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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그런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초윤 씨가 일하는 곳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울 수도 있어요. 그럼 초윤 씨도 계속 일하기 어려울 거예요. 만약 감당하기 힘드시면 제 생각엔 육지율한테 나서서 깔끔하게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배현수는 매번 현실적으로 이야기했다.

남재원의 이런 지저분한 문제들은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완벽히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위와 인맥이 필요하다.

은행 빚은 그래도 해결하기 쉬웠다. 최악의 경우, 집을 경매로 넘겨도 낙찰 금액으로 대출금을 갚기에 부족하면 부실 채무로 끝날 뿐이다.

하지만 남재원이 은행에 집을 담보로 맡기고 수억 원을 현금화한 이유는 도박 때문이다.

빚을 독촉하는 양아치들은 규칙이라고 없다. 가족 간의 관계는 안중에도 없이 본인이 빚을 갚지 못하면 딸을 찾아가 갚으라고 한다. 딸도 갚지 못하면… 팔을 자를지 다리를 자를지 선택하라는 식이다.

특히 호성시 쪽 사채업자들은 보통 인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호성시는 도박이든 사채든 모두 합법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배현수도 분명 남 씨 집안의 골칫거리를 처리할 능력이 있지만 그의 신분과 입장은 참으로 애매하고 민감한 상황이었다.

육지율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친구의 아내를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집안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다.

남초윤은 고개를 내리더니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조유진은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육 변호사남도 알고 있어?”

남초윤은 눈에 서린 감정을 애써 숨기며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알 필요 없어. 나도 알리고 싶지 않고. 걱정 마, 육 씨네 할아버지께서 도와주기로 약속했어. 깨끗하게 처리해 주겠대.”

조유진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럼 할아버지께서 아무런 조건도 안 걸었어?”

예를 들면, 대가로 이혼한다거나, 아니면 아이를 낳는다거나?

그들처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감정보다는 등가 교환을 더 좋아하는 법이다.

남초윤은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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