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의 연락을 받은 서정호는 어리둥절했다.종래로 주동적으로 연락하지 않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유진 씨,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이때 조선유는 이미 잠들어서 베란다 창가에서 전화했다.“서 비서님, 혹시 대표님한테 제가 제안드린 건에 대해 잘 생각해보셨는지 여쭤봐 주실수 있을까요?”“어떤 건이죠?”조유진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저랑 서해 보러 가면 알려드릴 비밀이 있거든요. 그리고 대표님도 그 비밀에 대해 아주 관심 있어 하실 겁니다.”“네, 여쭤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18살 되던 해 생일날 저녁, 배현수와 함께 생일 촛불을 불면서 세 가지 소원을 빌었다.첫째, 배현수와 함께 서해에서 일출을 보는 것.둘째, 엄마가 깨어나는 것.셋째, 배현수와 사랑의 결실을 보는 것....서정호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 배현수에게 전화하기로 마음먹었다.늦은 시간이라 방해하기 그랬지만 조유진과 관련된 일은 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전화 연결음을 들으면서 생각에 빠진 그때, 배현수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대표님, 방금 유진 씨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함께 서해가기로 한 일 잘 생각해보셨냐고 물어보셨습니다.”“안 갈 거라고 전해.”“하지만... 대표님께서 그 비밀에 대해 관심 있어 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또 이 이유였다.배현수는 눈썹을 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포기하라고 해.”배현수는 통화를 마치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욕실 거울에 자욱한 안개를 손으로 일부를 닦아냈다.맑고 깨끗한 거울을 통해 왼쪽 가슴에 있는 칼자국이 보였다.우연인지, 조유진이 대신 맞은 칼도 심장에서의 거리가 1cm였다.‘침향목을 선물한 것도, 칼받이 해준 것도, 그저 함께 서해 보러 가려고 그랬어?’욕실에서 나오자 예삐가 달려와 그의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야옹~”입에는 무언가 물고 있었다.예삐는 무엇이든 물어보고 놀아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배현수가 예뻐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어떻게 되었을
엄청 차가운 말투로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기 너머의 서정호는 핸드폰을 잡고 한참 지나서야 반응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조유진에게 전화했다.“여보, 한밤중에 누가 전화해요?”옆에서 자고 있던 서정호 아내 유리는 통화 소리에 깨어났다.“대표님.”유리는 미간을 찌푸리거니 중얼거렸다.“설마 대표님 아직도 여자친구와 다투는 중이에요? 아니, 아직도 그러고 있대요? 대표님 성격이 얼마나 이상했으면 그렇게 오래 쫓아다녀도 못 꼬셨대요?”서정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두 분도 참. 냉전 중이라 내가 이렇게까지 중간에서 말을 전해줘야 하나?”“그러게요. 대표님도 한 고집하셔. 여자친구분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는 게 그렇게 어렵대요? 다음에 대표님 만나면 여자 꼬시는 방법을 좀 가르쳐드려야 하겠어요! 생긴 건 멀쩡하고 잘생겼어도 꿀 먹은 벙어리네요!”서정호는 생각하더니 유리가 한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벙어리면 다행인 거죠. 벙어리도 모자라 자꾸 이상한 말도 하신다니까요?”“... 그러면 정말 벙어리만도 못한 거죠!”...조유진은 서정호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서해에서 배현수를 기다리겠다고 했다.조선유도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배현수가 조선유를 데려가든 말든 그 전에 조선유에게 세 식구라는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주고 싶었다.아직 어렸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조유진은 고개 숙여 이미 깊이 잠든 조선유의 이마를 쓰다듬더니 속삭였다.“토요일이면 아빠 만날 수 있겠네.”조선유는 늘 아빠를 원했었다.요즘 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성숙하기도 하고 똑똑하기도 했다. 유치원 때부터 아빠 직업이 무엇인지, 왜 데리러 오지 않는지 묻는 아이들이 많았다.그때부터 조선유는 이 질문에 대해 많이 민감했다.몇 번이고 친구가 아빠를 언급해서 싸웠던 적도 많았다.한번은 집에 달려온 조선유가 조유진을 향해 대성통곡하면서 말했다.“왜 쟤들은 아빠가 있고 나는 없는 거야!”그때 조유진은 녀석을 끌어안고 아무 말도 할 수
SY 그룹 1호 건물 회의실.마침 육지율과 함께 클라이언트와 협의를 마친 후 클라이언트가 가자마자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나는 학교 가기 싫어 님이 보내온 문자였다.「5초간 음성메시지」뒤에는 가방을 메고 룰루랄라 뛰고 있는 귀여운 이모티콘도 있었다.배현수는 문자를 받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육지율이 다가오면서 물었다.“누구야? 웃는 걸 보니 설마 조유진?”조유진 언급에 배현수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아니야.”육지율은 그의 핸드폰 화면을 보더니 카톡 이름을 읽었다.“나는 학교 가기 싫어? 설마 요즘 학생을 꼬시고 있는 거야? 성인은 된 거야?”배현수는 그를 째려보았다.“아이일 뿐이야.”“뭐? 아이도 안 놓쳐?”배현수는 변태를 보는 것처럼 육지율을 쳐다보더니 음성메시지를 들어보기로 했다.전화기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보고 싶어요! 놀러 가도 돼요?”배현수와 육지율은 놀라고 말았다.배현수는 아빠라는 소리에 놀랐고 육지율은 그가 이미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이 아이... 설마 네 딸이야?”“아니. 그냥 알고 지내는 아이야.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고 내가 아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빠라고 부르는 것 같아.”육지율이 또 물었다.“이 아이... 이름이 뭐야?”“선유.”“...”남초윤네 집에서 만난 녀석의 이름도 선유였다.‘세상이 참 좁아!’육지율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걔가 바로 네 아이야!’속으로 울부짖고 있었지만 결국 참기로 했다.“왜 그래?”“아니야! 놀러 오고 싶다는데 답장 안 해도 돼?”배현수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정말 너 찾으러 오면...”“요즘 하는 말마다 많이 이상한 거 알아? 초윤 씨가 또 뭐 어떻게 했어?”“...”배현수는 성큼성큼 곧바로 사무실로 향했다.육지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걔가 바로 네 친딸이란 말이야!’...문자를 보낸 조선유는 아빠한테서 답장이 오기
“그럼 데려다줄게. 근데 만약에 아빠 찾지 못하겠으면 경찰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해야 해.”“네! 아저씨, 감사합니다!”가는 길 내내 흥분한 상태였다.‘미리 인사 안 하고 찾아가면 아빠가 놀라시겠지?’...곧 SY 그룹 입구에 도착했다.조선유는 택시비를 내고 가방을 메고 택시에서 내렸다.경비처에 달려가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경비 아저씨, 저 아빠 찾으러 왔어요. 여기 건물도 많고 엄청 커 보이는데 우리 아빠 어느 건물에 있어요?”경비처에 앉아있던 경비 아저씨는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누구세요?”경비 아저씨는 창문을 열고 좌우로 아무리 두리번거려봐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조선유는 애써 창문을 잡고 고개를 들어 어리둥절한 경비 아저씨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아저씨, 여기요, 고개 숙여보세요. 저 아래에 있어요.”경비 아저씨는 고개를 숙여서야 작고 귀여운 녀석을 발견했다.“... 어린이 친구, 아저씨 깜짝 놀랐잖아.”조선유는 순진무구한 두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아저씨, 아직 제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잖아요.”“아빠 성함이 뭔데? 여기서 출근하셔?”조선유는 가방에서 잡지를 꺼내 멋진 표지모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이 사람이 바로 저의 아빠예요! 아저씨, 우리 아빠 알아요?”“이, 이분은 대표님이신데?”‘대표님은 아직 미혼에 아이도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아이는 어려 보이지도 않고, 최소 대여섯 살 돼 보이는데?’경비 아저씨가 말했다.“어린이 친구, 혹시 사람 잘 못 찾은 거 아니야? 이분은 아저씨 대표님이셔. 아이도 없어.”“잘 못 찾은 거 아니에요! 정말 제 아빠라고요. 카톡도 있는걸요?”경비 아저씨는 어린아이와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카톡이 있으면 문자 보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하면 되지!”그러고는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시면서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요즘 아이들은 겁도 없어. 어쩌면 이런 어이없는 거짓말을 다 해.’조선유는 미간을 찌
강이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어린이 친구,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알아요! 저의 아빠예요!”조선유의 확고한 표정에 강이진은 어이가 없었는지 아래로 내려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한다는 게 바로 너 같은 아이를 말하는 거야!”경비 아저씨가 쫓아오자 강이진이 말했다.“아저씨, 빨리 쫓아내요. 일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요!”“네네네, 제가 한눈파는 사이 몰래 들어왔네요. 지금 바로 쫓아내겠습니다!”경비아저씨가 끌고 나가려고 하자 조선유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우리 아빠 정말 여기에 있다고요! 거짓말 아니에요!”강이진은 위층에 있는 강이찬을 찾아가려다 갑자기 송인아가 보냈던 문자가 생각났다.「바로 이 녀석이야! 벌써 6살이나 되었다니!」강이진은 자료 중에 있던 사진을 떠올리더니... 심장 박동수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뒤돌아 다시 조선유를 보았다.‘이 녀석이... 정말 조선유라는 아이였네!’그녀는 경비아저씨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경비아저씨가 놓아주자 조선유는 달려오면서 말했다.“아줌마, 제 말 믿는 거예요?”강이진은 허리 굽혀 조선유와 시선을 마주하면서 부드럽게 웃더니 경비아저씨에게 말했다.“이 아이 저 알아요. 아빠 만나러 데리고 갈 테니 먼저 가보세요.”경비 아저씨가 가자 조선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줌마, 우리 아빠 어디 있어요?”“아빠 아줌마 친군데 여기 없어. 잘 못 찾아왔어.”“네? 그러면 어디 있어요? 아줌마, 저 좀 데려다주면 안 돼요?”“그래, 가자. 아줌마가 데려다줄게.”강이진은 녀석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했다.조유진이 배현수를 위해 낳은 아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다.만약 맞다면, 더욱이 배현수를 만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조유진은 오전 업무를 마치고 식당에 가서 밥 먹으려다 집에 있는 조선유가 생각나 영상통화를 걸었다.한참 지나도 받지 않자 이상한 느낌에 집에 있는 CCTV를 확인했다.집 안 구석구석 찾아보았지만 조선유는 보이지 않았고,
...SY 그룹 관제실.조유진과 남초윤은 정신력을 집중해서 CCTV를 확인하고 있었다.일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육지율은 손에 땀을 쥐었다.“이 일을 현수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남초윤은 팔꿈치로 그의 가슴을 툭 쳤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유진이 탓하고 있어요! 그만 해요! 좀!”사실 육지율이 탓하지 않아도 만약 조선유를 정말 잃어버리게 된다면 배현수가 어떻게 하기도 전에 조유진은 자책으로 자살할 지도 몰랐다.하지만 육지율도 말은 이렇게 해도 열심히 찾고 있었다.힘겹게 CCTV를 확인하는 조유진과 남초윤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여기서 찾고 있어요. 저는 경비 아저씨한테 선유를 보았는지 물어보고 올게요.”5분 뒤, 육지율이 돌아왔다.“선유가 오긴 왔었는데 어떤 여자가 데려갔다고 했어요. 경비 아저씨 말로는 그 여자도 우리 회사 직원이라고 했어요.”조유진은 CCTV를 통해 한눈에 강이진을 알아보았다.“강이진이에요! 강이진이 선유를 데려갔어요!”남초윤은 이를 꽉 깨물더니 말했다.“젠장, 또 이 년이 한 짓이야? 빨리 이찬 씨한테 전화해요! 친동생을 오빠가 교육해야지 누가 하겠어요?”...한편으로 강이진은 조선유를 병원으로 데려갔다.조선유는 이상한 느낌에 입을 삐쭉 내밀더니 물었다.“아줌마, 병원에는 왜 데리고 온 거예요?”“네가 현수 오빠 딸이라며, 친자확인 해봐야지!”아무나 배현수와 부녀 상봉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특히 이런 잡종 말이야!’조선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씩씩거리면서 말했다.“거짓말쟁이! 빨리 돌려보내 주세요!”“빨리 내려!”강이진은 거칠게 조선유를 차에서 끌어냈다.조선유는 그녀의 손등을 잡더니 꽉 깨물었다.강이진이 아파서 손을 움츠린 틈을 타 바로 도망갔다.녀석은 스마트 워치로 달달 외운 전화번호에 전화했다.‘아빠, 빨리 전화 받아요!’강이진이 손을 뻗어 녀석의 목덜미를 잡고 짐을 끌듯이 끌고 가려고 할때...드디어 통화가 연결되었다.조선유는 바로 소리 질렀다.“아빠! 저 선유
강이진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강이찬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받지 않으면 납치라는 죄명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몇 초간 망설이더니 아주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오빠?”“이진아, 유진 씨 아이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나... 나 아니야!”“거짓말하지마! CCTV로 똑똑히 봤어! 바보 같은 짓이나 하지 말고 얼른 말해. 지금 어디 있어?”“지금 제일병원에 있어.”...조유진 일행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조선유는 조유진을 보자마자 강이진을 말치고 달려갔다.“엄마!”녀석을 꽉 끌어안은 조유진은 숨이 멎을 것만 같이 긴장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왜 혼자 나왔어? 엄마 미쳐버리는 줄 알았잖아.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야. 어디 다친 데 없어?”모녀 2인은 모두 울고 말았다.조선유는 조유진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사과했다.“엄마, 미안해. 다시는 혼자 다니지 않을게.”“괜찮으니 다행이야... 다행이야.”조유진은 더욱 꽉 끌어안으면서 괜찮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강렬했던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졌다.조유진은 눈물을 닦아내고 일어나더니 강이진을 차갑고 매섭게 쳐다보았다.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을 때 강이찬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유진아, 이진이가 흥분해서 그랬을 거야. 내가 교육할 테니 그만...”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강이진은 제 발 저린 표정으로 말했다.“나, 나는 납치한 적 없어! 그저 친자 확인하러 병원에 데려왔을 뿐이야! 정말 현수 오빠 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란 말이야! 왜 그렇게 죽일 듯이 쳐다봐? 아... 이제야 알겠네. 이 잡종이 현수 오빠 아이가 아니라서 화난 거네...”“짝!”조유진은 힘껏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건 선유를 납치해서고.”강이진은 아예 턱이 돌아간 채 얼굴을 감싸 쥐고 억울한 표정을 했다.“납치한 적 없다는데 왜 그래!”“짝!”또 뺨을 때렸다.“이건 선유를 잡종이라고 말해서고.”“조유진! 그만 안 해? 오빠,
조유진은 신나게 달려가는 조선유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이 장면을 수없이 상상도 해보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정작 눈앞에서 보니 가슴이 아파서 찢어질 것만 같았다.심장이 마치 두껍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비닐봉지에 단단히 쌓인 듯 답답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이제 겨우 조금씩 공기를 마실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수많은 바늘이 그 비닐봉지를 뚫어 아프고 속수무책일 뿐이었다.자그마한 몸뚱어리가 배현수의 허벅지를 덮쳤다.조선유는 고개를 쳐들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빠! 저 구하러 온 거예요?”녀석은 작은 두 손으로 그의 허벅지를 와락 끌어안았다.배현수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고개 숙여 귀엽고 작은 얼굴을 바라보더니 믿을 수가 없었다.‘나와 유진이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니.’복잡미묘한 배현수의 눈빛과 마주치게 된 조선유는 이해되지 않았다.“아빠, 왜 말이 없어요? 너무 반가워서 그래요?”그렇다. 반갑고 기쁜 감정이 휘몰아쳐 왔다.배현수는 조선유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왜 전에는 유진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그는 조선유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여섯 살이라고?”이미 목이 메어왔다.조선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네! 여섯 살이에요! 아빠, 제가 전에 알려줬잖아요. 왜 또 물어요?”“엄마가 선유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아빠가 그리워서라고?”“네! 엄청나게 그리워했어요! 저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처음 만났을 때, 조선유는 여섯 살이라면서 아빠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가 아빠를 엄청 사랑했다고 말했었다.두 번째로 만났을 때, 6월6일이 엄마 생일이라면서 자기도 엄마처럼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했다.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조유진... 이렇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니!’요 며칠, 육지율도 계속 암시하고 있었다.조유진과 가까운 사이든, 먼 사이든 모두 아는 사실이었지만 배현수만이 마지막에 알게 된 것이다.배현수는 갑자기 웃고 말았다.‘유진이가 숨기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