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의사가 반창고를 가져왔다.“먼저 이거 붙이세요. 상처가 매우 깊숙해서 다 나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실 겁니다. 절대 물이 닿으면 안 됩니다.”“네.”조유진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배현수에게 말했다.“여자친구분이 샤워하실 때 방수 반창고를 붙여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 몸을 닦아내는 것이 좋기 때문에 한동안은 참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선생님, 제 남...”남자친구라는 호칭이 차마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조유진은 옷을 챙겨 이미 뒤돌아 떠난 배현수의 뒤를 따랐다.“의사 선생님께서도 이미 봐주셔서 이제 정말 괜찮아요. 혼자 집에 갈 수 있어요.”앞에서 걷고 있던 배현수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자 조유진은 그대로 그에게 부딪힐 뻔했다.배현수는 뒤돌아서더니 강제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데려다주겠다고 했으니 약속 지킬 거야. 난 너처럼 변덕이 심한 사람은 아니야.”“그저... 번거로우실까 봐...”조유진은 시무룩한 채 땅을 쳐다보고 있었다.한번 잘못했으면 무엇을 하든 잘못을 거듭 반복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이것이 바로 인과응보였다.예전의 조유진이라면 배현수 앞에서 이 정도로 비굴한 사람은 아니었다.배신만 아니었다면 배현수는 얼마든지 그녀가 마음대로 애교부리고 떼쓰는 모습을 받아줄수 있었다.조유진이 직접 자신을 향한 사랑을 짓밟은 것이다.차에 올라타고, 주소를 알려주었다.가는 길 내내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동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조유진이 갑자기 물었다.“만약 제가 죽는다고 해도 저를 미워할 거예요?”배현수는 멈칫하더니 비웃었다.“다 죽게 되는 마당에 내가 미워하든 말든 너랑 뭔 상관이야. 어차피 죽은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잖아.”조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일리가 있네요.”다만 욕심일 수도 있었지만 죽어도 여한이 없었으면 했다.그러다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죽어도 여한이 있으면 또 뭐 어때? 죽으면 그만인데.’하지만 그래도 욕심이 났다. 어차
조유진이 집으로 들어가자 조선유가 안방에서 달려오더니 호기심에 물었다.“엄마, 방금 엄마 데려다준 차 엄청나게 멋있던데. 누구야?”현관에 서 있던 조유진은 멈칫하고 말았다.“그걸 봤어?”“응! 잠깐 게임을 하고 창가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그 차에서 내리는 걸 봤어. 혹시 그 멋진 아저씨야?”조유진은 씻은 손으로 조선유를 안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선유 언제 이렇게 호기심이 많아졌지?”“그저 엄마를 관심하고 있는 거지!”조유진은 조선유의 귀여운 얼굴을 쳐다보며 인정했다.“맞아. 선유가 좋아하는 그 멋진 아저씨가 엄마를 집까지 데려다주었어.”조선유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진짜? 엄마, 아저씨랑 연애하는 거야?”“선유는... 그 멋진 아저씨랑 함께 살고 싶어?”“엄마, 아저씨랑 결혼하게?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아저씨에 대해 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그래도 아저씨랑 결혼한다고 해도 난 찬성이야. 엄마와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없어.”그들의 생활에 곧 자신은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조유진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선유야, 아빠 찾으러 가고 싶지 않아?”“찾으러 가고 싶지. 그런데 아빠 이제는 안 계시잖아.”“아직 살아계셔. 엄마도... 최근에야 알았어.”언제든 알게 될 사실을 더는 숨기지 않으려고 했다.“응?”조선유는 입을 쩍 벌린 채 머리가 안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엄마, 그러면 우리 멋진 아저씨랑 같이 살아야 해 아니면 아빠 찾으러 가야 해?”조선유는 고민되는지 두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엄마, 아빠가 왜 다시 살아난 거야? 설마 좀비야?”비록 슬펐지만, 딸의 이 한마디에 웃음이 터질뻔했다.조선유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만약에, 선유가 좋아하는 그 멋진 아저씨가 아빠라면 좋을 것 같아?”놀란 조선유는 입을 더욱 크게 벌리더니 두 손으로 조유진의 이마를 짚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파? 왜 그런 말을 해? 엄마, 진심이야? 정말?”조선유는 믿기지 않아 재차
“아마도, 다음 주일 거야.”조선유를 등지고 짐을 정리하고 있는 와중에 딸이 엄마의 옷도 챙겨오는 모습에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조유진은 몰래 자신의 옷을 꺼내면서 특별히 당부했다.“선유야, 아빠 집에 도착하면 말 잘 들어야 해. 맨날 침대에 누워 태블릿 PC로 게임을하지 말고. 시력이 나빠져.”“엄마, 아빠 집은 어때?”“엄청나게 큰 별장이야. 벽면 하나가 온통 책이고 수영장도 있고 잔디도 있어.”“와~ 아빠 벼락부자야? 와이프가 여러 명인 건 아니겠지? 엄마, 만약 와이프도 많고 아이도 많으면 찾으러 가지 말자!”조선유의 순진한 말에 웃고 말았다.“아니, 아이는 너 하나야.”배현수를 벼락부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자수성가하여 천천히 1세대 부자로 거듭났기 때문에 벼락부자는 아니었다.조선유는 조유진에게 저녁 내내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12시가 넘어서야 졸린 지 조유진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더니 이렇게 중얼거렸다.“아빠 집에 가면 엄마 이제는 고생하지 않겠네...”조유진은 울음을 터뜨릴까 봐 입을 꾹 막고 있었다.‘선유가 아빠 집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엄마가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이내 가슴에 못이 박힌 듯 아파 났고, 가슴 한쪽에 꽉 막혀있던 찡하고 아쉬운 마음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조유진은 고개를 숙여 조선유의 이마에 뽀뽀하면서 등을 토닥여주었다.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캐리어를 정리했다.캐리어에는 그저 조선유의 물건만 가득했다.딸이 더 나은 생활 하러 가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자신을 위로했다.배현수는 조유진 못지않게 조선유를 공주처럼 예뻐하고 아껴줄 것이 뻔했다.이때 다이어리를 꺼냈다.다이어리의 한 페이지에는 세 가지 소원이 적혀있었다.두 번째 소원에 줄을 그었다.조선유와 안정희를 데리고 대제주시를 떠나고 싶은 소원은 이룰 수가 없었다.눈물이 다이어리에 떨어져 글씨가 얼룩졌다.이 밤, 조유진은 끝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동안, 조유진은 다친 관계로 연차를 냈다.
배현수는 생각에 빠진 육지율을 팔꿈치로 툭 쳤다.“왜, 말문이 막힌 거야? 가자.”그제야 정신 차린 육지율은 이미 멀리 간 조유진의 뒷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배현수의 손목을 잡았다.“현수야...”자신의 손을 잡은 육지율의 손을 보더니 싫증 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둘 사이 스캔들이 모자라서 그래?”“뭐? 그게, 할 말이 있어...”배현수는 육지율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1호 건물로 걸어갔다.SY 그룹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배현수와 육지율과 같이 잘생긴 두 사람이 맨날 붙어서 함께 일도 하고 사이도 좋아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심을 받기도 했다.심지어 누군가는 배현수가 육지율이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했다.상남자인 배현수와 동창사이로 오래 알고 지내면서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배현수가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그래서 배현수를 얻지 못해 상처받은 육지율이 집안 환경이 비슷한 남 씨 가문의 딸 남초윤과 결혼한 뒤로도 뒤에서 묵묵히 배현수를 지켜주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었다.SY 그룹 직원들은 심지어 육지율과 형식적으로 결혼한 남 씨 가문의 따님이 안쓰럽다고 생각했다.정작 당사자인 남초윤은 한밤중에 이불속에 숨어 SY 그룹 사내 게시판을 보면서 자신의 남편과 배현수 커플의 스캔들을 즐기고 있었다.금욕 중인 도도 배현수VS 막무가내 바람둥이 육지율, 남초윤은 그저 해맑게 웃으며 즐길 뿐이었다.사무실로 돌아간 육지율은 머리를 굴렸다.그날의 세부적인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리면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 아이는 초윤 씨의 아이가 아닐 거야. 초윤 씨의 눈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고 매혹적이야. 그 아이의 얼굴과 조유진의 얼굴을 비교해보면... 많이 닮았단 말이지!’육지율은 차 키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엘리베이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스타 잡지사.“헉, 아래에 롤스로이스 차가 있어! 너무 멋진데?”“나 방금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그 아이, 도대체 누구 아이예요?”“말했잖아요. 저랑 성혁 씨의...”육지율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거짓말하지 마세요. 조유진이 분명 나한테 그 아이가 초윤 씨 아이가 아니라고 했어요!”남초윤은 의아한 표정을 하더니 간절히 빌었다.“유진이 알려줬어요? 이 일 절대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면 안 돼요. 제발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배 대표님한테 말씀드리면 아이 양육권을 뺏어갈 거란 말이에요!”육지율은 눈썹을 움찔했다.“그러니까, 아이가 정말 조유진의 아이였어요?”“...!”남초윤은 다급하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지율 씨, 어떻게 저를 속일 수 있어요?”육지율은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그래서, 아이가 여섯 살이에요?”“...”남초윤은 혼란에 빠졌다.“다 알고 있으면서 왜 물어요? 지율 씨, 제가 뭐 부탁한 적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일은 비밀로 해줄 수 있을까요?”육지율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왜 비밀로 해야 되죠?”육지율은 조유진의 친구가 아니라 배현수의 친구였고 또 사심이 가득한 사람이라 절대 팔이 밖으로 굽는 사람이 아니었다.남초윤은 이를 꽉 깨물더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물었다.“코스플레이 어때요?”“...”하지만 육지율은 꿈쩍하지도 않았다.남초윤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또 말했다.“횟수 제한 없이요!”육지율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남초윤은 풀이 죽은 채 잡지사로 들어갔다.그러더니 묵묵히 핸드폰 주소록을 열어 육지율을 ‘유명무실 법적 남편’으로부터 ‘유명유실 법적 남편’으로 고쳤다.이 둘은 결혼생활 2년 동안 정말 부부 같은 생활을 한 적이 없었다.조유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을 정도로 이 둘의 우정은 매우 깊었다.남초윤은 머리가 아파 나는 느낌에 이마를 두드렸다....오후 고위층 회의가 열리던 중, 육지율은 집중할 수가 없었다.배현수는 펜으로 테이블을 몇 번이고 두드렸다.“육 변호사님, 충남 공주 여행 개발 건에 대해
배현수는 아주 객관적으로 말했다.“만약에란 없어. 어떻게 애가 있겠어.”“그냥 만약에,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잖아...”배현수는 이상한 눈빛으로 육지율을 쳐다보았다.“그럴 가능성도 없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만약에... 아니다, 네 사전에는 만약이라는 단어가 없긴 하지.”육지율은 멀어져가는 배현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아까 진실을 말해주려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만약 조유진이 아이를 핑계 삼아 무슨 짓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눈빛이 차가워졌다....퇴근 후, 조유진이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 입구로 걸어가던 중, 한대의 하얀색 롤스로이스 차량이 그녀의 옆에 멈추었다.경적이 울리고, 내려간 차창 사이로 육지율이 보였다.“육 변호사님, 저한테 무슨 보실 일이라도 있으세요?”“타, 할 말이 있어.”조유진은 그와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저는 육 변호사님한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지하철 타러 가야 해서요.”조유진이 앞으로 걸어가자 육지율의 롤스로이스 차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육지율은 한번 물면 절대 놓치 않는 사람이었다.결국, 조유진은 어쩔 수 없이 차에 탔다.“육 변호사님께서 계속 저를 괴롭히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알아요. 근데 이제 곧 퇴사할 거라서 제가 SY 그룹을 떠나기 전까지만이라도...”“퇴사하든 말든 관심 없어. 네가 SY 그룹을 떠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결정권이 너도, 나도 아닌 현수 손에 달려있다는 거 너도 알잖아.”조유진은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에 동의하지도 않았다.‘퇴사하고 어디 숨어 있으면 현수 씨가 날 찾아내서 출근시키기라도 할까 봐? 곧 죽을 건데 출근하든 말든, 어디서 출근하든 내가 알아서 해.’“대표님께서 이제 저를 놔주기로 하셨습니다. 더는 제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에 숨은 뜻은 배현수와 관련된 일만 아니라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는 뜻
남초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육지율이 배현수에게 사실대로 알려줬을까 봐 특별히 전화해서 당부하고 있는 것이었다.육지율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초윤 씨 친구 지금 아이를 이용해서 팔자를 고치려던 속셈이던데요? 제가 이 일을 현수한테 알려주면 초윤 씨 친구를 도와주는 거나 마찬가지예요.”“말도 안 돼요. 유진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조유진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 현수와 연애할 때 현수가 위가 안 좋다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도시락을 나르면서 누가 봐도 사랑하는 사이로 보였죠. 그런데 뒤돌아서서 법정에서 현수를 용의자로 지목한 것도 조유진이에요. 무슨 일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초윤 씨가 생각한 것보다 더 미친 여자예요. 아이를 이용해서 팔자를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어요?”남초윤은 시종일관 조유진의 편이었다.“유진이가 팔자를 고치겠다고 해서 뭐 잘못된 거 있어요? 현수 씨만 원한다면 누구도 말릴 수 없어요.”“조유진이 뭐 신이에요? 믿음이 어떻게 이렇게 깊을 수가 있죠?”남초윤은 입꼬리를 움찔했다.“...”...조유진이 집에 도착했다.“선유야, 엄마 왔어. 초콜릿 케이크 사 왔는데 먹을래?”안방에 있던 조선유는 태블릿 PC로 배현수에게 카톡을 보내려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태블릿 PC를 내려놓더니 달려나갔다.“먹을래! 지금 갈게!”조유진은 씻은 손으로 케이크 포장을 뜯어 조선유에게 포크를 건넸다.조선유는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더니 말했다.“우와, 엄마, 오늘 무슨 날이야? 케이크도 사 오고.”조선유는 케이크와 찬 음료를 좋아했지만, 위가 안 좋아 평소에 이런 음식을 못 먹게 했다.하지만 곧 배현수가 데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가 많이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다.“특별한 날도 아니야. 그저 엄마가 일하느라 선유와 함께 있지 못한 것 같아서 케이크로달래주려는 거지.”조유진은 녀석이 활짝 웃으며 케이크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유진의 연락을 받은 서정호는 어리둥절했다.종래로 주동적으로 연락하지 않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유진 씨,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이때 조선유는 이미 잠들어서 베란다 창가에서 전화했다.“서 비서님, 혹시 대표님한테 제가 제안드린 건에 대해 잘 생각해보셨는지 여쭤봐 주실수 있을까요?”“어떤 건이죠?”조유진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저랑 서해 보러 가면 알려드릴 비밀이 있거든요. 그리고 대표님도 그 비밀에 대해 아주 관심 있어 하실 겁니다.”“네, 여쭤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18살 되던 해 생일날 저녁, 배현수와 함께 생일 촛불을 불면서 세 가지 소원을 빌었다.첫째, 배현수와 함께 서해에서 일출을 보는 것.둘째, 엄마가 깨어나는 것.셋째, 배현수와 사랑의 결실을 보는 것....서정호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 배현수에게 전화하기로 마음먹었다.늦은 시간이라 방해하기 그랬지만 조유진과 관련된 일은 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전화 연결음을 들으면서 생각에 빠진 그때, 배현수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대표님, 방금 유진 씨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함께 서해가기로 한 일 잘 생각해보셨냐고 물어보셨습니다.”“안 갈 거라고 전해.”“하지만... 대표님께서 그 비밀에 대해 관심 있어 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또 이 이유였다.배현수는 눈썹을 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포기하라고 해.”배현수는 통화를 마치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욕실 거울에 자욱한 안개를 손으로 일부를 닦아냈다.맑고 깨끗한 거울을 통해 왼쪽 가슴에 있는 칼자국이 보였다.우연인지, 조유진이 대신 맞은 칼도 심장에서의 거리가 1cm였다.‘침향목을 선물한 것도, 칼받이 해준 것도, 그저 함께 서해 보러 가려고 그랬어?’욕실에서 나오자 예삐가 달려와 그의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야옹~”입에는 무언가 물고 있었다.예삐는 무엇이든 물어보고 놀아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배현수가 예뻐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어떻게 되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