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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조유진은 손에 들고 있던 클러치를 꽉 쥐고 곧바로 뒤쫓아갔다.

박람회장의 오래된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주위는 텅 비어 차 몇 대만 간단히 주차되어 있었다.

조유진은 한 자동차를 골라 잔뜩 웅크린 채 그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고는 클러치 안에서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꺼내 주변을 경계하며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여자의 꾸며낸 듯한 애교 섞인 목소리가 주차장에 가볍게 울려 퍼졌다.

“나 임신했잖아, 살살 좀 해요. 그 뚱땡이는 어디 갔어요? 당신이 그 여자 제일 무서워했잖아.”

“아무 핑계나 대면서 먼저 집으로 보냈어. 좀 만져보자, 내가 널 밤새 얼마나 생각했는지 알아!”

“내 생각했다고? 조유진 그년 보고 혼자 흥분한 거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한테 수양딸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아빠가 제일 아끼는 사람은 너야… 나 뽀뽀 한 번만 해줘.”

주현성과 주명은이었다. 이곳까지 와서 당당하게 바람을 피우는 모습이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조유진은 먼지가 잔뜩 쌓인 자동차 뒤에 숨어 그 부도덕한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조명이 어두웠던 탓에 그녀는 카메라 플래시를 끄고 두 남녀의 노골적인 사진을 찍어 남초윤에게 전송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휴대폰 녹음 어플로 들어갔다.

그 상태로 조유진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쪽에서는 제대로 불이 붙어버린 듯 상황이 점점 더 격해지는 듯했다.

“…”

정말이지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

만약 주현성의 부인이 이 사진들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인은 내연녀들에게 인정사정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일전, 조유진이 방송국에서 인턴 실습을 하던 때, 주현성의 아내는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직접 방송국까지 찾아와 남편의 불륜 현장을 잡아냈다.

그리고 조유진을 주현성의 내연녀로 오해했던 그녀는 다짜고짜 조유진의 뺨까지 때린 적이 있었다.

나중에 조유진이 진짜 내연녀를 밝혀내 주현성의 아내에게 알려준 후에야 조유진은 자신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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