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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배현수는 아주 객관적으로 말했다.

“만약에란 없어. 어떻게 애가 있겠어.”

“그냥 만약에,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잖아...”

배현수는 이상한 눈빛으로 육지율을 쳐다보았다.

“그럴 가능성도 없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만약에... 아니다, 네 사전에는 만약이라는 단어가 없긴 하지.”

육지율은 멀어져가는 배현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아까 진실을 말해주려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만약 조유진이 아이를 핑계 삼아 무슨 짓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눈빛이 차가워졌다.

...

퇴근 후, 조유진이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 입구로 걸어가던 중, 한대의 하얀색 롤스로이스 차량이 그녀의 옆에 멈추었다.

경적이 울리고, 내려간 차창 사이로 육지율이 보였다.

“육 변호사님, 저한테 무슨 보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타, 할 말이 있어.”

조유진은 그와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저는 육 변호사님한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지하철 타러 가야 해서요.”

조유진이 앞으로 걸어가자 육지율의 롤스로이스 차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육지율은 한번 물면 절대 놓치 않는 사람이었다.

결국, 조유진은 어쩔 수 없이 차에 탔다.

“육 변호사님께서 계속 저를 괴롭히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알아요. 근데 이제 곧 퇴사할 거라서 제가 SY 그룹을 떠나기 전까지만이라도...”

“퇴사하든 말든 관심 없어. 네가 SY 그룹을 떠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결정권이 너도, 나도 아닌 현수 손에 달려있다는 거 너도 알잖아.”

조유진은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에 동의하지도 않았다.

‘퇴사하고 어디 숨어 있으면 현수 씨가 날 찾아내서 출근시키기라도 할까 봐? 곧 죽을 건데 출근하든 말든, 어디서 출근하든 내가 알아서 해.’

“대표님께서 이제 저를 놔주기로 하셨습니다. 더는 제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입니다.”

말에 숨은 뜻은 배현수와 관련된 일만 아니라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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