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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문명희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윤이야, 아버지가 밖에서 진 빚 때문에 지율 씨와 이혼하려는 거야?”

“사채를 썼잖아요. 육씨 집안은 이런 것들을 제일 혐오해요.”

“그럼 그 사채를 다 갚으면 지율 씨와 이혼하지 않아도 돼? 이혼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 건데?”

말하면 할수록 문명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남초윤이 말했다.

“나 아직 젊잖아요. 조금 참으면 다 지나갈 거예요. 엄마, 엄마는 아빠와 어떻게 살지 생각하세요. 집을 팔면 작은 집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그러면 앞으로 부잣집 사모님의 생활을 할 수 없어요. 대제주시 물가가 만만치 않을 텐데 어쩌면 나가서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도 몰라요. 아빠가 만약 계속 도박을 한다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담담하게 말하는 남초윤에 문명희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사실 처음에는 남초윤이 낮에 했던 말들이 모두 홧김에 한 말일 뿐이라며 육지율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고 육지율도 예전처럼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명희는 다급히 말했다.

“육씨 집안에서 정말 우리가 죽는 꼴을 볼 거래? 참, 조유진은? 배현수가 육지율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배현수보고 육지율을 설득하라고 하면 안 돼?”

남초윤은 그녀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엄마, 육씨 가문이든 육지율이든 아니면 조유진과 배현수... 그게 누구든 결국 우리가 아니에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살았어요. 우리를 잠시 도울 수 있겠지만 예전처럼 사치스러운 나날을 계속 보낼 수는 없어요.”

남초윤은 미련 가득한 얼굴로 집을 둘러보더니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이번에는 지율 씨든 유진이든 우리를 도와줄 수 없어요. 그러니까 아빠 설득해서 얼른 이 집을 팔고 빚을 갚으세요. 지금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으니 별장을 사려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적당히 가격을 낮춰서 빨리 팔아요.”

“윤이야...”

남초윤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우산을 쓰고 차에 올랐다.

밖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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