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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배현수는 이제 도대체 어느 것이 진짜 조유진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마 매 순간이 진실일 수도 있고 모두 그녀의 진심이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유진의 진심이라고 하여 또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사랑을 말하면서도 그를 배신했었던 인간인데.

조유진이 바로 그런 인간이었다. 뒤를 돌아서면 순식간에 얼굴이 바뀌었다.

배현수가 한창 허공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 벨 소리가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은 다름 아닌 육지율이었다.

배현수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는 지금 그 누구의 전화도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육지율의 전화는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하여 걸려왔다.

결국, 전화가 연결되자 육지율은 버럭 화를 내며 물었다. “잘났다. 이 시간에 내 전화도 안 받고. 너 설마 조유진과 벌써 침대까지 올라가서 미래까지 약속한 거 아니야?”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화가 가득 담겨 귀가 울릴 지경이었다.

배현수는 쩌렁쩌렁 울리는 육지율의 목소리에 핸드폰을 저 멀리 치우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하게 답했다.

“무슨 소리야? 잤다고 해도 이젠 한두 번도 아니고.”

“...”

육지율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전에 누가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지지 않는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선언했는데! 현수야 현수야, 이젠 두 번이 아니라 셀 수 없이 여러 번 넘어진 건 아니야? 듣자 하니 조유진이 너 대신 칼을 맞았다는데 너 지금 그것 때문에 또 마음 약해졌지?”

“나도 걔가 내 앞에 막아설 줄 몰랐어.”

하지만 육지율은 여전히 조유진을 믿지 못했다.

“그것도 걔 수법이면 어떡하게? 한번 배신하면 평생 안 본다는 것, 이 말 그 잘난 배현수 네 명언 아니냐? 만약 당시 다른 사람이 법정에서 널 지목해서 감옥에 들어가 3년 동안 갇혀있게 했으면, 네 성격대로라면 진즉에 그 사람 갈기갈기 찢어놨어. 그런데 왜 조유진이 그 짓 하니까 계속해서 봐주는 건데?”

배현수는 피식 씁쓸한 비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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