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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조유진은 슈크림 빵을 손에 쥐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빵 속의 강한 크림 향이 입안을 맴돌았고 달콤하지만 느끼하지도 않고 폭신하고 쫄깃한 식감이 더욱 돋보이는 빵이었다.

배현수의 말에 조유진은 동문서답으로 갑자기 엉뚱한 말을 늘어놓았다.

“이 슈크림 빵 엄청 맛있는데 드셔보실래요?”

조유진의 반응은 배현수의 말을 못 들은 듯 너무나도 담담했다. 그녀의 미지근한 반응에 배현수는 미간을 찌푸렸고 검고 깊은 그의 동공은 더욱 깊은 빛을 발했다.

배현수는 마지 못하여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조유진, 넌 이제 자유야.”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원하던 것 아닌가? 그러니 지금, 조유진이 가장 원하던 것을 이루었으니 그녀는 지금 기뻐해야 마땅한 것이다.

조유진은 빵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꽉 막혀오는 듯한 느낌에 죽을 몇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배현수의 깊은 눈빛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사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현수 씨의 뜻은 절 이제 원망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아니면 저에게 복수하지 않으시겠다는 건가요?”

하지만 조유진은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배현수를 대신하여 칼을 한번 맞았다고 하여 배현수가 그녀를 용서했을 리는 없었다.

배현수의 올곧고 거대한 몸집이 빛과 그림자의 경계 속에 싸여 다소 적막한 분위기를 풍겼다.

“난 너를 원망하지 않을 수는 없어. 하지만 복수라 하면 네가 나를 대신하여 칼을 맞았으니 6년 전의 원한과 함께 퉁치자.”

퉁친다고.

몇 개월 전의 조유진은 꿈속에서도 배현수와의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정작 배현수가 정말 그녀를 놓아주었으니 조유진은 응당 기뻐해야 마땅한 것인데 왜인지 가슴으로부터 둔탁한 통증이 밀려오더니 파도처럼 몰려와 어느새 조유진의 몸을 삼키며 그녀를 괴롭혔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너무 아팠다.

조유진은 애써 고통을 삼키며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럼...저 계속하여 SY 그룹에서 일할 수는 있나요?”

배현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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