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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배현수는 보드카 한 잔을 따라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뼈마디가 뚜렷한 긴 손가락이 술잔을 쥐고 톡톡 두드렸다.

“말해봐, 무슨 일이야?”

육지율이 이렇게까지 술을 마시는 광경은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배현수의 물음에 육지율은 독한 술을 한입에 삼키고는 이를 악물며 말을 꺼냈다.

“나 이혼해.”

“이 소식은 들어본 적 없는데. 꽤나 새롭네.”

배현수는 눈썹을 치켜들며 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앉아 술잔을 들어 육지율의 잔에 건배하고는 다시 한 모금 음미했다.

술의 맵고 독한 향이 목구멍을 자극해오자 배현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배현수의 반응은 마치 육지율이 “오늘 밤 조금 춥다.”라며 부리는 투정을 대하고 있는 듯 침착했다.

‘내 말에 이리도 아무런 리액션도 없고 침착한 건 조금 실례되는 행위 아닌 건가?’

“야, 너 진짜 사람 맞냐? 내가 말하고 있잖아! 나 이혼한다고.!”

배현수는 울부짖는 육지율을 그저 가볍게 힐끗 곁눈질하고는 돌직구를 던졌다.

“결혼한 적이 없어서 이혼하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네.”

“…켁!”

육지율은 하마터면 사레들릴뻔했다.

“너 지금 이게 이혼하는 사람 위로하는 방식이야? 근데 듣고 보니 네가 나보다 더 불쌍한 것 같기도 하고. 적어도 난 누울 관이라도 있지. 넌 정말 곁에 아무도 없다 못해 아예 황지에 놓인 거네.”

“보아하니 너도 딱히 그렇게 슬퍼 보이지도 않는데 게다가 나한테는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도 있고 나 이만 갈까?”

배현수는 몸을 일으켜 바로 자리를 뜰 태세를 취했다. 그러자 육지율은 다급히 배현수의 팔을 잡으며 그에게 매달렸다.

“가지 마! 네가 가면 나더러 누구한테 이 슬픔을 털어놓으라고.”

“네가 먼저 제기한 거야? 아니면 남초윤이 먼저 제기한 거야?”

“내가 제기한 거야. 남초윤도 내가 이혼까지 제기할 줄 몰랐을 거야.”

“원인.”

배현수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을 한 채 육지율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았고 마치 심문이라도 하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육지율은 이 상황이 우스운 듯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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