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는 둘째치고, 네 놈이 내 아들을 때려서 저 지경이 됐으니, 널 경찰에 신고할 거야.”배전중은 재빨리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당장이라도 경찰에 신고할 기세였다.“배인국이 총을 지니고 있었어요. 신고한다 해도 난 기껏해야 과잉방위일 뿐이에요.”임지환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신의 귀한 아들의 총기 소지 혐의가 얼마나 엄중한 범죄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뭐라고? 배인국이 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당신네 배씨 가문은 진짜 간도 크네요!”이청월이 참지 못하고 욕을 했다.그녀는 자기가 떠난 후 이런 일이 생겼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배전중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휴대폰을 넣고 차갑게 말했다.“그렇다 하더라도 네가 내 아들을 때려서 식물인간을 만든 값은 톡톡히 치러야 할 거야!”“당신 말대로라면 임지환이 잘못했다는 건가요?”이청월이 화가 난 듯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배영지가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은 우리 오빠야. 만약 우리 오빠가 깨어나지 못하면, 임지환은 살인자가 되는 거야!”“이런 재수 없는 놈. 어서 무릎 꿇고 사과하지 못해!”유옥진이 호되게 꾸짖었다.임지환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하는데요? 잘못한 건 배인국이에요. 난 그저 받은 대로 돌려줬을 뿐이라고요!”“너 이 녀석,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배전중이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네 눈에는 법도 없어?”“분명 당신네 아들이 먼저 총으로 위협했는데, 왜 잘못은 임지환에게만 있는 거죠?”이청월이 팔짱을 끼고 앞으로 나서며 임지환을 도와서 말했다.“아가씨, 이건 우리 배씨 가문과 임씨 사이의 원한이니까 끼어들지 마세요!” 배전중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배인국이 저렇게 된 건 마땅한 벌을 받은 것뿐이에요!” 임지환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그의 웃음은 배전중의 눈에는 시비를 거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이씨 가문이라는 뒷배가 있으니 이 어른들을 무시한다는 거야?” 유옥진이
50억 배상금?이 말을 들은 배지수는 한숨을 들이켰다.“큰아버지, 욕심이 너무 과하신 거 아니에요?”“내가 욕심이 과하다고?”배전중이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 말했다. “류 원장도 여기 계시는데, 너 한번 물어봐, 인국이를 살리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류일이 곧바로 설명했다. “현재 국내 의료 수준으로는 배인국을 살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만약 해외에 가서 치료한다면 50억도 부족할 듯싶습니다.”“너 들었지! 내가 헛소리를 한 게 아니라고!”“지수야, 50억을 지금 당장 내놓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하지만 네가 가지고 있는 경성그룹 주식을 담보로 해도 되잖아!”배전중은 짐짓 배포가 큰 사람처럼 말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비록 그 정도 값은 안 되지만, 넌 우리 가족이니까, 우리가 조금 손해를 봐도 괜찮아!”“할아버지, 이게...”배지수는 어쩔 수 없이 배국권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배국권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지수야, 나는 집안일을 판단할 자격이 없으니, 이 일은 네가 큰아버지와 논의해 보렴!”“안 돼요! 우리가 왜 50억을 내야 하는데요!”“사람을 때린 건 임지환이니, 이 돈도 저 녀석이 내야지!”유옥진은 배전중이 50억이라는 금액을 제시하자 순간 긴장했다.그녀는 모든 잘못을 임지환에게로 돌렸다.“엄마,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저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어요!” 배지수가 천천히 설명했다.하지만 유옥금은 고집을 꺾지 않고 여전히 임지환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봐, 임 씨, 너 만약 오늘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난 네 앞에서 죽어버릴 거야!”“죽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전 말리지 않을게요!” 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시지!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인간이 있을 수가 있는지! 3년 동안 우리 집을 해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풍비박산을 내려고 하다니!”유옥금은 자신의 위협이 임지환에게 먹히지 않자, 특기인 떼쓰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임지환, 이 일을 어떻게 해
“이제 보니 자네들은 하나같이 식견이 짧구먼그래!”이성봉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가주님, 그게 무슨 뜻이죠?”배국권이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 왠지 말 중에 뜻이 있는 것 같았다.배전중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버지, 굳이 더 말할 것도 없어요. 돈만 주면 돼요!”“아무것도 아닙니다. 배 씨 가문에게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어요.”말을 마친 이성봉이 배전중을 힐끗 쳐다봤다.“자네도 너무 기뻐하지는 말게. 이 돈은 자네 가문에게 주지만, 이 돈이 자네 그 쓸모없는 아들한테 쓰이는지 우리 회사 총무한테 얘기해서 확인하도록 할걸세.”배전중의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 “이가주님, 저희 가문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시는 것 아닌가요?”“이 돈은 자네 아들을 대신해서 가져가는 것 아닌가. 그럼 당연히 자네 아들에게 쓰여야지. 설마 마음대로 빼돌리려는 건 아니겠지?”“만약 그렇다면 자네 집안 어르신도 가만있지는 않으실 텐데?”이성봉은 배전중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날카롭게 말했다.“내가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그 정도는 아니야.” 배국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다들 이제 돌아가시지!”이성봉이 손을 저으며 파리 내쫓듯 배씨 가문 사람들을 돌려보냈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감히 나서서 대들지 못했다.배씨 가문 어르신조차 한숨만 내쉬고 자리를 떠났다.그렇기에 아래 가족들은 더더욱 싸움에서 진 닭처럼 풀이 죽어서 나갔다.이성봉 앞에서 그들은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임지환, 너한테 진 빚은 내가 어떻게든 갚을게.”배지수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임지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비록 임지환의 일 처리 방식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로 진 빚은 여전히 마음속에 새겼다.“갚을 필요 없어. 넌 나한테 빚진 게 없으니까.” 임지환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지금은 이씨 가문이 네 뒤를 봐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아마 지금 좀 뿌듯하겠지.”배지수가 입술을 살짝
천성 병원, VIP 병동.“재석 도련님, 이성봉이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저희의 계획은 분명 성공했을 겁니다.”배전중이 한재석의 뒤에 공손하게 서서 원통한 표정으로 말했다.“실패는 실패입니다. 이유를 붙이지 마세요.”한재석이 귀찮은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성봉의 출현은 확실히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도련님, 진짜 임지환과 이씨 가문을 대적할 방법이 없는 걸까요?”배영지가 병상에 누워서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배인국을 보며 분이 풀리지 않아서 말했다.“그건 아니지...”한재석이 문득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3일 뒤, 진가 큰 도련님이 친히 강한시에 오십니다.”“말씀하신 큰 도련님이 설마 연경 진씨 가문 그 분은 아니겠죠?” 배전중이 물었다.“임지환이 내 동생을 죽이고 진씨 가문을 손에 넣으려는 큰 도련님의 계획도 망쳤으니 일찌감치 그분의 눈 밖에 났지!”“3일 뒤, 큰 도련님께서 오시면... 그 녀석은 죽음을 면치 못할 거야!”한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했다....연경시, 천주 감옥.SUV 차량 한 대가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달려와서 감옥 입구 앞에 멈춰 섰다.훤칠한 청년이 온몸에서 칼날 같은 차가운 아우라를 내뿜으며 SUV 차량에서 천천히 나왔다.그는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어깨에 걸린 견장에는 무궁화 위에 대나무꽃 하나가 얹어져 있었다.서른 살 조금 넘어 보이는 이 젊은 청년이 육군 소령이었다!“진 소령님!”문을 지키던 경비원이 이 청년을 보는 순간 곧바로 경례를 올렸다.젊은 군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말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추패왕에게 데려다줘.”“네!”경비원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그를 데리고 진시 감옥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10분가량 걸어서 감옥 맨 아래층에 도착했다.감옥 맨 아래층에는 독방 하나뿐이었다.이 독방에는 진시 감옥에서 가장 험악한 인물이 갇혀있다.펑펑펑...1평 남짓한 독방에서는 쇠를 두드리는듯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이 바닥은 시멘트였기에 단순히 두 발로 발자국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이 노인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숙부님, 제가 오늘 온 이유는 숙부님을 모시고 나가 절세 고수와 겨루도록 하기 위함입니다.”말을 마친 진용이 들고 있던 자료를 건넸다.철컹철컹...말이 끝나기 무섭게 숙부라고 불리는 중년 남성이 벽에 걸려있던 쇠사슬을 끊어버렸다.그의 앞에서는 쇠로 만든 쇠사슬도 종이조각처럼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진용은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총에 손이 갔다.하지만 그가 총을 꺼내기도 전에 추숙부가 이미 그의 앞에 서 있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아까 이미 죽었어!”추 숙부는 진용을 힐끗 보고는 손을 뻗어 파일을 가져갔다.그가 서류봉투를 열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놀랍게도 임지환의 사진이었다.“서른 살도 안 돼 보이는 애송이가 어떻게 절세 고수라는 거야?”파일에 있는 평범한 청년을 보며 추숙부의 검처럼 날카로운 짙은 눈썹이 살짝 들리더니, 눈에는 경멸로 가득 찼다.그는 이런 레벨의 상대는 눈에 들지도 않았다. 진 씨 이 녀석이 그를 놀리는 거로 생각했다.진용은 마음속의 공포를 억누르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말했다.“숙부님, 이 자식을 얕보시면 안 됩니다. 이 녀석은 직접 조성균을 죽인 인물로 무술 대가의 실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켜봤습니다.”“조성균?”“3년 전 그가 종사 경지에 입성한 후 사람을 찾아서 감옥에 와서 나와 한 번 겨룬적이 있었어.”“그런데 그 녀석, 내 앞에서 열 수도 버티지 못했어!”추숙부가 뒷짐을 진 채 천천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용의 표정이 달라졌다.그는 비록 어머니에게서 숙부의 사적을 듣기는 했지만 모두 50여 년 전 일이었다.그때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무술 능력이 신격화되는 경우가 많았다.그래서 사실 그는 이 숙부에게 큰 존경심은 없었다.그런데 이미 종사 계열에 입문한 조성균이 이 노인 앞에서 열 수도 버티지 못했다고 하니 충
용은 저택.“임진임님, 말씀하신 대진은 이미 규모를 갖추었습니다.”“진 씨 어르신의 재료만 도착하면 용은 저택은 용은산의 중심이 될 겁니다.”장검을 짊어진 오양산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임지환을 보며 자랑했다.불과 하루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용은 저택 내부와 외부는 완전히 달라졌다.줄기줄기 안개가 지맥의 눈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더니 용은 저택을 신궁 선경처럼 돋보이게 했다.산기슭에서 올려다보면 용은 저택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오양, 이 대진에 무슨 설법이라도 있나요?”저택의 영기를 느끼며 임지환의 마음은 유난히 편안했다.“제가 배치한 대진의 이름은 신용현주진입니다.”“용은산의 산세가 용의 모양을 띠고 있는데 저의 리모델링을 거쳐 이제 진정한 명당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 지맥의 눈은 신용의 입에 물고 있는 그 영주입니다.”“대진만 완공되면 지맥의 눈이 영기를 뿜어내는 속도가 예전의 다섯 배 이상 빨라질겁니다.”오양산이 고개를 흔들며 득의양양해 있었다.임지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보아하니 진짜 재능이 있는 분이시네요. 제 옆에 있으면 좀 억울하겠어요.”“진인도 참.”오양산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진인을 대신해 일할 수 있다는 건, 부잣집 원주민들에 의해 공양 되는 것보다 영광스럽습니다.”선천적인 무사는 도가에서 득도한 진인으로 불린다.무도가 몰락하고 신선이 사라진 이 시대에 이런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건 놀라울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닐 리가 없었다.오양산이 임지환의 옆에 남아있는 이유는 그의 잠재력을 보았기 때문이다.어쩌면 임지환은 항성 송씨 가문 사람들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하지만, 임지환이 다시 무사의 길로 나아간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일비충천이었다.그때가 되면... 송씨 가문 열 개가 와도 부족할 것이다.물론 지금 임지환의 개인 실력으로는 선천에 입문한다 해도 송씨 가문 같은 백 년 가문과 맞서기에는 부족할 것이다.“아첨하는 말은 그만 하세요.”“시간이 거의 다 되었
“윽...”은침을 뽑자 오감을 회복한 진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몸이 회복된 것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로 뛰어가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현옥고가 외상 치료에 아주 효과가 좋기는 하나, 그 냄새는 일반인이 견디기 힘들었다.“며칠 동안 고생 많았네!” 임지환이 웃으며 말했다.“이틀간의 고통으로 환골탈태했으니, 어떻게 계산하든 버는 장사죠.”옆에 있던 오양산이 코를 막으며 말했다. “임진인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진운을 제자로 삼고 싶으신 거죠?” 임지환이 담담히 말했다.“맞습니다. 둘째 도련님은 이번 고난을 통해, 영기가 몸에 들어갔기에 십여 년의 고된 수련을 건너뛸 수 있습니다.”“만약 저와 함께 수련한다면 분명 대기만성할 것입니다!”오양산은 마치 보배를 보듯 두 눈을 반짝이며 진운을 바라보았다.“안 됩니다. 저는 일찌감치 임 선생님과 무술을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무속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진운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도련님, 저는 무속인이 아닙니다. 항성에서 저는 전설 속의 인물입니다.” 오양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부유한 거상 중 누가 그에게 아부하고 싶지 않아 하는가?그런데 왜 여기서는 이런 취급을 받는 거지?“하지만 이곳은 내륙이지 항성이 아닙니다.”진운이 개의치 않아 하며 말했다.“게다가 저는 화려하기만 하고 실속이 없는 술법보다는 무술을 더 좋아합니다!”“오양산의 도법을 높은 경지까지 수련하면 무술 대가 못지않습니다.” 임지환이 웃으며 말했다.진운이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래도 저는 무술을 수련하고 싶습니다!”“좋아요! 이런 신념이 있다고 하니, 그럼 이례적으로 가르쳐드리죠!”“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동년배로 대해야지 사제지간으로 대할 필요는 없습니다!”임지환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진운이 다급히 말했다. “임 선생님께서 저에게 무술을 가르쳐주시면 저의 사부님이십니다. 만약 저희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맞아 죽을 수도 있어요!”“
임지환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그녀가 온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다만 말하지 않고 맞장구를 치며 물었다. “그래? 무슨 좋은 소식인데?”“오후에 DCM의 초청을 받았어. 듣기로는 우리 YS그룹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10억 달러를 투자할 생각이래!”흥분되어 말하는 이청월의 백옥같은 얼굴이 홍조를 띠고 있었다.DCM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기업으로 국내회사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이런 글로벌 기업의 눈에 들었으니, 로또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조급해하지 마. 이제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더 많은 기쁜 소식이 널 기다리고 있어!” 임지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주작이 말한 금액이 5조 원이었으니 달러로 계산해도 6,000억이 넘었다.“표정을 보니 전혀 놀란 것 같지 않은데.”이청월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설마 이미 알고 있었어?”“응, DCM 회사 사람은 내가 데려온 거야.”임지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농담하지 마. DCM 회사는 세콰이어 캐피탈에 버금가는 존재야.”“네가 아니라... 우리 이씨 가문도 이 회사앞에서는 새 발의 피야.”이청월이 입을 삐죽거리며 믿지 않았다.그녀가 임지환을 얕잡아 보는 게 아니라, DCM 회사가 그만큼 대단한 회사이기 때문이다.DCM 회사는 전 세계 투자회사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존재이다.한재석의 엔젤투자그룹도 충분히 대단한 회사이지만, DCM 앞에서는 기껏해야 이제 막 옹알이를 배우는 아이처럼 비교가 되지 않았다.만약 임지환이 진짜 DCM 회사 사람을 자기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다면, 대도시 갑부가 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곧 누군가가 증명해 줄 거니까.” 임지환이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이 자식이 말을 하면 할수록 믿음이 안 가네!”“그럼 난 오늘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도대체 어떤 사람을 데려와서 둘러대는지 한 번 지켜보겠어!”이청월이 팔짱을 끼고는 임지환의 거짓말을 까발리려고 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농담을 하는 거야?)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