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0화

조유진은 신나게 달려가는 조선유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장면을 수없이 상상도 해보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정작 눈앞에서 보니 가슴이 아파서 찢어질 것만 같았다.

심장이 마치 두껍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비닐봉지에 단단히 쌓인 듯 답답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제 겨우 조금씩 공기를 마실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수많은 바늘이 그 비닐봉지를 뚫어 아프고 속수무책일 뿐이었다.

자그마한 몸뚱어리가 배현수의 허벅지를 덮쳤다.

조선유는 고개를 쳐들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 저 구하러 온 거예요?”

녀석은 작은 두 손으로 그의 허벅지를 와락 끌어안았다.

배현수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고개 숙여 귀엽고 작은 얼굴을 바라보더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나와 유진이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니.’

복잡미묘한 배현수의 눈빛과 마주치게 된 조선유는 이해되지 않았다.

“아빠, 왜 말이 없어요? 너무 반가워서 그래요?”

그렇다. 반갑고 기쁜 감정이 휘몰아쳐 왔다.

배현수는 조선유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왜 전에는 유진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

그는 조선유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여섯 살이라고?”

이미 목이 메어왔다.

조선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네! 여섯 살이에요! 아빠, 제가 전에 알려줬잖아요. 왜 또 물어요?”

“엄마가 선유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아빠가 그리워서라고?”

“네! 엄청나게 그리워했어요! 저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 조선유는 여섯 살이라면서 아빠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가 아빠를 엄청 사랑했다고 말했었다.

두 번째로 만났을 때, 6월6일이 엄마 생일이라면서 자기도 엄마처럼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조유진... 이렇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니!’

요 며칠, 육지율도 계속 암시하고 있었다.

조유진과 가까운 사이든, 먼 사이든 모두 아는 사실이었지만 배현수만이 마지막에 알게 된 것이다.

배현수는 갑자기 웃고 말았다.

‘유진이가 숨기려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