.

"나 이 집 오늘 처음이거든? 눈까지 감고 어떻게 방으로 옮기라는 거야?"

"내가 말하는 대로 가."

소연이 받아쳤다.

남지훈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편, 반대편 건물.

소한용이 이 상황을 망원경을 들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욕실에 향한 뒤 얼마 안 되어 남지훈까지 그곳에 향하는 걸 보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 남지훈이 소연을 안고 나오는 장면까지 목격하고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미쳤네! 첫날부터 저런다고?"

그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방금 전에 뭘 봤는지 알아?"

소한용은 오두방정을 떨며 자신의 가족들에게 문자했다.

그는 소연의 연애사를 꿰뚫고 있었다. 소연은 여태 단 한 명의 남자친구도 사귄 적 없었다.

갑작스럽게 결혼을 진행한 이유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상황으로 보아 S 그룹을 조금이라도 더 관리하기 위해 벌인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진짜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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