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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소한용이 한참 상상의 나래에 잠겼을 무렵, 늑대 프로필 사진의 남자가 답장을 보냈다.

"도대체 뭘 본 거야? 오두방정 떨지 마! 막내가 결혼해서 다들 노심초사하고 있잖아! 얼른 말해!"

큰형이 덩달아 조급해하자 소한용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어!"

그는 방금 전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서술했다.

늑대 프로필 사진을 한 남자는 말이 없었고 대신에 셋째가 경악하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왔다.

몇 분 뒤 늑대 프로필 사진의 남자가 말했다.

"매제에 대해 알아봐. 소연이랑 매제 둘 관계도 좀 더 눈여겨보고. 이렇게까지 가까운 사이인데 아직도 집에 인사를 시켜주지 않는 게 말 안 되잖아."

한편, 남지훈은 두 눈을 감은 채 소연의 말에 의지해 발걸음을 소연의 안방으로 천천히 옮겼다. 침대 앞에 도착한 그는 소연을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소연은 얼른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감쌌다.

"드레스 룸 왼쪽에 검은 잠옷 있는데 그거 가져다줘. 다른 옷장은 열어 보지 마! 그리고 파우치랑 소파 위에 있는 책도 같이 가져다줘."

"눈 떠도 되는 거지?"

남지훈이 물었다.

소연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눈 감고 어떻게 찾으려고? 당연히 눈 떠야지."

남지훈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물건들을 챙겨 소연에게 건넸다.

"병원 안 가도 돼?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

"됐어. 괜찮으니까 나가 봐."

소연은 다시 쌀쌀맞게 남지훈을 대했다. 덕분에 남지훈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일 있으면 불러."

결국 그는 방을 나섰다.

방문이 닫힌 뒤에야 소연은 책을 손에 쥐며 중얼거렸다.

"밤에 들이닥치진 않겠지?"

소연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욕실에서 남지훈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과 행동이 선명히 기억났다.

안절부절 못하는 게 그녀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다친 지금 상황에서 성인 남자를 혼자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갑자기 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칠까 봐 걱정이 된 소연은 침대를 뒤척거렸다.

파우치에서 눈썹 칼을 꺼낸 그녀는 한동안 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흠! 들이닥치면 기꺼이 상대해 줄게!"

눈썹 정리용 칼을 베개 밑에 두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정작 남지훈은 소연에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남지훈은 욕실로 돌아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바닥에는 바디워시액이 떨어져 있었다. 소연은 이 거품을 딛고 넘어진 것 같았다.

간단히 씻은 남지훈은 욕실 바닥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운 그의 머릿속으로 아까 본 소연의 새하얀 피부가 떠올랐다. 이효진과 10년 가까이 연애를 하면서 고작 손만 잡은 숙맥이었다.

소연이 욕실에서 그를 찾을 때 남지훈은 내심 기대했다.

스카이팰리스의 밤은 긴장감이 흘러넘쳤다.

소연은 남지훈이 혹시나 방문을 열고 뛰어들어올 까봐 걱정이 되어 노심초사하게 밤을 지새웠고 남지훈은 그녀가 자기를 부를까봐 은근히 기대하며 밤을 보냈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 남지훈은 의외로 멀쩡한 상태였다.

반면 소연은 다크서클이 가득 내려온 모습이었다.

남지훈은 씻은 뒤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으로 들어선 남지훈은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부엌 상태에 한번 놀랐고 먹을거리가 하나도 없는 부엌 상태에 한 번 더 놀랐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해 소연에게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부엌에서 요리를 할 수 없었던 남지훈은 소연의 방 문 앞으로 걸어가 가볍게 노크했다.

똑똑!

노크 소리에 깜짝 놀란 소연은 얼른 베개 밑으로 손을 뻗었다.

"누구야!"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왜 묻는 거야?'

남지훈은 소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부엌에 먹을거리가 하나도 없어서 그러는데, 먹고 싶은 거 있어? 사 올게."

소연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됐어. 나 신경 쓰지 말고 볼일 봐."

"너 괜찮아?"

남지훈이 물었다.

"멀쩡해!"

소연이 말했다.

"이따 아주머니가 약 사다 주실 거야. 겸사겸사 아침도 챙겨준다고 했으니까 나 신경 쓰지 마."

그녀는 방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곧 남지훈이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에 그녀는 안심하고 베개 밑에서 손을 뺐다.

그녀는 빨갛게 부어오른 자신의 발목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곧 휴대폰을 꺼내 가족 단톡방에 문자를 했다.

"오빠, 오늘 일 있어서 그러는데 회사일은 오빠가 대신 처리해 줘."

소연은 괜히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봐 자신의 상태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어제 하루 종일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어머니 때문에 그녀는 충분히 머리가 아팠다.

그녀의 문자를 본 가족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뭐?"

소한용이 난리 법석을 떨었다.

곧 소한용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소한용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

"형!"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때가 된 거 같네. 오늘 매제에 대해 좀 알아봐. 소연이가 먼저 얘기 안하니까 우리가 직접 알아봐야겠어. 게다가 부모님도 매제에 대해 궁금해하시니 알아보자마자 부모님한테 먼저 알려드리고."

"알겠어."

소한용이 답했다.

그는 오늘 남지훈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마침 남지훈이 스카이팰리스에서 걸어 나왔다.

남지훈은 나오자마자 병원으로 가기 위해 최선정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기에 출근을 하라는 당부에 그는 결국 회사에 가기로 했다.

남지훈도 사실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둔다 해도 개인 물품을 가져와야 했다.

그딴 회사에 자신의 물품을 단 하나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스카이팰리스를 나선 그는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 급히 회사로 향한 탓에 소한용이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명덕 테크는 김명덕의 회사였다.

회사 안으로 들어선 그는 직원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쉿!"

동료 이현수가 구석에서 남지훈에게 눈짓을 줬다.

"지훈 씨."

이현수가 구석에서 남지훈에게 손짓했다.

남지훈은 의아한 얼굴로 다가갔다. "왜 그래요?"

이현수가 눈치를 살피더니 남지훈에게 말했다.

"왜 여길 온 거예요? 지훈 씨가 여길 온 걸 사장님한테 들킨다면 영혼까지 털릴 거예요. 그리고! 지훈 씨 여자친구 이효진 씨도 오늘 같이 왔어요."

남지훈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젠 대놓고 연애를 하는 거야? 빌어먹을!'

"저랑 이효진 씨는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남지훈이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다.

이효진이 어디에 있던 뭘 하던 이젠 그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현수는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말했다.

"잘했어요! 끝낼거면 매정하게 돌아서야 해요!"

'어제 박살낸 모니터는 어떡하지? 엄청 비싸다고 했던 거 같은데…'

"직접 가서 확인해야겠네."

남지훈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여자친구까지 빼앗아 간 김명덕에게 배상까지 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김명덕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밖으로 이효진과 김명덕의 애정행각을 선 보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지훈이 헛기침을 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김명덕의 몸에 찰싹 안겨있던 이효진이 급히 일어섰다.

"사장님!"

남지훈을 확인한 김명덕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훈 씨네요? 마침 할 얘기가 있었는데, 얼른 들어와요!"

김명덕의 말에 남지훈은 가슴이 철렁했다.

'나한테 배상이라도 하라는 건가?'

남지훈은 이효진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김명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훈 씨, 우리 회사의 오래된 직원이잖아요. 회사 초창기부터 함께 했고 공로는 적어도 고생은 많이 한거 알아요. 7년 동안 여기에서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그의 말을 들은 남지훈은 얼굴을 굳혔다.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안 하던 칭찬도 하고!'

김명덕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서 칭찬해 주는 거예요."

그는 사무실 책상 밑에서 선물 상자 하나를 꺼내 남지훈의 앞으로 내밀었다.

"열어서 볼래요?"

남지훈은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았다.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남지훈이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자 김명덕이 다시 입을 열었다.

"확인 안 해요? 특별히 주문한 선물인데!"

남지훈은 김명덕을 힐끗 바라보더니 결국 상자를 열었다.

안을 확인한 남지훈은 얼굴을 굳혔다.

안에는 초록색 모자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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