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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배현수는 무섭도록 싸늘한 저기압을 풍겼다.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몇 초 동안 서로 아무 말 없이 대치한 뒤 결국 배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유가 퇴원하기 전 우리의 사이를 선유가 잘 받아드릴 수 있도록 선유에게 잘 설명해놓아야 할 것이야.”

“네. 약속드리죠.”

“또 바라는 게 있나?”

배현수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싸늘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한걸음 양보하였다.

조유진은 배현수의 물음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비록 선유는 밝고 활발한 아이지만 갑자기 환경이 바뀐다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서 될수록 시간을 내셔서 선유와 많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선유가 자기 전 책도 읽어주고요. 대표님도 보셨다시피 선유는 대표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항상 자신의 아빠가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으면 했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선유의 학부모 회의는 될수록 불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게... 대표님께서는 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선유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저와 선유는 지난 6년 동안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아왔어요. 이렇게 갑자기 저더러 선유를 떼어내라고 하면 도무지 떼어낼 자신이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빈번해. 그렇다면 선유가 너한테 더 의지하게 될 거야.”

“그럼 보름에 한 번이요.”

“그래.”

참 흔쾌히도 승낙했다.

조유진은 여전히 붉은 눈시울을 한 채 배현수의 대답을 듣자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던 무거운 감정도 한결 가벼워졌다.

조유진에게는 아직 약 반년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 반년 동안 조유진은 최선을 다하여 선유에게 사상작업을 하여 선유가 엄마가 없는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수술실의 빨간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배현수와 조유진은 수술실 밖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있었고 둘 사이에는 두 자리나 띄워져 있었다.

그들에게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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