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 다시 깨어나다

용주, 다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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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인 아내가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낸다. 그런데 박진성이 쫓겨난 순간부터 아내는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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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 화

“처음이니까 살살해줘...”밑에 있는 여자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귀여운 곰돌이 인형을 들고 있던 박진성은 석 달 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그날 밤 아내 임효정이 그의 딸을 가졌다.박진성은 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꾸만 실없이 웃었다. 마치 예전에 자신이 뭘 했던 사람인지조차 깡그리 잊은 듯이 말이다.과거 그는 무도계의 정점에 선 용주였다. 마지막 결전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이 처참하게 죽었고 그 역시 중상을 입어 모든 수련을 잃었다.삶의 의욕을 잃은 박진성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스스로 용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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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 화
“처음이니까 살살해줘...”밑에 있는 여자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귀여운 곰돌이 인형을 들고 있던 박진성은 석 달 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그날 밤 아내 임효정이 그의 딸을 가졌다.박진성은 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꾸만 실없이 웃었다. 마치 예전에 자신이 뭘 했던 사람인지조차 깡그리 잊은 듯이 말이다.과거 그는 무도계의 정점에 선 용주였다. 마지막 결전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이 처참하게 죽었고 그 역시 중상을 입어 모든 수련을 잃었다.삶의 의욕을 잃은 박진성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스스로 용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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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 화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우리 딸한테 주려고 곰돌이 인형도 사 왔어. 인형이 얼마나 귀여운데 우리 딸도 분명 좋아할 거야.”박진성은 임효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우리 딸 아직 있는 거지? 방금 한 말은 거짓말일 거야. 효정아...”“그만해!”임효정이 눈을 감자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박진성의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정말이야. 우리 딸 이젠 없어. 미안해, 박진성...”“말도 안 돼...”박진성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 눈에 핏발이 서 있었고 온몸은 경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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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 화
‘박진성이 썼다고?’안영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유명한 적진 선생님이 박진성이라고?’“저 쓸모없는 놈이 쓴 글씨가 그렇게 값어치가 나간다는 게 말이 돼요? 도련님, 잘못 본 거 아니에요?”유미옥이 물었다.“절대 잘못 볼 리가 없어요. 필력, 기세, 느낌 모두 적진 선생님의 진품이 분명해요. 게다가 뒤에 낙관도 있어요.”안영재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박진성 엄청 젊어 보이는데 적진 선생님이라고?’“정말 박진성이 쓴 게 확실해?”안영재의 질문에 임효정은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조금 전 박진성이 가짜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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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 화
매끄럽고 하얀 다리에 얇고 반투명한 스타킹을 신고 있었는데 그 아래로 아름다운 라인이 드러났다.그 순간 박진성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키가 훤칠하고 아름다운 여자는 박진성을 몇 번 훑어보더니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여자는 보라색 롱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요염하고 섹시하면서도 고귀한 분위기를 풍겼다.얼굴은 또 어찌나 예쁜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따로 없었다. 깨끗하고 맑은 두 눈은 영혼을 홀리듯 매혹적이었다.“박진성 씨? 안녕하세요, 한지아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이미 말씀하셨죠?”한지아는 웃으면서 박진성에게 악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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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 화
박진성이 펜던트를 줍고 천천히 일어서던 그때 모두가 그의 분위기가 달라진 걸 느꼈다.그를 둘러싼 불량배들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철수 형님, 얼른 잡지 않고 뭐 해요? 저놈이 날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라고요.”임동우는 퉁퉁 부은 얼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잡아!”문신남은 박진성을 힐끗 보더니 손을 휘둘렀다.“저 사람을 건드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그때 위엄 있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아가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두 명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한지아를 본 순간 얼굴이 엉망진창이 된 임동우조차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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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 화
“어? 이건 적진 선생님의 글씨인데 진품인가요?”글씨를 힐끗 보던 한지아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저 여자가 적진 선생님의 작품을 갖고 있었어요?”“내 거예요.”박진성이 손을 내밀었다.“못 줘요.”한지아는 바로 작품을 품에 끌어안았다. 조금 전까지 냉철하고 기가 세던 여장부는 한순간에 어린 소녀로 변했다.“진성 씨, 이거 나한테 주면 안 돼요? 할아버지께서 적진 선생님의 서예 작품을 가장 좋아하시거든요. 이거 선물로 드리면 너무 좋아서 펄쩍 뛰실 거예요. 제발요.”한지아의 매혹적인 눈빛은 남자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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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 화
“뭐 하는 짓입니까?”남자 두 명이 달려들어 박진성을 막았다.“건드리지 마.”한지아는 그들을 노려보더니 박진성을 보며 물었다.“자신 있어요?”박진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번째 환자의 은침을 뽑았다.열한 번째 환자의 은침을 뽑던 그때 회색 도포를 입은 흰 수염 노인이 급히 달려왔다.“당장 멈춰. 이 망할 놈아,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노인은 버럭 화를 내면서 큰 소리로 호통쳤다. 그러고는 앞으로 다가와 박진성을 확 밀쳤다.“이 사람들을 싹 다 죽일 셈이야?”박진성의 시선이 노인에게 닿았다.“당신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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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 화
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침을 꽂은 두 환자가 갑자기 고통스럽게 몸을 떨기 시작했고 가슴의 검은 기운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환자의 상태를 감시하는 기계도 다급하게 울렸다.“이게 대체...”홍준섭과 한문원의 낯빛이 잿빛이 되었다. 증상이 악화됐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반면 박진성이 침을 뽑은 열한 명의 환자는 매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명의님, 대체 어떻게 된 거죠?”한문원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중독된 게 맞고 저의 해독 침술은 최고란 말이에요.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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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9 화
박진성이 병원에 있는 동안 유미옥과 임동우는 구급차에 탔다.유미옥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평소 그녀에게 고분고분 순종하던 박진성이 그녀를 때린 건 물론이고 임동우까지 만신창이가 되도록 때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녀는 임효정에게 전화를 걸어 고자질했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 지금 회의 중인데 나중에 다시 전화 주세요.”임효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유미옥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카롭게 소리쳤다.“이 상황에 무슨 회의를 해. 큰일 났어. 박진성 그 망할 놈이 완전히 미쳤어.”“엄마,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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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 화
한지아는 잠깐 멈칫하다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통화를 마친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박진성 씨, 할아버지께서 혈영지를 바로 보내 주겠으니 이번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그리고 한 달 안에 용린초도 보내 주시겠대요.”‘용린초?’박진성의 두 눈이 반짝였다. 용린초는 영약으로 몸을 튼튼하게 만들고 수련의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을 주는 약초였다.한태산은 박진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박진성이 용인을 풀었으니 이제부터 가장 중요한 건 수련을 통해 예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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