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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조유진은 그 후로도 가끔 허위로 가격을 외쳐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엄준이 지정한 도자기가 나타나자 조유진은 처음으로 가격을 외치지 않았다.

색깔도 선명하고 조화로운 그 도자기는 청나라 말기에 해외로 수출된 작품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도자기는 경매장에 나와 있다.

엄준은 조유진에게 그 도자기를 입찰해 성남의 박물관에 기증하라고 지시했다.

시작가는 무려 12억이었다.

경매장의 누군가가 외쳤다.

“13억!”

조유진도 뒤따라 번호표를 들었다.

“13억 2천!”

유설영은 아까 조유진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가격을 계속 올려 복수하고 싶었지만 조유진은 매번 가격을 외치고도 결국 입찰은 하지 않았다.

마치 그저 경매장의 분위기를 흐리기 위해 온 사람 같았다.

만약 유설영이 정말 여기서 가격을 올려버린다면 조유진이 그 가격을 계속해서 받아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뒷자리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던 주명은은 조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 얍삽한 년! 주목받을 건 다 받아놓고 정작 사는 건 하나도 없잖아!”

주현성도 함께 혀를 차며 말했다.

“조유진 쟤, 예전부터 방송국에서 잔머리 잘 쓰기로 유명했지! 보통 가슴 크고 예쁜 애들은 멍청하다고 하던데…”

그 말에 주명은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쟤 가슴이 크다고요? 만져봤어요?”

저렇게 마른 조유진인데 기껏 해봤자 B컵일 게 분명했다.

주현성이 멋쩍게 대꾸했다.

“그냥 눈대중으로 본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현성의 아내가 그의 뺨을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쳤다.

“다 늙어놓고 아직도 정신 똑바로 못 차리네!”

주현성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보는 거야, 보기만 하는 것도 안 돼?”

방송국에 갓 인턴으로 들어온 조유진은 고작 20대 초반이었다. 그 시절 조유진은 정말 싱그러운 꽃 같았다.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으면 골반이 부각돼 순수하고 요염한 뒷모습이 보는 이의 침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 쓸데없는 계집애는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주현성이 매번 손을 뻗어 만지려고 하면 조유진은 항상 그와 1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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