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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사실... 선...”

조유진은 조선유가 배현수의 친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때 배현수는 깨끗한 거즈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그녀의 상처를 꾹 누르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

“닥쳐! 조유진, 내 말 잘 들어. 곧 병원에 도착하니까 이대로 죽지 않을 거야! 지금 해야 할 것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는 거야!”

조유진은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꽉 잡더니 귓가에 위협적인 말을 했다.

“조유진, 나 아직 너 용서하지 못해. 나한테 빚진 거 다 갚고 죽어! 이대로 죽는 모습으로 속죄하는 거 두고 못 봐! 너무 쉽게 속죄하는 거잖아!”

“칼받이 해준 거, 현수 씨가 옥중에서 칼에 찔린 그 일을 갚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수 씨, 난 현수 씨처럼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죽어도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어요. 더는 내 탓 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마요. 나는 현수 씨가 다시 새로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반지를 쥐고 있던 손이 아래로 축 처지고 말았다.

“딸깍.”

은목걸이에 걸려있던 반지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배현수는 그래도 얼어붙고 말았다.

온몸이 굳어버린 채 조유진이 정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유진아...”

조유진을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배현수의 두 눈은 마치 피가 흘러내릴 것만 같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녀를 다치지도 못하고 그저 옆에서 하염없이 이름을 부르기만 했다.

“유진아... 깨어나봐... 유진아... 깨어나라고... 대부도 가고 싶다며? 같이 가줄테니까... 빨리 일어나...”

하지만 조유진은 그대로 가만히 누워있었다.

배현수는 조유진의 피가 묻어있는 두 손으로 정처 없이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찾았다.

반지를 다시 주워 조유진의 손에 쥐어주었다.

하지만 조유진의 손에는 힘이 없었다.

결국 반지가 다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잡을 수가 없었다.

숨 막힐 듯한 상실감이 밀물처럼 밀려와 배현수에게 덮쳤다.

털썩 무릎을 꿇고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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