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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이 점에서만큼 배현수와 조유진은 서로 합이 정말 잘 맞았다.

배현수는 조유진의 오른쪽 가슴에 옅은 갈색 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녀의 몸 곳곳의 모든 민감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유독 그녀의 번호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의 낯선 사람이 아닐까.

배현수는 그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조유진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조유진은 아려오는 눈가를 애써 참으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맞다. 배 대표님께서 이제 저를 상관하지 않으시겠다고 한 말씀 정말입니까?”

“이제 네가 죽든, 살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럼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 앞으로 제가 결혼을 하든 아이를 낳든 대표님께는 일일이 보고하지 않겠습니다. 전애인은 죽은 듯이 지내야 마땅하니까요.”

자유를 허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자녀를 낳을 생각을 하다니.

신준우라는 그 사람인가? 아니라면 강이찬인가?

하지만 이 모두 배현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배현수는 인상을 딱딱하게 굳히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결국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널 보고 싶지도 않고 너의 그 어떤 소식도 전해 듣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 강이찬한테서도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거야.”

‘강 선배?’

조유진은 확실히 강이찬과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이는 배현수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전에 조유진과 강이찬이 사이좋게 지낸 것도 전부 배현수 때문이었다.

만약 조유진과 배현수가 헤어졌다면 조유진도 강이찬을 찾아갈 리가 없었다.

오히려 조유진은 최선을 다해 강이찬의 범위를 벗어날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제가 돈을 충분히 모으면 대제주시를 떠나 이곳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겁니다.”

배현수는 그저 조유진이 그에게 겁주는 것이라 여기고 조유진의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대제주시가 이리도 큰데 특별히 만나려고 약속한 것이 아니라면 만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조유진이 대제주시에 있든 없든 별다른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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