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배현수는 염수봉의 어깨를 붙잡아 그를 힘껏 밀쳐내 예지은이 던진 무기를 피하게 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인질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단 한 발의 일격으로 인질이 바닥에 쓰러졌다.베현수는 쓰러진 인질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걷어내고는 손들 들어 그 사람이 쓰고 있던 가면을 벗겨냈다.역시나 함정이었다.그 사람은 예지은이 아니었다.인질의 정체가 예지은이 아니라는 사실에 배현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그는 급히 부하직원들에게 명령했다.“당장 철수하고 귀국하도록!”배현수를 자신들의 아지트로 유인하는 전략을 사용했다.그들은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려 배현수를 19구역으로 유인했고 그 사이 이미 조유진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철수하고 돌아가는 길, 배현수는 곧장 육지율에게 연락했다.그 소식을 들은 육지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박람회장으로 향했다.박람회장에 도착한 육지율은 입구에서 남초윤을 마주쳤다.“지율 씨?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유설영 씨는 방금 먼저 갔는데…”육지율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유진 어디 있어!”남초윤이 대답했다.“안 그래도 방금 전화 해봤는데 전원이 꺼져있더라고요. 그래서 방금 화장실에서 나와서 계속 찾는 중이에요!”그 말에 육지율은 곧장 박람회장의 보안 실로 달려갔다.“지금 조유진이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커.”“뭐라고요?!”…스페인, 안개로 뒤덮인 숲속.“유진아, 일어나봐!”조유진의 귓가에는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다급했다.누군가가 계속 조유진을 부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흔들며 깨우려고 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유진은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잠들어있기라도 한 듯 온몸이 뻐근하고 무거웠다.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눈을 뜨자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예지은이었다…환각인가?마취총을 맞자마자 눈을 뜬 조유진의 뇌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정
드래곤 파는 계략 하나를 짰다.그들은 먼저 예지은을 납치해 일부러 예지은이 미국에 있다는 소식을 흘려보내 배현수를 미국으로 가게 했다.그리고 드래곤 파가 진짜 잡고 싶었던 사람은 아마 조유진일 것이다.그렇게 호랑이를 직접 자신들의 아지트로 인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만약 안정희의 아들이 단순히 복수를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면 왜 굳이 조유진을 잡아들인 걸까?어찌 보면 그녀 역시 그때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을 텐데 말이다.조유진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아마 저까지 잡아들인 이유는 현수 씨를 위협하기 위한 게 아닐까요? 어머님, 그때 도대체 어떻게 저랑 안정희 아들을 바꿔치기하신 거예요? 그리고 또 어떻게 저를 장동원의 손에서 빼내 대제주시까지 데리고 가신 거죠?”“장동원이라고? 나는 그런 사람 모르는데.”조유진이 설명했다.“장동원은 제 친아버지랑 사업적으로 대립하던 사람이에요. 그때 그 사람이 저를 성남에서 데리고 나갔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어머님께서 그 사람을 모르실 수가 있죠?”조유진을 바라보던 예지은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만약 저 사람들이 나한테 이 정도의 정신과 약물을 투여하지 않았다면 나도 거의 다 까먹었을지도 몰라. 너무 오래된 일이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오래된 일들이 어제 금방 일어난 것처럼 너무 자세히 기억나.”“내가 널 처음 봤을 때, 넌 포대기에 싸여있었어. 그리고 중년 남자가 널 강물에 던지려고 하고 있더라. 아마 네가 말한 그 장동원이라는 남자가 바로 그때 내가 봤던 남자였을지도 모르겠구나.”“그때 너는 거의 물에 빠져 죽을 뻔했었지. 하지만 참 우연히도 내가 널 발견했지. 널 건져 올리고 보니까 목에 자수정으로 된 관음 옥패가 걸려있더라. 꽤 값져 보이던 옥패를 보자마자 난 네가 있는 집 귀한 자식일 거라 짐작했지.”“하지만, 미안하구나. 난 그때 너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지 않았어. 오직 내 개인적인 이득만 취하겠다고 너랑 안정희의 아들을 바꿔치기했어... 너랑 안정희 아들의 인생은
“저도 알아요, 어머님. 저도 현수 씨 탓까지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조유진의 대답에 예지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말해주니까 나도 안심이 되네, 그럼 곧 결혼도 하는 거지?”조유진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조용히 대답했다.“네, 이번에 두 사람 다 무사히 돌아갈 수만 있다면요.”예지은은 자신의 손목에 있던 옥 팔찌를 풀어 조유진의 손을 잡더니 그녀의 손목에 팔찌를 끼웠다.그 행동에 조유진이 잠시 멍해졌다.“어머님?”예지은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 팔찌는 내가 성준 씨랑 결혼할 때 시어머니께서 주신 거야. 이제 너도 현수랑 결혼할 테니까 선물로 줄게. 이게 아니면 나도 지금 너한테 줄 만한 게 딱히 없구나.”“그래도 어머님, 이건 너무 귀해요.”예지은이 끼워준 옥 팔찌는 불순물 하나 없이 맑고 깨끗했다. 이 정도로 투명한 보석이라면 지금 시가로 몇억은 호가할 것이다.예지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받아야 마땅해. 예전에 내가 이미 너의 자수정 옥패를 깨버렸잖니. 그에 대한 변상이라고 생각해줘. 그리고... 앞으로 너와 현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난 이미 오래 살긴 글렀어. 그러니까 너희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아주렴.”“어머님, 현수 씨가 분명 저희 구하러 와 줄 거예요. 우리 둘만 여기서 나가면...”조유진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하늘에서는 강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곧이어 헬리콥터가 내는 굉음이 두 사람에게 가까워졌다.헬리콥터는 두 사람의 근처에서 계속 맴돌았다.확성기에서는 변조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너희 중 한 명만 살아서 나갈 수 있다!”“조유진, 예지은을 직접 죽이면 너만은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마.”그 말에 조유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내가 예지은을 죽인다고 해도 어차피 난 너희들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 너, 안정희 아들이지? 왜 날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난 너한테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그
재웅이 시계로 시간을 재고 있으며 차분하게 말했다.“아직 생각할 시간 1분 정도 있어. 조유진, 오늘 예지은을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건 너야.”헬리콥터 안에서 재웅의 옆에 있던 은독의 손에는 원거리 저격용 총이 있었다.조준경 안에 있는 빨간 점을 조유진의 얼굴에 조준했다.예지은이 떨고 있는 조유진의 손을 잡으며 다독이며 말했다.“얘야, 무서워하지 마. 눈 깜빡하면 지나가는 일이야. 사실 난 예전부터 현수 아빠 보러 가고 싶었어. 근데 내가 이 몇 년간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지금 정신을 차렸고 더 살고 싶지도 않단다.”조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나왔다.조유진의 총을 쏘는 기술은 배현수가 가르친 것이고 이 총도 배현수가 선물해 준 것이었는데 지금 이 총으로 배현수의 엄마를 겨누고 있다니...“어머니, 전 그럴 수... 전 총을 쏠 수 없어요...”“유진아, 엄마라고 한 번만 불러 봐 봐. 응? 한 번만 듣고 싶어.”마지막 10초만 남았다.재웅이 무표정으로 카운트다운을 했다.“10, 9, 8... 3, 2...”예지은이 조유진의 손을 꼭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조유진의 검지를 눌러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어머니!”조유진의 낯빛이 순간 창백해졌다. 온 힘으로 총구를 치우려고 했다.하지만 늦었다.“펑!”큰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예지은의 왼쪽 가슴팍에는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총을 꽉 쥐고 있던 손이 점점 풀리며 몸이 뒤로 넘어갔다.“어머니!”조유진이 예지은을 안았다. 손으로 피가 나고 있는 총상 부위를 꾹 눌렀지만 피가 멈추지 않고 뿜어져 나왔다.그 뜨거운 피에 조유진의 손가락은 데는 것 같았다.안정희도 이렇게 조유진의 품에서 서서히 몸이 굳어지며 차가워졌었다...조유진의 두 눈은 새빨개났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조금만 버텨보세요. 현수 씨가 곧 있으면 우릴 구하러 올 거예요.”예지은은 차가워진 손으로 다독이며 말했다.“유진아, 아직도 날 안 불렀잖니.”조유진은
스페인, 기지 훈련장 내.링 위, 재웅은 한 명 또 한 명을 쓰러뜨렸다. 끌려 내려간 사람은 거의 불구자가 되기 직전이었다.재웅의 기분이 몹시 나빠 그 누구도 신경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링 아래에서 올라갈 준비를 하는 수하들은 모두 겁에 가득한 눈빛으로 은독을 바라보며 도와주기를 바랬다.은독은 어려서부터 재웅의 곁에 있어 함께 시체속에서 기어 나왔었고 수많은 위기를 함께 겪어 막역지우라고는 못해도 은독이 재웅 앞에서 몇 마디 말리는 것은 쓸모가 있다.재웅이 상대방의 위험한 곳만 때려 여러 명이 이미 피를 토해 누워 끌려 내려갔다.은독은 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말했다.“보스, 모래주머니로 연습하는 게 어떠세요. 요즘 임무가 있어 나가야 하는데 만약 다쳐서 임무에 실패하면 어르신 쪽에...”재웅이 피식 웃고는 힘껏 주먹으로 상대방의 오른쪽 얼굴을 때려 이빨 하나가 빠졌다.“쓸모없는 자식들! 세 주먹도 견디지 못하는데 그 늙은이한테 가면 살아남을 수는 있고?”맞아서 이빨이 빠진 남자가 링위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보스 살려주세요. 제 실력은 보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꺼져!”수하는 급히 내려갔다.은독은 아직 올라오지 않은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너희들도 나가봐.”“네!”훈련장이 다 비었다.재웅이 복싱글러브를 벗어 옆에 던지고 비웃으며 말했다.“네가 언제부터 감히 나 대신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 거지?’은독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럴 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형제들을 때려 다치게 하는 건 보스한테 이익이 될 건 없습니다. 근데 보스가 제일 증오하는 원수도 이미 죽었는데 왜 아직도 후련해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재웅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내가 제일 증오하는 원수? 예지은은 첫 번째가 아니야.”어르신이 재웅을 계속 죽음에 몰아넣고 재웅의 몸에 얼마나 많은 고추즙을 묻힌 채찍을 휘둘렀는지 모른다.재웅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은독이 물었다.“예지은의 시체는 구덩이를 파서 묻을까요?”재웅
은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유진을 조용히 배현수에게 돌려주고 배현수가 우리랑 손을 잡고 어르신을 해치우는 건 어떤가요.”재웅이 은독을 힘껏 찼다.“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야! 머리가 있기는 한 거야! 예지은이 우리 구역에서 죽었고 조유진도 우리 손에 있는데 배현수가 예지은과 조유진이 우리가 잡아 온 게 아니라고 믿을 거 같아?”은독이 중얼거렸다.“보스가 맘이 급해서 예지은을 죽게 하지 않았다면 예지은과 조유진으로 배현수와 담판할 수도 있었잖아요.”“담판은 무슨! 내가 조유진을 강박해 예지은을 죽이지 않았다면 지금 죽은 건 나야! 그 늙은이가 뒤에서 노려보고 있다고! 예지은을 나한테 넘겨준 건 날 떠보려고 한 거라고! 그리고... 예지은은 억울하게 죽은 게 아니야.”재웅의 이 암흑 같은 인생은 모두 예지은이 준 것이다.“하지만 배현수와 손을 잡지 않으면 언제 어르신을 뒤엎을 수 있을까요?”어르신은 항상 속내를 알 수 없고 행동이 아주 조심스럽다.지금까지 재웅도 진짜 모습을 본 적이 없다.재웅이 손목에 있는 빨간 머리끈을 만지작하며 눈빛은 더 차가워졌다.예지은을 죽였지만 여전히 속 시원하지 않았다.재웅은 장본인을 죽였지만 자신의 인생은 이미 뒤바뀌어졌다는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돌아갈 수가 없다.이번 생에는 그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마로 살 수밖에 없다.재웅같은 저질스러운 악마는 정미미한테 김 씨일 수도 있고 재오일 수도 있고... 어느 신분이든지 다 가능하지만 재웅일 수는 없다.한평생 가면을 벗어던질 수 없고 영원히 가면 아래에 살아야 하고 쥐새끼마냥 달아나야 한다.수하가 쳐들어왔다.“보스, 방금 어르신께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인질을 데리고 갔습니다!”재웅은 이맛살을 찌푸렸다.“어디로 데리고 갔는데!”“실험실로 가셨습니다!”“이 미친 늙은이!”재웅이 빨리 걸어 나갔다.은독이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보스, 만약 어르신께서 조유진에게 무슨 짓을 하고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면...”“무슨 짓을
배현수의 눈은 삽시에 새빨개졌다.아무런 진전이 없을 무렵 백소미가 그룹 채팅에 문자를 보냈다.[보스, 엄명월하고 같은 시기에 하늘 보육원에 있었던 남자애 중에 안정희의 아들이 아마도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앤지는 엄명월이 짚어야 할 거 같아요.]배현수가 답장을 보냈다.[염수봉을 데리고 성남에 가서 사람을 찾아요.][네.]...성남, 산 부근 별장에서.깊은 밤,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엄명월의 두손 두발이 묶이고 두 눈도 검은 안대로 가려졌다. 염수봉은 엄명월을 들어 헬리콥터에 올렸다.백소미가 장난을 쳤다.“염수봉 씨, 여성분한테 너무 거칠게 대하는 거 아니에요?”엄명월은 두 눈은 볼 수 없었지만 여자 목소리는 익숙했다.“너희 누구야? 백소미? 너 소미니? 저번에는 내 머리를 치더니 이번에 또 나를 잡아! 내가 전생에 뭘 잘못한 거라도 있어?”배현수가 말했다.“풀어줘요.”엄명월은 당황했다.“배현수 씨?”백소미는 엄명월의 눈을 막고 있던 안대를 벗었다.엄명월이 눈을 깜빡이더니 드디어 눈앞에 자신을 납치를 한 사람들을 똑똑히 봤다.배현수를 우두머리로 한... 무리였다.엄명월은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욕을 하고 있었다.“배 대표님, 참 대단하시네요. 날 묶으려고 하다니! 유진이는 아나요!”배현수는 미안했으나 그저 그 찰나였다.“인질을 풀어줘요.”어떻게 자신이 인질이 됐는지 엄명월은 이해가 안 됐다.배현수가 간단하게 대답했다.“인질로 잡아서 유진이를 구하려는 거예요.”“뭐라고요?”“걱정하지 마세요, 안전은 보장해 드릴게요.”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인가?엄명원이 대충 사실을 전해 들은 후.백소미가 검은 두꺼운 노트북에서 자료를 열었다.“당시 함께 하늘 보육원에서 제일 가까이 지내던 남자애가 기억나시나요?”엄명월은 노트북 화면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남자애들이 이렇게 많고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 내가 어떻게 기억해? 그리고 내 기억에는 보육원에 남자애들이랑 다 친했었던 거 같은데.”백소미가 말했다.“인기가
백소미가 말했다.“이 사람이 아마도 드래곤 파의 보스겠네요.”엄명월은 놀랐다.“이 남자애가? 그렇게 대단해?”배현수가 물었다.“하늘 보육원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요?”이 일은 아주 옛날부터 생각해야 한다.사실 엄명월은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잊은지 오라다.한 손으로 턱을 괴고 그 주황색의 눈을 쳐다보며 반나절을 고민했다.“9살에 하늘 보육원에 갈 때 재웅은 이미 보육원에서 몇 년 동안 있었어요. 하지만 성격이 내성적이라 말도 잘 안 해서 누구도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없었죠.”배현수가 물었다.“근데 왜 재 씨 인가요?”“전에 큰비가 내리는 날에 버려졌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데리고 갔는데 그 양아버지의 성이 재 씨 였다고 나한테 말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6살 때 양어머니가 임신을 했고 아들을 낳은 후 재웅을 좋아하지 않게 되고 또 경제적 부담도 커서 다른 집에 입양을 보냈다고 했어요.”배현수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다른 집에 입양을 갔는데 어떻게 보육원에 가게 된 거죠?”엄명월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요. 근데 이 남자애는 그때 당시에 보육원에서 괴롭힘을 많이 당해서 내가 몇 번 도와준 적이 있어요.”보육원에 있던 아이들은 부모님이 없고 가르침과 사랑이 부족해 성격이 그리 순진하지도 온화하지도 않다.엄명월도 포함해 성격에 날카로운 부분이 더 많다.당시 나이가 좀 많은 남자애가 있었는데 키가 크고 몸집이 커서 아이들 사이의 짱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 애는 여러 애들을 데리고 재웅을 괴롭혔는데 자주 원장님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재웅을 때렸었다.재웅은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고 그저 이빨을 꽉 물고 그들이 때리는 것을 묵묵히 참았다.한번은 엄명월이 직접 봤었다.그 무리 애들이 재웅의 저녁밥을 뺏어가 저녁에 재웅이 배가 너무 고파 이부자리에서 슬그머니 기어나가 보육원의 들고양이, 들강아지와 먹이를 뻇어 먹고 있었다.엄명월은 저녁밥을 먹을 때 옥수숫가루로 만든 빵을 슬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