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 그룹 관제실.조유진과 남초윤은 정신력을 집중해서 CCTV를 확인하고 있었다.일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육지율은 손에 땀을 쥐었다.“이 일을 현수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남초윤은 팔꿈치로 그의 가슴을 툭 쳤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유진이 탓하고 있어요! 그만 해요! 좀!”사실 육지율이 탓하지 않아도 만약 조선유를 정말 잃어버리게 된다면 배현수가 어떻게 하기도 전에 조유진은 자책으로 자살할 지도 몰랐다.하지만 육지율도 말은 이렇게 해도 열심히 찾고 있었다.힘겹게 CCTV를 확인하는 조유진과 남초윤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여기서 찾고 있어요. 저는 경비 아저씨한테 선유를 보았는지 물어보고 올게요.”5분 뒤, 육지율이 돌아왔다.“선유가 오긴 왔었는데 어떤 여자가 데려갔다고 했어요. 경비 아저씨 말로는 그 여자도 우리 회사 직원이라고 했어요.”조유진은 CCTV를 통해 한눈에 강이진을 알아보았다.“강이진이에요! 강이진이 선유를 데려갔어요!”남초윤은 이를 꽉 깨물더니 말했다.“젠장, 또 이 년이 한 짓이야? 빨리 이찬 씨한테 전화해요! 친동생을 오빠가 교육해야지 누가 하겠어요?”...한편으로 강이진은 조선유를 병원으로 데려갔다.조선유는 이상한 느낌에 입을 삐쭉 내밀더니 물었다.“아줌마, 병원에는 왜 데리고 온 거예요?”“네가 현수 오빠 딸이라며, 친자확인 해봐야지!”아무나 배현수와 부녀 상봉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특히 이런 잡종 말이야!’조선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씩씩거리면서 말했다.“거짓말쟁이! 빨리 돌려보내 주세요!”“빨리 내려!”강이진은 거칠게 조선유를 차에서 끌어냈다.조선유는 그녀의 손등을 잡더니 꽉 깨물었다.강이진이 아파서 손을 움츠린 틈을 타 바로 도망갔다.녀석은 스마트 워치로 달달 외운 전화번호에 전화했다.‘아빠, 빨리 전화 받아요!’강이진이 손을 뻗어 녀석의 목덜미를 잡고 짐을 끌듯이 끌고 가려고 할때...드디어 통화가 연결되었다.조선유는 바로 소리 질렀다.“아빠! 저 선유
강이진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강이찬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받지 않으면 납치라는 죄명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몇 초간 망설이더니 아주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오빠?”“이진아, 유진 씨 아이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나... 나 아니야!”“거짓말하지마! CCTV로 똑똑히 봤어! 바보 같은 짓이나 하지 말고 얼른 말해. 지금 어디 있어?”“지금 제일병원에 있어.”...조유진 일행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조선유는 조유진을 보자마자 강이진을 말치고 달려갔다.“엄마!”녀석을 꽉 끌어안은 조유진은 숨이 멎을 것만 같이 긴장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왜 혼자 나왔어? 엄마 미쳐버리는 줄 알았잖아.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야. 어디 다친 데 없어?”모녀 2인은 모두 울고 말았다.조선유는 조유진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사과했다.“엄마, 미안해. 다시는 혼자 다니지 않을게.”“괜찮으니 다행이야... 다행이야.”조유진은 더욱 꽉 끌어안으면서 괜찮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강렬했던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졌다.조유진은 눈물을 닦아내고 일어나더니 강이진을 차갑고 매섭게 쳐다보았다.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을 때 강이찬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유진아, 이진이가 흥분해서 그랬을 거야. 내가 교육할 테니 그만...”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강이진은 제 발 저린 표정으로 말했다.“나, 나는 납치한 적 없어! 그저 친자 확인하러 병원에 데려왔을 뿐이야! 정말 현수 오빠 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란 말이야! 왜 그렇게 죽일 듯이 쳐다봐? 아... 이제야 알겠네. 이 잡종이 현수 오빠 아이가 아니라서 화난 거네...”“짝!”조유진은 힘껏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건 선유를 납치해서고.”강이진은 아예 턱이 돌아간 채 얼굴을 감싸 쥐고 억울한 표정을 했다.“납치한 적 없다는데 왜 그래!”“짝!”또 뺨을 때렸다.“이건 선유를 잡종이라고 말해서고.”“조유진! 그만 안 해? 오빠,
조유진은 신나게 달려가는 조선유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이 장면을 수없이 상상도 해보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정작 눈앞에서 보니 가슴이 아파서 찢어질 것만 같았다.심장이 마치 두껍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비닐봉지에 단단히 쌓인 듯 답답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이제 겨우 조금씩 공기를 마실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수많은 바늘이 그 비닐봉지를 뚫어 아프고 속수무책일 뿐이었다.자그마한 몸뚱어리가 배현수의 허벅지를 덮쳤다.조선유는 고개를 쳐들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빠! 저 구하러 온 거예요?”녀석은 작은 두 손으로 그의 허벅지를 와락 끌어안았다.배현수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고개 숙여 귀엽고 작은 얼굴을 바라보더니 믿을 수가 없었다.‘나와 유진이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니.’복잡미묘한 배현수의 눈빛과 마주치게 된 조선유는 이해되지 않았다.“아빠, 왜 말이 없어요? 너무 반가워서 그래요?”그렇다. 반갑고 기쁜 감정이 휘몰아쳐 왔다.배현수는 조선유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왜 전에는 유진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그는 조선유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여섯 살이라고?”이미 목이 메어왔다.조선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네! 여섯 살이에요! 아빠, 제가 전에 알려줬잖아요. 왜 또 물어요?”“엄마가 선유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아빠가 그리워서라고?”“네! 엄청나게 그리워했어요! 저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처음 만났을 때, 조선유는 여섯 살이라면서 아빠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가 아빠를 엄청 사랑했다고 말했었다.두 번째로 만났을 때, 6월6일이 엄마 생일이라면서 자기도 엄마처럼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했다.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조유진... 이렇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니!’요 며칠, 육지율도 계속 암시하고 있었다.조유진과 가까운 사이든, 먼 사이든 모두 아는 사실이었지만 배현수만이 마지막에 알게 된 것이다.배현수는 갑자기 웃고 말았다.‘유진이가 숨기려고
남초윤은 귓가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눈을 반짝였다.“예뻐요? 난 항상 예뻤는걸요?”“...”남초윤의 뻔뻔한 나르시시즘에 육지율은 피식 가볍게 웃었다.“왜 웃어요?”“그냥 당신이 여기에 끼어있는 모습이 깍두기 같아서요.”“...”육지율은 더 이상의 말을 아끼고 남초윤을 그대로 끌고 자리를 떴다....눈팅족들이 이제 모두 떠나고 그 자리에는 배현수와 조유진만이 남아 서로 대치 중이다.“너도 잘 알다시피 우리 사이에 딸이 있다고 하여도 너는 절대 신분세탁을 할 수 없어.”조유진은 배현수의 질의에 입술을 달싹였다.“그럼 배 대표님은 어찌할 계획이신가요? 저를 버리고 선유만 데려가실 건가요? 아니라면 배 대표님께 있어서는 선유도 아무것도 아닌가요? 그렇다면 제가 지금 선유를 데리고 집으로 가겠으니 계속하여 예전처럼...”조유진은 계속하여 말을 이으며 몸을 돌려 선유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 했다.그렇다. 조유진은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었다. 그녀는 결코 선유를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러자 배현수가 다급히 조유진의 가녀린 손목을 덥석 잡아채고는 싸늘하고 검은 눈빛으로 조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네가 선유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애초에 오늘 강이진이 선유를 왜 데려갈 수 있었던 건데?”배현수의 질타는 정확히 조유진의 정곡을 찔렀고 조유진은 배현수의 공격에 안색마저 창백해졌다.“내가 조선유와 처음 만나게 된 곳은 병원이었어. 그때 선유는 자신의 엄마가 돈 벌러 나갔기 때문에 병원에 혼자 남겨졌었지. 만약 그때 마주친 사람이 내가 아니라 인신매매 납치범이었다면? 조유진, 너 혼자 그 후과를 감당할 수는 있기나 해?”배현수가 내뱉는 매 한 글자, 한마디가 정확히 조유진의 가슴에 박혀 끊임없이 그녀의 마음을 찢어놓았다.조유진은 힘겹게 목을 가다듬고 간절한 눈빛으로 배현수를 바라보았다.“저도 제가 당신을 이길 수 없고 양육권도 제가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조건이 있어요.”“말해.”“당신이 선유를 데
차 안.조선유는 계속하여 숨이 넘어갈 듯 울더니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배현수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급히 선유를 안아 들어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선유야, 왜 그래?”“아빠... 나...”선유는 가슴을 힘껏 누르며 작은 입을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기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숨이 가빠 보였다.“빨리 병원으로 방향 꺾어!”...99가9999 차 번호를 가진 검은색 마이바흐가 점점 조유진의 눈앞에서 멀어졌다.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조유진의 시야를 자꾸 흐리게 하였다.조유진이 모든 희망을 놓으려던 찰나-그 검은 색의 마이바흐가 다시금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마이바흐가 달리는 방향은 다름 아닌 병원으로 가는 방향이었다. ‘설마 선유에게 문제가 생긴 건가?’이를 보자마자 조유진도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안, 조선유는 곧장 응급실로 실려 갔다.조유진은 다급히 달려와 곧바로 의사를 붙잡고 말을 건넸다.“의사 선생님, 조선유는 항상 동맥 카테터가 닫히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애가 이렇게도 컸는데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왜 지금까지 수술하지 않은 겁니까?”“그게...”말문이 막힌 조유진이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 순간, 배현수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 당장 수술을 진행 시켜주세요.”“오늘은 힘들 것 같은데...”곧이어 서 부원장이 도착했고 그는 먼저 배현수에게 인사를 건넸다.“배 대표님, 안녕하십니까.”“안녕하십니까, 서 부원장님.”배현수는 방금 병원에 오는 길에 이미 서 부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었다.서 부원장은 자초지종을 들은 뒤 곧이어 입을 열었다.“조 선생, 여긴 SY 그룹에 배 대표님일세. 안에 있는 아이는 이분의 따님이시고. 그러니까 지금 바로 수술 가능한가?”원장까지 얼굴을 비춘 마당에 조 의사도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비록 그는 배 대표가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서 원장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수술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배현수는 무섭도록 싸늘한 저기압을 풍겼다.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몇 초 동안 서로 아무 말 없이 대치한 뒤 결국 배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선유가 퇴원하기 전 우리의 사이를 선유가 잘 받아드릴 수 있도록 선유에게 잘 설명해놓아야 할 것이야.”“네. 약속드리죠.”“또 바라는 게 있나?”배현수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싸늘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한걸음 양보하였다.조유진은 배현수의 물음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비록 선유는 밝고 활발한 아이지만 갑자기 환경이 바뀐다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서 될수록 시간을 내셔서 선유와 많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선유가 자기 전 책도 읽어주고요. 대표님도 보셨다시피 선유는 대표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항상 자신의 아빠가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으면 했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선유의 학부모 회의는 될수록 불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게... 대표님께서는 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선유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저와 선유는 지난 6년 동안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아왔어요. 이렇게 갑자기 저더러 선유를 떼어내라고 하면 도무지 떼어낼 자신이 없습니다.”“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빈번해. 그렇다면 선유가 너한테 더 의지하게 될 거야.”“그럼 보름에 한 번이요.”“그래.”참 흔쾌히도 승낙했다.조유진은 여전히 붉은 눈시울을 한 채 배현수의 대답을 듣자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던 무거운 감정도 한결 가벼워졌다.조유진에게는 아직 약 반년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이 반년 동안 조유진은 최선을 다하여 선유에게 사상작업을 하여 선유가 엄마가 없는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수술실의 빨간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배현수와 조유진은 수술실 밖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있었고 둘 사이에는 두 자리나 띄워져 있었다.그들에게는 분
“나와 송인아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내 약혼녀도 아니고.”이유는 모르겠지만 배현수가 웬일로 이 일에 대하여 해명을 했다.사실 배현수는 조유진에게 이를 해명할 의무는 없었다.배현수의 대답에 조유진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편애하거나 하는 문제는 없겠네요. 저는 대표님께서 좋은 아버지가 되실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어디 좋은 아버지뿐이겠는가. 예전에 배현수는 좋은 남자친구이기도 했었다. 단지 조유진이 그 소중함을 몰랐을 뿐이다.그로부터 더는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개입 수술은 큰 수술이 아니었지만, 수술시간이 짧지만은 않았다.조유진 왼쪽 가슴의 상처는 오래도록 줄곧 회복되지 않았고 아까 차를 뒤쫓으며 격렬하게 움직인 탓에 상처가 다시 찢어져 뒤늦게 몰려오는 통증에 가슴이 파일 것만 같았다.서정호는 조유진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발견하고 다정하게 다가가 물었다.“아가씨, 혹시 상처가 아프신 겁니까?”“아까 너무 빨리 뛰어서 그런지 조금 건드렸나 봐요. 전 괜찮습니다.”조유진은 손을 뻗어 상처를 힘껏 꾹 누르며 상처의 통증이 뚜렷하게 전해지지 않도록 노력하였다.그때 옆에 앉아있던 배현수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의사한테 가서 보여줘 봐.”“괜찮아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유진의 몸이 붕 뜨더니 그대로 배현수의 품에 안겼다.조유진은 배현수를 바라보며 잠시 몇 초 동안 넋을 잃었다.배현수의 행동은 조유진에게 있어서 매우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심지어 이건 배현수의 총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으니...“내려놓아 주세요. 저 절로 걸을 수 있어요.”“난 분명 말했어. 신세 지기 싫다고.”배현수는 준수한 얼굴을 자랑하며 여전히 차가운 말들은 내던졌다.하지만 조유진을 안아 드는 동작에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내심 느껴졌다.배현수는 조유진을 안아 든 채 흉부외과로 향했다.서정호는 배현수와 조유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입과 몸이 따로 노시는 분이라니까.”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선유는 병실로 실려 갔고 그 곁은 조유진이 지키고 있었다.배현수도 한편에 서 있었지 지금만큼은 그의 존재가 아무런 쓸모도 없게 느껴졌다.“대표님, 여기는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업무상의 일이 있으시다면 먼저 가보셔도 됩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서 비서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조유진은 배현수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대로 자리를 뜨리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배현수는 다른 한편에 놓여 있는 소파 위에 풀썩 앉더니 나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선유는 내 딸이야. 책임감 없게 혼자 병실에 남겨두고 떠나지 않을 거야.”“...”이 말은, 지금 조유진을 대놓고 면박주는 건가?조유진은 입술을 깨물더니 그래도 해명할 필요성을 느꼈는지 곧바로 입을 열었다.“당시 대표님께서 제 밥줄을 끊여놓았으니 저를 채용하려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야간아르바이트를 다녀야 했고요... 생활에 쫓기지만 않았다면 선유를 혼자 병원에 남겨두고 갔을 리는 없겠죠.”“그러니까 지금 내가 네 밥줄을 끊여놓았다고 탓하는 거야?”“아니요. 그저 변명하기 싫어서 상황을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허, 오히려 내 잘못이 되어버린 거네.’두 어른 모두 병실에 남아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아이의 곁을 지켰다.이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에게 쌀쌀맞게 대하며 30분 동안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정호는 이 분위기가 너무나도 괴상하여 어이가 없었다. 그리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얼어붙은 뚫고 정적을 깨트렸다.“대표님, 아가씨, 두 분 모두 점심 식사도 못하셨잖습니까. 이제 벌써 오후가 되었는데 슬슬 배고프시죠? 제가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오겠습니다.”조유진은 서정호가 자리를 뜨면 이 공간에 배현수와 단둘이 남을까 봐 무서웠다. 단둘이 남게 되면 분위기는 더 얼어붙어 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여 조유진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전 배고프지 않아요.”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