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프로필 사진을 한 남자가 소한용에게 답장을 했다. "한용아, 매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른 말해!"소한용은 다시 망원경을 들고 집안을 응시했다.남지훈이 앉아있는 소연을 힐끗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남지훈은 소연이랑 대화할 마땅한 대화거리를 찾지 못했다.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병원에 가족이 입원했다면서, 병실을 안 지키고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비록 계약서에는 밤 9시까지 돌아와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긴 하지만 특수한 일은 예외니까 이렇게 일찍 안 돌아와도 돼. 병원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일이잖아.""어머니가 병원에 계셔서 온 거야."남지훈이 말했다.그는 건물과 집안의 화려한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J 도시에 수년간 생활했던지라 남지흔은 스카이팰리스가 부자동네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소연의 집은 아주 컸다. 200평 정도가 되어 보였다.여기서 집 한 채를 사기 위해선 적어도 10억이 필요했다.남지훈은 그제야 왜 그녀가 이효진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그녀를 떠어내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상상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남지훈의 대답을 들은 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만히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소연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남지훈과 소연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소연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한 방을 쓸 수 없잖아."그녀는 방 문 하나를 가리켰다. "여긴 안방, 내가 지낼 곳이야. 가까이 오지 마. 접근 금지야. 그리고 서재도 들어가선 안 돼."소연은 몸을 돌려 반대편 문을 가리켰다. "저기가 바로 네 방이야. 물론 네 허락 없이는 나도 접근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나도 그럴 생각 없어.""그래. 평소에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놀러 올 거면 미리 알려 줘. 그럼 그날은 내가 밖에서 잘게. 그리고 당분간은 너희 부모님은 여기서 함께 살 수 없어. 3년 뒤에 우리가 이혼하면 그때 이 집은 네 명의로 해줄 거야. 그 뒤엔 네 마음대로 하면 돼."말을 마친 그녀는
소한용이 한참 상상의 나래에 잠겼을 무렵, 늑대 프로필 사진의 남자가 답장을 보냈다."도대체 뭘 본 거야? 오두방정 떨지 마! 막내가 결혼해서 다들 노심초사하고 있잖아! 얼른 말해!"큰형이 덩달아 조급해하자 소한용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어!"그는 방금 전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서술했다.늑대 프로필 사진을 한 남자는 말이 없었고 대신에 셋째가 경악하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왔다.몇 분 뒤 늑대 프로필 사진의 남자가 말했다. "매제에 대해 알아봐. 소연이랑 매제 둘 관계도 좀 더 눈여겨보고. 이렇게까지 가까운 사이인데 아직도 집에 인사를 시켜주지 않는 게 말 안 되잖아."한편, 남지훈은 두 눈을 감은 채 소연의 말에 의지해 발걸음을 소연의 안방으로 천천히 옮겼다. 침대 앞에 도착한 그는 소연을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소연은 얼른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감쌌다. "드레스 룸 왼쪽에 검은 잠옷 있는데 그거 가져다줘. 다른 옷장은 열어 보지 마! 그리고 파우치랑 소파 위에 있는 책도 같이 가져다줘.""눈 떠도 되는 거지?" 남지훈이 물었다. 소연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눈 감고 어떻게 찾으려고? 당연히 눈 떠야지."남지훈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는 물건들을 챙겨 소연에게 건넸다. "병원 안 가도 돼?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됐어. 괜찮으니까 나가 봐." 소연은 다시 쌀쌀맞게 남지훈을 대했다. 덕분에 남지훈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일 있으면 불러." 결국 그는 방을 나섰다.방문이 닫힌 뒤에야 소연은 책을 손에 쥐며 중얼거렸다."밤에 들이닥치진 않겠지?"소연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욕실에서 남지훈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과 행동이 선명히 기억났다.안절부절 못하는 게 그녀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다친 지금 상황에서 성인 남자를 혼자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갑자기 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칠까 봐 걱정이 된 소연은 침대를 뒤척거렸다.파우치에서 눈썹 칼을 꺼낸 그녀는 한
남지훈은 얼굴을 굳히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김명덕은 그를 모욕하고 있었다.김명덕은 허리를 굽혀 미소를 지으며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이효진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남지훈은 돈만 없는 게 아니라 김명덕에게 덤빌 배짱도 없다는 걸 둘은 잘 알고 있었다.김명덕이 그에게 어떤 모욕을 주더라도 남지훈은 꾹 참을 사람이었다.이효진은 소연에게 뺨을 맞은 게 화가 나 남지훈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김명덕은 어깨를 으쓱했다. "직원들이 이렇게 내 밑에서 빌빌 기는 모양이 너무 재밌다니까."그는 담배를 꺼내 피우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뱉으며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왜요? 화 나요?" "김명덕!"남지훈은 이를 깨물며 주먹을 들어 김명덕의 얼굴로 날렸다. "죽여버릴 거야!"쿵!김명덕의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떨어져 나갔다!그는 남지훈의 주먹에 뒤로 넘어졌다! 김명덕이 일어서자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남지훈! 너 이 새끼!”그는 남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넌 죽었어! 감히 날 때려? 내 컴퓨터도 배상하지 않은 놈이! 네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빚 갚게 할 거니까 기대해!"김명덕은 남지훈이 자신에게 손찌검을 할 줄 몰랐다.남지훈은 자신에게 반항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고 여겼다.이 장면을 보고있던 이효진도 깜짝 놀랐다.남지훈에 대해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화가 나도 절대 쉽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김명덕이 단단히 오해를 한 거다!남지훈도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그는 자신이 주먹을 들고 김명덕을 때릴 줄 몰랐다!김명덕의 모니터를 부순것도 모자라 주먹으로 사람까지 때렸으니꼼짝없이 김명덕에게 덜미가 잡힌 꼴이었다.그러나 이미 엎질러 진 물이었다…그는 이를 악물며 외쳤다 "김명덕! 당신이 날 몰아붙인 거잖아!”김명덕은 화가 난 듯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뭘? 네 여자친구가 날 꼬신 거야! 잔말 말고 오늘 넌 내손에 뒤졌어!"그는 욕설을 하며 휴대폰을 꺼
"김명덕 와이프요?" 남지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응."소한용이 말했다. "김명덕은 와이프를 엄청 무서워해. 이 회사에 김명덕 와이프의 지분이 절반이니까. 그런 와이프한테 회사 직원 애인이랑 은밀히 만난다는 걸 들킨다면? 물론, 바람 핀다는 증거를 먼저 손에 넣어야겠지만!""그렇겠네요. 고마워요!" 남지훈이 말했다.소한용이 말한 대로 증거를 손에 넣기 위해선 김명덕의 컴퓨터 자료가 필요했고 그걸 손에 넣는 건 아주 간단했다."그런데 왜 도와주시는 거예요?" 남지훈이 물었다.굳이 자신의 손을 통해 김명덕을 손봐 줄 필요가 없어 보였다."왜냐니? 내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라 누가 불의를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도와주는 거라고 해두지.""어쨌든 고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밥 한 끼 대접할게요. 그럼 전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남지훈은 택시를 잡아타고 자리를 떠났다.소한용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 내가 미쳤지. 양다리를 걸친 놈을 도와주다니. 그렇다고 소연이한테 말할 수도 없고. 진짜 골치 아파 죽겠네!" 소한용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그는 남지훈이 양다리를 걸친 사실을 형제들한테 알려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한참 고민하던 그는 일단 침묵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만약 형까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진짜 난리가 나겠지? 그렇다고 소연이한테 말할 수도 없고, 내가 미행하고 있다는 걸 대놓고 드러내는 꼴이니까.'이왕 이렇게 된 거 그는 일단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사무실.이효진은 김명덕의 무릎에 앉아 말했다. "오빠, 아까 그 사람은 누구야?""못 들었어? 내가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거? 저 도련님 눈에 거슬리게 행동했다가는 J도시에서 쉽게 살아 남지 못할거야. 이제 저 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겠지?""그렇게 대단하신 분이야?""그래."김명덕은 이효진을 야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 같은 애랑 엮이실 분이 아니야. 한공간에 있을 분이 아니라고. 그 사람 유혹할 생각은 하지
"선생님!"남지훈이 다급히 물었다. "혹시 착오가 생긴 건 아닌가요? 어제 1800만 원을 이미 납부했는데요!"그는 더 이상 소연이한테 돈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오늘 또 손을 벌린다면 소연은 자신을 도둑놈 취급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착오라니요?"의사가 말했다. "이건 저희 병원 장부에 적힌 금액입니다. 1800만 원은 단지 수술 비용이에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약하는 약물이 다르고 시술이 달라집니다. 추가 비용이 드는 건 당연한거고요"남지훈은 의사가 건넨 납부서를 받아서 훑어보았다.1800만 원은 단지 수술비용이였고 오늘까지 수백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태였다.남지훈은 불안한 얼굴로 김명덕을 바라보았다. 김명덕은 그런 남지훈을 바라보며 뿌듯한 듯말했다. "지훈 씨, 설마 고작 880만 원 때문에 이렇게 진땀을 흘리는 거예요? 날 때릴 때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하지 않았나요? 왜요? 돈이 없어요?날 때렸던 것처럼 용기를 가져요! 의사도 한방에 날려보내야죠! 그러면 남은 병원비는 제가 대신 청산해 줄게요!”남지훈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의사가 아닌 김명덕을 때리고 싶었다.'저 놈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어!'"선생님! 병원 장부를 확인해야겠어요! 분명 계산에 실수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남지훈이 말했다.하루에 1000만 원 가까이 되는 병원비는 말도 안 되었다.그는 김명덕과 의사가 짜고 치고 자신을 농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명세서를 확인해야 했다."확인한다고요?"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안 될 건 없지만 지불 하시 전에 환자 약부터 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더 이상 환자에게 약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남지훈은 애가 탔다.'김명덕과 의사가 짜고 치는 판이 확실해. 약을 끊어버리면 아버지는 어떡하라고!'"지훈아!"이때 최선정이 급히 나서서 돈을 남지훈의 손에 쥐어줬다. "빨리 가서 네 아버지 병원비부터 납부해!""어머니?"그의 손에 쥐어진 건 다름 아닌 최선정의 약 값이었다.최선정의 약
병원장은 바로 병실의 책임자를 불러 얼른 남용걸을 VIP 병실로 옮기라고 했다.김명덕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이야? 남지훈이 무슨 돈이 있다고 VIP 병실로 옮겨?”떠나가는 남지훈의 뒷모습을 보면서 김명덕은 여전히 무슨 일인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심지어 그가 아팠을 때도 VIP 병실로 들어가 보지 못했었다.VIP 병실은 침상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VIP 손님들을 모시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남지훈이 그럴 만한 인물이라고?전혀 아니었다!정말로 거물급 인물이었다면 그는 왜 굳이 김명덕의 밑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겠는가!“VIP 병실이 뭐 어때서?”이효진이 물었다.“명덕 오빠가 지훈 씨한테 가서 따져도 되잖아!”“넌 빠져!”김명덕은 이효진을 노려보며 말했다.“J 도시에서 VIP 병실로 옮길 수 있는 존재는 나를 개미처럼 생각하는 것과 같아!”“난 그저 이해가 안 돼. 쟤가 언제 저렇게 VIP 병실로 옮길 수 있는 존재가 된 거지?”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소름이 돋았다.그는 남지훈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남지훈이 그의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기에 그는 남지훈의 성격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뒤에 든든한 뒷배가 생기지 않았다면 그를 때리는 일도 없을 것이었다.“지훈 씨가 어떻게 그런 재주를 가졌겠어?”이효진이 이어서 말했다.“지훈 씨랑 10년 넘게 일해보고도 아직도 몰라? 지훈 씨의 부모님은 모두 시골 사람들이야. 그리고 지훈 씨 어머님은 아프시지. 그래서 매달 꼬박꼬박 부모님 약값으로 50만 원씩 보내드리잖아.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얼른 부모님의 병부터 치료했겠지, 안 그래?”“정말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지훈 씨의 어머님이 오빠랑 유 선생님께 무릎 꿇을 일은 없었겠지!”“그래... 그렇긴 해.”김명덕은 고개를 끄덕였다.전세 역전은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단어라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아니,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남지훈은 절대 전세 역전할 수 없다!하지만 김명덕은
남지훈은 주방에서 한 시간 동안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이내 몇 가지 요리를 식탁에 내놓았다.그는 족발 콩나물 볶음과 족발 수육, 그리고 여러 가지 밑반찬을 만들었고 그중에는 과일을 깎아 놓은 접시도 있었다.“소연아, 밥 먹어.”남지훈이 그녀를 불렀다.소연은 한쪽 다리를 절룩이면서 주방으로 왔다. 그녀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남지훈이 물었다.소연은 남지훈을 흘겨보며 말했다.“전부 열량 폭탄 음식들이잖아! 어젯밤에 나보고 무겁다고 해놓고 나 살찌우려고?”남지훈은 어이가 없었다.그가 만든 요리들은 모두 가정식이었고 족발 콩나물 볶음엔 특히 콜라겐이 가득했다. 뭐가 문제인 거지?그는 문제의 핵심을 알지 못했지만 일단 입을 열었다.“족발엔 풍부한 콜라겐이 들어있잖아. 콜라겐은 피부에 아주 좋아.”남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저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소연은 채소만 깨작거리다가 맛있게 먹는 남지훈의 모습에 족발을 집어 입 안에 넣었다.족발이 느끼할 줄만 알았던 소연은 먹으면 먹을수록 아주 고소하고 맛있게 느껴졌다.소연은 확실히 배가 고팠다.회사에서는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먹을 수 있었지만 이사 온 새집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녀는 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지 않았다.남지훈의 요리 실력은 아주 괜찮았다.돈을 아끼기 위해서 쉬는 날엔 그는 계속 월셋집에서 요리를 해먹었기에 가정식에는 자신이 있었다.게다가 남지훈은 자신의 요리 실력 또한 많이 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오늘 만든 이 요리들은 전에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한바탕의 식사가 끝나고 그릇은 이미 깨끗하게 비어 있었고 뼈만 덩그러니 접시에 남아있었다.수저를 내려놓은 소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변해버렸다!“나... 난 거실 가서 좀 쉴게.”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연의 빨개진 얼굴을 보지 못했다.그는 얼른 주방으로 돌아가 설거지를 했다.소연은 절룩거리며 소파에 가서 앉았다. 아까 너무 많이 먹은 민망함에 얼굴이
“효진아, 뭘 멍하니 서 있어? 얼른 지훈 씨한테 의자 빼 드려!”김명덕이 그녀에게 말했다.“괜찮습니다.”이효진이 다가가기 전에 남지훈이 입을 열었다.“김 사장님, 오늘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건 보상금 때문입니다.”“그럼요, 물론이죠!”남지훈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바로 김명덕의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태도였다!김명덕이 말했다.“회사가 지훈 씨를 해고한 건 제 잘못이에요. 저도 제 잘못을 인지하기도 했고요.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훈 씨도 더 이상 회사 다니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요.”“제가 2배로 보상해드리죠. 저와 함께 일한 시간이 7년도 넘었잖아요. 아니지, 거의 8년이네요. 그러니까 총 9개월의 월급의 2배로 보상해드리죠. 그러면 총 2600만 원이네요.”그는 이내 책상 서랍을 뒤지더니 2600만 원의 현금다발을 남지훈 앞에 내밀었다!김명덕은 그 돈을 가리키며 말했다.“전부 지훈 씨 거예요.”남지훈은 어안이 벙벙하였다!김명덕은 지금 개과천선하려는 걸까?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김명덕은 왜 그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순순히 내놓는 거지?갑자기 해고당해 보상금을 받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김명덕이 순순히 보상금을 준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2600만 원은 그가 일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 살아가기엔 충분한 금액이었다.하지만 그는 김명덕이 이렇게 순순히 돈을 내놓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럼 이렇게 하죠.”잠깐 골똘히 생각하던 남지훈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하였다.명덕 테크에서 그를 해고했으니 그 돈은 응당 그가 받아야 할 돈이었다.자신이 받아야 할 돈인데 굳이 그가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그는 그래도 김명덕의 계략에 빠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그가 입을 마저 열기도 전에 김명덕은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잘 확인하고 밑에 사인만 해주시면 됩니다.”보상금 협의서!종잇장엔 아주 똑똑하게 쓰여 있었다. 남지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