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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저녁을 먹고 나서 배현수 가족들이 떠나려던 때, 배희봉이 조유진을 잡으면서 그녀의 손에 두꺼운 돈 봉투를 건넸다. 조유진은 깜짝 놀라 황급히 거절했다.

“아저씨, 너무 많아요. 저는 이걸 받을 수가 없습니다.”

배희봉이 웃으며 말했다.

“왜 못 받는다고 그래요. 현수랑 곧 혼인신고도 할 텐데, 제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적다고 생각해서 안 받으려는 거예요?”

조유진은 배현수를 바라보았다. 배현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받아. 여기는 여기만의 법이 있어. 네가 안 받는다면 아버지는 아마 오늘 저녁에 잠이 들지 못하실 거야.”

그제야 조유진은 마음 놓고 받으면서 말했다.

“아저씨, 다음에 현수 씨랑 내려올 때는 그렇게 많은 걸 준비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가 손님도 아니고 아저씨를 뵈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근데 현수 씨가 도시로 와서 지내시라고 하는데 왜 안 오시는 거예요?”

선유가 곁에서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할아버지, 혼자서 시골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아빠 집은 크고 방도 많아요. 예삐와 루루도 독방이 있어요!”

“아이고, 나는 늙어서 시골에 있는 게 조용하고 좋아. 내 걱정은 하지 마. 아주 건강해!”

말하면서 배희봉은 사전 준비했던 돈 봉투를 하나 더 꺼내서 선유의 패딩 주머니에 넣었다.

“귀염둥이, 이건 할아버지가 너에게 주는 세뱃돈이야. 절대 아빠한테 주면 안 돼.”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선유는 거절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며 해사하게 웃었다. 배희봉은 마을 어귀에 서서 그들의 차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마을 어귀에는 소식통인 마을주민들이 모여있었다.

“아이고, 배 씨, 정말 입이 무겁네! 저번까지만 해도 아들이 여자친구가 없고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더니 이렇게 엄청난 미인을 데리고 왔어!”

“우리한테 말을 안 한 이유가 있었네. 배 씨가 아주 꼭꼭 숨겼어!”

“배 씨가 아주 복이 있어. 손녀까지 생기고 말이야!”

이웃들은 말을 한마디씩 주고받았고 배희봉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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