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데려다줄게. 근데 만약에 아빠 찾지 못하겠으면 경찰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해야 해.”“네! 아저씨, 감사합니다!”가는 길 내내 흥분한 상태였다.‘미리 인사 안 하고 찾아가면 아빠가 놀라시겠지?’...곧 SY 그룹 입구에 도착했다.조선유는 택시비를 내고 가방을 메고 택시에서 내렸다.경비처에 달려가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경비 아저씨, 저 아빠 찾으러 왔어요. 여기 건물도 많고 엄청 커 보이는데 우리 아빠 어느 건물에 있어요?”경비처에 앉아있던 경비 아저씨는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누구세요?”경비 아저씨는 창문을 열고 좌우로 아무리 두리번거려봐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조선유는 애써 창문을 잡고 고개를 들어 어리둥절한 경비 아저씨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아저씨, 여기요, 고개 숙여보세요. 저 아래에 있어요.”경비 아저씨는 고개를 숙여서야 작고 귀여운 녀석을 발견했다.“... 어린이 친구, 아저씨 깜짝 놀랐잖아.”조선유는 순진무구한 두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아저씨, 아직 제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잖아요.”“아빠 성함이 뭔데? 여기서 출근하셔?”조선유는 가방에서 잡지를 꺼내 멋진 표지모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이 사람이 바로 저의 아빠예요! 아저씨, 우리 아빠 알아요?”“이, 이분은 대표님이신데?”‘대표님은 아직 미혼에 아이도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아이는 어려 보이지도 않고, 최소 대여섯 살 돼 보이는데?’경비 아저씨가 말했다.“어린이 친구, 혹시 사람 잘 못 찾은 거 아니야? 이분은 아저씨 대표님이셔. 아이도 없어.”“잘 못 찾은 거 아니에요! 정말 제 아빠라고요. 카톡도 있는걸요?”경비 아저씨는 어린아이와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카톡이 있으면 문자 보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하면 되지!”그러고는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시면서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요즘 아이들은 겁도 없어. 어쩌면 이런 어이없는 거짓말을 다 해.’조선유는 미간을 찌
강이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어린이 친구,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알아요! 저의 아빠예요!”조선유의 확고한 표정에 강이진은 어이가 없었는지 아래로 내려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한다는 게 바로 너 같은 아이를 말하는 거야!”경비 아저씨가 쫓아오자 강이진이 말했다.“아저씨, 빨리 쫓아내요. 일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요!”“네네네, 제가 한눈파는 사이 몰래 들어왔네요. 지금 바로 쫓아내겠습니다!”경비아저씨가 끌고 나가려고 하자 조선유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우리 아빠 정말 여기에 있다고요! 거짓말 아니에요!”강이진은 위층에 있는 강이찬을 찾아가려다 갑자기 송인아가 보냈던 문자가 생각났다.「바로 이 녀석이야! 벌써 6살이나 되었다니!」강이진은 자료 중에 있던 사진을 떠올리더니... 심장 박동수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뒤돌아 다시 조선유를 보았다.‘이 녀석이... 정말 조선유라는 아이였네!’그녀는 경비아저씨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경비아저씨가 놓아주자 조선유는 달려오면서 말했다.“아줌마, 제 말 믿는 거예요?”강이진은 허리 굽혀 조선유와 시선을 마주하면서 부드럽게 웃더니 경비아저씨에게 말했다.“이 아이 저 알아요. 아빠 만나러 데리고 갈 테니 먼저 가보세요.”경비 아저씨가 가자 조선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줌마, 우리 아빠 어디 있어요?”“아빠 아줌마 친군데 여기 없어. 잘 못 찾아왔어.”“네? 그러면 어디 있어요? 아줌마, 저 좀 데려다주면 안 돼요?”“그래, 가자. 아줌마가 데려다줄게.”강이진은 녀석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했다.조유진이 배현수를 위해 낳은 아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다.만약 맞다면, 더욱이 배현수를 만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조유진은 오전 업무를 마치고 식당에 가서 밥 먹으려다 집에 있는 조선유가 생각나 영상통화를 걸었다.한참 지나도 받지 않자 이상한 느낌에 집에 있는 CCTV를 확인했다.집 안 구석구석 찾아보았지만 조선유는 보이지 않았고,
...SY 그룹 관제실.조유진과 남초윤은 정신력을 집중해서 CCTV를 확인하고 있었다.일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육지율은 손에 땀을 쥐었다.“이 일을 현수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남초윤은 팔꿈치로 그의 가슴을 툭 쳤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유진이 탓하고 있어요! 그만 해요! 좀!”사실 육지율이 탓하지 않아도 만약 조선유를 정말 잃어버리게 된다면 배현수가 어떻게 하기도 전에 조유진은 자책으로 자살할 지도 몰랐다.하지만 육지율도 말은 이렇게 해도 열심히 찾고 있었다.힘겹게 CCTV를 확인하는 조유진과 남초윤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여기서 찾고 있어요. 저는 경비 아저씨한테 선유를 보았는지 물어보고 올게요.”5분 뒤, 육지율이 돌아왔다.“선유가 오긴 왔었는데 어떤 여자가 데려갔다고 했어요. 경비 아저씨 말로는 그 여자도 우리 회사 직원이라고 했어요.”조유진은 CCTV를 통해 한눈에 강이진을 알아보았다.“강이진이에요! 강이진이 선유를 데려갔어요!”남초윤은 이를 꽉 깨물더니 말했다.“젠장, 또 이 년이 한 짓이야? 빨리 이찬 씨한테 전화해요! 친동생을 오빠가 교육해야지 누가 하겠어요?”...한편으로 강이진은 조선유를 병원으로 데려갔다.조선유는 이상한 느낌에 입을 삐쭉 내밀더니 물었다.“아줌마, 병원에는 왜 데리고 온 거예요?”“네가 현수 오빠 딸이라며, 친자확인 해봐야지!”아무나 배현수와 부녀 상봉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특히 이런 잡종 말이야!’조선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씩씩거리면서 말했다.“거짓말쟁이! 빨리 돌려보내 주세요!”“빨리 내려!”강이진은 거칠게 조선유를 차에서 끌어냈다.조선유는 그녀의 손등을 잡더니 꽉 깨물었다.강이진이 아파서 손을 움츠린 틈을 타 바로 도망갔다.녀석은 스마트 워치로 달달 외운 전화번호에 전화했다.‘아빠, 빨리 전화 받아요!’강이진이 손을 뻗어 녀석의 목덜미를 잡고 짐을 끌듯이 끌고 가려고 할때...드디어 통화가 연결되었다.조선유는 바로 소리 질렀다.“아빠! 저 선유
강이진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강이찬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받지 않으면 납치라는 죄명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몇 초간 망설이더니 아주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오빠?”“이진아, 유진 씨 아이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나... 나 아니야!”“거짓말하지마! CCTV로 똑똑히 봤어! 바보 같은 짓이나 하지 말고 얼른 말해. 지금 어디 있어?”“지금 제일병원에 있어.”...조유진 일행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조선유는 조유진을 보자마자 강이진을 말치고 달려갔다.“엄마!”녀석을 꽉 끌어안은 조유진은 숨이 멎을 것만 같이 긴장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왜 혼자 나왔어? 엄마 미쳐버리는 줄 알았잖아.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야. 어디 다친 데 없어?”모녀 2인은 모두 울고 말았다.조선유는 조유진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사과했다.“엄마, 미안해. 다시는 혼자 다니지 않을게.”“괜찮으니 다행이야... 다행이야.”조유진은 더욱 꽉 끌어안으면서 괜찮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강렬했던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졌다.조유진은 눈물을 닦아내고 일어나더니 강이진을 차갑고 매섭게 쳐다보았다.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을 때 강이찬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유진아, 이진이가 흥분해서 그랬을 거야. 내가 교육할 테니 그만...”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강이진은 제 발 저린 표정으로 말했다.“나, 나는 납치한 적 없어! 그저 친자 확인하러 병원에 데려왔을 뿐이야! 정말 현수 오빠 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란 말이야! 왜 그렇게 죽일 듯이 쳐다봐? 아... 이제야 알겠네. 이 잡종이 현수 오빠 아이가 아니라서 화난 거네...”“짝!”조유진은 힘껏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건 선유를 납치해서고.”강이진은 아예 턱이 돌아간 채 얼굴을 감싸 쥐고 억울한 표정을 했다.“납치한 적 없다는데 왜 그래!”“짝!”또 뺨을 때렸다.“이건 선유를 잡종이라고 말해서고.”“조유진! 그만 안 해? 오빠,
조유진은 신나게 달려가는 조선유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이 장면을 수없이 상상도 해보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정작 눈앞에서 보니 가슴이 아파서 찢어질 것만 같았다.심장이 마치 두껍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비닐봉지에 단단히 쌓인 듯 답답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이제 겨우 조금씩 공기를 마실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수많은 바늘이 그 비닐봉지를 뚫어 아프고 속수무책일 뿐이었다.자그마한 몸뚱어리가 배현수의 허벅지를 덮쳤다.조선유는 고개를 쳐들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빠! 저 구하러 온 거예요?”녀석은 작은 두 손으로 그의 허벅지를 와락 끌어안았다.배현수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고개 숙여 귀엽고 작은 얼굴을 바라보더니 믿을 수가 없었다.‘나와 유진이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니.’복잡미묘한 배현수의 눈빛과 마주치게 된 조선유는 이해되지 않았다.“아빠, 왜 말이 없어요? 너무 반가워서 그래요?”그렇다. 반갑고 기쁜 감정이 휘몰아쳐 왔다.배현수는 조선유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왜 전에는 유진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그는 조선유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여섯 살이라고?”이미 목이 메어왔다.조선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네! 여섯 살이에요! 아빠, 제가 전에 알려줬잖아요. 왜 또 물어요?”“엄마가 선유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아빠가 그리워서라고?”“네! 엄청나게 그리워했어요! 저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처음 만났을 때, 조선유는 여섯 살이라면서 아빠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가 아빠를 엄청 사랑했다고 말했었다.두 번째로 만났을 때, 6월6일이 엄마 생일이라면서 자기도 엄마처럼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했다.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조유진... 이렇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니!’요 며칠, 육지율도 계속 암시하고 있었다.조유진과 가까운 사이든, 먼 사이든 모두 아는 사실이었지만 배현수만이 마지막에 알게 된 것이다.배현수는 갑자기 웃고 말았다.‘유진이가 숨기려고
남초윤은 귓가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눈을 반짝였다.“예뻐요? 난 항상 예뻤는걸요?”“...”남초윤의 뻔뻔한 나르시시즘에 육지율은 피식 가볍게 웃었다.“왜 웃어요?”“그냥 당신이 여기에 끼어있는 모습이 깍두기 같아서요.”“...”육지율은 더 이상의 말을 아끼고 남초윤을 그대로 끌고 자리를 떴다....눈팅족들이 이제 모두 떠나고 그 자리에는 배현수와 조유진만이 남아 서로 대치 중이다.“너도 잘 알다시피 우리 사이에 딸이 있다고 하여도 너는 절대 신분세탁을 할 수 없어.”조유진은 배현수의 질의에 입술을 달싹였다.“그럼 배 대표님은 어찌할 계획이신가요? 저를 버리고 선유만 데려가실 건가요? 아니라면 배 대표님께 있어서는 선유도 아무것도 아닌가요? 그렇다면 제가 지금 선유를 데리고 집으로 가겠으니 계속하여 예전처럼...”조유진은 계속하여 말을 이으며 몸을 돌려 선유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 했다.그렇다. 조유진은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었다. 그녀는 결코 선유를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러자 배현수가 다급히 조유진의 가녀린 손목을 덥석 잡아채고는 싸늘하고 검은 눈빛으로 조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네가 선유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애초에 오늘 강이진이 선유를 왜 데려갈 수 있었던 건데?”배현수의 질타는 정확히 조유진의 정곡을 찔렀고 조유진은 배현수의 공격에 안색마저 창백해졌다.“내가 조선유와 처음 만나게 된 곳은 병원이었어. 그때 선유는 자신의 엄마가 돈 벌러 나갔기 때문에 병원에 혼자 남겨졌었지. 만약 그때 마주친 사람이 내가 아니라 인신매매 납치범이었다면? 조유진, 너 혼자 그 후과를 감당할 수는 있기나 해?”배현수가 내뱉는 매 한 글자, 한마디가 정확히 조유진의 가슴에 박혀 끊임없이 그녀의 마음을 찢어놓았다.조유진은 힘겹게 목을 가다듬고 간절한 눈빛으로 배현수를 바라보았다.“저도 제가 당신을 이길 수 없고 양육권도 제가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조건이 있어요.”“말해.”“당신이 선유를 데
차 안.조선유는 계속하여 숨이 넘어갈 듯 울더니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배현수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급히 선유를 안아 들어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선유야, 왜 그래?”“아빠... 나...”선유는 가슴을 힘껏 누르며 작은 입을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기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숨이 가빠 보였다.“빨리 병원으로 방향 꺾어!”...99가9999 차 번호를 가진 검은색 마이바흐가 점점 조유진의 눈앞에서 멀어졌다.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조유진의 시야를 자꾸 흐리게 하였다.조유진이 모든 희망을 놓으려던 찰나-그 검은 색의 마이바흐가 다시금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마이바흐가 달리는 방향은 다름 아닌 병원으로 가는 방향이었다. ‘설마 선유에게 문제가 생긴 건가?’이를 보자마자 조유진도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안, 조선유는 곧장 응급실로 실려 갔다.조유진은 다급히 달려와 곧바로 의사를 붙잡고 말을 건넸다.“의사 선생님, 조선유는 항상 동맥 카테터가 닫히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애가 이렇게도 컸는데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왜 지금까지 수술하지 않은 겁니까?”“그게...”말문이 막힌 조유진이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 순간, 배현수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 당장 수술을 진행 시켜주세요.”“오늘은 힘들 것 같은데...”곧이어 서 부원장이 도착했고 그는 먼저 배현수에게 인사를 건넸다.“배 대표님, 안녕하십니까.”“안녕하십니까, 서 부원장님.”배현수는 방금 병원에 오는 길에 이미 서 부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었다.서 부원장은 자초지종을 들은 뒤 곧이어 입을 열었다.“조 선생, 여긴 SY 그룹에 배 대표님일세. 안에 있는 아이는 이분의 따님이시고. 그러니까 지금 바로 수술 가능한가?”원장까지 얼굴을 비춘 마당에 조 의사도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비록 그는 배 대표가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서 원장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수술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배현수는 무섭도록 싸늘한 저기압을 풍겼다.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몇 초 동안 서로 아무 말 없이 대치한 뒤 결국 배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선유가 퇴원하기 전 우리의 사이를 선유가 잘 받아드릴 수 있도록 선유에게 잘 설명해놓아야 할 것이야.”“네. 약속드리죠.”“또 바라는 게 있나?”배현수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싸늘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한걸음 양보하였다.조유진은 배현수의 물음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비록 선유는 밝고 활발한 아이지만 갑자기 환경이 바뀐다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서 될수록 시간을 내셔서 선유와 많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선유가 자기 전 책도 읽어주고요. 대표님도 보셨다시피 선유는 대표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항상 자신의 아빠가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으면 했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선유의 학부모 회의는 될수록 불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게... 대표님께서는 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선유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저와 선유는 지난 6년 동안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아왔어요. 이렇게 갑자기 저더러 선유를 떼어내라고 하면 도무지 떼어낼 자신이 없습니다.”“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빈번해. 그렇다면 선유가 너한테 더 의지하게 될 거야.”“그럼 보름에 한 번이요.”“그래.”참 흔쾌히도 승낙했다.조유진은 여전히 붉은 눈시울을 한 채 배현수의 대답을 듣자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던 무거운 감정도 한결 가벼워졌다.조유진에게는 아직 약 반년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이 반년 동안 조유진은 최선을 다하여 선유에게 사상작업을 하여 선유가 엄마가 없는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수술실의 빨간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배현수와 조유진은 수술실 밖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있었고 둘 사이에는 두 자리나 띄워져 있었다.그들에게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