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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전화 건너편으로부터 남초윤의 초조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그리고 조유진은 차분한 목소리로 남초윤을 위로해주었다.

“그래도 나 지금 잘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멀쩡하게 네 전화도 받고 있고. 나 정말 괜찮아. 조금 아픈 것 빼고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도 아픈 건 또 알아?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거기에 덤벼. 내가 정말 못 말려.”

“나도 당시에 무슨 용기가 있어서 그런 건진 모르겠어.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후회되네, 하하.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절대 안 달려들 거야.”

조유진의 말투는 매우 경쾌하게 들렸고 그녀의 기분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하지만 남초윤은 조유진을 너무 잘 알았다. 남초윤은 그러한 조유진이 마음이 아픈 듯 불만을 토로했다.

“너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또 얼마나 성실한데. 다시 한번 기회를 줘도 넌 아마 배현수 앞에 막아섰을 거야. 내가 널 몰라? 배현수는? 네 곁에 있어? 널 보살펴주기는 했어?”

“현수 씨는 대제주시로 돌아갔어.”

남초윤은 이제 더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네가 배현수 대신 칼까지 맞았는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넌 배현수 생명의 은인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그런 널 버리고 도망갈 수 있어?”

“현수 씨가 떠나기 전에 간병인을 찾아줬어. 똑같아. 게다가 간병인분이 오히려 현수 씨보다 날 더 잘 케어해주시잖아.”

“내가 정말...화가 나서 미치겠다. 네가 걔한테 빚졌다고 쳐, 그래도 지금은 거의 다 갚았잖아, 안 그래? 유진아, 너 제발 배현수 앞에서 자꾸 주눅 들지 마. 네가 배현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배현수는 아무것도 아니야.”

조유진은 더는 배현수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려 남초윤에게 물었다.

“선유는? 요 며칠 내가 대제주시에 없었는데 선유는 말 잘 들어?”

“선유는 당연히 말 잘 듣지. 걱정하지 마. 나 요즘은 내 작은 아파트에서 지내고 선유가 학교 끝나자마자 데리러 가. 우리 둘이 지금 얼마나 멋지게 잘살고 있는지 모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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