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믿었던 두 사람의 거짓말

가장 믿었던 두 사람의 거짓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7
By:   하늘  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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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동생이 갑자기 SNS에 임신 진단서를 찍어 올렸다. [제가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사랑하는 형부 덕분에 엄마가 되는 꿈을 이루게 되었어요.] 나는 놀랍고 화가 나서 ‘좋아요’를 누른 뒤 댓글을 달았다. [정말 축하해. 이참에 남편도 너한테 줄게.] 그러자 남편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내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난 그냥 은희한테 정자를 빌려줬을 뿐인데, 꼭 그런 댓글을 달아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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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송은희가 SNS에 그 사진을 올릴 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부성재를 위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올린 글을 보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내 남편이 내가 아닌 다른 여자, 그것도 내 여동생과 아이를 가지다니.게다가 이 사실을 대놓고 공개하다니.순간적으로 수치심, 슬픔, 분노, 실망감 등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그 감정은 부성재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절정에 달했다.부성재는 들어오자마자 내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살짝 불룩한 내 배를 어루만지며 심호흡을 했다.‘아가야, 미안해.’‘이렇게 된 이상, 엄마는 널 포기할 수밖에 없어.’참으려 애썼지만, 눈가가 뜨거워지며 눈물이 고였다.며칠 후면 부성재의 생일이었다. 나는 그날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아이는 벌써 3개월이 되었다. 나는 매일 아이가 태어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한 번은 부성재가 출산을 앞둔 엄마와 아기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검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그때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드디어 그가 나와 함께 우리의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그러니 지금 와서 보니, 그 모든 노력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오늘 부성재는 평소보다 두세 시간 늦게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는 분유 냄새가 났다.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 그가 누구를 만나고 왔는지 너무도 뻔했으니까.부성재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내게 화를 냈다.“오늘 왜 그런 댓글을 쓴 거야?”“나는 단지 은희에게 정자를 빌려준 것뿐이야. 그걸 가지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나는 더 이상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 침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더니, 부성재는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들어왔다.그는 탁자 위의 스탠드를 켜고는 자랑하듯 팔찌 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여보, 우리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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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송은희가 SNS에 그 사진을 올릴 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부성재를 위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올린 글을 보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내 남편이 내가 아닌 다른 여자, 그것도 내 여동생과 아이를 가지다니.게다가 이 사실을 대놓고 공개하다니.순간적으로 수치심, 슬픔, 분노, 실망감 등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그 감정은 부성재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절정에 달했다.부성재는 들어오자마자 내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살짝 불룩한 내 배를 어루만지며 심호흡을 했다.‘아가야, 미안해.’‘이렇게 된 이상, 엄마는 널 포기할 수밖에 없어.’참으려 애썼지만, 눈가가 뜨거워지며 눈물이 고였다.며칠 후면 부성재의 생일이었다. 나는 그날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아이는 벌써 3개월이 되었다. 나는 매일 아이가 태어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한 번은 부성재가 출산을 앞둔 엄마와 아기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검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그때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드디어 그가 나와 함께 우리의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그러니 지금 와서 보니, 그 모든 노력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오늘 부성재는 평소보다 두세 시간 늦게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는 분유 냄새가 났다.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 그가 누구를 만나고 왔는지 너무도 뻔했으니까.부성재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내게 화를 냈다.“오늘 왜 그런 댓글을 쓴 거야?”“나는 단지 은희에게 정자를 빌려준 것뿐이야. 그걸 가지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나는 더 이상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 침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더니, 부성재는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들어왔다.그는 탁자 위의 스탠드를 켜고는 자랑하듯 팔찌 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여보, 우리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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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방금 수술을 마친 탓에 나는 몸이 매우 허약했다. 갑자기 밀친 부성재 탓에 나는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하체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며 신음소리를 냈다.부성재는 내 모습을 보고 잠깐 놀라더니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나, 나 힘 안 줬어. 괜히 오버하지 마...”송은희는 이 상황을 보고 재빨리 몸을 낮춰 나를 일으키며 부성재를 꾸짖었다. 그러나 내게 보인 표정은 도전적이고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나는 불쾌한 마음에 그녀의 손을 밀쳐내고 벽을 붙잡고 스스로 일어서려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녀가 바로 바닥에 주저앉고서는 배를 감싸며 울먹였다.“성재 오빠, 나, 나 배가 너무 아파요!”부성재는 급히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소리쳤다.“은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 절대 가만 안 둘 거야!”나는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아파왔지만, 남편이라는 놈이 나를 외면한 채 다른 여자를 감싸며 사라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결국 근처에 있던 친절한 간호사가 나를 부축해 옆 의자에 앉혀 주었다.그 두 사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오히려 아이를 지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랄 아이는 행복할 수 없을 테니까,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집에 돌아와 보니, SNS에 또다시 송은희가 올린 사진이 떠올랐다.사진 속에는 부성재의 뒷모습이 있었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사랑이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어.]그 아래에는 부성재의 친구들이 남긴 댓글이 달려 있었다.[은희야, 이 남자 네 남편 같진 않은데?][성재가 며칠 전에 내게 육아 상담하더니 이거 때문이었구나.][이 녀석들 속도가 참 빠르네.]곧이어 부성재가 능청스럽게 댓글을 남겼다.[다들 적당히 해. 송가연이 보면 어떡하려고.]나는 그의 연기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리고 바로 변호사가 작성해 둔 이혼 협의서를 그에게 보냈다.[부성재,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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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튿날, 나는 부성재가 말한 식당에 도착했다.룸에 들어서기 전, 문 밖에서 그들 일행이 거리낌 없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성재 형, 송가연 같이 애 못 낳는 여자랑은 진작에 이혼하는 게 낫지 않아?”“맞아, 성격도 별로고. 그동안 아이도 못 낳았잖아. 나중에 회사는 누구한테 물려줄 거야?”“그러니까! 은희 씨를 봐봐. 얼마나 이해심 많고 이렇게 빨리 아들까지 가졌잖아.”송은희가 옆에서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그건 다 성재 오빠 덕분이에요.”곧바로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때 내가 문을 밀고 들어가며 말했다.“어머, 다들 일찍 오셨네요?”순간 모두가 얼어붙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 내 흉을 보던 부성재의 친구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했다.“아이고, 형수님 오셨어요? 여기 앉으세요.”“오랜만에 뵙는데 형수님 더 예뻐지셨네요. 형수님 아버님도 D시 땅에 관심이 있으시다던데, 우리도 좀 껴주시면 안 돼요? 우린 한가족이나 다름없잖아요.”“맞아요, 전에 그 해외 투자 회사 있잖아요. 형수님이 좀 연결해 주시면 어때요? 형수님이 나서주시면 협상은 쉽게 따낼 수 있을 텐데.”“형수님은 역시 대단하세요. 우리 집 새 프로젝트에 형수님도 투자하실래요? 걱정 마세요, 절대 손해 안 보실 겁니다.”“형수님, 저희 프로젝트가 요즘 너무 잠잠해졌는데, 혹시 아버님, 어머님께 한번 말씀 좀 해주실 수 있나요?”“그러니까요, 전에 계약하기로 한 건데 왜 요즘 답이 없는 거죠? 형수님, 바쁘셔서 잊으신 거 아니에요?”그들의 비굴하고 아부 떠는 모습은 아까 방 안에서 내 흉을 보던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나는 그들 사이에 앉았다. 내가 무표정하게 앉아 있자 그중 한 사람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형수님, 무슨 일 있으세요?”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요. 형수님인 제가 기분이 안 좋은데, 사업 생각이 나겠어요?”“남편이 다른 여자랑 도망갈 준비를 하더니 애까지 만들었잖아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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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이 내 말에 이렇게 쉽게 설득될 줄이야.그들이 만약 여기서 진짜로 손을 쓴다면, 나도 휘말릴 것이 분명했다.나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 “아, 됐어요. 다들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아무리 그래도 손대는 건 좋지 않잖아요.”그들은 순식간에 서로를 쳐다보았고 룸 안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송은희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부성재에게 기대어 그의 팔을 꼭 쥐고 눈물을 글썽였다. “성재 오빠, 제발 저 좀 도와줘요!”“제 뱃속에 오빠의 아기가 있어요!”부성재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결국 기침을 하며 모든 이를 노려보았다.“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정말 믿는 거야?”“그럴 리가.” 그의 친구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성재야, 우리도 농담 좀 한 것뿐이야.”“맞아, 맞아.” 모두 분위기에 맞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신경 쓰지 마, 잠시 장난 좀 친 것뿐이야.”부성재는 그제야 안심한 듯 나를 바라보며 경멸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송가연, 은희가 널 좋은 마음으로 초대했는데, 지금 우리 친구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야?”“너 사람이 왜 이렇게 비열해진 거야?”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진짜 비열한 사람이 누군데.’지난번 만남은 결국 불쾌하게 끝났고, 부성재와 그의 좋은 친구들은 술을 마시며 밤늦도록 떠들었다.그러나 다음 날, 내 핸드폰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형수님, 지난번에 하신 말씀이 아직도 유효한가요?]나는 미소를 지었다.이 사람이 누군지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름은 하준서이고, 부성재와 가장 친한 친구이고 나를 가장 많이 욕하던 사람이었다.나와 부성재와 만난 후, 하준서는 우리 집 덕분에 장사도 좀 하고 돈도 벌었지만, 그 본연의 싹수없는 성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부성재는 그들 간의 우정이 아주 깊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리 견고한 것도 아니었던 거다.나는 여유 있게 답장을 보냈다. [그럼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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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송은희가 맞았다는 소식을 들은 부성재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원에 도착하기 전, 그는 전화를 걸어 나를 질책했다.[은희가 맞았다는데, 네가 한 짓이지?][송가연, 너 어떻게 이딴 짓을 저지를 수 있어? 만약 은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나는 표정을 굳히며 답했다. “헛소리하지 마.”나는 그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내가 나타나자 부성재는 나를 한 번 쏘아보더니, 나보다 먼저 병실로 들어갔다.송은희의 얼굴은 심각하게 다쳤다. 한쪽 뺨은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코와 얼굴은 모두 멍이 들었으며, 예전의 가냘픈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부성재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잠시 후 눈에서 미묘한 불쾌감이 스쳤다.“흑...” 송은희는 병상에서 그의 손을 붙잡고 숨이 넘어갈 듯이 울었다.“성재 오빠, 제발 좀 도와줘요! 너무 아파요, 그 사람들이 제 배를 때렸어요! 흑...”“뭐라고?” 부성재는 표정이 확 변했다. “정말 너무하네! 절대 그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이제 하준서는 정말 처참하게 대가를 치를 거다.부성재의 표정은 의사가 들어와 아이가 살아남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더 어두워졌다.“성재 오빠...” 송은희는 그의 기분을 눈치채고,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오빠, 저 버리시려는 거 아니죠? 아이를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다시 가지면 그만이에요. 오빠가 원하면 몇 명이라도 낳을 수 있어요, 안 그래요?”그러나 송은희는 그가 이런 그녀의 모습을 더 이상 좋아할 리 없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그래.” 아이가 유산되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부성재의 태도는 차갑게 식었다. 그는 송은희가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고,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일어섰다.“은희야, 여기서 좀 쉬고 있어. 난 회사에 일이 좀 남아서 먼저 가볼게.”그는 병실 문을 열면서 안으로 들어오던 한 남자와 부딪혔다.그 남자는 덩치가 크고 험상궂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입고 있는 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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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렇게 일이 터지고 나서, 부성재는 전과 다르게 매일같이 나에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내가 원래 살던 집을 떠나 새로 이사하자, 그는 내 새로운 집까지 쫓아왔다.“여보.” 부성재는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내 앞에 다가오며 애원하듯 말했다.“방금 꽃집 앞을 지나는데, 이 꽃을 보자 여보 생각이 났어.”나는 그를 차갑게 흘겨보며 대답했다. “이혼 협의서에 서명했어? 아직 안 했다면 빨리 서명해.”부성재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눈빛은 간절하게 변했다.“가연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송은희와는 절대 연락하지 않을게. 더 이상 송은희와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부성재는 이전의 당당하던 모습과 달리 고개를 떨구며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자신감은 내가 한 번, 두 번 그를 감싸주고 용서해 주면서 생긴 것이었다. 부성재는 내가 영원히 그를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나는 그를 잠시 쳐다보며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너와 송은희는 정말 잘 어울려. 둘 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잖아.”“둘 생각만 해도 정말 역겨워.”“그거 알아?” 나는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사실 전에 우리한테도 아이가 있었어.”부성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뭐라고?”“가연아, 그게 진짜야?”나는 그를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사실 그날, 나는 너한테 그 얘기를 하려고 했어.”“하지만 송은희가 그날 SNS에 올린 걸 보고 나서, 그냥 말하지 않기로 했어.”“너 같은 아버지라면, 아이도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 거야.”말을 마친 나는 아파트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그를 내보내도록 했다.이튿날, 내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이 계속해서 진동했다.부성재는 나에게 여러 개의 메시지를 보냈다. 모두 내 안부를 묻는 내용이었다.[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졌으니까, 따뜻하게 입어.][너 곧 생리 올 날이니까 차가운 음식은 피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 네 건강을 생각해서 보양식도 준비했어.][내가 잘못했어. 이제 다 잊고, 새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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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다시 만난 부성재는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그는 매일 큰 장미꽃다발을 안고 두 명을 데려와 현수막을 들고 내 집 앞에 서 있었다.경비원이 아무리 그를 쫓아내려 해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셋째 날이 되자, 부성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경비원은 즉시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고, 부성재는 깨어나자마자 바로 경찰에 신고하여 나를 만나야겠다고 협박했다.나는 경찰 앞에서 이혼 협의서를 들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너랑 더 이상 시간 낭비할 생각 없으니까 얼른 서명해.”부성재는 병상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서명 못 해. 가연아, 나 정말 송은희와 연락 끊었어.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해 뒀어.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 줘...” 물론 나는 그가 송은희와 연락을 끊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칠 전부터 송은희가 미친 듯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기 때문이다.[송가연, 네가 부성재와 나를 갈라놓은 거야? 이 나쁜 년아!][나 이미 충분히 비참한데, 왜 계속 나를 괴롭히는 거야? 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역시 넌 수단이 뛰어나네. 이런 식으로 부성재가 널 찾아가게 만들었던 거였어. 내가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어.]그 후 몰래 송은희의 상황을 조사해 보니, 그녀는 퇴원한 후 남편에게 더럽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고 집에서 쫓겨났다.그녀는 갈 곳이 없었기에 부성재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부성재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나 절대 이혼 못 해. 가연아, 내가 어떻게 해야 용서받을 수 있어? 혹시 무릎 꿇는다면 용서해 줄 수 있어?”간호사와 의사들이 놀란 눈빛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부성재는 억지로 병상에서 일어나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그러자 그의 얼굴을 빨갛게 부어올랐고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가연아, 제발. 나 너 없이는 못 살아.”조용한 병실에서 부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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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부성재는 며칠간 조용히 지냈다. 나는 그가 모든 걸 받아들인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부성재 부모님이 나를 찾아왔다.“가연아.” 커피숍에서 부성재 어머니, 김영자가 내 맞은편에 앉아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너와 성재가 결혼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데, 좀 더 생각해 볼 수는 없겠니?” “성재도 잠깐 정신이 나갔던 거야. 그러니 좀 용서해면 안 되겠니?”나는 이 말을 듣자 어이가 없어서 차갑게 웃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양보했었는데?’‘게다가 부성재는 한 번이라도 내 생각한 적 있었을까?’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주머니, 더 이상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저는 더 이상 부성재와 함께 할 생각 없어요.”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자, 김영자는 얼굴을 굳히며 말을 이어갔다.“가연아, 성재랑 이혼하면 성재처럼 널 사랑해 주는 사람 찾기는 힘들 거야.”“어떤 남자가 이혼했던 여자와 다시 만나려고 하겠어?”“게다가 네가 그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했으니, 우리 성재가 송은희랑 엮이게 된 거 아니니?”나는 갑자기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아주머니, 저도 가능한 한 좋게 끝내려고 했어요.”“당신 집안이 그렇게 대단해요? 아이가 그렇게 중요해요?”“게다가 저도 아이를 임신했었어요. 하지만 부성재가 먼저 바람을 폈으니 아이를 놓친 거죠!”김영자는 내가 이렇게 화를 내자 깜짝 놀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라고 말할 수 없었던 그녀는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차라리 부성재더러 빨리 이혼 협의서에 서명하라고 설득하시지 그래요.” 나는 말을 마치며 일어섰다.“그렇게 아이를 원하신다면 저 대신 낳아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거든요.”그 말을 마친 후, 나는 커피숍을 떠났다.그러나 내가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갑자기 차가운 칼이 번쩍이며 한 사람이 다가왔다.“송가연, 죽어버려!”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내 앞에 뛰어들었다.“가연아, 조심해!”그 순간 나는 땅에 쓰러졌고 의식을 잃었다.다시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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