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운은 지금까지 높은 자리에 오래 있었지만 임지환처럼 거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청년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고 싶었다.“네가 임 진인과 싸우고 싶다면 먼저 내 손에 있는 검에 싸워도 되냐고 물어봐야 할 거야.”이때, 도복을 입고 장홍검을 등에 멘 오양산이 차에서 내려왔다. 오랜 시간 은거 생활을 지낸 무술 고수처럼 늠름한 풍모를 풍기며 강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네가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이제 알겠군... 배후에 이런 고수가 있었던 거구나.”오양산을 보자마자 유봉운의 표정은 즉시 심각해졌고 경각심을 높였다. 이 도사는 전신에 기운이 응축되어 마치 칼집에서 나온 보검과 같았고 강력한 기운이 온몸을 감돌고 있었다. 유봉운은 오양산이 공격하지 않아도 자기가 절대 이 검을 등에 멘 도사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쓸데없는 개소리는 그만하지?” 임지환은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가 네 개소리에 어울려줄 정도로 넉넉한 시간이 있는 사람이 아니야.”유봉운의 시선이 차가워졌고 막 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청년을 혼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유봉운은 실체처럼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기운이 자신을 잠그고 있음을 느꼈다. 유봉운은 머리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도사를 보며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큰일이 벌어질 것임을 직감했다.“제가 장군님께 먼저 허락을 구해보겠습니다.” 유봉운은 어쩔 수 없이 태도를 바꾸고 돌아서 저택으로 들어갔다.오양산은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 “대단한 고수인 줄 알았더니 저런 형편없는 쫄보일 줄이야.”“기껏해야 내경 최고 수준인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왜 어르신과 싸우려고 하겠어요?” 임지환이 웃으며 말했다. 오양산은 쓴웃음을 지으며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장군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들어오세요!” 유봉운은 곧 돌아와서 말했다. 그는 마지못해 승낙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자기 처지가 답답한 듯 보였다.이청월은 차로 돌아와 임지환을 태워
“내가 나선다고 해도 완치할 확률은 고작 50%에 불과해요.”임지환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헛소리도 정도껏 해! 네가 계속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떠들면 내가 한 방에 널 저승에 날려버리겠어!”보라색 머리의 청년이 눈을 번쩍 뜨며 차갑고 엄청난 살기를 뿜어냈다.이장호는 이 말을 듣자 얼굴색이 심하게 변하며 어쩔 바를 몰랐다.“임 대사, 화 장군의 신분이 보통이 아닌데 말을 가려가면서 조심히 해야지.”“난 진료할 때 환자의 신분이 어떻든 항상 공평하게 대해요.”임지환은 겁먹지 않고 되레 당당하게 말했다. “장군이든... 대통령이든, 제가 해야 할 일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자네 말대로라면 난 벌써 병상에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어떻게 여기서 자네와 얘기할 여유가 있겠나?”화 장군은 아무리 교양이 있고 신사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에는 조금 기분이 상한 듯했다.임지환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보라색 머리의 청년에게 시선을 돌렸다.잠시 후, 임지환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제 추측이 맞다면 저분이 비법을 써서 장군님 몸속의 사악한 기운을 억제한 거죠?”“네가 어떻게 알았지?”보라색 머리의 청년은 놀란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보았고 얼굴 근육이 약간 경련을 일으켰다.“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부터 난 한 가지 문제가 무척 궁금했어요. 당신은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이 틀림없는데 왜 기력이 그렇게 약한지를. 그런데 이 장군님을 보니 어렴풋이 단서를 추측할 수 있었죠.”임지환은 보라색 머리 청년의 점점 더 어두워지는 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임 대사,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군.”안색이 좋지 않았던 화 장군은 갑자기 손뼉을 치며 웃었다.이마의 주름도 스르르 풀리면서 얼굴이 다시 온화하고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긴장하고 팽팽하던 홀 내 분위기는 완전히 풀어졌다.“나 화연평이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항상 자부했는데 안타깝게도 자네 실력을 과소평가했
“흡...”이장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난감했다.임지환은 자기가 직접 초대한 사람인데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고 잘못되기라도 하면 양쪽 모두에게 원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임 대사, 너무 거만해 눈에 뵈는 게 없는 게 아닌가? 설마 내가 화를 낼 줄도 모르는 바보 영감으로 보이는 건 아니겠지?”화연평의 얼굴에도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허청열도 덩달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은 발 뻗을 자리를 보고 누우랬어. 왜 주제 파악이 되지 않아? 장군님 심기를 건드리면 너 같은 녀석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야.”“강제로 술을 먹이는 건 봤어. 강제로 사과하게 하는 것도 물론 봤어. 근데 강제로 진료를 받게 하는 건 살다 살다 처음 보네. 나 임지환이 치료를 끝까지 거부할 거야. 그래서 뭐 어쩔 건데?”임지환은 다리를 꼬고 앉아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 빙그레 웃었다.“지금 당장 사람을 불러 네놈을 죽여버리겠어. 안 믿는다 이거지?”허청열은 임지환의 태도에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그럼 어디 한번 해봐...”임지환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더 편안한 자세로 바꿔 자리에 앉아 청년을 도발했다.“임지환, 약 올리는 건 그쯤에서 그만둬. 난 이 화 장군이 금릉 군의 대장이란 걸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적이 있어. 이분의 위치와 권력은 네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굉장해. 그런 분을 건드리는 게 우리 이씨 가문에 좋을 게 있겠어?”이청월은 임지환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조용히 귓속말로 귀띔했다.진운도 옆에서 이청월의 말을 거들었다. “임 선생님, 지금 이씨 가문 저택 밖은 화 장군이 데려온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제가 보기엔 일단 치료에 동의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난 안 한다고 하면 죽어도 하지 않아요. 저 사람을 치료하는 데 관심이 눈꼽만치도 없네요.”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말을 마치고 임지환은 이청월의 손에서 나무 상자를 받아 들고 이장호에게 다가갔다.“
화연평은 상자 속의 장수단을 보며 눈빛이 흔들렸다.“오양 상사님, 이 약은 임 대사가 저에게 약속한 겁니다. 임 대사가 이렇게 보고 있는데 제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이장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임지환을 바라보았다.“내가 장수단을 어르신에게 드린 이상, 이제 그 장수단은 이씨 가문의 것이죠. 그걸 어떻게 사용할지는 어르신이 알아서 하세요. 제가 쓸데없이 개입해서 훈수를 두진 않겠어요.”임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어르신, 팔 건지 말 건지만 말해 주세요. 이 단약은 진짜 이 세상에서 보기 어려운 보물입니다.”오양산은 안달이 난 얼굴로 급히 말했다.사실 돈을 지급해서 사는 것보다 오양산은 무력을 동원해서 강제로 빼앗고 싶은 마음이 더 굴뚝같았다.“오양 도사, 그건 좀 비겁한 거 아닙니까? 방금 차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자고 약속하지 않았어요?”진운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쏘아붙였다.그러고는 이내 이장호와 흥정하기 시작했다. “이 어르신, 저 도사에게 속지 마세요. 전 300억을 드릴 테니 이 장수단을 제발 제게 주십시오.”“300억으로 고작 단약 한 알을 산다고? 자네 미친 거 아닌가?”별의별 질풍노도를 다 겪어본 인물인 화연평조차도 진운의 엄청난 제안에 깜짝 놀라 큰 충격을 받아 얼떨떨했다.“화 장군, 이 단약은 진짜 신기한 명약입니다. 300억으로 10년의 수명을 산다면 이보다 더 수지가 맞는 거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진운은 단약에 대한 소견을 밝히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장호를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이장호는 고뇌에 찬 얼굴로 망설였다. 이 상황이 난감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이 두 사람 중 한 분은 연경 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고 다른 한 분은 항성의 으뜸가는 풍수 대가였다.누구의 노여움도 살 수 없었고 누구에게 줘도 불편하고 도리에 맞는 것 같지 않았다.이장호는 잠시 생각한 후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단약은 임 대사가 직접 만든 것이니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귀한
화연평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격동된 모습으로 나무 상자를 받았다. 그러고는 이내 손을 뻗어 장수단을 꺼내 들고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코로 냄새를 맡아보았다.그러자 갑자기 그윽한 향기가 화연평의 몸을 휘감으며 온모의 피로가 한순간에 감쪽같이 사라지고 예전의 활기를 금세 되찾았다. 손에 든 이 기이한 향기의 단약을 보며 화연평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 단약만 있으면 내 병도 깔끔하게 낫겠군.”말을 마치고 화연평은 주저 없이 단약을 입에 넣어 삼키려 했다.“장군님, 신중하게 생각하시고 드셔야 합니다.” 바로 그때, 허청열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화연평의 행동을 제지했다.“청열아, 이게 무슨 일이냐?” 화연평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단약이 정말 저 사람들의 말대로 그렇게 신기한 약효가 있다면 확실히 드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만, 만약 이게 저 사람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면... 신중해야 할 게 나쁠 게 없습니다. 생명을 10년이나 늘리는 단약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은 더 없습니다.” 허청열은 화연평에게 설명하며 임지환을 힐끗 바라보았다.허청열의 주장은 단 하나, 바로 임지환이 화연평을 속이고 있는 사기꾼이라는 것이었다.“그건 네가 무식해서 그런 거야.” 임지환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보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야.”“한마디만 더 해 봐? 네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 허청열은 차가운 얼굴로 위협했다.“어디 한번 찢어 봐. 식상하게 말로만 나불대지 말고.” 임지환이 참지 못하고 허청열을 비웃으며 말했다.“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허청열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발을 무겁게 앞으로 디디고 번개처럼 재빠르게 움직였다.순식간에 임지환 앞에 도달한 허청열은 공격하려고 시도했다.“위험해!” “임 진인, 조심하세요...”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허청열의 기습 공격을 보고 임지환이 크게 다칠까 봐 너도나도 우려를 표했다.“드디어 허 총교관이 저놈을 잡아 패는구나!” “저 임지환이라는
“저 녀석 실력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을 거야.”유봉운은 임지환이 계속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고 얼굴에 만족스럽고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임지환, 오늘 왜 너답지 않게 이래? 피하지만 말고 맞서 싸워!”피하느라 여념이 없는 임지환을 보며 이청월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임 진인은 밤새 단약을 제조하느라 체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아요.”오양산이 이청월을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난 임 진인이 반드시 역전할 거라고 믿어요.”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오양산은 긴장한 마음을 풀 수 없어 손바닥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내게 주먹을 날려! 계속 피하기만 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임지환이 아까부터 아예 반격하지 않자 허청열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주먹 공세가 더 거세졌다.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천둥이 내리꽂는 거대한 소리가 저택 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거실에서 관전하던 사람들은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소음 때문에 귀를 막지 않을 수 없었다.오양산은 전투 중인 두 사람을 죽 지켜보며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임지환이 허청열의 주먹에 맞아 쓰러지기라도 하면 즉시 임지환을 돕기 위해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펑펑펑...허청열은 마치 파도가 바위를 거세게 치는 것처럼 주먹을 계속 내질렀다.이 끔찍한 주먹 공세에 밀려 임지환은 연이어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결국 저택 대문에 후퇴했을 때, 허청열은 화강암으로 된 바닥에 선명한 발자국 두 개를 남길 정도로 놀라운 힘으로 바닥을 디디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허청열은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갑자기 아래로 돌진했다. 그러고는 마치 태산이 하늘에서 내리누르는 파죽지세로 주먹을 내질렀다.“여기까지야. 이 주먹을 맞으면 임지환은 죽지 않더라도 무조건 불구가 될 거야.”창밖에서 유봉운이 천천히 입을 열어 결론을 내렸다.“임지환, 빨리 피하지 않고 뭐 해?”허청열의 모든 힘을 담은 일격을 보고 이청월은 목청껏 외쳤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임지환은 마치 움직일 수 없는
쾅!유봉운과 용수의 전사들은 허청열이 패배한 직후 대문을 열어젖히고 방으로 돌진했다.그러고는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총을 들고 임지환을 겨눴다.총기의 탄창을 당기는 소리가 울리며 방 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씨X 새끼, 죽고 싶어 환장했어?”유봉운은 격하게 반응하며 당장이라도 임지환을 쏴버릴 듯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이 불청객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유유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너희가 총이 있다고 한들 내 실력으로 너희들 대장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그래? 그럼 내가 네 목숨이 몇 개나 되는지 보자고!”유봉운은 화가 치밀어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유봉운!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총을 내려놔! 너희도 마찬가지야!” 화연평이 냉정한 말투로 명령했다.“장군님, 전...”유봉운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이 총을 내려놓았다.용수의 전사들도 총을 거둬들였지만 임지환을 향한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분노와 적대감이 서려 있었다.“임 선생님, 저희 부하들이 순간 이성을 잃고 거칠게 행동했네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화연평은 임지환에게 미안한 듯 웃으며 대신 사죄했다.“괜찮습니다.”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바닥에 누워 있는 허청열을 발로 찼다. “죽은 척하지 마라! 방금 전력을 다해 그 발차기를 날린 게 아니야. 더 이상 죽은 척 연기하면 또 한 방 날려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에서 미동도 하지 않던 허청열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방금까지만 해도 잘생긴 얼굴에는 눈에 띄는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팔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는데 심하게 다친 게 분명했다.허청열은 탈구된 팔을 다시 가까스로 맞추고 임지환과 거리를 두고 멀리 서 있었다.화살에 놀란 새처럼 행동하는 허청열을 보자 임지환은 웃음을 터뜨렸다.“자신 있으면 언제든지 도전해. 내가 기꺼이 받아주마.”“임 대사님, 저 허청열의 패배입니다.” 허청열은 서둘러 고개를 흔들며 견해를 밝혔다.자기 총교관이 기죽
“제가 특유의 비법으로 시간을 벌지 않았다면 장군님은 아마 한 달도 못 버티셨을 겁니다.”허청열은 석 달이란 시간이 너무 긴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임지환은 별다른 반응이 없이 침묵을 지켰다.“임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라. 그게 내 운명이라면 난 담담하게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어.”화연평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눈빛이 흐려지고 온몸이 축 처졌다. 순간적으로 몇 년은 폭삭 늙어버린 노인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유봉운이 갑자기 말문을 열고 임지환을 바라보았다.사람들의 놀라운 눈빛 속에서 유봉운이 임지환 앞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였다.“뭐 하는 짓이야?” 임지환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임 대사님, 장군님께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며 수십 년간 변방을 하루 같이 굳건히 지키셨습니다. 우리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비록 제 부탁이 보잘것없어 보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빌겠습니다. 제발 대사님의 뛰어난 의술로 장군님을 살려 주십시오!”유봉운은 부리부리한 눈망울에 눈물을 머금고 격앙된 어조로 임지환에게 부탁했다.“남자는 조상과 부모 외에는 무릎을 꿇지 않는 법이다. 유봉운, 당장 일어나! 넌 내 소중한 부하야.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서서 버텨내야지 함부로 무릎을 꿇으면 안 돼!”화연평은 한이 섞인 목소리로 유봉운을 꾸짖었다.“저는 장군님께서 한 땀 한 땀 힘들게 키워주신 사람이기 때문에 장군님이 이대로 목숨을 잃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유봉운은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입대한 후 처음으로 상관의 명령을 거부했다.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용수 전원, 임 대사님께 부탁드립니다! 장군님을 살려 주십시오!”유봉운 뒤에 있던 용수의 전사들도 한결같이 임지환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일제히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마치 지붕을 들어 올릴 것만 같았다.화연평을 위한 마음만 가득한 전사들의 진심 어린 모습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